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8화 〉 [457화]캣 파이트?
* * *
"어머니 지구 위에서 싸우는 건 안 된다. 어머니가 걱정한다. 그러니 하늘 위에서 싸워라. 엄마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싸우는 건 나쁜 거 아니다."
"..."
고그의 말에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고그의 발언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아뇨. 괜찮아요."
고그의 말에 히메가 먼저 팔을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꺼내놓았던 암기를 다시 암기첩에 꽂아 넣었다.
고그의 발언으로 인해 너무 황당해진 나머지, 분노마저 가라앉은 것이다.
"흠..."
당황한 것은 뚜 르 방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렇게 제대로 된 판이 깔리려고 하자, 흥이 식어 버린 것이다.
"그런가?"
고그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깝다."
고그가 입맛을 다셨다.
도미닉 경은 고그의 표정이 마치 쓸 만한 신입을 본 베테랑의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한 번 비행을 경험해 보는 것은?"
고그는 여전히 무언가 아쉬운 듯 세 사람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비행이라."
도미닉 경은 고그의 물음에 자신은 이미 비행을 경험한 적이 많다고 생각했다.
당장 그는 우주 전함인 페럴란트의 영광 호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우주 전함으로 비행해 본 적은 있소."
도미닉 경은 그렇게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고그가 버럭 화를 내었다.
"우주 전함은 진정한 비행이 아니다! 진정한 전투도 아니고!"
고그는 마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맹수처럼 도미닉 경을 몰아붙였다.
"진정한 비행이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조건 사이에서 오로지 동체 시력과 반응 속도로만 해야 하는 것이다!"
도미닉 경은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한 고그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도대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미안하오."
도미닉 경은 무엇이 그리 그를 화나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사과했다.
아무래도 자기 말이 그를 화나게 한 것은 확실해 보였으니까.
"...아니다. 그 말을 들으니 자꾸 날 놀리던 이들이 생각나서 그만."
고그는 도미닉 경의 사과에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고그는 머리가 나빠서 전략같은 거 모른다. 그저 보고, 피하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멍청이다. 그래서 전함이 싫다. 전함 타는 녀석들은 다 똑똑해서 고그를 놀린다!"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을 듣고 곧바로 왜 그가 그리 과민반응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소."
"아니다. 나도 도미닉 경이 우주 전함을 가지고 있는 걸 안다. 우주 전함을 가지고 있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닌데, 내가 너무 짜증을 부렸다. 내가 더 미안하다."
고그는 그렇게 말하며 도미닉 경에게 고개를 숙였다.
도미닉 경도 고그의 행동에 마주 고개를 숙여 다시금 미안함을 표했다.
"끙. 그래서, 한 번 하늘을 날아볼 생각은 없나?"
고그는 이 분위기가 어색한 듯 화제를 다시 원래대로 돌렸다.
"슈팅 한번 해 봐라. 재밌을 거다."
"슈팅이라."
도미닉 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히메와 뚜 르 방을 바라보았다.
히메와 뚜 르 방은 어째서인지 눈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도미닉 경의 시선이 느껴지자마자 둘은 화들짝 놀라며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도미닉 경은 과할 정도로 생글생글 웃는 히메와 뚜 르 방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본론을 꺼냈다.
"아무래도 슈팅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구려. 난 한번 해 보고 싶은데, 히메 공과 뚜 르 방은 어떻게 생각하오?"
"전 좋아요!"
"저도요!"
히메와 뚜 르 방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손을 들고 도미닉 경의 말에 찬성했다.
그 모습이 마치 도미닉 경의 관심을 열렬히 바라는 것만 같았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고그는 환한 얼굴로 세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말인가?"
고그는 마치 아이처럼 기뻐하며 말했다.
"왜 그리 좋아하시오?"
도미닉 경이 박수를 치며 껄껄 웃는 고그에게 물었다.
"가차랜드에서 뉴비는 꽤 귀하지만 슈팅가르드에선 뉴비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 새로운 뉴비가 기쁠 수밖에."
고그는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슈팅가르드는 고인물... 그러니까 에이스와 베테랑들의 영역이다 보니 뉴비가 극히 적은 편에 속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보려는 세 사람이 보였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란 말인가?
고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도미닉 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혹시라도 비행기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혹은 면허가 필요한 건 아닐지는 걱정하지 마라. 슈팅가르드의 5성 에이스는 면허 시험관도 겸할 수 있다. 내가 있다면 얼마든지 연습 비행해도 상관없고, 원한다면 면허도 줄 수 있다. 또 필요하다면 내가 가진 비행기 중에서"
"그, 그건 좀 과한 것 같소."
도미닉 경은 고그의 말에 당황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고그는 도미닉 경의 말에 시무룩해졌다.
"아무튼, 내 저택 내부에서만큼은 얼마든지 비행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흠."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뚜 르 방은 그런 고그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슈팅이라는 장르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은데, 도와주시겠소?"
"얼마든지!"
고그는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도미닉 경을 끌어안았다.
"마침내, 마침내 뉴비가 생겼다!"
어쩌면, 거의 울먹거리 듯이.
...
"따라와라."
고크는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뚜 르 방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가는 길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도미닉 경은 이것이 그만큼 저택이 넓다는 증거로 생각했다.
도미닉 경은 문득문득 보이는 예술품을 보며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엉망진창인 도미닉 경의 집과는 다르게, 이 저택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도미닉 경이 그렇게 저택 내부에 관심을 가지는 사이, 저택에는 전화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가 둘 있었다.
바로 히메와 뚜 르 방이었다.
'도미닉 경에게서 좀 떨어지시지?'
'싫은데? 내가 왜? 더 붙을 건데?'
둘은 말없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뒤에서는 매우 격렬한 견제가 한창이었다.
뚜 르 방이 도미닉 경에게 다가가려고 하면 히메가 도미닉 경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뚜 르 방을 잡아채 뒤로 잡아당겼고, 히메가 도미닉 경을 바라보며 황홀해하면 뚜 르 방이 그 시선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했다.
처음에는 그다지 큰 견제는 없었으나, 가면 갈수록 둘은 점점 더 대담하게 도미닉 경에게 다가가고, 더 대담하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 다리가 아파서 그런데 팔짱 좀 낄게요!"
뚜 르 방이 그렇게 말하며 도미닉 경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그렇게 아프면 제가 도와 드릴게요."
그러면 메이드 복을 입은 히메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도미닉 경 대신 뚜 르 방의 팔을 잡아챘다.
그러면 뚜 르 방은 도미닉 경이 보지 못하는 각도로 히메에게 몹시 나쁜 말을 중얼거렸다.
'쓸데없이 가슴만 커서!'
'흥!'
이는 상황이 반대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아, 도미닉 경! 저기"
"도미닉 경!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하던 이야기 중에"
히메가 도미닉 경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고 하면, 바로 뚜 르 방이 다가와 도미닉 경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면 히메는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은 계속해서 서로를 견제했다.
물론, 이는 그 누구도 이득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문득 둘은 어떠한 협정이라도 맺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히메는 도미닉 경의 오른편, 뚜 르 방은 도미닉 경의 왼 편에 나란히 섰다.
"...? 왜 그러시오?"
도미닉 경은 갑자기 자기 양옆에 선 두 여성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도미닉 경의 팔을 끌어안았다.
"?"
도미닉 경이 의아한 눈으로 둘을 쳐다보자, 둘은 거의 동시에 변명이라도 하듯 말을 꺼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요. 잠깐만 기댈게요..."
"아. 그, 발을 헛디뎌서 말이에요."
"...그렇소?"
"네. 그러니까 잠깐만 이 상태로 있어도 될까요?"
"아무래도 발목이 살짝 삔 것 같아서..."
"뭐, 그러도록 하시오."
도미닉 경은 두 여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도미닉 경은 현재 이 두 여성이 도미닉 경을 꼬시려고 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정말 다리가 아프구나. 정말 발목이 삐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팔을 내준 것도, 여자와 어린아이에 대해서 자비와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기사도에 의거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말하니 도미닉 경이 마치 돌덩이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정작 히메와 뚜 르 방은 모두 마음에 들어했으니 괜찮을 것이다.
"다 왔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걸어가자, 고그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아무래도 여기는 차고나 창고처럼 보이는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저택의 뒷문이었는데, 그 문이 얼마나 큰지 정문보다 커 보일 정도였다.
"크구려."
"가끔 부품을 옮기거나 해야 해서."
고그는 그렇게 말하며 뒷문을 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히메와 뚜 르 방은 도미닉 경 모르게 서로의 등을 꼬집거나 옆구리를 찌르는 등, 견제를 계속하고 있었다.
"자. 도착했다."
고그가 문을 열자, 잠깐 눈이 환한 빛에 노출되어 시력을 잃었다.
하얀빛에 눈이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하자, 이내 도미닉 경은 문 너머의 공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그 파이트 존에 온 것을 환영한다."
고그가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십 채는 되어 보일 격납고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격납고마다 모두 다른 모양의 비행기들이 수납된 채로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