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6화 〉 [465화]미션, 컴플리트!
* * *
도미닉 경은 중간 보스가 있던 자리를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도미닉 경이 가진 설계도가 맞다면, 이 다음 구역은 바로 가짜 도미닉 경이 있는 곳일 것이다.
"이 너머에 나를 사칭한 이가 있다는 말이지..."
도미닉 경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음 구역의 문을 열었다.
...
"안은 생각보다 깨끗하군."
도미닉 경은 어째서인지 그렇게 말하며 가짜 도미닉 경의 거처에 들어섰다.
사실 도미닉 경이 이렇게 가짜 도미닉 경의 거처를 칭찬하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각목과 합판으로만 이루어진 장소를 보다가, 그나마 전함의 구색을 갖춘 구역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재질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럴싸한 금속으로 된 방 안에는, 그럴듯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어 겉보기에는 전함의 일부처럼 보였다.
"과연. 홀로그램에서 보였던 그럴듯한 배경과 닮았군."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의 홀로그램에서 본 배경과 이 장소가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여기는 가짜 도미닉 경의 처소가 맞는 모양이었다.
"침입자로군."
그때였다.
도미닉 경은 문득, 이질적인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도미닉 경의 목소리였으나, 약간의 변조가 가해져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도미닉 경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가짜 도미닉 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이 바로 가짜 도미닉 경이오?"
"가짜라니!"
가짜 도미닉 경은 도미닉 경의 말에 버럭 화를 내었다.
이 방의 끝자락에 있던 책상, 그 너머에 있던 큰 의자가 뱅글 돌아가며 고철로 된 가짜 도미닉 경의 모습이 드러났다.
"내가 진짜다! 바로 내가 진짜야! 내가 진짜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지! 보라고! 난 이렇게 팔꿈치에 혀도 닿는다!"
가짜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기계로 된 팔꿈치에 기계로 된 혀를 내밀었다.
그러나 가짜 도미닉 경의 말과는 달리, 그 혀는 팔꿈치에 닿지 못했다.
아무래도 고철이다 보니 일부 관절이 녹슬어 그런 모양이었지만, 가짜 도미닉 경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어떻게든 팔꿈치에 혀를 닿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팔꿈치에 혀가 닿는 일을 없었고, 가짜 도미닉 경은 무안한지 버럭 화를 내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 아무튼 내가 진짜 도미닉 경이다! 내가 진짜라는 데 300 크레딧 정도는 걸 수 있다!"
이 부유함이야말로 내가 진짜 도미닉 경이라는 증거지! 라고 말한 가짜 도미닉 경은 슬쩍 서랍에서 자기 통장을 꺼내보더니, 은근슬쩍 말을 바꿨다.
"...264 크레딧 정도 말이다!"
부가세를 생각하지 않았군! 가짜 도미닉 경이 변명하듯 그렇게 외쳤다.
도미닉 경은 그런 가짜 도미닉 경의 발악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가짜 도미닉 경의 행동은 추악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봐줄 수가 없군."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의 추태에 예의를 갖추는 것조차 잊고 그렇게 말했다.
"도대체 넌 무슨 이유로 날 사칭하고 있지?"
도미닉 경이 가짜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흥! 그건 내가 진짜기 때문이지! 난 진짜 도미닉 경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의 위대함을 알아야 한다! 가짜가 아니라!"
도미닉 경은 횡설수설하는가짜 도미닉 경의 말을 통해 가짜 도미닉 경이 나타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 가짜 도미닉 경은 진짜 도미닉 경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내가 쌓아 올린 명예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닐 텐데."
도미닉 경은 감히 도미닉 경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명예를 훼손하려고 한 저 가짜 도미닉 경에게 큰 분노를 느꼈다.
도미닉 경은 검을 들어 올려 가짜 도미닉 경을 향해 겨눴다.
"감히 내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하다니, 그러고도 네가 '기사' 도미닉 경을 사칭할 수 있느냐?"
"..."
가짜 도미닉 경은 진짜 도미닉 경의 일갈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가짜 도미닉 경도 도미닉 경이었던 만큼 기사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애초부터 도미닉 경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그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흥. 그건 네가 진짜 도미닉 경이라는 가정 하의 일이다."
가짜 도미닉 경은 애써 도미닉 경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무엇보다도, 네가 진짜 도미닉 경이었더라면,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떠들기 전에 명예를 훼손한 내게 달려들었겠지. 안 그래?"
가짜 도미닉 경은 거기에서 한 술 더 떠 도미닉 경을 도발하기까지 했다.
"...그 말 대로로군."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의 말에 그래도 대화를 시도해 보려는 자기 노력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을 향해 내밀었던 검을 내렸다.
그러고는, 방패의 윗부분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도미닉 경이 방패를 들어 올린다는 것은 전투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 의미가 사뭇 달랐다.
도미닉 경은 방패 너머로 상대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방패에 가려져 상대에게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
그것은 만에 하나라도 도미닉 경의 얼굴에 나타날 표정으로 상대가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딱 하나.
바로 도미닉 경이, 진심으로 가짜 도미닉 경을 상대하겠다는 것이었다.
"흥."
가짜 도미닉 경은 그런 도미닉 경의 행동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여긴 내 홈 그라운드다."
가짜 도미닉 경이 검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쌍이 아니었다.
무려 세 자루의 검과 세 개의 방패.
그렇다.
가짜 도미닉 경은 무려 팔이 여섯 개나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것들은 지금까지 만났던 고철 로봇들의 무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패들과, 흉흉한 레이저로 된 검.
가짜 도미닉 경은 레이저 검을 뱅글뱅글 위협적으로 돌리며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바닥에 레이저 검이 닿자, 금속으로 된 바닥에 검게 그을려 녹아내린 굵은 선 하나가 그어졌다.
그것은, 레이저 검의 위력이 상당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누가 너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뛰어난 공학자였던 모양이군."
도미닉 경이 가짜 도미닉 경의 무기에 찬사를 보냈다.
"그야, 내가 진짜 도미닉 경이기 때문이지."
그렇게 말한 가짜 도미닉 경은 세 개의 방패를 앞세우고, 세 개의 레이저 검을 휘두르며 도미닉 경에게 다가왔다.
"기수 프로토콜 ON."
가짜 도미닉 경이 도미닉 경에게 다가오며 그렇게 외치자, 구석에서 작게 바닥이 열리더니 고철과 재활용 천으로 이루어진 깃발 하나가 나타났다.
"...감히!"
그 깃발을 본 도미닉 경은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그 깃발은, 페럴란트를 뜻하는 갈색 배경에 흰 주목과 하얀 까마귀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위에 붉은 페인트로 X자를 친 깃발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도미닉 경을 도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럴란트를 모욕하려는 의도의 깃발이었다.
"이 깃발이 마음에 드나?"
가짜 도미닉 경이 도미닉 경을 더욱 도발했다.
도미닉 경은 그런 가짜 도미닉 경을 매우 사납게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도미닉 경이 분노한 적은 많았으나, 가차랜드에 오고 난 이후 이토록 분노에 휩쌓인 적이 없었다.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을 보며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렸다.
"네놈을 만든 녀석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네놈의 목을 치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겠다."
도미닉 경은 분노에 사로잡혀 그렇게 말했다.
"하하! 그래! 역시 가짜답게 손쉽게 분노에 사로잡히는구나! 하하! 그럴 줄 알았지!"
그렇게 말한 가짜 도미닉 경은 더욱더 도미닉 경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정말 도미닉 경을 도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만 같이 말이다.
"그래! 더욱 분노해라! 더욱 추하게 분노해서, 내 위대함의 거름이 되어라! 나, 도미닉 경의 명성과 명예를 위해 추하게 발버둥 치다가 죽어라!"
그렇게 말한 가짜 도미닉 경이 진짜 도미닉 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짜 도미닉 경은 성급에서 진짜 도미닉 경의 상대가 되지 못했으나, 현재 도미닉 경이 매우 분노하고 있어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다는 점, 그리고 도미닉 경보다 무려 세 배에 달하는 무기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일부 정확해서, 진짜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의 화려한 공세에 그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역시 네놈이 가짜였군!"
"큭...!"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의 공격이 겉만 화려한 공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분노로 인해 제대로 된 생각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동시에 가짜 도미닉 경의 공세가 도미닉 경의 사각, 즉 안대를 한쪽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짜 도미닉 경은 의기양양하게 도미닉 경을 도발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가짜 도미닉 경에게 승기가 기울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미닉 경은 계속된 공세에 밀려 벽에 등이 닿았다.
"이 걸로 마지막이다!"
라고 외친 가짜 도미닉 경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조작했다.
그것은 작은 버튼이었는데, 가짜 도미닉 경이 그 버튼을 누르자 도미닉 경의 등 뒤에 있던 벽이 열리며 바깥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하! 이제 여기서 너를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겠군!"
가짜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도미닉 경을 더욱 밀어붙였다.
사실, 이곳에서 떨어지더라도 도미닉 경은 죽지 않겠지만, 이때의 도미닉 경과 가짜 도미닉 경은 둘 다 기묘한 흥분 상태에 이르러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도미닉 경은 필사적으로 가짜 도미닉 경의 공세를 막아 내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가짜 도미닉 경은 그런 도미닉 경의 발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갑자기 방패 하나를 도미닉 경에게 집어던졌다.
도미닉 경은 그 방패에 맞는 순간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기에 고개를 숙여 방패를 피했다.
그리고 도미닉 경이 고개를 들었을 때, 가짜 도미닉 경의 손에는 광선 총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지금까지 고철 로봇들이 쓰던 바로 그 총이 말이다.
"비열하다고 욕해도 상관없다."
가짜 도미닉 경이 기계음 가득한 목소리로 도미닉 경을 비웃었다.
"지금부터, 내가 진짜 도미닉 경이다."
그렇게 말하며 광선총의 방아쇠를 천천히 당기기 시작한 가짜 도미닉 경.
이대로 저 광선총에 맞는다면, 도미닉 경은 바로 저 수천 미터 아래로 떨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도미닉 경에게는 가장 든든한 것들이 있었다.
하나는 도미닉 경이 [시네마틱]이라는 특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고...
"도미닉 경! 엎드려요!"
또 하나는 이 가짜 전함에 온 것은, 도미닉 경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는 그가 잘 아는 목소리, 히메의 목소리였다.
도미닉 경은 익숙한 목소리에 바로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히메는 도미닉 경의 가장 친한 사람 중 하나였고, 그런 사람이 외치는 말을 들어 손해를 볼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으니까.
분노로 가득한 상황에서도, 도미닉 경은 히메의 목소리만 듣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뭐?"
가짜 도미닉 경은 진짜 도미닉 경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자 당황했다.
설마 도미닉 경이, 기사의 명예가 있는데도 바닥에 납작 엎드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가짜 도미닉 경을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프로펠러의 존재였다.
"이건 대체꿻."
가짜 도미닉 경은 눈앞에 다가온 히메의 기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 기체에 충돌하고 말았다.
가짜 도미닉 경은 히메의 기체에 매달린 채 반대편 벽으로 날아갔는데, 어떻게든 이 기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음에도 기체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히메가 탔던 기체는 스피드 중시형이었기에 벽에 닿자마자 큰 폭발을 일으키며 터졌다.
그와 함께, 가짜 도미닉 경도 그 폭발에 휩쓸리고 말았다.
"이런 바보 같은!"
가짜 도미닉 경은 그런 말을 유언으로 남기며 폭발 속으로 사라졌다.
가짜다운, 허망한 끝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