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0화 〉 [409화]전함 건조
* * *
"여기가 연맹과 제휴하는 우주 전함 조선소다."
스트렐치는 도미닉 경을 우주 전함 조선소에 안내해주었다.
아스트라IV 조선소.
이 조선소는 가차랜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우주 전함 조선소로, 그중에서도 가장 비싸지만 가장 강력한 전함을 만들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라고 스트렐치가 설명했다.
"비싼 건 그만큼 돈값을 하기에 비싼 법이지."
스트렐치의 말에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샀던 신화 급 스킨도 그렇고, 비싼 건 비싼만큼 그 값했다.
도미닉 경은 스트렐치와 함께 조선소 내부로 들어갔다.
그러자 거기엔 최소 3만톤 급이상의 우주 전함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가 수십 개 있었고, 그중에서 몇몇 곳은 주문을 받았는지 이미 전함이 건조되고 있었다.
도미닉 경은 이 거대한 공간에 압도되어 계속해서 감탄사만 터뜨렸다.
그만큼 이 공간이 가져다주는 벅찬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스트렐치는 도미닉 경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곳엔 조선공들이 모여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대개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
"아니, 그러니까 제조식은 인력 600에 탄약 600, 부품 400이 최고라니까!"
"그래서야 중형 이상은 나오지도 않잖아! 내가 보기엔 인력 430, 탄약 610, 부품 610이야!"
"중형 이상을 원하면 이런 작은 도크가 아니라 대형 도크에서 해야지! 인력 4000, 탄약 4000, 부품 4000에 코어 15개 쯤 써서 말이야!"
도미닉 경은 조선공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그들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토론은 뜨거웠다.
토론이 꽤 길어질 것 같자, 스트렐치는 그들의 틈 사이에 끼어들어 헛기침했다.
"이봐, 친구들? 손님이 왔는데 계속 세워둘 생각인가?"
"아."
스트렐치가 끼어들고 나서야 조선공들은 도미닉 경과 스트렐치가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만큼 그들은 토론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스트라IV 조선소에 어서 오시오. 너무 열을 내느라 손님이 온 것도 몰랐군 그래. 미안하오."
"괜찮소."
도미닉 경은 조선공들의 사과받아들였다.
"그래서,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소?"
"이 친구가 전함을 하나 건조하려고 해서 말이야."
"그건 아오. 여기 왔다는 건 다 그런 용건이란 소리니까. 내 말은, 배수량 몇 톤짜리 배를 만들려고 왔냐는 거요."
"흠."
도미닉 경은 조선공의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졌다.
도미닉 경은 배에 대해서 잘 몰랐고, 그래서 조선공이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결국 도미닉 경은 조선공에게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내가 전함에 대해서는 모르오."
"응? 그럼 왜 여기 왔소?"
"이번에 지휘관이 날 고용했는데, 전장이 우주라서 말이오."
"아하."
조선공은 도미닉 경의 말에 대략적인 상황을 알아챈 듯했다.
아무래도 도미닉 경은, 고용된 자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적당한 거로 추천해주는 것이 좋겠군. 그런데 가성비로 따지면 엘리XXI 조선소가 더 나았을 텐데, 하필이면 비싼 우리 조선소에 온 거요?"
"음?"
"이 친구는 적당한 걸 고르려고 온 게 아니야. 최고의 전함을 고르려고 온 거지. 이래 봬도 가차랜드에서 손꼽히는 갑부라고."
스트렐치가 도미닉 경 대신 나서 조선공의 오해를 풀어 주었다.
"부자라."
조선공이 스트렐치의 말에 피식 웃었다.
"내가 우주 전함을 만들겠다고 온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그중에서 정말 최고 수준의 전함을 만든 자는 손에 꼽소."
조선공은 스트렐치의 말을 전혀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면 믿을 수 있겠소?"
도미닉 경이 스트렐치와 조선공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글쎄."
조선공이 잠시 턱을 벅벅 긁으며 견적을 계산했다.
"정말 최고 등급으로 만들고 싶으면, 옵션 다 빼고 최소 750만 가차석은 줘야할 거요. 바로 뽑고 싶으면 여기서 1,200만 가차석이 추가되고."
"별거 아니구려."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 있는 가차석을 꺼냈다.
사실, 도미닉 경은 아직 타이쿤 시티에 농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농장은 계속해서 자라나, 이제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크레딧과 가차석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도미닉 경이 고작 2000만 내외의 가차석을 못 낼리가 없었다.
쿵. 하고 조선공 옆에 그의 키보다 높은 가차석 보따리가 떨어진다.
조선공은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양의 가차석에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아무래도 '진짜 손님'앞에서 무례를 범한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도미닉 경은 이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않는 대인배였다.
오히려 도미닉 경은 기존의 전함에 풀 옵션을 달아주길 원했다.
"풀 옵션으로 하려면 얼마나 걸리오?"
"대략 3,200만 가차석..."
쿵. 하고 가차석이 든 주머니가 또 하나 떨어졌다.
"이 정도면 되었소?"
"충분합니다."
조선공의 말이 공손해졌다.
"다만 정말 바로 받아보실 수는 없습니다. 일단 제작에 착수하려면 약간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렇게 말한 조선공은, 이내 전화기를 들고 자기가 아는 모든 조선공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전화번호부에 있는 수백 명의 동료 조선공을 모두 호출한 조선공은, 이내 도미닉 경에게 허리를 굽히며 손바닥을 마구 비볐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조선공의 태도는 이제 완전히 비굴함 그 자체가 되었다.
생각해 보라.
무려 수천만 단위의 가차석을 할부도 아닌 일시불로, 그것도 전액 현금으로 턱턱 내놓는 사람 앞에서 당당할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
자본주의란 그만큼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
우주 전함 건조 시간을 최대한 줄였음에도 건조에 필요한 시각은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도미닉 경은 그 사이에 우주 전함을 가지고 있으면 좋은 점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다.
구매 후 검색.
어째서인지 반대로 된 상황이었지만, 도미닉 경은 개의치 않고 우주 전함에 대해서 스트렐치에게 물어보았다.
"우주 전함이 있으면 어떻소?"
"흠."
스트렐치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자기가 아는 가장 큰 장점을 말했다.
"와이파이가 잘 터져."
"...?"
"아니, 우주 전함은 일종의 위성 역할도 하니까 말이야. 개인적으로 인공 위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니, 와이파이가 끝내주게 잘 터지지. 개인용 와이파이, 개인용 통신망, 개인용 인공위성."
도미닉 경은 스트렐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생각해 보니 방금 전 옵션 중에 통신 전파 증폭이라는 항목이 있더니, 그게 바로 와이파이를 잘 터지게 하는 옵션인 모양이었다.
사실 통신 전파 증폭은 우주 공간에서 전함끼리 통신을 원활하게 해주는 장치였으나, 아직 전함에 대해서 잘 모르는 도미닉 경은 그저 와이파이가 잘 터지게 하는 장치 정도로 이해하고 말았다.
"그 외에 장점은 없소?"
"음."
도미닉 경은 스트렐치에게 또 다른 장점을 물었다.
그러자 스트렐치는 조금 더 깊이 고민하더니, 이내 다른 장점을 말했다.
"특수 기술칸이 하나 늘어나지."
"특수 기술 칸이?"
"아니지, 장비 칸이라고 해야 하나?"
스트렐치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 어쨌든 특정한 지형에서 특정한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특별한 능력을 쓸 수 있게 되지. 텔레포트라던가, 지원사격이라던가, 행성 파괴라던가 하는 사소한 것들 말이야."
도미닉 경은 스트렐치의 말 중 사소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주 전체로 보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다.
"뭐, 도미닉 경의 전함은 풀 옵션이니 어쩌면 다 할 수도 있겠군."
스트렐치는 그렇게 말했다.
"건조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조선공이 도미닉 경의 우주 전함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보도록 하지."
스트렐치가 도미닉 경에게 말을 걸었다.
도미닉 경도 자리에서 일어선 채, 자기 우주 전함이 있을 곳으로 걸어갔다.
아스트라IV 조선소에서 가장 커다란 도크를 향해.
...
도미닉 경은 제원같은 것을 외우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었으나, 적어도 눈앞에 있는 전함이 엄청난 물건이라는 것은 알았다.
"저게 다 순금입니다. 이 하나를 위해 제국의 1년 예산급 황금이 들어갔죠."
도미닉 경의 전함은 검은색을 베이스로 금색 장식들이 달려 있었는데, 조선공의 말에 따르면 이는 진짜 황금으로 되어 있었다.
살짝 각진 외관은 내부의 수용량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갤리선처럼 되어 있어 우아한 멋이 있었다.
전방에는 어쩔 때 쓰라고 있는지 모를 화려한 황금 충각과 무심한 듯한 눈 문양이 그려진 추가 방패 장갑들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배는 돌진에 특화된 것 같았다.
전방을 향하는 거대한 주포. 그리고 전함의 양옆에 달린 수많은 포대.
이 모든 것이 잘 만들어진 조각품처럼 느껴졌지만, 사실 도미닉 경이 느끼는 가슴 벅찬 감동은 다른 곳에서 느껴졌다.
바로, 이 전함의 규모였다.
이 전함은 조선공의 설명에 따르면 길이만 해도 1.2km였고, 폭은 다른 전함보다 조금 좁은 260m 정도라고 했다.
"백수의 거인이 티탄의 지식으로 소환한 우라노스 호에 비하면 어떻소?"
도미닉 경은 자기가 본 전함 중 가장 커다란 전함과 비교해 보았다.
"흠... 아마 1/10이 조금 안 될 겁니다."
도미닉 경은 새삼스레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라노스의 크기에 놀라고 말았다.
과연 성좌라는 것일까.
"그나저나, 이 함선의 이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선공은 도미닉 경에게 함선의 이름을 물었다.
"이름?"
"네. 전함들은 각자 이름을 가지고 있지요."
도미닉 경은 조선공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생각난 대로 전함에 이름을 붙였다.
"페럴란트의 영광. 페럴란트의 영광이 좋겠소."
[도미닉 경의 기함, [페럴란트의 영광(★★★★★)]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도미닉 경이 페럴란트의 영광에 탑승한 채 우주 전쟁에 참여할 경우, 일시적으로 5성에 준하는 취급을 받습니다!]
그렇게 도미닉 경의 기함, 페럴란트의 영광이 세상에 나왔다.
세상 어디에서나 와이파이 신호를 잘 잡아주는 우주 전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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