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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91화 (458/528)

〈 491화 〉 [490화]추적

* * *

"나랑 비슷하게 생겼다라..."

"혹시 짐작 가시는 거라도?"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혹시라도 도미닉 경이 모르는 형제라도 있는 것일까? 라고 생각해봤지만, 도미닉 경은 고개를 저었다.

도미닉 경이 기억하는가족은, 그의 부모님과 레미 정도가 전부였다.

"글쎄, 모르겠소.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당최 모르겠구려."

도미닉 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혼란스러워 했다.

"그나저나 다행이군요."

머슬만 의원은 환한 웃음과 함께 도미닉 경을 반겼다.

"지금 전선은 저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부활이 불가능해지는 바람에 다들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도미닉 경이 있다면­"

"음."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머슬만 의원은 잠시 도미닉 경의 눈치를 보다가, 무언가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지금 도울 수 없는 상황인가 보군요."

"손녀가 납치되었소."

"손녀가 말입니까?"

"그건 내가 설명할게요, 아버님."

머슬만 의원은 갑자기 끼어든 여성을 보았다.

검은 양복에 검은 중절모를 쓰고 검은 코트를 걸친 흰 머리의 여성.

앨리시아였다.

"지금 제 딸이 납치 되었어요. 봉인을 풀기 위한 제물로 말이죠."

"봉인... 말입니까?"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의 지하에 있는 봉인이에요. 풀린다면 가차랜드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것이 잠들어 있죠."

"!"

머슬만 의원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이전에 탱커 노조 위원장을 하던 위원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가차랜드 곳곳에는 가차랜드를 멸망시킬 봉인들이 있다고. 맥거핀인 줄로만 알았는데...!"

머슬만 의원은 그렇게 말하며 안절부절했다.

그러고는, 지금 전선 상황을 힐끔 확인하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지금 전선을 유지하는 것과 봉인 해제를 막는 것,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가늠하는 것 같았다.

머슬만 의원이 생각하는 시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머슬만 의원은 결정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앨리시아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봉인이 풀리는 시각은 언제입니까?"

"몰라요. 아마 오늘 내에 일어날 거예요."

"봉인이 풀리는 장소는?"

"히메토츠키사이고 성 지하예요. 그곳에 봉인이 있어요."

"히메토츠키사이고 성 지하라..."

머슬만 의원은 잠시 또 고민하다가, 이내 전선을 유지하고 있던 조카, 판데모니아를 불렀다.

"판데모니아!"

"왜요!"

판데모니아는 머슬만 의원의 말에 버럭 화를 냈다.

적의 공세를 막기에도 힘든 상황에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동방 연합이 도착했나?"

"몰라요!"

"잠깐 뒤로 빠져!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동방 연합에 가서 운류 가문이 합류했는지 물어봐! 합류했으면 내가 보고 싶다고 전해!"

"...네!"

"도미닉 경이 관련된 일이라고 전하고!"

판데모니아는 끈적끈적한 검은 피가 가득 묻은 검을 털어낸 뒤 슬쩍 뒤로 빠졌다.

그 자리는 자연스럽게 머슬만 의원과 도미닉 경,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시아가 차지했다.

"도미닉 경, 지금부터 제가 운류 가문에 연락을 넣을 겁니다. 도미닉 경과 연관이 있다고 했으니, 아마 바로 연락이 오겠죠. 그동안만 저와 함께 이곳을 막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어째서? 우린 운류 가문의 성에 바로 가도 늦­"

"성의 지하를 보기 위해선, 당주의 허락이 필요할 겁니다."

머슬만 의원이 그렇게 말하며 악당 하나를 처치했다.

악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에 뚫린 구멍을 만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뻥 뚫린 허공만 만져질 뿐, 그의 배는 온데간데없었다.

"보통 그런 곳은 가문의 비밀이 잔뜩 숨겨져 있기 마련이죠. 방금 전에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곳에는 가차랜드가 사라질 정도로 큰 위험이 있다고."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오는 마족 하나를 방패로 후려졌다.

그러고는, 발로 마족의 목을 짓밟아 그대로 꺾어 버렸다.

"그런 곳이라면, 분명히 당주의 허락이 있어야만 할 겁니다. 안 그러면 보안 시스템에 걸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구출할 수 있는 시각은, 더 늦어지고 말겠죠. 머슬만 의원은 그렇게 말했다.

"과연, 그렇구려."

도미닉 경은 완전히 머슬만 의원의 말을 납득했다.

"그렇다면, 난 잠시 여기서 도와드리리다."

그렇게 말한 도미닉 경은 문득 익숙한 마족 하나를 발견했다.

방금 전까지 건물을 갉아먹다가, 이제는 그 거대한 몸으로 탱커들 사이를 유린하는 살덩어리.

바로, 슬라톤 벡스였다.

"...악연도 있는 것 같으니 말이오."

"어쩔 수 없지. 확실히 머슬만 의원의 말은 맞는 것 같으니."

"그럼, 일단 여기서 도우면서 다음 계획을 생각하죠."

도미닉 경은 그 말을 끝으로 슬라톤 벡스를 향해 달려갔다.

도미니카 경과 앨리시아도 도미닉 경과 함께 전장으로 나아갔다.

하늘에서 페럴란트를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진 화려한 깃발이 떨어졌다.

그 깃발은 가장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볼 수 있는 장소에 박혀 휘날렸다.

그와 동시에 땅에 또 한 번 거대한 그림자가 생겨났다.

그러나 그건 방금 전과는 다르게 건물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었다.

[경배하라!]

[★★★★★성 우주 전함, [페럴란트의 영광]호가 이 땅 위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많은 탐조등과 함께, 도미닉 경의 기함 페럴란트의 영광이 하늘에 나타났다.

웅웅거리는 사이렌 소리. 어두운 골목골목을 비추는 탐조등.

[시네마틱]이 바라는 대로, 이 땅 위에 모든 이들은 도미닉 경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

"...윽."

알 수 없는 검은 공간.

히메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긴 어디지? 난 왜 여기에 있지?"

히메는 그렇게 생각하며 기억이 나는데까지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분명 자신은 도미닉 경을 만나서 고백을 하려고 했고, 고백을 위해 가장 좋은 옷을 사러...

히메는 거기서 기억이 끊겨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히메의 뒤통수를 세게 가격했다는 것까지만 기억할 수 있었다.

"...납치인가?"

히메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이라도 해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히메는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어느 광산의 갱도? 혹은 인위적으로 판 굴?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광산이라고 하기에는 여기는 너무 공간이 넓었다.

히메는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히메는, 이 공간 가운데에 부적이 감긴 노끈으로 둘둘 감긴 비석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비석은 또 인주를 먹인 나무로 만들어진 사당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사당은 또 부적이 붙은 노끈으로 둘둘 감겨져 있었다.

히메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봉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쿠노이치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만 하는 상식이었다.

"봉인이라니, 여긴 대체..."

히메는 더더욱 혼란스럽다는 표정이 되었다.

"으으으..."

"!"

그때, 히메는 어디선가 누군가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 누구세요?"

"...공주님? 세상에! 드디어 정신을 차리신 겁니까?"

"...집사?"

히메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 갔다.

그리고 마침내 땅에 드러누워 배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를 발견했다.

운류 가문의 집사 닌자였다.

"집사!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기억이 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기억... 이라뇨?"

"맙소사, 정말 기억이 나지 않으시나 보군요."

집사 닌자는 혈을 누르며 울컥울컥 배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최대한 지혈하려고 노력하면서 히메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말해주었다.

"공주님께서 돌아오신 날, 공주님께서는 갑자기 혼자 있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어딘가 멍해 보이시는 게 생각할 것이 많아 보이셨죠. 주군께서는 공주님께서 혼자 있을 시간을 드려야 한다며 가만히 두셨습니다만, 오늘 아침, 공주님께서 아침을 드시지 않자 걱정이 되셨는지 저를 보내 상태를 확인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집사 닌자의 배에서 울컥하고 크게 피가 튀었다.

아무래도 지혈이 실패한 모양이었다.

집사 닌자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혈을 눌러 지혈을 시도했다.

다행스럽게도울컥거리던 피는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정도로 진정되었다.

집사 닌자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공주님의 방에 도착했을 때, 저는 공주님의 방문을 세 번 두드렸습니다. 평소에 하던 것처럼요. 하지만 공주님께서 대답이 없으시기에, 잠시 실례를 무릅쓰고 문에 귀를 대었죠. 주무시는 거라면 숨소리가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주무시는 숨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집사 닌자가 잠시 숨을 골랐다.

"무언가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 저는, 문을 벌컥 열고 공주님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만... 그곳에는 한냐 가면을 쓴 여성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공주님 대신에 말이죠. 한냐 가면의 여성은 창문을 넘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자가 공주님을 어떻게 한 줄 알고 놀라 그 뒤를 따라갔죠. 그리고 마침내 여기, 성의 지하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만..."

집사 닌자는 자기 상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그 한냐 가면에게 습격당하는 바람에 큰 부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한냐 가면은 유유히 사라지더군요."

"잠깐, 여기가 성의 지하라구요?"

히메는 깜짝 놀라 집사를 바라보았다.

"성의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나요?"

"...여긴 봉인이 있는 장소입니다."

"봉인?"

"가차랜드를 파괴하려하는 대 악당, 오오뉴도가 있는 곳이죠."

"오오뉴도...요?"

"네. 세상을 파괴할 만큼 악의를 가진 거인이죠."

오오뉴도는 자신을 지칭하는 이름입니다만, 본명을 모르기에 모두가 오오뉴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라고 집사 닌자는 덧붙였다.

"어째서 그 한냐 가면의 여성은, 당신을 여기로 유인한 걸까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저는 봉인을 풀 제물로 선택된 것 같습니다. 저 아이와 같이 말이죠."

집사 닌자는 떨리는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은 사당의 안쪽이었는데, 그곳에는 기절해 있는 도미니아 경이 있었다.

"저 아이는... 도미니아 경?"

"저 아이를 아십니까? 아무튼 그 한냐 가면의 여성은 잠시 여기서 사라졌다가, 갑자기 저 아이를 데리고 오더군요."

히메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도미니아 경을 쳐다보았다.

히메는 도미니아 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도미닉 경의...

윽. 히메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

결국 히메는 도미니아 경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그제야 히메의 머리를 괴롭히던 두통이 사라졌다.

"...그나저나 도대체 왜 우리 셋을 여기에 모이게 한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야­"

"그건 내가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히메는 갑자기 이 공동에서 들리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누구냐!"

히메는 쿠나이를 꺼내 들며 경계를 했지만, 이내 손에 쿠나이가 들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니, 히메가 평소에 들고 다니는 그 어떤 무장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여기에 오는 동안 무장 해제당한 모양이었다.

대신 히메는, 있는 힘껏 갑자기 나타난 이를 노려보았다.

물론, 노려보는 시각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도미닉... 경?"

히메는 그 남자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왜냐고?

"흐음?"

거기엔, 도미닉 경을 닮은 남자가 있었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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