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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89화 (456/528)

〈 489화 〉 [488화]이변

* * *

갑작스럽게 나타난 외부 세력으로 인해 축제는 엉망이 되고, 양산박마저 그들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하지만 아직 가차랜드 전체가 엉망이 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가차랜드에는 세 개의 날개와 여덟 개의 클랜, 그리고 수 많은 사람이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이 상황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탱커들은 적을 저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십시오!"

"빨리 조선소에 있는 우주 전함들을 다 불러! 뭐? 외신들? 신경 쓰지 마!"

"요한 양치기 원정대는 들으라! 그대들의 피 한 방울이 가족들의 목숨 하나라고 생각해라!"

탱커 노조가 가장 앞에 서서 적들의 진격을 막아 내면, 연맹의 압도적인 화력을 통해 외부의 존재들을 쓸어내렸다.

그 압도적인 화력 사이에서도 살아남는 개체는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요한 양치기 원정대가 처리했다.

"뤼미에르 클랜! 루미나크 오브 헬리온 준비되었습니다!"

"발사해! 일단 발사하고 봐!"

그 말과 동시에 하늘에서 빛으로 된 기둥이 내려와 외부와 연결된 게이트를 타격했다.

뤼미에르 클랜이 만들어 낸 전술 무기들 중, 볼록 렌즈를 무려 2560개를 정렬시켜 만들어 낸 과학의 총아.

그러나 게이트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맙소사! 저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무려 250기가와트라고! 그런데도 멀쩡하다고?"

"아니, 아니야. 저길 봐! 그래도 금은 갔다!"

동방 연합의 일원 중 하나가 게이트를 가리켰다.

수많은 게이트들 중 조금 전 레이저를 맞은 게이트에 아주 미세하게 금이 가 있었다.

"...부수지 못할 것은 아니로군."

"아무래도 5성급 이상만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여덟 개의 클랜이 전선을 유지하며 유기적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간 게이트 하나가 박살 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소멸이었다.

사악한 보라색 구체가 날아와 게이트를 삼켜 버렸던 것이다.

"마왕님! 나이스!"

"다음은 저길 노려보죠!"

"다들 경거망동하지 마라. 너희들이 우리 마왕군의 얼굴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다녀라!"

"!"

"공작님도 가시지요. 세계가 위기에 빠졌으니, 용사님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종이 인형 극단 클랜의 수장, 마왕 뚜 르 방과 용사 뽀 르 작이 나타났다.

그 뒤에는 지금까지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었던 수많은 마왕군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돈 카스텔로와 오색 바람의 하네스도 있었다.

"이거, 마왕군이 제대로 소집되는 건 처음이로군."

돈 카스텔로는 혀를 내두르며 마왕군의 군세를 확인했다.

항상 여유롭게 놀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참모장과 행정관이 굉장히 유능했던 모양이었다.

"와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현장 지원 타격대 클랜의 지휘관, 엘랑 대위는 입을 쩍 벌리며 이 모든 것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이런 게임에서 이 정도 규모의 전투를 보게 될 줄이야..."

"지휘관! 일단 여기서 대피를!"

"그래. 아무래도 지금 우리가 도움이 될 건 없어 보여. 그러니까 일단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자."

"응."

엘랑 대위가 처음으로 만났던 안드로이드들, 스즈키와 릴리, 그리고 리는 엘랑 대위에게 일단 여기서 대피하자고 건의했다.

안드로이드들은 그 특성상 시스템과 꽤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새로운 스테이지가 로딩될 때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 스테이지에 대한 정보가 일부 생성되었다.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그렇기에 딱히 지휘관의 지휘가 없어도, 자동으로 사냥할 수도 있었다.

물론 정보는 그저 정보일 뿐이었기에, 상세한 지휘가 없다면 효율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안드로이드들이었기에, 현재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에게 연결되어 있던 시스템들이, 모조리 끊어진 상태였으니까.

이들이 엘랑 대위에게 한 말은 엘랑 대위를 걱정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들 스스로 불안 해서이기도 했다.

일단은 시스템이 다시 활성화되는 곳으로 가,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엘랑 대위가 그런 자세한 메커니즘에 대해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엘랑 대위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굉장히 흥분하고 있었다.

"이런 대규모 싸움이라면, 참여하지 않는 쪽이 손해 아니야?"

엘랑 대위는 콧김을 뿜어가며 소매를 슬쩍 걷어 올렸다.

적금을 깨고 과금을 해 얻은 고급 시계가 그의 손목에서 반짝거렸다.

"우리도 저들을 도와주자고."

엘랑 대위는 바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뺐다.

그런 엘랑 대위의 손에는 어딘가 익숙한 플라스틱 재질의 직사각형 물체가 쥐어져 있었다.

"총알은 충분하니까 말이야."

"...좋아!"

"말려도 어쩔 수 없겠군요."

"...응."

스즈키와 릴리, 그리고 리 삼인방은 그런 엘랑 대위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말릴 수 없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지금 그 어떤 것보다 삼인방에게 우선되는 것은 지휘관의 안위와 그리고 명령이었다.

지휘관은 명령을 내렸고, 그들은 명령을 받았다.

그럼, 이제 할 일은 하나였다.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저 전장에 참여하는 것.

삼인방은 각자의 무기를 꼭 쥐었다.

그리고 지휘관의 다음 명령만을 기다렸다.

전장 곳곳에서는, 엘랑 대위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지휘관들이 많은 것 같았다.

이벤트는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 라는 느낌인 것일까?

현장 지원 타격대에 속한 모든 지휘관들은, 어째서인지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손에는, 결제 프로그램과 신용카드를 든 채로.

...

이렇게 가차랜드 시가지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을 때,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에서는 출정 준비가 한창이었다.

"다녀오마."

"그동안 집을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

운류 무사시는 전장의 소식을 듣고 곧바로 자기 무구를 확인한 뒤, 소집령을 내렸다.

동방 연합의 일원인 운류 가문의 사람으로서, 가차랜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이번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었다.

물론 동방 연합의 사절이 찾아와 준비하라고는 했으나, 사절이 오기 훨씬 전부터 운류 가문은 전투 준비가 한창이었다.

운류 가문은 닌자 가문이었으니, 그 어떤 클랜보다도 정보에 능했기 때문이었다.

"여보, 3성급 이상의 전투 요원들은 모두 준비되었어요."

"음."

운류 무사시는 아내 운류 이치코를 바라보았다.

이치코는 칭원 클랜과의 클랜전 이후 처음으로 기모노가 아닌 쿠노이치 복장을 입었다.

"당신은 여기에 있는 것이 좋지 않겠소. 딸들도 불안해할테고..."

"그런 소리 하지 마요, 당신."

운류 이치코는 검게 칠해져 빛 한 점 반사되지 않는 암기들을 챙기며 말했다.

"저도 운류 가문의 일원이자, 여전히 현역 쿠노이치예요. 당신이 한 말은, 제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래도..."

"히메와 츠키는 잘 있을 거예요."

운류 이치코가 불안 해하는 운류 무사시를 달랬다.

"그 누가 감히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에 쳐들어올 생각을 하겠어요? 이 험한 천혜의 요새를?"

운류 무사시는 잠시 눈을 감고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의 전경을 생각했다.

운류 이치코의 말대로, 이 성은 천혜의 요새였다.

해자는 깊고 넓어 3성 이상의 닌자가 아닌 이상 건너기 어려웠고, 성벽의 높이는 감히 사다리가 세워질 수 없을 정도로 높았으며, 벽은 그 어떤 공성 무기가 와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두꺼웠다.

무엇보다도, 아직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은 시스템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문화재 취급받는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은, 문화재 보호 시스템에 의해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었다.

"...확실히, 내가 너무 과한 걱정을 했나 보구려."

"집사도 남기로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집사라면 문제가 생겨도 분명해결해 줄 테니까요."

"...음."

"저, 당주님. 말이 준비되었습니다."

운류 무사시는 이치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마침 닌자 중 하나가 무사시의 탈 것인 붉은 말을 데려왔다.

그 말은 마치 인주에 담갔다가 뺀 듯 새빨간 말이었는데, 이마에 십자 모양과 발목 부분만 아주 새하얀 말이었다.

무사시는 말이 도착한 즉시 그 말에 올라탔다.

평소 무사시는 느긋하게 다니는 것을 좋아해 이렇게 탈 것을 타는 것을 꺼려 했으나,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전장에 합류해야 했으니까.

무엇보다도 운류 가문은 닌자로 유명한 가문.

그저 무사인 무사시가 닌자들의 기동력을 따라잡으려면, 반드시 탈 것은 필요했다.

탈 것에 올라탄 무사시는, 이내 투레질을 하며 어색해하는 말을 진정시키고는 이치코에게 말했다.

"같이 타시겠소?"

"...기꺼이."

이치코는 무사시가 건넨 손을 마주 잡으며 무사시의 뒷자리에 앉았다.

"앞에 앉으면 더 좋았으련만."

"그랬다가는, 반응속도가 느려지니까요."

"음. 하긴 당신도 쿠노이치니까 말이오."

운류 이치코는 그 말에 말없이 무사시의 허리를 양팔로 감았다.

무사시도 그 행동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천천히 말을 몰아 출정 병력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출정 병력이 있는 곳에서, 운류 무사시는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단 한 마디 말을 내뱉었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 없었다.

여기 모인 이들은, 하나 같이 운류 가문의 정예들이었으니.

"출정이다!"

그 말에, 출정 장소에 모여 있던 닌자들이 배경에 녹아들듯 사라졌다.

이미 그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전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랴!"

운류 무사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말의 배를 걷어차 전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이랴!"

운류 무사시와 운류 이치코를 태운 붉은 말이 빠른 속도로 길을 내달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있었다.

바로, 한냐 가면을 쓰고 산발을 한 여성이었다.

["이상하다... 어째서 돌아갈 수 없는 거지?"]

"할무... 무서어..."

도미니아 경은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여성의 모습에 울다가 지쳤는지, 눈물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기다려 보거라. 어째서... 어째서 돌아가질 못 하는... 윽!"]

여성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는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하, 할무? 개아나?"

도미니아 경은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의 모습에 깜짝 놀라 말을 건넸지만, 이미 여성은 고통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가야 해..."]

"하, 할무이?"

["지하로 가야 해..."]

여성은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도미니아 경을 다시 한 손에 붙잡고는 히메토츠키사이고 성을 향해 잠입하기 시작했다.

해자를 건너고, 성벽을 기어올랐다.

출정으로 인해 상당수의 닌자가 빠진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닌자들의 눈을 피해 본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도미니아와 여성은 본당에 잠입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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