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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59화 (426/528)

〈 459화 〉 [458화]도그 파이트!

* * *

"...대단하구려."

도미닉 경은 적어도 수십 대는 되어 보이는 비행기 격납고에 놀라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부럽다는 듯 고그에게 말했다.

"별 건 아니다. 정작 내가 타는 건 하나뿐이다."

그렇게 말한 고그는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가장 낡은 격납고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건 날아다닐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낡은 복엽기를 수납하고 있었는데, 그 복엽기를 본 뚜 르 방은 화들짝 놀라 오두방정을 떨었다.

"저, 저건 고그와 모그에서 나왔던 복엽기잖아요? 설마 실물로 볼 수 있을 줄이야!"

"음. 그 외에도 화성인의 침공에서 총통을 구한 것이기도 하다."

"총통을 구했다니, 무슨 말이오?"

도미닉 경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별 건 아니다. 사실 총통이 화성인들과 동맹을 맺었다가 배신당했는데, 하필 그때 총통이 납치당할 뻔한 걸 구해 준 것뿐이다."

겸사겸사 외계인들의 마지막 발악도 좀 막아 내고 말이다. 라고 고그는 말했다.

"고그와 모그 마지막 회에서 화성인들이 마지막 발악으로 행성 파괴포를 쏘려다고 했거든요. 그때 고그 씨가 저 복엽기를 타고 주포 속으로 들어가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 지구를 구할 수 있었어요. 인터뷰에 따르면 그때 충격 때문에 말이 좀 어눌해지셨다고 하더라구요."

뚜 르 방은 고그의 팬이라고 자부하는 만큼 고그에 대해서 잘 아는 모양이었다.

"그렇구려."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하긴 그 정도의 업적을 세웠으니 5성이 되어 여기에 있는 것이겠지.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금 고그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원하는 비행기가 있다면 골라 타면 된다. 다만 그 전에 골라야 할 것이 있다."

"골라야 할 것이라."

도미닉 경이 고그의 말에 바로 반응했다.

"그게 무엇이오?"

"협동전을 할지, 아니면 개인전으로 할지 고르는 것이다."

"...? 무슨 차이가 있소?"

"큰 차이가 있다."

고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전은 서로 싸우는 것이다. 단판, 혹은 몇 번의 승부를 통해 승자와 패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공중의 일기토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협동전은 말 그대로 협동을 통해 하나의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다. 이때엔, 둘이 얻은 점수를 비교해 승부를 본다."

"음."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에 확실히 두 방식은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이러한 전투방식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싸우기로 한 것은 히메와 뚜 르 방이었고, 도미닉 경은 그저 그런 둘의 전투를 보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러니 팔짱은 좀 그만 끼고 결정을 내려주시겠소, 히메 공?"

도미닉 경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히메에게 그렇게 말했다.

도미닉 경의 말이 있기 전까지 헤실거리며 도미닉 경의 팔뚝을 만지작거리던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화들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아, 네. 네. 그, 그래야죠. 그런데 뭐가 있다고 했죠?"

히메는 조심스럽게 도미닉 경과 낀 팔짱을 푼 뒤 다시 한번 고그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고그는 친절하게도 히메에게 다시금 전투방식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히메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전 어느 방식이든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 저 녀...성 분에게 결정을 맡기죠."

히메는 뚜 르 방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어째서인지 말 중간중간 비속어가 들어간 것처럼 들렸으나, 히메는 비속어를 전혀 쓰지 않았다.

그렇게 결정권은 뚜 르 방에게로 넘어갔다.

뚜 르 방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하나의 전투방식을 골랐다.

"개인전으로 하죠."

"좋다. 하늘의 결투인 만큼, 가장 좋은 비행기들을 고를 시간을 주겠다."

고그는 그렇게 말하며 카탈로그를 하나씩 내밀었다.

그곳에는 , 현재 여기 있는 모든 비행기들의 스펙이 적혀져 있었다.

짧은 장단점 코멘트와 함께.

도미닉 경이 보고 있는 페이지를 예로 들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워 울프 전투기]

[주 무기 : 집중 타입]

[보조 무기 : 울프 팽 미사일]

[차지무기 : 프로스트 바이트]

[궁극기 : 볼프강 전투기 편대]

[장점 : 압도적인 속도.]

[단점 : 선회가 조금 힘듬. 화력이 다소 부족함.]

"흠."

그러나 도미닉 경은 이런 것들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에 그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고그는 친절하게 도미닉 경에게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집중 타입이라는 것은 탄막이 퍼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일정하게 날아간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하면서 알아가면 되는 것들이고. 장점에서 보다시피 이 기체는 압도적인 속도의 우위를 가지고 싸울 수 있지만, 선회하기가 어렵고 빠른만큼 화력이 약한 것이 단점이다. 그 말은, 초보자가 쓰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음."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초보자에게 추전할 만한 비행기는 무엇이오?"

"여기 있다."

고그는 도미닉 경의 앞에서 카탈로그를 한 번에 펼쳤다.

그러자 카탈로그에는 두 개의 비행기가 나타났는데, 고그는 그 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들이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기체들이다."

"흠."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에 그 두 개의 기체를 보았다.

[A­11 레지늘레이프]

[주 무기 : 확산 타입]

[보조 무기 : 유도형 기관총 포대]

[차지무기 : 쉴드 차저]

[궁극기 : 기뢰 살포]

[장점 : 평균적인 능력치. 선회가 쉽고 다양한 상황에서 무난한 성능을 보임.]

[단점 : 어느 하나 확실한 장점이 없음.]

[B­11 스바르트 알프]

[주 무기 : 집중 타입]

[보조 무기 : 유도형 미사일]

[차지무기 : 설치형 미사일 포대]

[궁극기 : 미사일 배라지]

[장점 : 다소 높은 기동력과 선회력. 한 방 한 방이 강한 화력.]

[단점 : 공격 속도가 낮아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편.]

"흠."

도미닉 경은 두 기체 아래에 적힌 장단점을 보며 확실히 초보자들에게 편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무난하다는 것은, 정말 입문하기 좋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도미닉 경도 탈 거냐?"

고그가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그래도 한 번은 타 봐야 하지 않겠소?"

"...그런가."

고그는 그렇게 말하며 도미닉 경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

도미닉 경이 카탈로그를 보며 비행기를 구경하고 있을 무렵, 히메와 뚜 르 방도 비행기를 고르고 있었다.

"...이게 좋겠어."

히메는 꽤 특이한 비행기를 골랐다.

동양풍과 서양풍이 적절히 혼재된 비행기를 고른 것이다.

[N­1N2A 슬레이어]

[주 무기 : 집중 타입]

[보조 무기 : 슈리켄 미사일]

[차지무기 : 휴즈 슈리켄]

[궁극기 : 백화요란]

[장점 : 압도적인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

[단점 : 조종이 매우 힘듬.]

히메는 보자마자 이 비행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야말로 히메를 위해 존재하는 비행기처럼 보였으니까.

이는 뚜 르 방도 마찬가지였다.

[MA­0H 이블 로드]

[주 무기 : 범위 타입]

[보조 무기 : 메이지 노드]

[차지무기 : 그랜드 버스트]

[궁극기 : 킹 오브 테러]

[장점 : 압도적인 화력 투사.]

[단점 : 속도가 매우 느림.]

뚜 르 방은 딱 보자마자 이것이 자기 비행기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비행기는 볼 필요가 없었다.

강력한 마력으로 엄청난 화력을 투사하는 마왕에게 있어서, 이 비행기만큼 마음에 드는 것은 없으리라.

그렇게 두 사람이 비행기를 고르자, 도미닉 경과 고그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심판을 볼 예정이다. 그러니 준비된 사람부터 오길 바란다."

고그가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고그의 앞에 섰다.

고그는 놀란 눈으로 히메와 뚜 르 방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다들 준비된 모양이다."

"그렇구려."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나도 준비가 끝났소."

"좋군."

고그는 도미닉 경의 말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요?"

히메가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무슨 준비 말이죠?"

"도미닉 경도 심판이다."

그러나 답을 한 것은 고그였다.

"심판인 만큼, 같이 하늘에서 둘의 싸움을 지켜볼 예정이다."

"그럼 난 잠깐 준비하러 가 보겠소."

도미닉 경의 말에 고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도미닉 경이 어디로 가는 거죠?"

"그는 미리 준비하러 갔다."

이번에는 뚜 르 방의 질문이었다.

"그가 타려는 건 준비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해서, 먼저 준비하러 간 것이다."

"음..."

고그의 말에 히메와 뚜 르 방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이제 비행기에 타라."

고그가 그렇게 말했다.

"도미닉 경이 준비되는 시간에 맞춰, 둘 모두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니까."

히메와 뚜 르 방은 고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콕핏 너머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뜻은, 서로만이 알고 있겠지.

'도미닉 경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기를.'

'도미닉 경은 내 거야!'

물론, 여러분들도 그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럼 준비해라."

고그 역시 자기 오랜 친구, 복엽기 모그를 탔다.

"셋. 둘. 하나."

그리고 크게 카운트 다운을 세더니, 그대로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솟구쳤다.

히메와 뚜 르 방은 각자의 기체를 조종해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하늘이 찢겨나가고, 공간이 뒤틀리며 무언가가 나타난 것이다.

[이벤트 발생!]

[찬미하라.]

[5성 탱커 도미닉 경께서, 5성 우주 전함 '페럴란트의 영광'을 타고 이 땅에 강림합니다.]

[현재 전투방식을 개인전에서 협동전으로 강제로 바꿉니다.]

[다음과 같은 목표를 삭제합니다. : 결투 승리.]

[다음과 같은 목표를 재설정합니다. : '페럴란트의 영광'과의 전투.]

그건,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이변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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