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3화 〉 [외전 2화]엔딩 크레딧
* * *
성좌 아임 낫 리틀.
지금도 가차튜브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가차튜버로, 대개 잡담과 종합 게임 방송을 주로 하는 성좌였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열렬한 도미닉 경의 팬이기도 했다.
"아니, 그러니까 전 괜찮다니까요?"
도미닉 경이 결혼하는데 괜찮을 리가 없잖아.ㄹㅇㅋㅋ그 누구보다 도미닉 경을 좋아하면서, 아닌 척하기는.사생ㅍ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전 도미닉 경의 성능을 좋아하는 거지, 도미닉 경이 결혼하는 건 상관이 없어요. 아니, 오히려 결혼해서 좋아. 언제 도미닉 경에게 고백하냐고 묻는 사람들은 사라질 거 아냐."
결혼해서 좋다 = 유부남이 좋다?아임 낫 리틀 NTR 충이었어?으, 극혐.
"아니, 그 뜻이 아니잖아요! 와 이걸 이렇게 조작해 버리네."
아임 낫 리틀은 속이 타는 듯 주먹으로 쿵쿵 가슴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런 모습 하나하나는 아임 낫 리틀의 시청자들에게 놀림거리가 되었다.
어어, 갈비뼈 부서진다.빨래판 두드리는 소리가 청아하네요^^
"야!"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내지른 아임 낫 리틀.
이크, ㄹㅇㅋㅋ만 치라고 아 ㄹㅇㅋㅋ무빙무무빙ㄹㅇㅋㅋ
시청자들은 최대한 자신들에게 화가 미치지 않게끔, 있는 힘껏 채팅창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채팅창을 빠르게 밀어 올려 밴을 당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아임 낫 리틀이 어디 하루 이틀 방송한 성좌던가?
결국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 세 사람을 찾아본보기로 10분 임시 차단을 먹였다.
"어라? 이분은 3회 임시차단이네. 밴할게요."
그 와중에 악질 중의 악질 시청자가 밴을 당한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는 바로 이 밴을 당한 시청자에 대한 것이다.
...
언제나 유쾌함이 가득한 가차랜드.
그러나 그 이면에는, 유쾌함에 가려진 잔혹함도 제법 있는 법이었다.
예를 들면 생명 경시 사상이라던가, 죄인을 레이드 보스로 만들어 영원히 사냥당하게끔 만든다거나.
그렇다고 해서 그 잔혹함에 노출된 사람들이 유쾌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트롬은 그랬다.
"안 돼! 왜 밴이야? 내가 무슨 짓했다고!"
레이드 보스 트롬은 가차랜드 대혼란 때 의문의 남자의 손에 풀려나 가차랜드에 해악을 끼쳤으나, 이후 시스템이 복구되면서 다시 레이드 보스가 되어 버렸다.
다만 죄질이 나빴기에, 스탯이 조금 더 깎여 버린 것은 덤이었다.
겉으로는 '레이드 보스 트롬이 너무 과도하게 강해 뉴비들이 폐사한다. 그래서 트롬을 너프시키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시했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아니, 정말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지? 고작 중계, 도배, 타 가차튜버 언급, 과도한 욕설, 성희롱, 그리고 패드립 정도밖에 안 했는데."
트롬은 고개를 저으며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모습.
"당장 밴을 풀어! 풀라고!"
트롬이 밴을 풀어달라며 욕설과 패드립이 섞인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오히려 욕만 먹었을 뿐이었다.
트롬은 분한 듯 땅을 쿵쿵 내리쳤다.
"내 잠깐의 낙이... 아니야, 다른 방송을 보면 돼."
트롬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스스로와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트롬과 잘 맞는 가차튜버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트롬의 성향은 굉장히 괴팍하고 까탈스러웠기에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비추를 누르고 더 이상 보지 않는 것이다.
"...정말 내가 밴 당할 짓을 한 건가?"
트롬은 굉장히 우울해졌다.
"그래. 내가 잘못한 것 같으니, 새로운 계정을 파서 다시 구독하자. 이번엔 밴 당할 일하지 말아야지."
트롬은 마침내 모든 것을 수용하며 다시금 아이디를 팠다.
지금까지 행했던 모든 악행을 뉘우친 것처럼 보였으나...
트롬은 이틀 뒤, 또다시 중계와 패드립, 훈수, 타 가차튜버 언급으로 또 한 번 밴 당했다.
...뉘우칠 줄 알았으면, 죄수가 되지도 않았겠지.
...
레이드 보스라고 하니, 여기 또 다른 레이드 보스가 있다.
바로, 도미닉 경이 가장 처음 만났던 레이드 보스, 고블린 왕 콩가였다.
"어이구, 잘 먹는다."
고블린 왕 콩가는 편의점에서 산 티라노사우르스용 펫 푸드를 템포스터에게 먹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템포스터는 콩가의 손놀림이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그 손길을 만끽하고 있었다.
고블린 왕 콩가는 한참 동안 템포스터를 쓰다듬다가, 이내 소파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소파의 감촉이 느껴지며, 콩가는 소파에 완전히 파묻혔다.
"그래서, 이제 어쩐다..."
콩가는 오늘 쉬는 날이었다.
죄수에서 레이드 보스가 된 자들과는 달리, 콩가는 처음부터 레이드 보스였기에 주 5일제와 4대 보험 가입 등의 권리가 있었다.
물론, 휴가를 반납하고 추가 근무를 할 수도 있었고, 이럴 때에는 시스템의 인가 아래 1.5배의 일당을 받을 수 있었다.
원한다면, 시스템이 추천하는 복지를 통해 타 도시를 여행하거나 펜션, 호텔 등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다.
죄수들과는 다르게, 진짜 레이드 보스들은 그런 혜택들을 받을 자격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콩가는 전혀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에 그가, 팀장 급으로 진급했기 때문이었다.
팀장으로 진급했는데 어째서 쉬지 못하는 것인가?
일이 너무 바빠 문제가 생기는 것인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니었다.
팀장이라고 해봤자 자기 레이드 던전에 보상 몇 개를 추가하거나, 뺄 수 있는 정도의 권한 뿐이었으니까.
말만 팀장이지, 권한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콩가는 이렇게 제대로 휴식도 못한 채 한숨만을 내쉬고 있는가?
그건 바로...
"임파서블 난이도라니. 내가 어떻게 임파서블 난이도를..."
그렇다.
팀장 급이 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의무.
그것은 바로, 임파서블 난이도의 추가였다.
레이드 모드에서, 사람들은 레이드 보스의 난이도를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난이도의 개수는 레이드 보스의 직책과 비례했다.
일을 열심히 해 직급이 오르면 오를수록 더 어려운 난이도가 신설되는 식이었다.
그리고 더 어려운 난이도는 그 난이도만큼, 레이드 보스에게 추가적인 보상이 들어갔다.
직급이 올랐으니 받는 월급도 오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좋은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콩가가 고민하는 것은, 임파서블 난이도의 특성 때문이었다.
"헬 모드에서 패턴 추가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이번엔 또 어떤 패턴을..."
그렇다.
난이도가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추가적인 패턴이 들어가기도 하는 법.
콩가는 바로, 그 새로운 패턴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었다.
"포크 락은 저번에 썼고... KPOP이나 컨트리 쪽으로 가야 하나..."
콩가는 한참 동안 고뇌에 빠져 있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갔다.
카페에 가서 커피라도 마시며 생각을 정리해볼 생각이었다.
며칠 뒤, 콩가는 놀랍게도 임파서블 난이도의 패턴으로 발라드를 집어넣는 초 강수를 두었고, 뜻밖에 EDM이나 메탈과는 다른 잔잔한 분위기로 도전자들의 패턴을 한 번 꼬아내는 것으로 악명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일개 고블린 왕에 불과했던 콩가는 이제 가차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레이드 보스 중 하나로 등극했다.
나름 성공적이라고 해야... 하나?
...
"아, 망겜. 컨텐츠가 부족하네."
언제는 아니었겠느냐마는, 가차랜드 외곽은 언제나 할 일이 없었다.
황무지의 총독은 오늘도 츄리닝 차림으로 드러누워 배를 벅벅 긁으며 원정을 보낸 안드로이드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총독! 돌아왔다냥!"
"오, 어서 와. 이제 다시 한번 갔다 와."
"알았다냥!"
어정쩡하게 생긴 고양이 귀 미소녀가 총을 들고 총독부에 발을 들이밀자, 총독은 가차 없이 그 미소녀를 다시 원정으로 보내버렸다.
다소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저 캐릭터는 이제는 사라진 짐꾼 하인즈의 위상을 대체하는 녀석으로, 1성인 주제에 무려 10억 장의 캐릭터 카드를 발주하는바람에 뭘 뽑아도 저 캐릭터만 나오는 대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얼마 전 도미닉 경의 캐릭터 카드 복각에서 도미닉 경 카드를 뽑으려고 했던 개척자들은 졸지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1성짜리 고양이 귀 미소녀 카드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애증도 깊어질 수밖에.
"망겜."
총독은 한숨을 내쉬며 처분하지도 못 하는 나머지 수만 장의 고양이 귀 미소녀 카드를 바라보았다.
성능이라도 좋으면 이 악물고 활용법을 찾기라도 하지.
성능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처참해, 리메이크 전의 박춘배와 말레이가 재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않은가.
다시금 원정대를 보내놓은 뒤, 총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가차 위키에 들어가 네코네코 코네코를 검색해 들어간 다음, 편집 버튼을 눌렀다.
얼마나 이 정보에 대한 훼손이 심했는지 가입 후 한 달이 지나야 수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알다시피 이 총독은 이미 컨텐츠가 모두 소진되어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상황.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위키에 가입해 다양한 정보들을 올리고 있었다.
총독은 그렇게 네코네코 코네코 항목의 몇몇 부분을 조금 더 다듬거나, 완전히 새로운 정보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가끔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 정보 왜곡을 시도했으나, 그럴 때마다 총독은 계속해서 정보를 원상태로 돌리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했다.
알다시피, 컨텐츠가 없는 총독은 남아나는 것이 시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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