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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515화 (482/528)

〈 515화 〉 [외전 14화]사소한 오해 : 동서양 전쟁

* * *

가차랜드 외곽에 위치한 황무지.

"벌써 전쟁 준비가 한창이로군."

도미닉 경은 비행선을 타고 전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하늘에는 도미닉 경을 비롯해 수많은 비행선들이 떠 있었는데, 동방 연합에서는 연, 풍등, 날개를 단 닌자 등이 상대의 정보를 확인하려고 날아다녔고, 요한 양치기 원정대에서는 그리핀과 드레이크, 그리고 드래곤과 페가수스가 날아다녔다.

정보전은 치열해서 아직 전쟁이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었으나, 가차랜드의 특성상 죽음은 그다지 큰 페널티가 아니었기에 비행 물체들은 다시금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러한 싸움에서 도미닉 경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도미닉 경이 가진 특수 기술 [기수]로 인해 정찰용 비행 물체들의 내구도가 조금씩 더 높았던 것이다.

아직 전투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정보전에서만큼은 동방 연합의 우세라고 볼 수 있었다.

도미닉 경은 제일 먼저 상대방의 천박 수를 확인했다.

이는 천막의 수로 상대방의 수를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충 가늠하더라도 2000 개는 될 법한 천막의 수.

한 개의 천막이 대략 1명에서 10명 사이의 수가 배정된다고 가정했을 때, 상대는 적어도 1만을 훌쩍 넘기는 대 인원이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지."

도미닉 경은 고개를 들어 저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지상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하늘에서 보는 지평선은 조금 더 시야 범위가 넓어, 도미닉 경은 저 멀리 다가오는 증원군들을 볼 수 있었다.

"...상대의 규모는 적어도 1만에서 2만 정도는 될 법 하겠어."

도미닉 경은 상대방의 모습을 조금 더 관찰한 뒤 천천히 비행선을 몰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정찰도 중요했지만, 도미닉 경은 지상에서 상대방의 공세를 막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다녀왔소."

도미닉 경이 비행선에서 내리며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히메에게 말했다.

"상대는 대략 1만에서 2만 사이로 보였소. 천막은 1만 정도인데, 지평선에서 1만 정도가 더 오고 있었으니."

"그렇군요."

"우리는 어떻소?"

"비슷해요. 알다시피 저희는 모두 제각각 개성이 뚜렷하기에."

히메는 슬쩍 곁눈질로 동방 연합의 중심에 있는 세 사람을 보았다.

운류 무사시와 이원, 주걸량은 제각기 개성이 넘치는 갑옷을 입은 채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류 무사시의 경우 붉은 말을 타고 전장을 바라보았는데, 허리춤에 찬 오오타치의 손잡이에 손을 얹고 당장이라고 뽑아 들 것처럼 몸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그에 반해 이원은 이 씨 가문 소속의 장병들에게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는데, 그들은 화약통과 화포들을 분주하게 나르고 있었다.

가장 느긋한 것은 주걸량이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주씨 가문은 기본적으로 그 숫자가 제일 많았다.

그렇기에 굳이 대비하지 않아도 충분한 화력을 뽐낼 수 있는 위치였다.

"저희 인원을 모두 합치면 대략 2만 정도가 될 거예요. 주씨 가문에서 추가 인원이 모집된다면 5만...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 거구요."

"...대단하구려."

도미닉 경은 아무리 클랜전이라고는 하지만 만 단위로 오가는 인원수에 적응되지 않았다.

도미닉 경이 속한 탱커 노동 조합은 그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클랜원이 만 명이 채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라면, 동방 연합이 충분히 이길 수 있을지도."

도미닉 경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도미닉 경의 특수 기술 [기수]로 인해 아군 전체에 버프가 들어간다면 머릿수와 더불어 진정한 인해전술을 보여 줄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장담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히메는 냉정하게 현 상황에 대한 조언을 도미닉 경에게 날렸다.

"5성 이상의 인원수는 비슷비슷하니까요. 특히나..."

히메는 힐끗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막사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저들에게는, 그 유명한 세 명의 율리우스가 있으니까요."

"세 명의 율리우스?"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반문했다.

"지휘관 율리우스와 광전사 율리우스, 그리고 대마도사 율리우스죠."

히메는 도미닉 경의 의문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설명을 시작했다.

"지휘관 율리우스는 요한 양치기 원정대에서 최근 5성을 달성한 상승 불패의 장군이에요. 일각에서는 차기 클랜장으로 낙점되어 키워지고 있다고도 하더군요."

"대마도사 율리우스는 저번에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소. 그렇다면 광전사 율리우스는 누구요?"

도미닉 경은 예전 5성 모임 때 5성들의 초상화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괴학파의 대마도사 율리우스에 대한 초상화도 본 적이 있었다.

"글쎄요... 광전사 율리우스는 최근 그 이름값을 알리기 시작한 용병이에요. 투구를 쓰고 활동하기에 그에 대한 정보는 모두 알 수 없지만, 검과 방패를 쓰며 전장을 누비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죠."

"그도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사람이오?"

"아뇨. 그는 전장을 돌아다니며 싸우는 것을 즐길 뿐, 딱히 어딘가에 소속된 것 같지는 않아요."

"음..."

도미닉 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광전사 율리우스와 대마법사 율리우스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구려."

"지휘관 율리우스는요? 그도 5성이에요."

"확실히 양측이 합쳐 5만에 가까운 인원이 싸우는 만큼 지휘관의 존재는 필요할지도 모르겠소만..."

도미닉 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알다시피 이는 전술과 전략의 영역이니, 내가 싸울 상대는 아니오. 그러니 직접 싸울 법한 두 사람이 더 중요하오."

"그렇겠네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은 두 명의 율리우스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다시 한번 되뇌이며 요한 양치기 원정대가 있는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이제 천막 뿐만이 아닌 목책과 석벽이 올라가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본진을 지키기 위한 책략인 모양이었다.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정찰하고 오겠소."

"방금 전에 정찰을 다녀 오셨으니, 잠시 쉬세요. 게다가 조금 있으면 선봉으로 서기로 약속하지 않으셨나요?"

"그렇소."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만류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곧 전쟁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니, 지금은 체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

"그럼, 잠시 쉬러 가겠소."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동방 연합에서 준비한 자기 천막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참, 도미노 경에게서는 아직도 연락이 없소?"

"네. 그래도 문자는 남겨놨으니 괜찮을 거예요."

"으음... 이쯤 되니 나도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잠시 가차랜드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아마도 도미노 경이 있을 곳에.

...

"여기야."

성자 세인트 루이스는 골목길을 지나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클랜 본부로 들어가는 비밀 문을 가리켰다.

"여기가 바로 요한 양치기 원정대 본부요?"

"그래."

도미노 경은 세인트 루이스의 말에 잠시 벽을 마구 만져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관찰해도 그곳은 평범한 벽으로 보일 뿐, 비밀 문이 있으리라곤 전혀 알 수 없었다.

도미노 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정말 여기에 비밀 문이 있는지 의아해했다.

그런 도미노 경의 마음을 알았는지, 세인트 루이스는 낄낄 웃으며 벽을 두어 번 두드렸다.

그러자 벽 너머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도미노 경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너무 놀라 멍한 상태가 되었다.

도미노 경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곳에 있던 비밀 문이 활짝 열린 채 도미노 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 해? 들어와."

세인트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도미노 경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아, 알았소."

도미노 경은 이 광경을 보고 신비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꼭 이런 멋진 비밀 기지를 만들자고 부탁해볼 생각으로 가득했다.

혹시 용돈을 모아둔 것으로는 부족할까? 고작 120억 크레딧 밖에 없는데.

도미노 경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세인트 루이스는 도미노 경을 인도해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중심지에 도착했다.

"어이."

"성자님? 납치당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성자 세인트 루이스가 돌아오자, 아직 본부에 남아 있던 소수의 인원이 그를 알아보았다.

"납치? 아아. 뭐, 비슷하긴 했어. 그나저나 왜 이렇게 한산해? 원래 이렇게 한산하지 않잖아."

"그게..."

본부에 남아 있던 인원은 세인트 루이스에게 그동안의 일을 설명했다.

"성자님께서 납치되고 난 이후, 수뇌부에서는 이 모든 게 동방 연합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클랜전을 선포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전쟁 준비하느라 거기 가 있지요."

"뭐? 잠깐, 전쟁이라고?"

"네."

"규모는?"

"아마 수만 명끼리 격돌할 겁니다. 가차랜드 역사상 손꼽히는 전투가 되겠지요."

"맙소사..."

성자는 근처에 있던 의자를 끌고 와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이 없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말인가?

"..."

그리고 이런 생각하는 건 도미노 경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도미노 경이 얼굴을 부여잡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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