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2화 〉 [461화]도그 파이트?
* * *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뚜 르 방은 비행기들을 타고 가차랜드의 영광 호... 즉, 가짜 전함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도미닉 경은 가짜 전함의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이 겉만 번지르르한 상태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무려 수백 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전함의 내부는, 마치 풍선처럼 텅 비어 있었다.
어떻게든 각목과 합판을 이용해 크기만 키워 놓은 내부는 황당할 정도로 넓은 공간을 자랑하고 있었다.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뚜 르 방의 비행기가 마음껏 활개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참으로... 황당할 정도로군."
도미닉 경은 이 넓은 공간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이 전함의 내부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으으! 감히 내 전함 내부에 들어오다니! 나, 도미닉 경의 자존심을 긁으려고 발악을 하는구나!"]
"..."
["나 도미닉 경이 말하니, 당장 돌아가서 내게 자비를 구하라! 그럼 내가 너희에게 자비를 내리겠다!"]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듣더니, 통신망을 통해 히메와 뚜 르 방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평소에도 저런 식으로 보이오?"
["아뇨! 전혀요!"]
["내 도미닉 경은 그렇지 않아!"]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당황한 듯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뚜 르 방은 가짜 도미닉 경의 만행을 도저히 들을 수 없다는 듯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아악! 내 전함! 뭣들 하느냐! 막아라! 막아라!"]
가짜 도미닉 경은 곧바로 고철 비행기들을 출격시켜 도미닉 경의 일행들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뚜 르 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이럴 때 궁극기를 써야 하는 모양이군."
도미닉 경은 본능적으로 지금 궁극기를 써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의 기체가 궁극기 미사일 배라지를 쓰자 도미닉 경의 기체에서 수많은 작은 미사일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적어도 수백 기는 되어 보이는 고철 비행기들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그러나 아직 고철 비행기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군."
도미닉 경은 고개를 돌려 도미닉 경의 왼편에서 호위를 하는 히메의 기체를 바라보았다.
히메의 기체는 갑자기 네 개의 분신을 생성하더니, 이내 전방을 향해 커다란 에너지 슈리켄을 발사했다.
아무래도 저건 히메의 기체가 가진 궁극기겠지.
도미닉 경과 히메의 궁극기로 인해 고철 비행기들은 순식간에 절반 이상이 정리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고철 비행기들은 수백 기 이상 남아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 대단한 사람인 것 같군."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과 가짜 전함, 그리고 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고철 비행기들을 만든 이에게 찬사를 보냈다.
도미닉 경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궁극기를 써 보려고 했으나, 방금 전 뚜 르 방이 그랬던 것처럼 궁극기는 나가지 않았다.
[궁극기 카트리지가 부족합니다.]
라는 메시지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당황하지 않고 버튼을 꾹 눌렀다가 떼어내었다.
그러자 도미닉 경의 좌우에 설치형 미사일 포대가 생성되어 고철 비행기들을 자동으로 요격하기 시작했다.
이 많은 고철 비행기들을 제거하기엔 무리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을 끌 수는 있었다.
"...음?"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뚜 르 방이 이 고철 비행기의 물결을 막아 내고 있었을 때, 도미닉 경은 문득 고철 비행기들 사이에서 색깔이 다른 비행기를 보았다.
그 비행기는 녹이 슬어 녹색으로 빛나는 다른 비행기들과는 달리 붉게 녹슬어 있었는데, 도미닉 경은 무심코 그 비행기를 요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 비행기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나왔다.
도미닉 경은 처음에 그것들이 비행기의 잔해라고 생각했으나, 이내 그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잔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쩡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저건... POW라고 적혀 있는 건가? 하나는 BOOM이고?"
도미닉 경은 그것들에 반짝이는 글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은 도대체 저게 무엇인지 멍하게 바라보았다.
그런 도미닉 경의 의문을 해소하려는 듯, 갑자기 무전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고그였다.
["파워 업 아이템과 궁극기 카트리지다. 먹으면 기체가 강해지고, 궁극기를 다시 쓸 수 있게 된다."]
"그렇소?"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기체에 흡수될 거다."]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는 잔해들에 가까이 다가 갔다.
그러자, 도미닉 경의 기체에 그 잔해들이 흡수되며 구석에 있던 무언가가 한 칸씩 상승했다.
POW 게이지 한 칸과 궁극기 카트리지 한 개가 차오른 것이다.
"신기하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뭔가 바뀐 것이 있는지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바뀐 것은 있었다.
바로 기본적으로 발사되던 기관총이 두 줄에서 네 줄이 된 것이다.
"과연. 이게 바로 파워 업인가."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은 방금 전보다 고철 비행기들을 상대하기 수월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관총이 두 줄에서 네 줄이 되면서 고철 비행기들을 처리하기가 좀 더 수월해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도미닉 경은 일단 붉은 기체부터 노리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이 파워 업 아이템과 궁극기 카트리지는 붉은 기체에서 나오는 듯싶었으니까.
도미닉 경은 홀린 듯 붉은 기체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구석에 있던 POW 게이지가 가득 차고, 궁극기 카트리지도 무려 5개나 얻었다.
["궁극기 카트리지를 다수 모았군. 궁극기 카트리지도 차지가 가능하다. 궁극기 버튼을 누른 채 유지하면 다수의 궁극기를 동시에 쓸 수 있다."]
도미닉 경은 고그의 충고대로 궁극기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궁극기 카트리지가 빠르게 소모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궁극기 카트리지 다섯 개가 모두 소모된 것을 확인하자, 도미닉 경은 궁극기 버튼에서 손을 떼어내었다.
그러자, 도미닉 경의 기체의 궁극기 [미사일 배라지 Lv.5]가 발동되었다.
도미닉 경은 하늘 가득히 날아오른 미사일들을 바라보며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막대한 숫자의 작은 미사일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미사일은 고철 비행기와 부딪치면 바로 폭발해 사라졌으나, 미사일의 숫자는 고철 비행기의 숫자보다... 배는 더 많았다.
도미닉 경은 시원하게 터져 나가는 고철 비행기들을 보며 알 수 없는 개운함을 느꼈다.
"...슈팅가르드의 사람들은, 이런 느낌을 매일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하나의 고철 비행기가 터져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도미닉 경! 방금 그건 뭔가요?"]
방금 전의 미사일 포화에 놀란 히메가 통신망을 통해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별 건 아니오. 붉은 기체를 잡으니 파워 업 아이템과 궁극기 카트리지를 줬소. 그것들을 모아서 써 보니 저렇게 강력한 공격이 나갔소."
["아하."]
히메는 도미닉 경의 설명을 듣고 바로 이해했다.
["전 모으자마자 써서 몰랐네요."]
히메도 파워 업 아이템과 궁극기 카트리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히메는 궁극기 카트리지를 모아서 쓰지 않고 바로바로 위급할 때마다 썼다.
그렇기에 도미닉 경이 한 것처럼 강력한 위력에 놀랐던 것이다.
"...잠깐. 그렇다면 뚜 르 방은 어떻게 된 거요?"
도미닉 경은 너무 신났던 나머지 뚜 르 방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사실, 도미닉 경이 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뚜 르 방은 어째서인지, 도미닉 경과 히메와는 다르게 딱히 활약이라고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계속해서 뚜 르 방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갑자기 눈앞이 붉게 점등하며, 무언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WARNING! / WARNING! / WARNING!]
딱 봐도 나 위험하오. 라고 말하는 듯 붉게 점등하는 시야와 경고 문구들.
도미닉 경은 아무래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뭔가 큰 것이 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도미닉 경의 예상은 틀리지 않아서, 곧 이 넓은 공간 내부에 아주 커다란 고철 비행기가 하나 나타났다.
무려 크기만 100미터에 달할 것 같은 거대한 고철 비행기는, 갑자기 변신을 하더니 하늘을 나는 거대한 로봇이 되었다.
그러고는, 엄청난 양의 탄막을 도미닉 경의 일행을 향해 뿌리기 시작했다.
["하하! 이 도미닉 경의 역작, [M02 미들보스]의 무시무시함을 단단히 보아라!"]
"...아무래도 저 자가 보스인가 보오?"
도미닉 경은 가짜 도미닉 경의 말을 듣고 통신망에 그렇게 말했다.
["보스 보다는 중간 보스라는 말이 맞지 않을까요?"]
히메가 도미닉 경의 말에 대답했다.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 보스라."
도미닉 경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중간 보스와의 결전을 준비했다.
날아오는 탄막을 피한 뒤, 설치형 미사일 포대를 깔아 대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의 계획은, 아주 유쾌하게 실패했다.
어디서인가 날아온 검붉은 레이저가 중간 보스를 휩쓸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뚜 르 방이 쏘아내었던 검붉은 빔보다 일곱 배는 더 굵어보이는 레이저는 그 크기만큼이나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던지, 중간 보스는 가루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도미닉 경과 히메는 갑자기 사라져 버린 중간 보스를 보며 눈을 끔뻑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통신망을 통해 뚜 르 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도미닉 경처럼 카트리지 몇 개를 동시에 쓰면 위력이 확실히 강해지네요."]
도미닉 경은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뚜 르 방은 도미닉 경처럼 궁극기 카트리지를 모아, 한 방에 중간 보스를 처리한 것이다.
"...대단한 위력이로군."
도미닉 경은 방금 전까지 중간 보스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 때였다.
["감히 내 충실한 부하, 미들보스까지 처리하다니...!"]
가짜 도미닉 경이 도미닉 경 일행을 보며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 결전이다!"]
홀로그램 속의 메카 도미닉 경은 수상해보이는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어디선가 막대한 에너지의 빔이 날아와 도미닉 경의 왼쪽 날개를 격추시켰다.
"음!"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최대한 비행기를 조종해보려고 노력했으나, 날개를 잃은 비행기는 검은 연기와 함께 제어권을 잃고 말았다.
도미닉 경의 위기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