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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514화 (481/528)

〈 514화 〉 [외전 13화]사소한 오해 : 동서양 전쟁

* * *

선전포고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도미닉 경과 히메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전쟁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어요, 여보."

히메가 도미닉 경에게 신화 급 스킨을 건네주었다.

백금과 금으로 된 그 갑옷은 마치 반신의 물건처럼 보였다.

이 스킨은 과거 도미닉 경이 가차랜드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 낸 스킨이었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당시 지원금으로 행정부 예산의 절반이 날아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싼 스킨이었다.

도미닉 경이 마지막으로 안대까지 착용하고 나자, 도미닉 경의 눈에서 안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정말로 반신과도 같아, 도미닉 경의 위엄이 한층 더 잘 살아났다.

"어떻소?"

도미닉 경이 히메에게 모습을 보여 주며 말했다.

"백금 월계관이 조금 삐뚤어졌어요."

히메는 그렇게 말하며 도미닉 경의 머리 위에 있는 월계관을 매만졌다.

약간 기울어 있던 월계관은 이내 제자리를 되찾았다.

"가실 때는 뭘 타고 가실 생각이신가요?"

"음."

도미닉 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이렇게 말했다.

"거미 전차를 타고 갑시다. 페럴란트의 영광 호를 끌고, 거미 전차를 탄 채 전장에 돌입하면 되겠지."

"과하지 않을까요?"

"전쟁에 과하다는 건 없소."

도미닉 경이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저쪽에서도 내가 참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 그만큼 대비하겠지. 우리는 대비한 것보다 더 준비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소."

"그건... 그렇겠네요. 미안 해요. 당신의 힘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보니, 조금 자만한 것 같아요."

히메는 도미닉 경에게 사과하며 기모노의 띠를 바짝 매었다.

예전 같았으면 기모노가 아니라 쿠노이치의 복장을 입고 있었겠지만, 어째서인지 히메는 기모노를 고수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미노 경을 낳은 이후 늘어난 살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며 부끄러워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그런 히메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그나저나, 도미노 경은 어디 갔을까요?"

히메가 다시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곧 전쟁이 시작될 텐데, 말려들지나 않으련지..."

"걱정할 것 뭐 있겠소?"

도미닉 경은 도미노 경을 믿는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미노 경은 분명 별일 없을 거요. 우리가 얼마나 그 아이를 잘 가르쳤는데."

도미닉 경의 말에 히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요."

히메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제, 전쟁이 머지않았다.

...

"이게 뭐지?"

그 시각, 도미노 경은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지하철 타는 법, 몰라?"

"아니, 알긴 하오만..."

도미노 경은 지하철 개찰구에서 혼란에 빠진 얼굴로 서 있었다.

"내가 아는 지하철은, 이거랑 조금 다르오만?"

"...지하철은 지하철이지, 조금 다른 건 뭐야."

"내가 아는 지하철은 개인용이지, 이렇게 운송용이 아니었단 말이오."

"...개인용?"

성자 세인트 루이스는 도미노 경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지하철이 개인의 것이라니, 그럴 수가 있던가?

세인트 루이스는 잠시 그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내 도미노 경이 개인용이라고 착각할 만큼 지하철이 한산한 곳에서 온 사람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지역이 다를테니, 지하철도 타는 법이 다른 거겠지.

나름 괜찮은 오답을 떠올린 세인트 루이스였다.

물론, 오답이긴 했지만.

"그나저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 가는 것이오?"

"그거야... 요한 양치기 원정대 클랜 본부지."

"?"

왜 그걸 직접 가는 거지?

전화기는 뒀다가 뭐 하려고?

도미노 경의 표정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세인트 루이스는 도미노 경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아까 했던 일 때문이잖아. 이 멍청아."

세인트 루이스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보자 보자하니, 성자님께 굉장히 무례하군."

성자 세인트 루이스 옆에서 보좌하던 추기경이 도미노 경을 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를 방해하려고 작정한 것 같은데, 어디 녀석이지? 강경파에서 보냈나? 아니면 동방 연합의 자작극? 이도 저도 아니면 타 클랜의 간자?"

"...? 난 도미노 경이오."

"오호라. 말을 해주지 않겠다?"

세이트 루이스가 이 상황에 충격을 받고 멍하게 서 있는 동안, 추기경은 나름의 연륜으로 도미노 경을 추궁했다.

그러나 아무 생각도 없이 달려들었던 도미노 경에게 뒷배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도미노 경은 진심으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뿐이었지만, 추기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순간에도 정체를 숨기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 순간, 추기경은 도미노 경이 동방 연합의 닌자일 것이라고 단정하고 말았다.

이 정도로 자신을 숨기는 데 익숙한 자들은, 동방 연합의 닌자들 뿐이었으니까.

"너... 동방 연합의 닌자로군!"

추기경은 마침내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도미노 경을 몰아붙였다.

"닌자... 뭐요?"

도미노 경은 여전히 추기경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은 핍박받는 그들을 도와주려고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추궁을 당해야 하는가?

"난 도미노 경이오. 그리고 당신들을 도왔지. 감사의 인사를 받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추궁이나 하다니, 이게 은인에게 할 짓이오?"

도미노 경은 버럭 화를 내었다.

도미노 경이 도미닉 경처럼 경험이 깊은 기사였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무난하게 넘어갔겠지만, 아쉽게도 도미노 경은 그다지 경험이 많지 않은, 자신의 발언에 따르면 강호 초출의 인사였다.

그러니 이런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이 어색한 것이 당연했다.

물론, 이런 어색한 대처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하는 법이었다.

"뭐, 뭐라? 하. 이거,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추기경은 양손에 신성력을 가득 흘려 넣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전능하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시여! 지금 여기에 당신의 팔을 강림하사, 저 불온한 이단을 처형하소서!"

추기경이 주문을 외우자, 하늘이 소용돌이 치며 구름들 사이로 구멍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구멍은 굉장히 거대해 적당한 크기의 우주 전함이 지나갈 수 있을 법한 크기였다.

도미노 경은 그 심상치 않은 상황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기계 장치로 된 팔이 나타나더니, 도미노 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저 팔이 목표로 지정한 것은 도미노 경인 모양이었다.

도미노 경은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기계 팔에 놀라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예상 밖이로군."

도미노 경은 그것에 담긴 힘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도미노 경이 견딜 수 없는 정도라는 것도 알아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걸 써야만 하나?"

도미노 경은 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이는 그의 아버지 도미닉 경의 훈련 덕분이었다.

기사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면서 행했던 수행이 나름의 빛을 본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아 아까처럼 버럭 화를 내거나 하는 일은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수행이 빛을 발했다.

"아버지, 죄송해요. 이것만큼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한 도미노 경은 주머니에서 버튼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러자 버튼에서 파지직거리는 파장이 나타나더니, 엄청난 기운과 함께 퍼져나갔다.

...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신의 팔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추기경도 죽어 버린 데다가, 모든 전자기기들이 먹통이 되어 버렸으니까."

성자 세인트 루이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와 도미노 경이 가진 모든 전자기기들은 먹통이 된 상태였다.

휴대폰부터 시작해 심지어 카드마저 먹통이 되어 버린 상황.

"내가 잔돈을 좀 들고 다녀서 망정이지."

세인트 루이스가 버튼을 누르자, 표 발행기에서 두 장의 표가 덜컹 떨어졌다.

"자, 여기. 이 표를 저기 개찰구에 넣으면 지하철을 탈 수 있어."

"...기술의 발전이란."

0도미노 경은 처음 보는 신기술에 놀라 눈을 반짝였다.

이에 세인트 루이스는 도미노 경이 시골에서 온 사람이라는 믿음을 완전히 굳혔다.

가차랜드 시내에 살던 사람이라면 이런 당연한 것들을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두 사람은 표를 써서 개찰구를 통과했다.

도미노 경은 이런 것이 정말 신기한 듯, 계속해서 개찰구를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멍하게 있는 것도 좋지만, 일단 빨리 가자고."

세인트 루이스가 도미노 경에게 말했다.

"빨리 오해를 풀어야, 괜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음."

도미노 경이 세인트 루이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클랜 본부는 여기 쯤이니까, 이 노선으로 가면... 17정거장이네. 한 40분 정도 걸리겠는데..."

그렇게 두 사람은 오해를 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본부로 향했다.

그러나 둘은 이미 늦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죽어 버린 추기경은 부활 장소로 요한 양치기 원정대 클랜 본부를 지정한 상태였고, 죽자마자 부활한 그가 클랜의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며, 이미 그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선전포고까지 일어났다는 것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은 여러분들께 좋은 물건을 보여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 저거 꽤 유용해 보이오."

"잡상인이야. 신경 꺼."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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