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9화 〉 [478화]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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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경이 한참 동안 플라잉 메카 들고양이와 싸우고 있을 무렵, 도미닉 경의 집.
앨리스 백작 영애는 졸린 눈을 하고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 마셨던 에너지 드링크 빈 캔들이 가득했는데, 아무래도 그녀는 밤을 샌 모양이었다.
"나왔네? 아침?"
"됐어."
도미니카 경은 어린 도미니아 경을 끌어안고 페럴란트식 스튜를 먹이고 있었다.
앨리스 백작 영애는 아무래도 이런 꼴을 어린아이에게 보이긴 그렇다고 생각했는지, 손에 든 캔들을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 넣어 두고는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앨리스 백작 영애는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금 거실에 나왔다.
아직 머리는 좀 축축한 상태였지만, 지금까지 폐인처럼 하고 다닌 것에 비하면 꽤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 사이 도미니아 경은 아침밥을 다 먹었는지, 이내 거실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늘은 꽤 말끔하게 했네?"
"아무래도 애들 보기 부끄러워서."
도미니카 경이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놀리자, 앨리스 백작 영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나저나 요즘 방에서 잘 안 나오는데, 설마 아직도 게임에 빠져 있는 거야?"
"음."
도미니카 경의 말에 앨리스 백작 영애의 표정이 굳었다.
"절반은 그래."
앨리스 백작 영애는 잠시 대답을 고민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차랜드에는 재밌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렇게 투덜거린 앨리스 백작 영애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맏기듯 풀썩 주저앉았다.
"절반은 맞다면, 나머지 절반은?"
"..."
앨리스 백작 영애는 도미니카 경의 질문에 다시금 침묵했다.
아무래도 말하기 껄끄러운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숨길 수는 없겠다고 여겼는지, 앨리스 백작 영애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 도미니카 경에게 말했다.
"그게... 이런 걸 좀 하고 있었거든."
앨리스 백작 영애는 폰을 꺼내 갤러리를 열어 사진 몇 장을 보여 주었다.
"아무래도 궁금해서 말이야. 나름 추리라도 될까 하고."
"...이건?"
도미니카 경은 어딘가 이상한 도미니아 경의 사진들을 보았다.
그 사진들은 모두 도미니아 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하나 이상씩 달랐는데, 어떤 사진은 머리가 갈색이었고, 어떤 사진은 눈동자가 붉은색이었으며, 어떤 사진은 피부가 완전히 검거나, 심각할 정도로 창백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턱선, 귀의 모양, 눈초리, 코, 심지어 머리카락의 굵기까지 같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 사진들이 최소 수천장.
도미니카 경은 이 사진들을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
도대체 앨리스 백작 영애는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앨리스?"
도미니카 경은 애써 섬뜩함을 참아내며 앨리스 백작 영애에게 이 사진에 대해서 물었다.
"별 건 아니야."
앨리스 백작 영애는 도미니카 경에게서 다시 폰을 회수하며 이것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사실, 도미니아 경이 도미닉 경의 손녀라는 사실을 안 뒤부터 궁금증이 하나 생겼지."
앨리스 백작 영애의 표정이 매우 진지해졌다.
"도대체 도미닉 경은, 누구와 결혼한 것일까? 라는 궁금증 말이야."
"...쉿. 목소리 줄여. 애가 들을라."
도미니카 경은 거실에서 놀고 있는 도미니아 경의 눈치를 보며 앨리스 백작 영애에게 주의를 주었다.
앨리스 백작 영애는 도미니아 경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지, 아차싶은 표정으로 헛기침을 두어 번 내뱉었다.
"흠흠. 아무튼, 난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나도 궁금했어. 그래서..."
"그래서?"
도미니카 경은 어느새 앨리스 백작 영애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실, 도미니카 경은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도미닉 경의 손녀라고 했으니, 그냥 손녀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앨리스 백작 영애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도미닉 경의 아내는 누구인지, 아들을 낳은 것인지 딸을 낳은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도미니아 경은 무려 세 사람의 특징이 혼재되어 있어."
그렇게 말한 앨리스 백작 영애는 손가락을 펴가며 한 명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도미니카 경의 특징. 검과 방패, 그리고 총이야."
앨리스 백작 영애는 손가락 하나를 펼쳤다.
"도미니아 경은 검과 방패를 쓰면서 허리춤에 총을 메고 있지. 이건 도미니카 경, 당신의 특징이야."
"그러네.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그래."
도미니카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바로 나, 앨리스 백작 영애의 특징. 흰 머리야."
도미니카 경은 앨리스 백작 영애의 말에 납득했다.
그러나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잠깐, 앨리스 네가 처음부터 흰 머리였던 것은 아닐 거 아냐. 그렇다면 이건 억지가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앨리스 백작 영애는 도미니카 경의 말에 빠르게 긍정했다.
그러나 앨리스 백작 영애는 흰 머리가 자기 특징이 맞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난 성좌가 되었어."
"아, 맞다. 너 성좌였지."
"성좌였지...? 장난도 심하네. 아무튼 성좌가 되면서 난 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게 되었지. 그렇다는 말은, 인간 앨리스는 몰라도 성좌 앨리스의 특징은 바로 이 흰 머리라는 뜻이야."
"흠."
도미니카 경은 앨리스 백작 영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니카 경은 성좌가 아니었기에 잘은 몰랐지만, 현직 성좌가 그렇게 말하니 꽤 그럴듯하게 들렸던 것이다.
"좋아. 이 부분은 넘어가고. 다음은?"
"그럼 마지막은 운류 히메겠네."
"운류 히메라."
"도미닉 경을 좋아하는 쿠노이치가 있어."
"허리춤에 있는 단검은 그녀의 영향인가?"
"그렇겠지."
그렇게 말한 도미니카 경과 앨리스 백작 영애는, 이내 잠시 침묵했다.
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바로 앨리스 백작 영애였다.
"아무튼, 도미니아 경은 우리를 '할머니'라고 불렀어. 그 뜻은, 우리 셋은 도미니아 경의 할머니나 외할머니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그러네."
"한 사람이 도미닉 경과 결혼했다고 치고, 다른 하나가 도미니아 경의 외할머니가 되었다고 치면 말이야,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겨."
앨리스 백작 영애는 도미니아 경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도대체, 도미닉 경과 결혼한 자는 누구인가?"
"..."
도미니카 경은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앨리스 백작 영애의 말을 들었다.
"일단 나는 빼줘."
도미니카 경이 한 발 물러섰다.
"왜? 도미니아 경의 특징에는 네 특징도 있는데?"
"글쎄. 그건 장비잖아."
도미니카 경은 자기가 도미니아 경의 할머니거나 외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마 첫 돌 선물로 주거나 했겠지."
"권총을?"
"권총을."
도미니카 경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앨리스 백작 영애와 운류 히메.
"흠."
앨리스 백작 영애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미묘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면 조금 더 쉬워질지도. 후보가 세 명인 것보다는 두 명인 것이 찾기 편할지도 모르겠어."
"그나저나, 아직 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질문?"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질문 말이야."
도미니카 경은 앨리스 백작 영애의 손에 들려 있는 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전, 폰에 있었던 그 많은 괴상한 도미니아 경은 도대체 뭐야?"
"아, 안 그래도 그걸 말해주려고 앞에서 설명한 거였어."
그렇게 말한 앨리스 백작 영애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지금 인공 지능으로 일일이 합성을 진행한 뒤, 도미니아 경과 가장 가까운 모습의 사진을 찾고 있어."
"...합성이라고?"
"응."
앨리스 백작 영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차랜드의 기술력은 정말 뛰어나더라. 약간만 검색했는데도 인공 지능 합성 프로그램이 마구 튀어나오더라."
앨리스 백작 영애는 휴대폰에서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이내 도미니카 경에게 인공 지능 합성 사이트를 보여 주었다.
"여기서 사진을 몇 개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특징들을 섞어 줘."
그렇게 말한 앨리스 백작 영애가 시범으로 자기 사진 한 장과 도미닉 경의 사진을 올려다보았다.
"...그다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그리고 나온 것은, 굉장히 기괴하게 뒤틀린 무언가의 사진이었다.
"물론 합성의 방향성을 지시하지 않아서 그래."
앨리스 백작 영애는 이번엔 몇 가지 항목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다시 한번 도미닉 경과 앨리스 백작 영애간의 합성 사진을 보여 주었다.
"...!"
도미니카 경은 그것에 매우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곳에는, 꽤 그럴싸한 느낌의 인물 사진이 있었다.
비록 도미닉 경의 안대를 특징으로 삼았는지 흰 머리에 안대를 한 여기사의 모습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럴싸한 것은 그럴싸한 것이었다.
"과연. 이렇게 도미니아 경이 합성될 때까지 해 본다고?"
"그렇지."
도미니카 경은 과학의 발전에 혀를 내둘렀다.
"그럼, 오늘 아침에 도미닉 경에게 부탁했던 그래픽 카드도...?"
"그래. 저 합성에 필요한 거였지."
앨리스 백작 영애는 도미니카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 지능이 합성하고, 내가 합성 편집 프로그램을 켜서 조금씩 수정을 하는 거야. 인공 지능이 만든 것은 굉장히 러프해서 섬세하지 못하거든."
그런데 오늘 보니까 합성 편집 프로그램이 자꾸 오류를 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도미닉 경에게 그래픽 카드를 사 오라고 한 거야. 라고 앨리스 백작 영애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
도미니카 경은 앨리스 백작 영애의 말을 듣고 난 뒤, 폰을 꺼내 인터넷에서 합성 편집 프로그램 성능 향상이라는 것을 검색한 상황이었다.
"합성 편집 프로그램에서는 CPU 성능이랑 큰 메모리, 용량, RAM이 중요하지, 그래픽 카드는 적절한 수준이면 된다는데?"
"...그래? 나, 난 또 그래픽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길래 필요할 줄 알았는데."
"따로 검색은 안 해 본 거야?"
"..."
앨리스 백작 영애는 도미니카 경의 말을 듣고 눈에 띄게 동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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