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90화 (457/528)

〈 490화 〉 [489화]추적

* * *

"어디로 가야 하겠소?"

도미닉 경의 일행은 납치된 어린 도미니아 경을 찾아 저택을 나섰다.

이 일행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시아로 구성된 파티였다.

앨리스 백작 영애는 저택을 지키고 있었고, 돈 카게야샤는 도미니아 경이 부탁해 미래의 도미니아 경 일행을 보호하러 떠난 상태였다.

도미닉 경의 일행은 숲에 난 흔적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으나, 어느 순간 그 흔적은 끊겨 버리고 말았다.

"...예상가는 곳이 있어요."

앨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도미닉 경을 돌아보았다.

"아마도,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으로 갔을 거예요."

"히메토츠키사이고 성?"

도미닉 경은 그 성의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히메가 사는 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름이 길고 너무 동양적이라, 도미닉 경은 그 성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히메 공이 사는 곳 말이오?"

"네."

앨리시아는 도미닉 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거기로 간 거지?"

도미니카 경이 앨리시아에게 물었다.

"다른 곳도 아니라, 왜 거기에...?"

"글쎄요. 미래의 정보에 의하면..."

앨리시아는 다시 휴대폰을 켜서 정보를 보았다.

숲속을 지나가고 있었기에 전파가 쉽게 잡히지는 않았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머리 위 먼 곳에는 페럴란트의 영광이 떠 있었다.

그 말인 즉, 그 어떤 상황에서도 와이파이는 보장된다는 뜻이었다.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은, 일종의 봉인을 지키기 위한 누름돌이라고 해요."

"그게 무슨 소리요?"

도미닉 경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성 지하에 무언가가 봉인되어 있다는 소리예요."

"잠깐, 그래도 여전히 이해되질 않는데."

도미니카 경이 끼어들었다.

"어려울 것 없어요. 지금 그녀는 양산박의 인장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니까요."

앨리시아는 조금 더 설명을 곁들였다.

"그녀는 도미니아 경에 대한 애정과 함께, 양산박의 세뇌의 영향을 같이 받는 상태예요. 그 결과, 봉인을 풀기 위한 제물로 도미니아 경을 선택해 버렸다는 거죠. 두 행동 사이에서 뒤틀려 버린 거예요."

"그렇군."

도미닉 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이 설명에는 도미니카 경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성의 지하에는 뭐가 있는 거지?"

"글쎄요."

앨리시아는 도미니카 경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이는 앨리시아도, 앨리시아가 보고 있는 정보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앨리시아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보며 말했다.

"봉인이 풀려나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난다는 거죠."

"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이 일의 막중함을 알아차렸다.

그저 도미니아 경을 구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 것이다.

도미닉 경은 더 이상 여기서 지체하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빨리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으로 가야겠소."

"그래.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지만, 그건 나중에."

"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시아는 다시금 저택으로 돌아갔다.

저택에 있는 포탈을 통해 시내로 간 뒤, 운류 마을로 갈 생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포탈은 그다지 머지않은 곳에 있었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시아는 가차랜드 시내로 이동했다.

...

가차랜드 시내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넘어간다!"

"다들 피해!"

"하하하하! 저 꼬라지들 좀 보라지!"

조금 전, 괴물과 악당들은 건물 하나를 쓰러뜨렸다.

아니, 어쩌면 두 개였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지금 건물 하나가 가차랜드 시민들의 방어선을 향해 넘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탱커 노조 사람들은 모두 특수 기술을 펼쳐!"

머슬만 의원이 목이 터져라 탱커들에게 외쳤다.

탱커들은 제각기 방어형 특수 기술들을 활성화시키며 쓰러지는 건물을 막아 내려고 했다.

그러나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못 하는 탓일까?

건물 바로 아래에 있던 탱커들은, 차마 쓰러지는 건물을 막아 내지 못하고 깔려 버리고 말았다.

"맙소사."

머슬만 의원은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머슬만 의원! 더는 지체할 수 없네! 저기 또 하나가 쓰러지고 있어!"

탱커 노조에서도 꽤 오래 몸을 담그고 있었던 조합원 하나가 머슬만 의원에게 외쳤다.

그의 말대로, 또 하나의 건물이 방어선을 향해 쓰러지고 있었다.

["하하하!"]

그 아래에는 검고 끈적거리는 괴물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건물의 아랫부분을 씹어먹고 있었는데, 그 행동을 반복하면 반복할 수록 쓰러지는 속도는 빨라져만 갔다.

"피해야 합니다!"

조합원 중 하나가 외쳤다.

"어디로?"

머슬만 의원이 되물었다.

머슬만 의원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탱커 노조가 버티는 사이 마물들과 악당들을 물리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피하면, 저들은 어쩌라는 말이지?"

"그, 그건..."

머슬만 의원은 손으로 강하게 자기 양 뺨을 내려쳤다.

짝­! 하고 큰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전장의 혼란스러운 소리들 사이에서도, 뺨을 때리는 소리는 크게 울려 퍼졌다.

"우리가 물러나면 전선은 금방 뚫릴 거다."

머슬만 의원은 상의를 탈의하며 자세를 잡았다.

그가 가진 무시무시한 근육 덩어리들이 꿈틀거렸다.

"우린 마지막 한 사람까지 여기에 있어야 해. 그래야 전선이 유지된다."

그렇게 말한 머슬만 의원은, 가장 가까이 다가온 악당 하나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아직 자유로운 쪽으로 악당의 얼굴에 주먹을 마구 내질렀다.

악당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다.

머슬만 의원이 그 악당을 내던지자, 어디선가 날아온 창이 악당을 꿰뚫었다.

"그러니, 전선을 유지해라."

머슬만 의원이 쓰러지는 건물의 그림자를 보고는, 이내 자세를 잡았다.

쓰러지는 건물의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죽더라도, 서서 죽는다!"

머슬만 의원이 그렇게 외치며 거의 눈앞에 다가온 건물을 향해 양손을 내뻗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때였다.

머슬만 의원은 있는 힘을 모두 쥐어 짜내어 건물을 밀어 내려고 했으나, 그 전에 누군가가 건물을 막아서는 바람에 허공에 헛손질하고 말았다.

머슬만 의원은 자리에 꼴사납게 쓰러져 굴렀다.

힘을 바짝 준 만큼, 빗나갔을 때 허점도 큰 법이었으니까.

머슬만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건물을 막아 낸 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눈을 크게 뜨며 그 자에게 이렇게 외쳤다.

"도미닉 경...!"

"이게 무슨 일인지 알려주실수 있겠소, 머슬만 의원?"

0과 1로 변해 사라지는 건물 아래, 그곳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있었다.

...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곧바로 포탈을 타고 시내로 왔다.

그러나 시내는 엉망이었다.

마물과 악당들, 그리고 가차랜드의 모든 시민들간의 싸움으로 시내는 도저히 축제 기간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

"이게 도대체 무슨­"

도미닉 경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와중,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방패를 꺼내 들고는 위로 치켜들었다.

이는 도미니카 경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점점 어두워지는 바닥을 통해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가 둘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백금과 황금의 갑옷을 입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는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은 자세를 조금 더 확실하게 바로잡았다.

도미니카 경은 그런 도미닉 경의 옆에 붙어 방패를 이어 붙였다.

이는 페럴란트의 방패병들이 자주 쓰는 방패벽 전술이었다.

어깨를 마주대는 것만으로도, 더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그 덕분일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쓰러지는 거대한 건물을 아주 확실하게 막아 낼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도미니카 경이 외쳤다.

"도대체 왜 건물이 우릴 습격한 거야?"

"그러게 말이오."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쓰러지는 건물을 제대로 막아 내자, 그 건물은 0과 1로 변해 사라졌다.

아무래도 근처에 코더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알려주실수 있겠소, 머슬만 의원?"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물었다.

도미닉 경은 지금 시내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도미닉 경은 그저 지금 상황이 도미니아 경이 납치되었고, 히메토츠키사이고 성 아래의 봉인이 풀리려고 한다는 사실 밖에 모르고 있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머슬만 의원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갑자기 외부에서 누군가가 나타나더니, 시내에서 게이트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게이트에서 몬스터와 악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구요."

"몬스터와 악당들이?"

"그렇습니다."

"혹시 양산박의 소행은 아니오?"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양산박도 그 정체불명의 사나이에게 패해 세력을 빼앗겼다고 하더군요."

도미닉 경은 양산박의 소행을 의심했지만, 양산박이 아니라는 말에 크게 놀랐다.

"...그렇다면, 그의 외모라던가는 알려진 것이 있소?"

"그게..."

머슬만 의원은 난처한 듯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내 도미닉 경에게는 알려야겠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도미닉 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휠체어를 탄, 머리가 긴 도미닉 경처럼 생겼다고..."

도미닉 경은 눈을 부릅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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