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0화 〉 [459화]도그 파이트!
* * *
페럴란트의 영광 호가 차원을 찢고 나와 그 위엄 넘치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째서 도미닉 경이?"
"도미닉 경이 왜 거기서 나와?"
히메와 뚜 르 방은 비행기에 탄 채로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도대체 도미닉 경이 왜, 어째서 갑자기 보스로 나온다는 말인가?
그러나 바로 직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났다.
"준비가 다 끝났... 무슨 일이오?"
도미닉 경이 비행기를 이끌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
"도미닉 경?"
히메와 뚜 르 방은 갑자기 나타난 도미닉 경의 모습에 당황했다.
"정말 도미닉 경이예요?"
"그렇소. 그건 왜 물어보는... 이건 도대체 뭐요?"
[5성 탱커 도미닉 경께서, 5성 우주 전함 '페럴란트의 영광'을 타고 이 땅에 강림합니다.]
도미닉 경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은 여기에 있는데, 도대체 왜 자기 이름은 저기에 있다는 말인가?
도미닉 경은 메시지 창에서 익숙한 이름을 보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페럴란트의 영광 호가 떠 있었는데, 이는 도미닉 경이 모르는 일이었다.
"...왜 저기에 페럴란트의 영광 호가 있는 거요?"
"그건 저희도..."
도미닉 경은 이 상황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히메와 뚜 르 방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도미닉 경과 히메, 뚜 르 방의 혼란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의문은 곧 풀리고야 말았다.
[죄송합니다. 시스템에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정정합니다. 4성 '메카' 도미닉 경과, 4성 우주 전함 '가차랜드의 영광'이 나타났습니다.]
[찬미는 더 이상 안 하셔도 됩니다.]
"아."
도미닉 경은 그제야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도미닉 경을 사칭하려는 누군가가 도미닉 경의 짝퉁을 만들어 도미닉 경에게 보낸 것이었다.
"짝퉁이로군."
도미닉 경이 그렇게 말했다.
"아, 그럼 이해가 되죠."
"그나저나, 메카 도미닉 경?"
히메는 안심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뚜 르 방은 메카 도미닉 경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여기에 온 걸까요, 저건?"
뚜 르 방이 황당하다는 듯 페럴란트의... 아니, 짝퉁 우주 전함 '가차랜드의 영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도대체 저 가짜 도미닉 경과 가짜 기함은 왜 5성 모임이 있는 곳으로 왔다는 말인가?
도미닉 경도 그 사실을 궁금해하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바로 그 의문을 풀 수 있었다.
가차랜드의 영광 호에서 갑자기 거대한 홀로그램 영상이 나타나더니, 이내 누군가의 얼굴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건, 아주 어설픈 모습으로 만들어진 깡통 로봇 도미닉 경이었다.
"..."
도미닉 경은 갑자기 나타난 짝퉁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만들 거면 제대로 만들지, 왜 저렇게 엉성하게 만든 거죠?"
히메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그건, 도미닉 경이 내뱉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이런 황당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메카 도미닉 경은 홀로그램 너머로 무언가를 주절주절 말하기 시작했다.
["크큭. 나는 도미닉 경이다. 나는 세상의 종말이요, 가차랜드의 끝이니. 모두 두려움에 덜덜 떨어라."]
도미닉 경은 메카 도미닉 경의 만행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대체 저건 뭐지?"
도미닉 경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토록 황당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으윽. 오른손에 있는 하얀 까마귀가 날뛰는군. 그만. 가라앉아라, 가라앉아라..."]
"진짜 뭐죠?"
뚜 르 방은 가짜 도미닉 경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 팔을 끌어안았다.
그만큼 가짜 도미닉 경의 만행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하! 나는 도미닉 경이다. 요래요래 팔꿈치에 혓바닥도 닿지. 내가 얼마나 위대한 지 알겠나?"]
도미닉 경은 계속해서 가짜 도미닉 경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가짜 도미닉 경이 계속해서 스스로가 도미닉 경이라며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내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누군가의 소행인 것 같군."
"...아! 그러네요!"
뚜 르 방과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며 제대로 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만큼 갑자기 나타난 가짜 도미닉 경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감히 도미닉 경을 저렇게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다니."
히메는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도미닉 경. 미안 하지만 저 부터 출발해도 될까요?"
"?"
"도미닉 경을 사칭하는 저 엉터리에게 한 방 먹이고 싶어서요."
["와하하! 이것 봐라! 나는 등 뒤로 양손을 마주할 수도 있다! 매우 유연하지!"]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가짜 도미닉 경의 홀로그램을 보더니, 이내 히메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따라가겠소."
그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사실, 이 가짜 도미닉 경은 너무나도 조잡하게 만들어져 아무도 속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오글거림을 더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
그 참을성 강한 도미닉 경이 이럴 정도였으니, 히메가 저렇게 분노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히메는 말없이 가장 먼저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뒤를 뚜 르 방이, 마지막으로 도미닉 경이 날아올랐다.
세 사람은 하나의 편대를 이루어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저 가짜 도미닉 경이 타고 있는 가차랜드의 영광 호였다.
...
"아무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다! 웃음이 매우 매력적이지!"
"계속 하시길."
가짜 전함에 있는 가짜 도미닉 경의 뒤에서 누군가가 계속해서 메카 도미닉 경을 부추겼다.
"이 도미닉 경께선 삼천세계의 왕이요, 사바세계의 지배자시니!"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메카 도미닉 경을 부추기는 사람은 박수를 치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메카 도미닉 뒤에서 응원을 하는 이 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는 뾰족뾰족한 머리에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의 뒤에는 머리 위에 숫자가 가득한 이들이 잔뜩 서 있는 탑이나, 고리를 뽑아 공주를 구출해야 하는 퍼즐이나, 맞는 것들을 연결해야 하는 퍼즐로 가득했다.
그는 계속해서 메카 도미닉 경을 응원하더니, 이내 지쳤는지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거 쉬운 일이 아니었군."
그는 잠시 손가락으로 눈을 매만지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으, 간부가 되어서 좋아했더니, 설마 실적이 필요할 줄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피곤함을 숨기지 않았다.
"양산박의 간부 자리만 아니었어도, 그냥 도망치고 마는 건데."
양산박!
양산박은 가차랜드의 가장 큰 범죄 조직이자, 도미닉 경의 주적이었다.
그런 이름이, 이 남자에게서 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그것은 바로, 이 남자가 양산박의 새로운 간부였기 때문이었다.
도미닉 경의 행동으로 인해 양산박의 간부들은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전사, 궁수, 마법사 중 마법사는 도미닉 경에게 계략을 쓰려다가 역으로 당해 던전에 갇히고 말았다.
왕이는 도미닉 경과 대립한끝에 영화 산업에 눈을 떠 그쪽으로 빠지고 말았고, IQ150 이상 모자를 쓰는 이는 도미닉 경에게 연속적으로 계획을 시행했다가 시스템에게 덜미를 잡힐까 봐 잠시 숨어 있었다.
결국, 절반 이상의 간부들이 숨거나 양지로 가거나 돌아오지 못하게 된 상황.
결국, 양산박에서는 새로운 간부를 뽑기로 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이 남자는, 바로 그렇게 새로운 간부가 된 인원이었다.
"...예산이라도 좀 넉넉하게 줄 것이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가짜 도미닉 경과 가짜 전함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가짜 도미닉 경은 상체만 겨우 만들어져 있어 홀로그램이 아니면 보여 주지도 못 하는 상태였고, 심지어 그 모양새도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면 가짜 전함은 어떠한가?
가짜 전함도 마찬가지였다.
가짜 전함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했으나, 가까이서 보면 그 모든 것들이 각목과 합판으로 만들어진 싸구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예산의 부족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양산박에서도 양지화의 바람이 일어남에 따라 기존의 음지의 행위들은 그 예산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예산을 긁어모아 만든 것이 바로 이 가짜 도미닉 경과 가짜 전함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양산박의 신입 간부는 이런 것을 만들었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그냥이었다.
사실, 양산박의 새로운 간부는 명예욕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양산박의 명성에 이끌려 간부가 되기는 했으나, 양산박 내에서의 실적도 없고, 밖에서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자기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약간 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지금 가장 핫한 이슈인 도미닉 경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으, 예산만 좀 더 있었더라면."
그는 머리를 마구 긁으며 짜증을 부렸다.
"음?"
그때였다.
신입 간부는 문득, 전함 바닥의 갈라진 틈 사이로 무언가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신입 간부가 바닥에 엎드려 그 틈새 사이로 전함 너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방금 그 반짝임은 무엇일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입 간부의 동공이 커졌다.
틈새 사이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입 간부는 그 이상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발견한 미사일이, 바로 그가 있던 틈새 사이를 가격해 폭발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