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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63화 (430/528)

〈 463화 〉 [462화]미션, 스타트!

* * *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통신망 너머에서 도미닉 경을 부르는 목소리들을 들었다.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다.

현재 도미닉 경은 격추된 상태였고, 최대한 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비행기를 운용하는 데 있어 초보인 상황.

결국, 도미닉 경은 그대로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도미닉 경! 옆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눌러!"]

그때, 고그의 외침이 들렸다.

도미닉 경은 고그의 외침대로 콕피트 옆에 있는 붉은 버튼을 찾아 눌렀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곧바로 콕피트에서 사출되었다.

도미닉 경이 타고 있던 [B­11 스바르트 알프]는 검은 연기와 함께 가짜 전함의 외벽을 뚫고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다행스럽게도, 콕피트에 내장되어 있던 낙하산이 펼쳐진 덕분에 천천히 낙하해 어디론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

"...큰일 날 뻔했군."

도미닉 경은 여기가 어디인지는 몰랐으나, 가짜 전함 내부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여긴 여전히 각목과 합판으로 만들어진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여긴 가짜 전함의 아랫 부분 같은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어느 한 군데를 응시했다.

그곳에는, 거대 전함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어떤 통로가 있었다.

그 통로 역시 각목과 합판으로 되어 있었으나, 도미닉 경은 저곳이 꽤 중요한 곳으로 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긴 절대 중요한 곳 아님! 절대 엔진실로 가는 곳이 아님! 진짜임!]

...이라는 굉장히 수상한 팻말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자면, 여기는 엔진실로 향하는 곳이겠지."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검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는 모임 때문에 넣어 두고 있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몸을 보호할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미닉 경은 방패를 앞세우고 허접하기 그지없는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미션, 스타트!'

어디서인가, 그런 소리가 들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도미닉 경!"

히메와 뚜 르 방은 거의 동시에 추락하기 시작한 도미닉 경을 향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히메와 뚜 르 방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미닉 경이 검은 연기와 함께 추락할 때에도, 도미닉 경이 콕피트에서 낙하산을 펼치고 날아오를 때에도, 그리고 알 수 없는 어딘가에 낙하해 착륙했을 때에도.

히메와 뚜 르 방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안전하게 낙하한 도미닉 경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뿐이었다.

"...이건 다 저놈들 때문이야."

히메는 이를 악물고 가짜 도미닉 경의 홀로그램을 노려보았다.

["와.하.하.하.하! 꼴 좋군!"]

가짜 도미닉 경은 도미닉 경을 격추시킨 것이 만족스럽다는 듯, 아주 비열하게 웃고 있었다.

그 꼴사나운 모습에 히메는 눈이 돌아가 버렸다.

도대체 저 가짜 녀석이, 무슨 자격으로 도미닉 경을 비웃는다는 말인가?

히메는 지금 분노로 도저히 정상적인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평소라면 쿠노이치의 비법으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히메가 좋아하는 도미닉 경이 격추되어 추락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히메는 도저히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분노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히메가 각성할 수 있는 일종의 매개체가 되었다.

"...세상이 느리게 보이네."

얼굴에 그늘이 진 히메가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이라면..."

히메가 그녀가 탄 기체, [N­1N2A 슬레이어]의 속도를 최대치로 올렸다.

음속을 넘어 초음속의 벽을 뚫었을 때, 히메는 자기 한계를 한 번 넘었다.

...물론, 아직 히메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히메는 그렇게 최고 속도로 날아다니며 이 가짜 전함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간단했다.

도미닉 경을 격추한 가짜 전함을 격추한다.

그 생각뿐이었다.

...

도미닉 경은 알 수 없는 충격에 마구 떨리기 시작한 복도에서 넘어질 뻔했으나, 이내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지기는 했으나 시야를 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충격을 느낀 것은 도미닉 경 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에 잠들어 있던, 고철 로봇들이 충격에 깨어나기 시작했다.

["제거한다. 제거한다."]

["모든 네 기지는 다 내꺼다."]

알 수 없는 전자음을 내뱉으며 깨어난 고철 로봇들은 도미닉 경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달려드는 고철 로봇들을 보고도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다.

애초에 이런 싸움이야말로 도미닉 경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싸움 방식 아니던가.

도미닉 경은 칼을 들고 고철 로봇들을 내리쳤다.

그러자 고철 로봇들은 낡은 호스에서 오래된 기름을 흩뿌리며 땅에 쓰러졌다.

낡은 로봇인 만큼, 도미닉 경의 낮은 공격력에도 큰 피해를 보는 모양이었다.

"꽤 쉬운 적이로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고철 로봇들을 베어나갔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곧 난관에 봉착했다.

언덕 위에 있는 고철 로봇들이 낡은 총을 들고 도미닉 경을 저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미닉 경이 그곳까지 올라가거나 견제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아쉽게도 도미닉 경은 언덕 위에 있는 고철 로봇들을 견제할 방법이 하나도 없었다.

도미닉 경이 할 수 있는 건, 방패로 원거리 저격을 막아가며 주변에 있는 고철 로봇들을 처리하는 일 뿐 이었...

"음?"

도미닉 경은 그때, 문득 일반적인 고철 로봇과는 조금 다른 색의 고철 로봇을 발견했다.

도미닉 경은 방금 전 고철 비행기들을 상대했을 때를 생각했다.

그때도 색깔이 다른 비행기를 잡았을 때 특별한 무언가가 나왔지.

그렇게 생각한 도미닉 경은 색깔이 다른 고철 로봇을 향해 방패치기를 시전했다.

한 방에 고철더미로 변한 고철 로봇은, 안에서 요상한 부품을 뱉어내며 사라졌다.

도미닉 경은 곧바로 그 부품에 다가가 부품을 주워들었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군."

도미닉 경은 녹아내리듯 검에 흡수되어 버린 부품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검이 약간 붉게 달아오르긴 했지만, 평소에 쓰던 검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공격력만 조금 올라가는 것인가?"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갑자기 검에서 반월 모양의 불꽃이 전방으로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전방으로 날아간 불꽃의 검기는 몇 기의 고철 로봇을 박살 내고는 사라졌다.

아무래도 그곳이 불꽃의 검기가 날아갈 수 있는 최고 거리인 모양이었다.

"...꽤 재밌는 상황이로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언덕 위에 있는 고철 로봇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다시금 불꽃의 검기가 날아가 언덕 위에 있는 고철 로봇들을 박살 내었다.

도미닉 경은 언덕 위를 향해 검을 수십 번 휘둘렀다.

정확하게 몇 번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수십 번의 휘두름 끝에 검에 붙어 있던 불길은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불길이 사라짐과 동시에 검에서 발사되던 불꽃의 검기도 사라지고 말았고.

"무한하게 지속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고개를 돌려 고철 로봇들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언덕 위에는 도미닉 경을 저격하려는 고철 로봇들이 가득했고, 고철 로봇의 파도 뒤에는 탱크같은 전쟁 병기들이 간간이 보였다.

이 모든 것들이 도미닉 경들을 처리하려고 달려오고 있었으나, 도미닉 경은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딱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전히 고철 로봇의 사이사이에는 색깔이 다른 고철 로봇들이 있었고, 도미닉 경의 방패는 여전히 튼튼했으니까.

도미닉 경은 방패를 앞세우고 고철 로봇들을 하나둘 제거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검에서 불길을 내뿜고, 가끔은 방패에서 눈덩이를 날리면서.

...

"후."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도미닉 경은 숨을 고르며 들어 올렸던 방패를 내렸다.

도미닉 경은 이 공간 내부를 잠시 둘러보았다.

방금 전까지 이 공간 내부에 가득하던 고철 로봇과 전쟁 병기들은 그 존재가 거짓이었다는 듯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말 그 존재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도미닉 경이 모두 박살 낸 것뿐.

"잠깐 쉬고 앞으로 나아가야겠군."

도미닉 경은 크게 숨을 내쉬며 잠시 근처의 상자 위에 앉았다.

도미닉 경은 상자 위에서 잠시 멍하게 있다가, 아직 번개가 지직거리는 검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건, 다 쓰지 않으면 반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모양이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서 번개가 지직거리며 앞으로 나아가 짧은 거리 내에서 폭발했다.

"이런 기믹을 잘 활용해야겠어."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니 경은 아직도 파지직 거리는 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불의 검은 범위 공격에 유리했지. 눈덩이는 내리막길에서 효과적이었고...

도미닉 경은 기믹에 대해서 잠시 고민했다.

그 순간.

"아이고야!"

"어이쿠!"

도미닉 경은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가 도미닉 경의 눈앞에 떨어진 것에 화들짝 놀랐다.

한 번 도 아니고, 두 번이나 거대한 무언가가 도미닉 경의 눈앞에서 떨어진 것이다.

도미닉 경은 이 상황에 당황하며 떨어진 것들을 보았다.

"아이고, 허리야..."

"그, 죄송한데 이것 좀 풀어 주시겠소?"

도미닉 경은 떨어진 무언가가 밧줄에 꽁꽁 묶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눈앞에 떨어진 두 사람은 잠깐 밧줄을 풀고 허리를 두드리더니, 다시 서로를 밧줄로 묶어 주었다.

그러고는 도미닉 경을 향해 이 밧줄을 좀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도미닉 경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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