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8화 〉 [467화]5성 모임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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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오류나 버그가 있었던 모양으로"
고그의 도움으로 다시 저택에 돌아온 도미닉 경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는 행정부의 대외 홍보관 투르 마르치였다.
그는 방금 전, 저택 위에 나타났던 가짜 우주 전함에 대해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5성 모임은 이대로 끝일 모양이다."
고그는 주변의 분위기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고그의 말대로 사람들의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우주 전함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여기 모인 이들은 대부분 5성을 넘은 이들이었기에, 그런 사소한 것에 두려워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불만을 가진 것은 조금 다른 이유였다.
"흥이 깨졌다."
가면을 쓴 5성 중 하나가 그리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렇다.
이들이 이렇게 화가 난 것은, 갑자기 난입한 양산박의 가짜 우주 전함으로 인해 모임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는 이유였다.
"그, 그러지 마시고 조금 더 있다가 가시는 것이..."
투르 마르치는 5성 인원들을 어떻게든 붙잡아두려고 했지만, 이미 모임에 흥이 깨진 이들은 하나둘 저택을 나갔다.
도미닉 경은 갑자기 이렇게 모임이 엉망이 된 이유를 몰라 고개를 갸웃하며 고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들은 왜 저러는 거요?"
"그건 이 모임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고그는 도미닉 경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억지로 모았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억지로 모았다니?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소?"
도미닉 경이 고그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보면 알겠지만..."
고그가 슬쩍 투르 마르치를 곁눈질했다.
투르 마르치는 최대한 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으나, 사람들은 흐름을 타고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망연자실한 투르 마르치가 한숨을 내쉬며 근처의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 모임은 행정부에서 주관한 것이다. 사실, 5성 모임이 열릴 때도 아니긴 했다."
고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도미닉 경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알다시피, 지금은 무려 이벤트가 두 개나 겹쳐 있는 상황이었다. 도미닉 경, 당신의 5성 승급 축제와 가면 무도회 이벤트. 그런 와중에 또 이렇게 모임을 열었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긴 하오."
도미닉 경이 고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축제가 열리는 와중에, 갑자기 모임이 있다면서 날아온 초대장이라니.
"그럼 왜 행정부가 이런 모임을 주관했소?"
도미닉 경은 문득 떠오른 의문 하나를 던졌다.
그러자 고그는 고개를 저으며 도미닉 경의 말에 대답했다.
"모른다."
"음?"
"행정부에서 갑자기 모임을 열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었다. 그건 고작 이틀 전의 일이었지."
그렇게 말한 고그는 나름 자신이 추리한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세 가지 중 하나다. 첫 번째로 애초에 모임이 잡혀 있었는데, 다른 부서와 소통의 부재로 문제가 생긴 것."
고그가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다음으로 유력한 것은, 5성들과 행정부 간의 기 싸움."
고그가 손가락 두 개를 접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5성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이목이 끌렸을 때, 무언가 겉으로 보이는 성과를 내야 했다는 것. 이 세 가지 중 하나다."
마지막 세 번째 손가락까지 접은 고그는 다시금 투르 마르치를 보았다.
투르 마르치는 거의 텅 비다시피 한 로비를 보며 영혼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유력하게 생각하는 건 세 번째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세 번째 일 것 같다."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사실, 이 모임이 성사된 것은 고그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미닉 경이 5성이 되자, 행정부의 일부 부서에서는 도미닉 경의 승급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정부의 대외 홍보부도 그런 부류였다.
행정부 대외 홍보부의 일은 성좌들과 관련이 있었다.
성좌들에게 가차랜드란 어떤 곳이며, 어떤 흥미로운 일들이 가득한지 말 그대로 홍보하는 부서였다.
가차랜드는 생각보다 성좌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곳이었다.
성좌들 중에서는 큰 손이 많아, 가차랜드에 한 번 흥미를 가지면 어마어마한 재화를 투자가는 경우가 많았다.
간단한 예로 아임 낫 리틀을 보라.
도미닉 경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가 가차랜드에 들이부은 재화가 얼마던가.
자세한 것은 가늠할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투자한 돈을 간략하게 계산해도 행성 하나는 살 수 있을 만큼의 재화가 쓰여졌으리라.
그만큼, 가차랜드의 자본 중 성좌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꽤 큰 편이었다.
이런 성좌들을 가차랜드로 끌어들이는 것이 대외 홍보부가 할 일이었고.
그러나 이들은 한 가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도미닉 경을 홍보에 사용한 것?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가차랜드에 온 사람들은 가차랜드로 넘어오기 전 약관에 동의해야만 했고, 그 약관에는 행정부가 필요할 때 홍보용으로 쓸 수도 있다는 조항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외 홍보부가 실수한 것은, 바로 타이밍이었다.
대외 홍보부는 도미닉 경이 5성이 되자마자, 이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자 했다.
가차랜드 최초의 5성 탱커! 그 대단한 5성, 운류 무사시의 일격을 막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스펙!
여기까지만 했더라면, 대외 홍보부는 충분한 성과를 냈었으리라.
그러나 대외 홍보부는 여기서 더 욕심을 내고 말았다.
도미닉 경만 해도 좋겠지만, 이참에 다른 5성들도 성좌들에게 소개하자!
그리고 이 욕심이야말로 대외 홍보부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였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은 축제 기간이었고, 또 이벤트 기간이었다.
가차랜드의 5성들의 특성상, 아는 지인들도 많았고, 그중에는 결혼을 하거나 애인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 말은,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소리였다.
마침 다들 축제를 즐기러 가차랜드 시내에 있었기에 모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임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도대체 왜 모이라고 한 거지?'
'아무리 그래도, 축제 기간에 모이라고 하는 것은 선을 넘지 않았나?'
5성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모임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도미닉 경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이번 모임의 명분도 이상했다.
5성들끼리 모여 친목을 다지자니.
한 걸음 밖으로 나서면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왜 이런 고루하고 칙칙한 곳에서 친목을 다져야 하지?
그렇게 사람들의 불만은 점점 쌓여만 갔지만,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래도 행정부에서 주최한 일이고, 분명 제대로 된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믿음을 아직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갑자기 저택 상공에 나타난 가짜 우주 전함의 존재는 이런 기대도 박살 내버리고 말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외 홍보부가 사람을 모으기만 했을 뿐 제대로 모임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보안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저 침입자 문제를 해결한 것도 행정부가 아닌 손님들이었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부글부글 끓기만 했을 뿐, 화를 낼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이렇게 사람을 모은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대외 홍보부가 사람을 모았을 때, 별 이유 없이 모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이는 누군가가 대외 홍보관 투르 마르치에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를 모은 이유가 뭐요?'
'네?'
'이렇게 5성들을 모았으니, 그 이유가 있을 것 아니오.'
'아, 이유. 네. 이유 말이죠. 그러니까...'
'...설마 별 이유 없이 우리를 부른 거요?'
'네? 아니, 아닙니다! 그러니까, 당황해서 말이 갑자기 안 나오는데...'
투르 마르치는 최대한 시간을 질질 끌며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런 행동을 모를 정도로 여기 있는 사람들이 멍청하지는 않았다.
결국,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친목이나 다지라며 5성들을 모았던 것이 들통난 투르 마르치.
그런 상황이었으니, 사람들이 실망하며 나가는 것도 이해되는 일이었다.
"...결국 과한 욕심이 화를 부른 모양이구려."
도미닉 경은 영혼이 빠져나가 십 년은 늙어 보이는 투르 마르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일로 뭔가 깨달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고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일을 벌이는 행정부의 행태를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투르 마르치를 비롯한 행정부의 인원들이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뭐, 다음번에도 똑같을 테지만."
고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실 생각이오?"
"그럴 리가. 여기가 내 집이다."
고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모임도 마무리되었겠다, 정리해야지."
그렇게 말한 고그가 투르 마르치를 바라보았다.
"내 집을 빌린 값을 말이다."
그렇게 말한 고그가 투르 마르치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사실상 이 모임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도미닉 경은 이미 영혼이 탈탈 털린 것처럼 보이는 투르 마르치를 또 탈탈 터는 고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그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5성 모임은, 그렇게 누군가의 욕심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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