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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15화 (503/528)

〈 415화 〉 [414화]이면세계12구역

* * *

"됐다!"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전함이 휘청거릴 정도의 거대한 폭발.

그 폭발이 도미닉 경의 전함을 완전히 삼켰다.

대항군 제독은 눈앞에 거대한 폭발이 펼쳐지자 주먹을 꽉 쥐며 좋아했다.

그가 계획했던 대로, '페럴란트의 영광'호를 저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페럴란트의 영광이 격추되었으니, 이제 저들은 그나마 남아 있던 희망마저 사라졌다.

남은 전함들은 대항군 처지에서 어중이떠중이만 남아 있으니, 카지노에서 탁자 위에 있는 칩을 쓸어 담듯 전공을 쓸어담을 수 있으리라.

"하하하하하하하! ...음?"

제독은 호쾌하게 웃으며 미리 자기 승리를 자축했다.

적들의 유일한 승리 플랜이 사라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대항군 제독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 이게 대체...?"

대항군 제독은 눈알이 거의 튀어나올 듯 눈을 부라리며 폭발이 일어난 장소를 바라보았다.

폭발은 이제 최고점을 찍었다는 듯 서서히 걷혀가고 있었는데, 그 폭발의 잔재 사이로 페럴란트의 영광 호의 충각이 스윽 튀어나왔다.

"그, 그렇게 강한 일격을 맞고도 아직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대항군 제독은 영혼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이제 페럴란트의 영광은 폭발 속에서 머리를 드러내었다.

눈 문양이 그려진 무시무시한 선체가 드러나자 대항군들 사이에선 벌써 동요가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멀쩡하기 그지없는' 전체가 폭발을 뚫고 드러나자, 대항군들은 다시 공격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멍하게 페럴란트의 영광을 쳐다보았다.

"...에잇! 적들의 전함은 괴물인가?"

대항군 제독의 신경질적인 말 한마디만이 대항군의 현재 기분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

여전히 도미닉 경의 전함, 페럴란트의 영광은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폭발만 컸지 별것 아니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미닉 경은 방금 전 순식간에 날아온 함선만한 미사일에 놀랐다.

크기도 크기였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날아온 일격이었으니까.

도미닉 경이 차마 대비도 하기 전에 그 미사일은 페럴란트의 영광에 꽂히고 말았다.

그러나 페럴란트의 영광은 그 폭발에 조금 그슬리기만 했을 뿐, 전체적으로 봤을 때 흠집 하나 없이 멀쩡했다.

오히려 피해 상황으로만 따지자면 도미닉 경이 처음 이곳에 소환되었을 때 전함을 충각으로 박살 낸 때가 더 피해가 컸을 정도였다.

어째서 이렇게나 거대한, 불가사의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미사일이 고작 도미닉 경의 전함 하나에 막혔을까?

그건 바로, 행성 간 탄도 미사일의 데미지 계산 방식 때문이었다.

행성 간 탄도 미사일의 데미지 타입은 두 가지로, 하나는 관통, 하나는 폭발 속성이었다.

그 말인 즉, 설정상 적의 내부에 관통해 파고들어 폭발을 일으킨다는 뜻이었다.

데미지 타입이 둘로 나뉜 만큼 데미지 판정도 해괴했는데, 바로 관통 데미지를 통해 상대방의 방어력을 감소시키고 이후 폭발 데미지를 입히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었단 것이다.

관통 데미지를 높게 받을수록 상대방의 방어력은 더욱 낮아지는 방식이었기에 도미닉 경은 이 미사일을 가볍게 막아 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피해를 15% 줄여서 받는데다가 [탱커] 특성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피해 감소를 적용받았다.

이로 인해 처음 관통 데미지가 형편없이 들어가자 방어력도 그다지 시원하게 깎이지 못했고, 폭발 데미지도 별 피해를 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폭발은 저렇게 커다랗게 난 것일까?

마치 탄약이나 기름에 의한 유폭처럼 보일 정도로?

그건 바로, 도미닉 경의 특수 기술 [시네마틱] 때문이었다.

[시네마틱]은 폭발이 크면 클 수록 도미닉 경이 다시 등장했을 때 '멋있을 것'이라고 판단, 일부러 폭발의 크기만 키웠던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항군 제독이 속을 정도였고, 또한 의욕을 잃을 정도였으니 다른 이들에게는 어떻게 보였겠는가.

"흠."

도미닉 경은 턱을 쓰다듬으며 전장의 상황을 살폈다.

여전히 도미닉 경을 위시한 150대의 전함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고, 적들은 이 놀라운 상황에 굳어 버린 상태.

"시선을 끄는 거라면, 충분히 성공한 것 같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너무 도미닉 경의 처지에서 서술하기는 했으나 이 작전은 적의 앞과 뒤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뒤로 돌아간 함대가 너무나도 은밀하게 행동한 나머지 서술에서조차 제대로 나오지 못했지만, 그들도 도미닉 경 못지 않게 빠르게 적진을 향해 다가가는 중이었다.

...

대항군 행성의 뒤편, 150척의 별동대.

"여기라면 안전하겠지 통신을 허가한다."

이 150척의 총지휘를 맡은 지휘관이 그렇게 말하자 통신망 곳곳에서 잡음이 들렸다.

["이야, 진짜 잠입 액션이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

대부분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굳은 몸을 기지개로 풀며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혹은 한숨을 내쉬고는 이 알 수 없는 고양감에 두근거리거나, 잡담을 나누며 이번 지역이 얼마나 재밌는지에 대해서 토론했다.

"조용, 조용!"

너무 통신이 번잡해지자, 총지휘를 맡은 지휘관은 통신망을 침묵시켰다.

"지금부터 작전을 시행할 겁니다. 작전은 그냥 작전 목표에 나온 걸 그대로 할 겁니다. 상대편의 지휘 본부를 파괴하거나, 불가사의를 파괴하는 거."

그렇게 말한 지휘관은 잠시 목이 말랐는지 양해를 구하고는 물을 반 컵 마셨다.

"뭐, 어차피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냥 하고 싶은 거 합시다. 난 지휘 본부 조지러 갈 생각이거든요? 그러니까 나랑 생각이 같으면 따라오시고, 아니면 불가사의쪽으로 가시면됩니다. 오케이?"

총지휘를 맡은 지휘관은 그렇게 말하며 가장 먼저 적의 지휘 본부를 향해 전함을 몰았다.

방금 전 아군 측 지휘 본부에서 말하길, 대부분의 병력이 전방에 배치되어 현재 대항군의 행성은 빈집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 말인 즉, 가서 한 대 툭 치기만 해도 전공이라는 소리였다.

많은 전공. 더 많은 전공.

그건 결과적으로 이 지역을 클리어했을 때 나오는 보상이 더 커진다는 것을 뜻했다.

그렇기에 총지휘를 맡은 지휘관은 지금까지 지휘 보너스를 낭낭하게 받아 먹다가 바로 더 많은 보상을 위한 전공을 세우러 뛰쳐나가 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지휘관은 총지휘관의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지휘관들은 총지휘관의 행동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는지 파악하고는 급하게 총지휘관을 따라 제각기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지휘 본부, 아니면 불가사의.

모든 대항군 함대는 전방으로 가 있는 상태였으니, 지금 상황은 말 그대로 완벽한 빈집털이였다.

...

[대항군 지휘 본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대항군의 불가사의, 행성 간 탄도 미사일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갑자기 전장에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도미닉 경 측 지휘관들은 이 시스템 메시지에 화색이 돌았다.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었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무의식적으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완전히 충전된 에너지 포가 다시 적진을 향해 날아갔다.

적들은 이미 의욕을 잃은지는 오래였지만, 일단 싸우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기에 계속해서 공격을 지속하고는 있었다.

그리고 도미닉 경에게 있어서 아직 공격을 이어간다는 것은 항복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었기에 공격엔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게 몇십 초, 혹은 몇 분의 교전이 추가로 일어난 뒤, 도미닉 경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대항군 지휘 본부가 35% 파괴되었습니다!]

[행성 간 탄도 미사일 제조소가 파괴되었습니다! 행성 간 탄도 미사일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습니다! 이제 발사대와 보관소를 파괴하십시오!]

"금방 끝날 것 같은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전방에서 모든 적들을 붙잡고 있다고는 해도, 꽤 빠른 속도였기 때문이었다.

도미닉 경의 예상대로 목표물의 파괴는 점점 빨라졌다.

[대항군 지휘 본부가 69% 파괴되었습니다!]

[행성 간 탄도 미사일 보관소가 파괴되었습니다! 적들이 발악으로 발사대에 남은 마지막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합니다!]

"이런 소소한 메시지가 참 재미있단 말이지."

도미닉 경은 직접 전투할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재밌어했다.

직접 전투할 때는 온전히 전장과 자신에게만 집중해야 했기에 시스템 메시지를 이토록 자세히 볼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행성 간 탄도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아군 측 지휘 본부에서 궤도를 계산한결과, 목표는 워프 게이트! 목표는 워프 게이트입니다!]

"흠."

도미닉 경은 슬쩍 고개를 돌려 워프 게이트가 어디에 있는지를 바라보았다.

워프 게이트는 페럴란트의 영광을 기준으로 왼쪽 뒤편에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행성 간 탄도 미사일은 페럴란트의 영광의 옆을 지나 워프 게이트로 바로 향할 것만 같았다.

"그럴 수는 없지."

도미닉 경은 페럴란트의 영광을 조작해진행 방향을 조금 틀었다.

그러자 미사일의 궤도는 곧 페럴란트의 영광을 타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항군 지휘 본부가 95% 파괴되었습니다!]

[행성 간 탄도 미사일 발사대가 파괴되었습니다! 마지막 미사일에 주의하십시오!]

도미닉 경은 마지막 한 입씩만 남은 목표들의 메시지를 보며 곧 있을 충격에 대비했다.

이제 곧 페럴란트의 영광과 행성 간 탄도 미사일이 부딪칠 테니까.

도미닉 경의 예상대로, 행성 간 탄도 미사일은 페럴란트의 영광의 옆구리를 향해 돌진하더니, 이내 폭발했다.

페럴란트의 영광은 다시 한번 폭발 속에 잠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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