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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516화 (483/528)

〈 516화 〉 [외전 15화]사소한 오해 : 동서양 전쟁

* * *

도미노 경은 그 잘생긴 얼굴을 감싸 쥐며 자기 잘못을 되뇌었다.

"그런 개 쩌는 이벤트에 참가하지 않고, 여기에 머물러 있다니!"

"뭐?"

세인트 루이스는 도미노 경의 말에 잘못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무릇, 가차랜드의 사람이라면 개 쩌는 이벤트를 통해 자기 이름을 알려야 하지 않겠소?"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세인트 루이스는 도미노 경의 알 수 없는 자신만만함에 기가 눌려 무심코 도미노 경의 말을 긍정하고 말았다.

"자, 갑시다."

"어디로?"

세인트 루이스는 도미노 경의 행동을 좀처럼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래도 나름 세상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부했던 이 성자는, 도미노 경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디겠소, 당연히 전장이지!"

도미노 경은 갑자기 손가락을 들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빛나는 백색의 털에 금빛 갈기를 가진 아주 멋진 준마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건 대체 뭐야?"

"내 탈 것이오. 알다시피 말은 원동기 면허처럼 만 16세 이상이면 면허를 딸 수 있으니까 말이오!"

도미노 경은 그렇게 말하며 그 아름다운 준마에 탑승했다.

"루이스 경도 같이 가시겠소?"

"아니, 난 기사가 아니... 에휴. 됐다."

세인트 루이스는 한숨을 내쉬며 도미노 경의 뒤에 올라탔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았지만 그는 사소한 것에 딴지를 거는 것보다 그냥 이 엉망진창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놈을 감시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요한 양치기 원정대 쪽으로 향하자. 오해는 풀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

"알겠소. 이랴!"

그렇게 도미노 경은 이 멋진 준마를 타고 전장으로 향했다.

물론 두 사람은 전장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믿었다.

...

전쟁은 참으로 묘하게 진행되었다.

클랜전의 룰을 따르면서도, 스토리 모드 3지역처럼 성좌가 개입한 전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성좌들의 간곡한 개입 요청으로 인한 것이었다.

성좌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대규모 전쟁은 그야말로 컨텐츠의 극의였다.

[성좌 [백수의 거인]이 동방 연합에 [티탄의 지식]을 전파합니다.]

[[티탄의 지식]의 3번 조항으로 인해 모든 인원의 무장의 성급이 1 증가합니다.(5성을 초과할 수 있습니다.)]

[성좌 [촉수의 탐구자]가 [계몽의 길]로 전장을 밝힙니다. 계몽된 인원은 전장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특별한 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좌 [별을 기록하는 자]가 현재 상황을 녹화하기 시작합니다. 녹화의 대가로 동방 연합의 모든 인원의 시야가 1랭크 상승합니다.]

"...대단하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전쟁은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건만, 성좌들은 이미 각자의 판단하에 각자 이 전쟁에 배팅하고 있었다.

성좌들의 개입으로 인해, 이 전쟁은 이미 전쟁의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전장 곳곳에는 보급을 요청할 수 있는 점령 가능한 포인트가 널려 있었고, 성좌들은 이곳에서 나오는 포인트를 받고 필멸자들에게 보급을 지원해 줄 수 있었다.

또한 미리 곳곳에 힘을 빌려준 성좌들로 인해 전장은 이미 온갖 요새와 해자와 탑들로 가득한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이것은 두 세력이 모든 힘을 끌어올려 부딪치는, 망치와 망치의 싸움과도 같았다.

"이제 곧 시작하겠군."

도미닉 경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라고둥과 뿔피리 소리를 들으며 장갑을 매만졌다.

그리고 검과 방패를 들어 올린 채 저벅저벅 걸어 전장의 최전선으로 향했다.

탈 것은 필요 없었다.

도미닉 경의 스탯은 이미 반신과도 같아, 굳이 탈 것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미닉 경이 자만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도미닉 경은 그 만의 작전을 짰을 뿐이었다.

도미닉 경은 최전방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상태였는데, 도미닉 경은 그들을 격려할 한마디를 뱉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도미닉 경은 현재 용병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지휘체계에 혼란이 올까 염려한 것이다.

도미닉 경은 동방 연합의 소속이 아니라 탱커 노조의 소속이었고, 동방 연합을 도와주기 위해선 용병으로 참전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물론 도미닉 경에게 있어선 용병 참여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도미닉 경은 스스로가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휘를 하는 대신, 단독 행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아 적진에서 마구 날뛸 수 있게끔 배려받았다.

덕분에 도미닉 경은 자유롭게 전장을 돌아다니며 싸울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도미닉 경은 다시금 전방을 주시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의 사람들은 살짝 진정이 된 상태였다.

그들은 도미닉 경이 자신들과 같이 전방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떨리던 마음이 진정된 것이었다.

도미닉 경이 아군으로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제군들은 들으라!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된다! 방패를 들어 올려라! 창을 들어라! 우리는 적의 군세를 막아 낸 뒤, 흐트러진 적의 틈새를 공략할 것이다!"

동방 연합의 주걸량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인원이 가장 많은 주씨 가문의 대표다 보니 공훈을 위해 가장 전방에 나온 모양이었다.

물론 이는 동방 연합에 있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원거리 딜러들이 많은 이 씨 가문이나, 소수 정예에 가까운 운류 가문이 전방을 맡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도미닉 경은 다시 한 반 방패의 끈을 조였다.

그리고 허리를 곧게 편 채 상대 진영을 바라보았다.

마치 상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이다.

도미닉 경이 그렇게 행동하자, 전방에 있던 인원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도미닉 경은 그 행동 하나하나가 아군을 선동하는 수준이 될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으니까.

도미닉 경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이번 행동은 노림수가 다분했다.

도미닉 경이 그렇게 당당하게 서 있는 동안,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선봉이 오와 열을 맞춰 걸어오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은 마침내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재밌겠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살짝 굽혔다.

방패를 들어 올리고, 검으로 방패를 탕탕 두드리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도미닉 경을 따라 방패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각 측의 지휘관으로 뽑힌 이들이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으나, 전방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방에 들리는 소리는 방패를 두드리는 소리와 오와 열을 맞춘 발소리.

그리고 각자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

"쏴라!"

이 씨 가문의 대표, 이원은 이 씨 가문 소속 클랜원에게 소리 질렀다.

그러자 화차에 실려 있던 수십 발의 신기전이 발포되며 적진으로 날아갔다.

화차의 수만 적어도 수십 대였으니, 적어도 수백 발이 날아간 셈이었다.

수백 발이라고 하니 그다지 감이 오지 않았으나, 이는 단 한 순간, 찰나의 순간에 뿜어져 나온 화력이었다.

무엇보다도, 아직 이 씨 가문의 진가는 이제부터였다.

"관중이요!"

천자총통을 맡은 사수 하나가 휘파람을 불며 낄낄거렸다.

방금 전, 그가 쏜 대장군전이 적진 전열에 있던 방패병의 방패를 박살 내고 그 주인을 곤죽으로 만든 것을 관측했기 때문이었다.

"좋아. 이제 다음 발을­ 악!"

이 씨 가문의 화력은 대단해, 상대방의 전열을 거의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력의 우세가 일방적인 것은 아니었다.

낄낄거리던 사수는 돌에 깔려 죽고 말았다.

그 돌은 크기가 집채만하고 무게로 따지면 몇 톤은 되어 보였는데, 얼마나 강하게 날아왔는지 사수와 화포를 부수고도 수십 미터를 데굴데굴 굴러갈 정도였다.

"트레뷰셋이다! 적군이 트레뷰셋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누군가가 적의 후열을 관측한 뒤 소리 질렀다.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말대로 그곳에는 수십 대의 트레뷰셋이 있었는데, 각자의 트레뷰셋 앞에는 집채만 한 돌이 수십 개씩 쌓여 있었다.

이는 트레뷰셋의 탄환이기도 했지만, 혹시 모를 상대 화포의 공격을 방어하는 최소한의 방벽이기도 했다.

"돌 날아온다!"

"적의 공성 무기부터 박살 내!"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공성 무기 싸움은 반반을 가져가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대방의 트레뷰셋은 동방 연합의 후열을 유린하고 있었으나, 역시나 동방 연합도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후열을 박살 내고 있었다.

전열보다 더 치열한 소모전으로 흘러가는 사격전의 양상.

그리고 그 양상은, 점점 이 씨 가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저, 저게 뭐야?"

"사석포다! 저놈들이 사석포를 꺼내 들었다!"

요한 양치기 원정대가 비밀 무기를 꺼내 들기 전까지는.

아름다운 조각들로 장식된 청동으로 된 몸체.

사람 넷 정도는 넉넉히 삼킬 수 있는 구경.

열여섯 마리의 말과 서른 여덟 명의 인원이 끌어야 겨우 움직일 수 있는 거구.

그 무시무시한 포구가 동방 연합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비밀 무기이자 요한 양치기 원정대 클랜 소속 최고의 공성 무기, '황제의 주먹'이었다.

"마, 맙소사."

이 씨 가문 소속의 포수 하나가 그 어마어마한 청동 덩어리를 보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도대체 저 괴물 같은 대포는 무엇이지? 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대포는 포수의 의문에 대답해 줄 생각이 없다는 듯, 그 고개를 천천히, 오만하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쾅!

엄청난 매연과 함께, 안에 미리 실려 있었던 포환을 쏘아내었다.

포수는 하늘이 그의 안색만큼이나 하늘이 어둡다고 느꼈다.

포수는 왜 하늘이 어두워졌는지 아주 잘 알았다.

"하, 하하..."

두려울 정도로 거대한 쇠구슬이, 포수의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피­"

포수는 마지막 순간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그의 소리는 포탄에 감겨 사라지고 말았다.

쇠구슬은 트레뷰셋들이 쏘아낸 돌처럼 수십 미터를 더 굴러갔다.

그러나 그 위력은 트레뷰셋이 쏘아낸 돌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황제의 주먹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참호를 판 것처럼 흉한 구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피와 금속으로 된 납작한 덩어리들을 곳곳에 남긴, 끔찍한 구덩이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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