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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75화 (442/528)

〈 475화 〉 [474화]예상치 못한 혼란

* * *

당연한 말이지만, 캠핑장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

갑자기 촉수가 나타나다니!

물론 그건 두려움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촉수 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의미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더럽게!"

다혈질적인 누군가가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그렇다.

지금 캠핑장의 사람들은 모두 아침을 먹고 있는 상태였다.

대부분은 도미니아 경의 일행처럼 숙소를 잡지 못해 이 캠핑장에 모였던 인원들이었고, 도미니아 경 일행처럼 늦게까지 놀다가 늦게 일어나 이제서야 밥을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촉수를 토한 사람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당혹스러웠겠는가.

사람이 촉수를 토해냈는데 고작 그 정도의 생각만 드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여기는 가차랜드였고, 가차랜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곳이었다.

아니, 촉수는 애교였다.

주변을 모조리 파괴하는 반물질을 뱉어내거나, 세상을 멸망시킬 천살성(???)을 타고난 천마를 뱉어내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는 곳이 바로 가차랜드였다.

그렇기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아침 식사하던 와중 촉수를 토한 이를 보며 인상을 찌푸릴 뿐, 그다지 큰 소동은 없었다.

"아, 젠장."

촉수들을 한 아름 토해낸 남자가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너무 아파."

그렇게 말한 남자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그의 주변에는 방금 전 그가 토한 촉수가 한가득이었는데, 이내 그는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너무 아파서 어쩔 수가 없어."

그리고 남자는 그대로 자기 목에 칼을 꽂아 넣었다.

순식간에 그의 몸뚱이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시체가 있던 자리에 구더기와 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회녹색 가루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새겨졌을 것으로 보여지는 섬뜩하고 모독적인 문장 하나와 함께.

"아, 맙소사."

돈 카게야샤를 비롯한 이 캠핑장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그 문양을 보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놀라지 않은 이는 도미닉 경 뿐이었는데, 이마저도 도미닉 경이 저 문양에 대해서 잘 몰랐기에 그런 것이었다.

도미닉 경은 어째서 사람들이 저 문양을 보고 놀라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어, 곧바로 돈 카게야샤에게 질문했다.

"도대체 저 문양이 뭐길래 다들 이리 놀라는 거요?"

"네? 아. 삼촌. 문양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한 돈 카게야샤는, 문양 주변에 꿈틀대는 촉수와 파리와 구더기들을 보며 짜증을 냈다.

"정리도 안 하고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아."

도미닉 경은 그제야 사람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했다.

이 캠핑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방금 전 자살한 남자는 어지르기만 하고 도망가 버린,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가차랜드에서의 죽음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서, 방금 전처럼 너무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한 번 씩 죽었다 살아나 컨디션을 리셋하는 용도로도 쓰이기도 했다.

아마 방금 전의 남자도 그런 식으로 죽음을 이용했던 것이겠지만, 그 죽음은 굉장히 이기적인 것이었다.

혼자서 저렇게 어지르고 죽음으로 도망친다면, 이미 어질러진 것은 누가 치운단 말인가?

"저런 것을 그냥 두면 야생 동물이나 들 짐승들이 나타나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니까요."

돈 카게야샤는 사이하게 빛나는 문양을 보며 말했다.

"빨리 치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고 말 겁니다."

돈 카게야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이미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르겠군요."

도미닉 경은 돈 카게야샤의 한숨을 들으며, 문득 갑자기 세상이 조금 어두워졌다고 생각했다.

도미닉 경은 세상이 어두워진 원인을 찾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저것들을 보고 들짐승이 찾아온 모양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거의 건물 한 채 만큼이나 거대한... 기계 고양이가 있었다.

...

바닥에서 어깨까지의 높이만 해도 무려 12미터.

숨겨진 발톱의 길이만 해도 무려 1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기계 고양이는, 카메라 조리개를 조였다가 풀며 그 붉은 눈을 형형하게 빛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고양이는 절반은 기계, 절반은 생체로 된 키메라였다.

외피는 황동과 연철로 되어 있었으나, 그 내부는 몇몇 장기를 제외하고 전부 들짐승의 그것이었다.

기계 고양이는 굵은 실린더들을 압축시켰다.

그것의 등 뒤에 있는 증기 배출구에서 엄청난 양의 증기가 배출되었다.

어딘가 찐득한 기름의 향과 고소한 고기 탄내가 같이 흘러나왔지만, 도미닉 경은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맙소사."

돈 카게야샤는 도미니아 경을 비롯한 다른 인원들을 자기 뒤로 숨겼다.

그러고는 도미닉 경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큰일 났군요, 삼촌. 들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덩치가 크긴 하지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소만."

"물론, 야생 동물만이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돈 카게야샤가 힐끔 촉수 및 끔찍한 것들에 둘러싸인 기괴한 문양을 바라보았다.

"저 문양이 문제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저 문양은..."

돈 카게야샤가 문양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했으나, 문양이 발광하는 것이 먼저였다.

기괴하고 섬뜩하며 사이한 녹색 문양은, 이내 바닥에 괴이한 마법진을 그려내었다.

형광색으로 발광하며 그려진 마법진은 그 지름만 해도 약 5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 마법진에서 빛나던 빛이 서서히 사그라들자, 갑자기 땅이 울리며 마법진의 지름과 똑같은 지름의 원기둥이 나타났다.

그 원기둥은 마치 캔처럼 생겼는데, 겉에는 사악하고 기괴하며 사람들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글자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팔딱거리는 참치 그림과 함께 말이다.

원기둥은 그 지름에 비해서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원기둥의 윗부분이 저절로 열리면서, 그 내용물이 공개된 것이다.

도미닉 경은 그 내용물을 보자마자 그 원기둥의 정체를 깨달았다.

저것은 아주아주 커다란...

"...참치 캔?"

참치 캔이었다.

"맙소사!"

돈 카게야샤가 그 커다란 참치 캔을 보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캣 맘... 아니, 캣 대디였다니!"

"캣... 뭐?"

도미닉 경은 돈 카게야샤의 말에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물었다.

"저희가 있던 시간대에서도 문제가 되는 사람들입니다. 항상 들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자기만족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설마 신문에서나 보던 사건을 여기에서 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라고 돈 카게야샤가 으르렁거렸다.

돈 카게야샤는 분노를 억누르며 도미닉 경에게 그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애초에 가차랜드에는 펫 시스템이 있어서, 얼마든지 고양이나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꼭 몬스터로 분류되는 고양이과 몬스터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심지어 그건 가차랜드에서 불법이란 말입니다! 라고 돈 카게야샤가 소리쳤다.

실제로 가차랜드에서 몬스터 소지 허가증을 받은 이들을 제외한 이들이 몬스터에게 먹을 것을 주는 등 도움을 주는 행위는 불법이었다.

그 몬스터가 시스템의 판결에 의해서 속죄 중인 죄인이어서 면회를 신청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말이다.

조금 더 깊이 파고들자면, 이 역시 양산박의 탓이었다.

과거 양산박은 몬스터들을 길들여 가차랜드를 전복시키려고 했고, 실제로 가차랜드의 90%가 파괴되었던 적이 있었다.

마침 이 상황을 발견한 시스템 인더스트리의 고위층이 긴급히 아직 태어나지 않은 회장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가차랜드는 그대로 폐기되었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도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는 이들은 있기 마련.

가차랜드 캣 맘과 캣 대디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몬스터 사육 허가증도 없으면서 몬스터에게 연민을 느끼고 몬스터에게 밥이나 잘 곳 등을 제공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몬스터라고 할지라도 마음을 터놓고 다가간다면 충분히 친해지고, 또 착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생각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들이 면허도, 지식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몬스터를 길들인다는 것은 아주 섬세하고, 또 위험한 일이었다.

조금만 잘못 다뤄도 몬스터들은 제멋대로 날뛰며 가차랜드에 해악을 끼치곤 했으니까.

면허를 가진 이들이 다뤄도 그런데 면허와 지식이 없는 이들이 어설프게 다가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건 바로, 눈앞에 있는 거대한 기계 들고양이가 잘 보여 주었다.

거대한 기계 들고양이는 거대한 참치 캔에게 다가오며, 다른 이들의 텐트를 밟아 망가뜨림과 동시에 방해하는 사람들을 마구 햘퀴었다.

그리고 아침을 먹기 위해 지핀 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하악질을 하며 발톱으로 캠핑장 바닥을 마구 긁어내며 흙먼지를 날려댔다.

그야말로 민폐의 끝!

"아마 그 사람이 촉수를 토한 것도, 들짐승이나 야생 동물에 있던 기생충이 옮은 걸지도 모릅니다."

돈 카게야샤는 그렇게 말하며 으르렁거렸다.

이 모든 것을 들은 도미닉 경과 도미니아 경, 그리고 메리와 미네르바는 이내 서로를 바라보았다.

돈 카게야샤와 달리, 이 네 명은 이렇게 가차랜드에서 야생 동물이나 들짐승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삼촌?"

도미니아 경이 돈 카게야샤에게 물었다.

"잡아야지."

돈 카게야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가차랜드에서 난동을 피우는 몬스터는 가차 없이 살처분이니까."

가차랜드의 캣 맘과 캣 대디들은 알까?

그들이 한 행동으로 인해, 오히려 고양이과 몬스터들이 이렇게 살처분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려."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참치캔을 우악스럽게 먹는 기계 들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일단, 궁금한 것이 많지만..."

도미닉 경은 검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살기를 느낀 거대한 기계 들고양이는 도미닉 경을 향해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은 그런 고양이를 마주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일부터 처리합시다."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고양이에게 다가 갔다.

고양이도 갑자기 움직이는 도미닉 경을 보며 크게 하악질을 하더니,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들고 도미닉 경에게 휘둘렀다.

난데 없는 기계 들고양이 레이드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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