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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94화 (461/528)

〈 494화 〉 [493화]끝을 향하여

* * *

"여기로군! 고맙소!"

도미닉 경은 이내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셧다운 된 상태였기에 포탈을 쓸 수는 없었지만, 어느 친절한 택시 기사가 도미닉 경의 일행을 성의 입구까지 데려다 줬기 때문이었다.

시내에서는 전투가 한창이었지만, 가차랜드 외곽에선 아직 전투의 여파가 미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금은 나중에 도미닉 경 앞으로 청구해주시오! 지금 계산하기엔 시간이 급해서!"

"괜찮습니다! 도미닉 경을 이렇게 가까이 본 것만으로도 영광인걸요!"

택시 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고는, 바로 차를 타고 사라졌다.

도미니 경은 도움을 주고 사라진 의인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곧 히메토츠키사이코 성의 성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나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라고 하오!"

"용건은?"

"내 손녀를 구하러 왔소!"

"손녀라고?"

성문 위에 있던 하급 닌자 하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긴 출정 전까지 그 누구도 출입한 적이 없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손녀가 이 성 지하로 납치되었소! 봉인을 풀 제물로!"

"봉인이라고? 이 성 지하에? 믿을 수 없군!"

하급 닌자들은 도미닉 경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의 지하에 봉인이 있다는 것은 대외비였다.

보안을 위해서라도,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이상 알지 못 하는 정보였다.

오늘을 기점으로 위키에 박제될 예정이긴 했으나, 그 말은 적어도 오늘까지는 사람들이 봉인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도미닉 경은 어떻게든 성문 위의 하급 닌자들을 설득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내 그 모든 계획을 폐기하고 단 두 가지 행동을 취했다.

첫 번째로, 도미닉 경은 성의 지하로 통하는 열쇠를 손에 쥐고 높이 들어 올렸다.

"...! 저것은!"

성문 위에 있던 하급 닌자들이 도미닉 경의 손에 쥐어진 열쇠를 보며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당주의 인장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으니까.

구름 위를 노니는 용이 세세하게 새겨진 화려한 문양.

운류 가문에서 감히 저 문양을 쓸 수 있는 자는 단 하나, 운류 무사시 밖에 없었다.

운류 가문 앞에서 감히 사칭을 할 간 큰 자는 없을 테니, 저 건 진품이라는 소리.

그 말인 즉, 도미닉 경은 운류 무사시에게서 출입을 허락받은 상태라는 뜻이었다.

도미닉 경은 여전히 하급 닌자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경험이 적어, 이런 상황에 대해서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미닉 경은 그들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그리고 자기 목적인 도미니아 경의 구출을 위해 성이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운류 가문의 당주, 운류 무사시의 허락을 받았소! 그러니 지나가게 해주시오!"

"하, 하지만...!"

"지나가게 해드려라."

"...!"

하급 닌자들은 도미닉 경의 일갈에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때, 마침 이 상황을 바로 해결해 줄 이가 나타났다.

바로, 이 성문을 지키던 수문장이었다.

나이가 제법 든 듯 하얗고 긴 수염을 손으로 쓸어내린 무사.

그는 한 손에 창을 들고 있었는데, 그 창날 옆에 작은 갈고리가 달린 것으로 보아 겸창이었다.

"보내드려라."

수문장이 다시금 부하 닌자들을 향해 말했다.

"하, 하지만... 절대로 문을 열지 말라고..."

"갈!"

나이가 제법 있는 무사는 창의 반대편으로 땅을 쿵 찍어내리며 닌자들을 꾸짖었다.

"멍청한 것들! 도미닉 경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단 말이냐! 장차 이 운류 가문의 사위가 될 사람이다!"

"!"

"가주님께서 그만큼 중요하게 눈여겨보시는 분이란 말이다!"

수문장은 운류 무사시의 친우이자, 충성스러운 가신이었다.

그렇기에 운류 무사시와 가끔 술을 한 잔씩 하며 도미닉 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주님께서 출정하시기 전, 내게 말씀하셨다. 혹시라도 도미닉 경이 찾아온다면, 귀빈으로 대우하라고."

물론 이는 약간의 과장이 섞인 말이었다.

운류 무사시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건 이미 몇 달도 전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수문장은 이러한 사족은 덧붙이지 않았다.

"책임은 내가 진다. 그러니 빨리 문이나 열어라."

"...알겠습니다!"

성문을 지키던 닌자들은, 수문장의 말을 듣고는 바로 현수교를 내려 문을 열었다.

도미닉 경의 일행은 해자 위에 놓여 다리를 지나며 성문 위에 있는 수문장에게 고개를 슬쩍 숙였다.

도와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성벽 위에 있던 수문장도 도미닉 경 일행을 보며 슬쩍 고개를 숙였다.

"다시 문을 닫아라. 이제부터는 당주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진 문을 절대 열지 않는다. 알았나?"

"네!"

도미닉 경이 성문을 완전히 지나간 뒤, 수문장은 다른 닌자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고는, 도미닉 경이 달려간 본당을 향해 슬쩍 곁눈질했다.

제발, 자기 선택이 옳았기를 바라면서.

...

도미닉 경은 본당으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어디에 있소?"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 다행스럽게도 여기 시간 별 개요가 있어요!"

앨리시아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정보를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위키에 사건에 대한 개요가 박제되어 있었던지, 앨리시아는 꽤 손쉽게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알 수 있었다.

"네 번째 문에서 왼쪽, 왼쪽, 오른쪽, 직진, 직진, 왼쪽, 직진, 오른쪽, 직진이예요!"

"...어느 문 말이오?"

"다 똑같아 보이는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본당은 그 자체로도 거대한 미로처럼 되어 있어, 이 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마치 미로를 지나는 것과 같았다.

이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도 마찬가지였다.

수백, 수천 개의 미닫이 문들이 눈에 밟힌다.

도대체 이 중 어디가 네 번째 문이라는 말인가?

"...아! 여기!"

다행스럽게도 도미니카 경이 문에 적힌 숫자를 발견했다.

도미니카 경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문은 17번이었는데, 도미닉 경과 앨리시아는 그것을 힌트로 삼아 4번 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여기로군."

위키에 적힌 대로 길을 찾아가자, 정말로 거기엔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있었다.

문은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져 있었으나, 도미닉 경에게는 운류 무사시에게서 받은 열쇠가 있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쇠는 부드럽게 돌아갔다.

그리고 자물쇠는 언제 굳게 잠겼었냐는 듯 스르륵 풀려 사라졌다.

"여기서부턴 위키에도 나와 있지 않군요."

앨리시아가 코트의 옷깃을 추스르고, 중절모를 눌러쓰며 말했다.

"뭐, 당연할지도. 여긴 어쨌든 개인 사유지일 테니."

"...일단 빠르게 내려가도록 하겠소. 이러는 동안에도 도미니아 경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검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놀랍게도, 도미닉 경의 머리에 쓴 백금으로 된 월계관에서 빛이 흘러나와 어두운 통로를 비췄다.

어두운 곳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눈이 멀 법도 하건만, 다행스럽게도 월계관에서 나오는 빛은 은은하기 그지없었다.

"늘 밝은 곳에서만 싸워서 그런가, 이런 기능은 처음 알았네."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머리에 있는 후광을 보며 중얼거렸다.

"당신도."

도미닉 경도 도미니카 경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앨리시아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기역자로 꺾인 후레쉬를 꺼내더니, 가슴 쪽 주머니에 끼워두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빛에 비하면 그다지 시야 확보에 도움이 덜 되었으나, 시야 확보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속도로 지하 통로를 지나치기 시작했다.

"흠."

얼마나 오래 걸었을까.

도미닉 경은 문득 왼쪽 어깨가 근질거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에 물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이건...

도미닉 경은 그 사실을 깨닫자 마자 방패를 들어 올렸다.

팅. 하고 어둠 속에서 날아온 화살 하나가 힘없이 도미닉 경의 방패에 부딪쳐 땅에 떨어졌다.

"누구지?"

도미닉 경과 마찬가지로 방패를 들어 올린 도미니카 경이 어둠 속에 있는 자의 정체를 물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와 무언가 분노에 찬 소리가 어렴풋이 들릴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건 의도적으로 쏜 화살은 아닌 모양이오."

도미닉 경이 화살을 주워들고 말했다.

"제대로 노리고 쐈더라면, 등줄기가 서늘해졌겠지."

도미닉 경은 다시금 통로 너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 통로는 한 곳으로만 이어지고 있었다.

그 말인 즉, 이 화살이 날아온 방향과 도미닉 경이 가야 하는 방향은 같은 곳이라는 소리였다.

"가다 보면 이 화살의 정체를 알 수 있겠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화살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화살은, 어째서인지 보석으로 가득 장식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시아는 말없이 통로를 지나쳤다.

그리고 도미닉 경의 일행은 통로에서 어렴풋이 들리던 비명과 분노에 찬 고함 소리, 그리고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마, 마법사! 이러지 마!"

"죽어! 죽어! 죽어!"

그곳에는, 울먹이며 활시위를 당기는 궁수와 거미의 하체를 가지고, 여섯 개의 붉은 눈을 가진 너덜너덜한 로브의 마법사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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