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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65화 (432/528)

〈 465화 〉 [464화]중간보스?

* * *

도미닉 경이 격납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중간 보스로 보이는 누군가가 있었다.

"하하! 다진 고기가 되고 싶어 찾아온 녀석은 누구... 응? 뭐야?"

그리고 그중간 보스는 도미닉 경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때 은혜를 입은 적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바로, 도미닉 경이 가차랜드에 막 도착했을 때 여러 가지 포션을 줬던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였다.

"...당신은?"

"뭐야. 예전에 내가 포션을 줬던 녀석 아니야?"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도 여기서 도미닉 경을 볼 줄은 몰랐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아니,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여긴 비행으로만 입장 가능한 구역이라고!"

"...그러는 당신은 무슨 일로 여기에 있는 거요?"

"아니 뭐, 단기 알바를 구한다고 하길래."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는 도미닉 경이 5성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일이 바빠 세상의 정보를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

지금도 단기 알바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생활비 문제로 인해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이겠지.

"뭐, 어쨌든 오랜만에 보니 반갑넴, 마."

"그러게 말이오."

도미닉 경은 오랜만에 만난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를 보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도미닉 경은 마음 한 켠에 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었다.

그가 준 포션으로 인해 도미닉 경은 가차랜드에 큰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처럼 가차랜드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포션은 정말 고마웠소."

도미닉 경이 리젠트 머리의 남자에게 말했다.

"앙? 포션?"

리젠트 머리의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뒷머리를 긁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담, 마! 언제적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냠, 마!"

리젠트 머리의 남자가 멋쩍은 듯 괜히 화를 내었다.

"그나저나, 당신이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구려."

"뭐, 일당이 꽤 괜찮아서."

양아치는 도미닉 경의 말에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했다.

"몸이 좀 상하긴 하지만 4대 보험도 들어 있기도하고."

"음."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웃는 양아치를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튼, 여기를 지나가려고 하는 거겠지?"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는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며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바닥에 침을 발라 머리를 뒤로 넘기고는, 옆에 내려 두고 있었던 미니건을 들고 도미닉 경을 향해 겨눴다.

"인연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담, 마!"

미니건의 총열이 천천히 돌아가며 예열되기 시작했다.

아마 방아쇠에 힘을 더 주는 순간, 저 총열이 맹렬하게 돌아가며 도미닉 경에게 분 당 수천 발의 총알을 퍼붓겠지.

혹은, 한 번에 세 발에서 여섯 발 정도를 퍼붓거나.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소."

도미닉 경은 과거의 은인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냥, 길을 비켜 줄 수는 없겠소?"

도미닉 경의 말에 양아치의 눈빛이 흔들렸다.

도미닉 경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나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는 도미닉 경을 향해 이를 악물고 이렇게 대답했다.

"돈을 받았으니, 돈값은 해야짐, 마!"

그렇게 말한 양아치는, 눈을 질끈 감고 도미닉 경을 향해서 총알을 마구 발사했다.

...한 번에 여섯 발 씩 끊어서 말이다.

도미닉 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검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양아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말이다.

...

잠시 후.

"으윽..."

양아치는 미니건을 떨어뜨린 채 비틀거렸다.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는 꽤 성급이 높았는지 도미닉 경의 공세를 잘 버텨 내었다.

물론 도미닉 경의 공격력이 낮은 것도 있었지만,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의 몸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 큰 미니건을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도미닉 경을 귀찮게 했지만, 결국 도미닉 경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 양아치.

"...이해할 수 없군."

도미닉 경은 팔을 붙잡고 고통에 허덕이는 양아치를 보며 의문을 가졌다.

"당신 같이 대단한 사람이, 고작 이런 푼돈을 벌고자 일하고 있다니 말이오."

"...뭐, 그런 일이 있으니깜, 마."

도미닉 경의 말에 양아치는 괜히 씨익 웃었다.

"...안타깝구려. 이렇게 적으로 만났다는 것이."

"뭐, 깊게 생각할 거 뭐 있냠, 마! 적으로 만났으니 아쉬워할 것 없담, 마! 죽여라!"

그렇게 말한 양아치는, 양팔을 크게 펼치며 도미닉 경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그래야 나도 돈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냠, 마."

"...그것도 그렇구려."

도미닉 경은 양아치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인물이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도미닉 경은 그런 양아치의 모습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그런 양아치에 대한 예우로, 있는 힘껏 최후의 일격을 날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내 성의요."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방패를 집어 들었다.

평소에는 스탯과 약간의 기교만으로 싸우는 도미닉 경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도미닉 경이 페럴란트에서 배운 기술 중 가장 강력한 기술을 준비했다.

오로지 양아치에 대한 예우로 말이다.

"만일 부활한다면, 타이쿤 시티의 '농장'을 찾아가 보시오. 그리고 도미닉 경이 보냈다고 말하면, 일 거리를 줄 거요."

"...이거, 내가 모르는 사이에 꽤 거물이 되었나 보군."

양아치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상 사는 일에 관심을 좀 가질 걸 그랬어."

양아치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그랬다면, 도미닉 경이 이런 거물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빨대를 좀 꽂았을 텐데."

그렇게 말한 양아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뭐, 이제 죽여람, 마. 적어도 일했다는 티는 내야지."

"...알겠소."

도미닉 경은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의 말을 듣자마자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을 양아치에게 먹였다.

양아치는 순식간에 체력이 깎여 나갔으나, 바로 빛으로 화하지는 않았다.

도미닉 경의 [시네마틱]이, 양아치의 최후를 더욱 극적으로 바꿔놓았던 것이다.

"나중에... 두고 보자... 애송이..."

그렇게 삼류 악당이나 할 법한 말을 내뱉은 양아치는, 각목과 합판으로 만들어진 격납고의 틈새 사이로 떨어졌다.

저 아래, 숲에 양아치의 몸이 떨어져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내가 만났던 이들 중에선... 가장 명예로운 이였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때, 도미닉 경은 문득 발에 무언가가 채이는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조금 전에 양아치가 쓰던 미니건이었다.

그 미니건을 본 도미닉 경은, 나중에 양아치를 봤을 때 돌려 줘야겠다는 생각에 그 미니건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잠시 양아치가 사라진 틈새 사이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다시금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가짜 도미닉 경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용직 중간 보스로 고용된 자는, 그렇게 도미닉 경의 강력함 앞에 쓰러지고 말았다.

...

"으... 머리야..."

가짜 전함 아래쪽에 있는 넓은 숲속 어딘가.

아까 전에 미사일을 맞았던 양산박의 신입 간부가 이곳에서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으윽... 거기서 미사일이 날아올 줄이야..."

양산박의 신입 간부는 어지러운 머리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양산박의 신입 간부는 엄청난 행운아였다.

그는 아까 전 미사일로 맞은 이후 뚫린 구멍으로 낙하하고 말았다.

땅까지는 적어도 수백, 수천 미터는 될 법한 거리.

그대로 떨어졌더라면 바로 즉사였겠으나, 그는 나뭇가지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속도가 줄어든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

물론 가차랜드의 사람들 특유의 높은 스탯도 한몫하긴 했다.

양산박의 신입 간부는 살아남았음에 감사했다.

보통 사람들이었더라면 그냥 죽고 부활하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양산박의 간부였다.

양산박의 특성상, 죽었을 경우 곧바로 중앙 시스템의 심판이 내려질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된다면, 기껏 양산박의 간부가 된 보람도 없이 추방되고 말았으리라.

"참 천운이라고 해야겠군."

그렇게 생각한 신입 간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신입 간부는 발아래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신입 간부가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보자,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 그림자는 신입 간부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그림자는 계속해서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신입 간부는 어느샌가 머리 위가 간질간질해졌다.

신입 간부는 그 요상한 감각에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신입 간부는 하늘을 가린 무언가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신입 간부가 갑자기 머리 위에 나타난 무언가에 놀라 도망치려고 했으나, 그는 그럴 수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신입 간부에게 부딪치는 것이 더 빨랐으니까.

그렇게 양산박의 신입 간부는 목이 꺾여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으음..."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는, 리젠트 머리를 한 양아치가 차지했다.

"내가... 살아 있는 건가?"

...만일 그가 정말 운이 좋다면, 부활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운은, 이미 저 리젠트 머리의 양아치가 다 가져간 것 같았지만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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