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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71화 (438/528)

〈 471화 〉 [470화]예상치 못한 만남

* * *

참으로 시기 적절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픽 카드에 대해서 고민하는 도미닉 경의 앞에 이렇게 그래픽 카드를 경품으로 거는 가게가 나타나다니!

도미닉 경은 호객꾼의 외침을 따라 그래픽 카드를 경품으로 낸 노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세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1등에게는 무려­"

"실례하오."

도미닉 경은 계속해서 호객을 하는 호객꾼에게 다가가 자세한 사항을 물었다.

"여기는 대체 무엇을 하는 노점이오?"

"아! 손님이시군요!"

호객꾼은 도미닉 경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는 추첨을 통해 경품을 뽑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게 말한 호객꾼이 어느 한 군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돌림판이 있었는데, 1등부터 10등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모든 숫자칸은 균등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도미닉 경은 겉으로 보이는 크기에 의문을 가졌다.

"저렇게 하면 등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모든 경품이 10% 확률로 뽑히는 것 아니오?"

"아, 그건 아닙니다."

호객꾼은 도미닉 경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부의 확률 조정기를 통해, 1등은 약 0.25%, 2등은 1.75%, 3등은 3% 정도의 확률을 가지고 있거든요."

"...? 꽤 높은 수치구려."

도미닉 경은 지금까지 소숫점 세네 자리의 확률을 보다가 이렇게 정직한 확률을 보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뭐, 이건 사실 블랙 그룹의 프로모션 중 하나니까요."

"프로모션?"

"네."

호객꾼은 도미닉 경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판을 한 번 돌리려면, 일정 이상의 블랙 그룹산 물건을 사서 영수증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대략... 5만 크레딧에 한 번 돌릴 수 있겠네요."

"5만 크레딧."

도미닉 경은 호객꾼의 말에 그제야 이 돌림판을 돌리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차렸다.

그리고 왜 호객꾼이 이것을 블랙 그룹의 프로모션이라고 한 것인지도 알아차렸다.

이 노점 자체가, 블랙 그룹의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미끼였다.

"그나저나 3%라..."

도미닉 경은 방금 전 호객꾼이 한 말을 떠올리며 고민에 잠겼다.

3%. 그다지 높지도, 낮지도 않은 확률.

호객꾼은 이 돌림판을 한 번 돌리기 위해서는 5만 크레딧 상당의 블랙 그룹 물건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한 번에 10만 크레딧... 아니, 100만 크레딧 이상을 산다면 어떻게 되는 거요? 그럼 20번을 돌릴 수 있는 거요?"

"물론이죠! 많이 살수록 확률은 올라간다. 그것이 바로 이 돌림판의 진가죠!"

무엇보다 많이 살수록 확률이 올라가야 사람들이 더 많은 물건을 살 것 아닙니까. 라고 호객꾼은 말했다.

도미닉 경은 호객꾼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겠소?"

"물론이죠! 궁금한 게 뭐죠?"

호객꾼은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그야말로 호객의 프로다운 행위였다.

"블랙 그룹의 물건을 파는 곳 중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오?"

"...? 네?"

"블랙 그룹 물건을 사서 영수증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서도 충분히 사실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호객꾼은 손가락으로 노점 뒤에 있는 가게를 가리켰다.

도미닉 경이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블랙 그룹 직영 백화점'이라는 문구가 붙은 높은 빌딩이 보였다.

"과연. 이렇게 되는 건가."

도미닉 경은 이 놀라운 상술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호객꾼에게 감사를 표했다.

"알려 줘서 감사하오. 조금 있다가 또 오겠소."

"별말씀을요. 좋은 쇼핑 되세요!"

도미닉 경은 호객꾼의 미소를 뒤로하고 블랙 그룹 직영 백화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과연 백화점이라고 할 만 하군."

도미닉 경은 백화점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끝도 없이 이어진 상품의 행렬.

세상의 모든 것을 가져다 놓은 듯 셀 수 없는 종류의 물건들.

지금까지 상업 지구의 시장을 주로 이용하던 도미닉 경에게 있어서 이곳은 꽤 신세계였다.

크기로 따지자면 도미닉 경의 농장이 더 클 지도 모르겠으나, 상품들로만 따지자면 이 백화점이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었다.

"감탄을 금치 못하겠어."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점포와 점포 사이를 지나다녔다.

1층은 대개 보석이 달린 장신구를 팔거나, 명품 스킨을 파는 등 의류를 자주 파는 것처럼 보였다.

도미닉 경은 그중 보석이 달린 방패나 검에 잠시 관심을 가졌으나, 이내 그것들이 관상용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금방 관심이 식었다.

"이렇게나 많은데, 무엇을 사야할지도 막막하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도미닉 경은 적당한 물건이 있다면 사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백화점은 너무나도 물건이 많아 오히려 적당한 물건을 고르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

도미닉 경은 도무지 무엇을 살 지 결정할 수 없어 잠시 이 백화점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참으로 다양한 것들이 있군."

도미닉 경은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해서 감탄을 이어 나갔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22층까지 이어진 이 엄청난 물량의 세계에서, 도미닉 경은 물건을 사는 것도 잊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도미닉 경이 사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하 1층 식품 코너에서 팔던 페럴란트 식 칠면조 구이 밀 키트를 두어 개 장바구니에 담아둔 것뿐이었다.

심지어 그 칠면조 구이 밀 키트는 개당 14,900 크레딧 밖에 하지 않았기에 경품 한 번을 돌릴 수 있는 5만 크레딧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

도미닉 경은 아무 생각 없이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필요한 물건들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먹을 걸 좀 더 사는 것은 어떨까."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지하 1층으로 향했다.

도미닉 경은 지하 1층 식품 코너에서 조금 더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문득, 도미닉 경은 이 식품 코너에서 페럴란트 식 밀 키트가 꽤 많이 보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흠. 페럴란트 식 요리가 이렇게나 많았나?"

도미닉 경은 그 밀 키트들을 곰곰이 마라보다가, 문득 그것들이 도미닉 경의 추억 속의 요리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밀 키트들이 페럴란트의 농노들이 먹을 법 한 요리라는 것들을 알아차린 것이다.

"...어째서?"

도미닉 경은 페럴란트 식 요리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그 모든 요리가 왜 하필 농노식 요리일까 하는 것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도미닉 경의 주변엔 도미닉 경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에, 도미닉 경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페럴란트 식 밀 키트를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을 뿐이었다.

"음?"

도미닉 경이 페럴란트 식 밀 키트를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도미닉 경은 문득 하나밖에 남지 않은 페럴란트 식 밀 키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페럴란트 식 스튜였는데, 도미닉 경은 무심코 마지막 남은 페럴란트 식 스튜 밀 키트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그것을 집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그 밀 키트를 집어가 버린 것이다.

"와 설마 여기서 이걸 볼 줄은 몰랐네."

"그러게 말이야. 추억이네."

도미닉 경은 자기보다 먼저 밀 키트를 집어간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젊은 여성들이었는데, 페럴란트 식 스튜를 보면서 매우 기쁘다는 듯 재잘거리고 있었다.

도미닉 경은 뻘줌하게 뻗은 손을 회수하며 잠시 그 여성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네 할아버지 집에 놀러가면 늘 해주시곤 했잖아."

"그러니까. 그러고 보니 메리 너도 자주 먹던 것 아니야?"

"뭐, 그렇지."

도미닉 경은 그녀들의 말을 들으며 꽤 큰 위화감을 느꼈다.

페럴란트 식 스튜를 보며 추억이 가득하다는 말을 한다고?

도미닉 경은 문득 페럴란트 출신의 사람들이 도미닉 경과 레미를 제외하고 또 누가 있는지 생각해봤지만,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도미닉 경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들도 도미닉 경의 시선을 느꼈는지 마찬가지로 도미닉 경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도미닉 경은 그중 하얀 머리를 한 여성을 유심히 보았다.

그녀는 등에 방패를 메고, 허리춤엔 단검과 권총을 차고 있었는데, 도미닉 경은 그 모습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

이는 도미닉 경을 바라보던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도미닉 경을 보며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깜짝 놀란 듯 눈을 부릅 뜨며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도, 도미닉 경?"

"...어떻게 아셨소?"

도미닉 경은 도미닉 경의 정체를 알아낸 여성들을 보며 잠깐 방어적인 태세를 취했다.

실제로 검과 방패를 꺼낸 것이 아니라, 약간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 그야..."

"이야, 다들 여기 있었군! 그래. 페럴란트 식 스튜는 찾았나?"

그때였다.

도미닉 경은 옆에서 누군가가 여기로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야차의 가면 위에 야차의 가면을 쓴 거구의 사내가 있었다.

도미닉 경은 그 거구의 사내를 보자마자 바로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렸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며칠 전, 자신과 한 번 싸운 적이 있던 사내를.

그리고 그만큼 큰 임팩트를 줬던 사내를.

"돈 카게야샤?"

"...삼촌?"

돈 카게야샤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가, 그곳에 도미닉 경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돈 카게야샤는 놀란 눈으로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삼촌이 거기서 왜 나오냐는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물론, 가면에 가려져 그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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