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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50화 (417/528)

〈 450화 〉 [449화]가면 무도회

* * *

일곱 번째 턴.

"...여기서 또 만나네."

"그러게요."

도미니카 경과 미래의 도미니아 경은 또다시 만나고 말았다.

현재 방의 수가 확 줄어든 탓에 다른 사람과 만날 확률은 꽤 높은 상태였지만, 두 턴만에 이렇게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뭐, 더 할 말이 있을까?"

"없죠."

도미니카 경과 도미니아 경은 거의 동시에 선택지를 골랐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선택을 끝내길 기다렸다.

...

"음?"

도미닉 경은 또 한 명의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기모노를 입고 여우 가면을 쓴 사람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도미닉 경은 그녀가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큰 이유는 없었다.

어째서인지 도미닉 경을 보고 흠칫흠칫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도미닉 경은 제독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반쯤은 해적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히메 공?"

움찔.

도미닉 경은 방금 전 눈앞에 있는 여우 가면의 반응으로 그녀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갑자기 튀어나온 여우 귀와 꼬리로 그녀의 정체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 목소리는... 도미닉 경?"

히메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도미닉 경임을 바로 알아맞혔다.

이는 그녀가 단련한 닌자의 비술 덕분이었다.

"세상에."

히메는 이런 곳에서 도미닉 경을 만났다는 사실에 놀라 탄식을 터뜨렸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예요?"

"그러는 히메 공이야말로, 여기는 무슨 일이오?"

"저야, 경품 하나를 위해서..."

히메는 이번 게임의 경품 중 하나인 고급 닌자 세트를 얻기 위해 이 게임에 참여했다.

이는 가면 무도회에서 총합 100명을 죽일 시 얻는 업적과 교환할 수 있는 경품이었다.

"...설마 도미닉 경도 경품을 얻으려고 참여하신 거예요?"

"그렇소."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경품이요?"

"그, 여러 색깔의 구슬들이 가득 든 유리병이오."

"아. 그거."

히메는 경품들 중 그런 것도 있었지. 라고 생각했다.

아마 한 게임에서 마지막 1인이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거 그냥 살 수 있지 않아요? 그냥 파는 것 같던데."

"게임 한 판은 해야 한다고 해서 말이오."

"아."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미니게임에 대한 경품이었으니, 그냥 팔지는 않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도미닉 경이 설마 이런 미니게임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

"도미닉 경은 좀 더 높으신 분들이랑 화려하게 축제를 즐기시고 계실 줄 알았거든요."

히메는 도미닉 경이 행정부와 시스템 인더스트리, 그리고 블랙 그룹의 고위층과 축제를 즐기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 도미닉 경도 5성이니, 가차랜드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뭐, 5성이라고 다를 것 있겠소? 나는 나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네요. 도미닉 경은 도미닉 경이죠. 그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애초에 여우 가면에 가려 입은 보이지도 않지만, 아무래도 도미닉 경 앞이니 조금은 내숭을 부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선택지는 안 고르시오? 지금 그대만 남은 것 같은데."

"아."

히메는 구석에 있는 숫자를 보았다.

[3/4]

그리고 히메 자신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히메는 급한 대로 아무 선택지나 골랐다.

애초에 손을 뻗으면 선택이 되는 방식이었으니, 히메는 선택지를 보지도 않고 팔을 휘둘러 아무 선택지나 고른 것이다.

도미닉 경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화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께서 한 번 성으로 놀러오라고 하셨어요. 자신을 이겼으니, 환대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말이에요."

"흠."

"저도 도미닉 경이 놀러 온다면 참 기쁠거예요. 츠키도 도미닉 경과 한 수 겨뤄보고 싶은 모양이구요."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로 초대를 해주는데, 차마 거절하기도 힘들었으니까.

"좋소. 조만간 성으로 가겠소."

"감사해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확답에 너무 기쁜 나머지, 여우 귀와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기껏 가면을 썼건만, 그녀의 감정은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히메는 지금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벌써 도미닉 경이 왔을 때 어떤 대접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선택지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응?"

히메는 갑자기 도미닉 경에게 저벅저벅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는 히메의 의지가 아니었다.

"어어?"

그녀는 소매에서 쿠나이를 꺼내 들었다.

이 역시 히메의 의지가 아니었다.

"...설마 이렇게 갑자기­"

"아, 아니에요! 이건­"

그리고 그녀의 쿠나이는 그대로 도미닉 경의 목에 꽂혔다.

"...뭐, 이건 심리 싸움에서 졌구려."

도미닉 경은 피식 웃으며 히메를 칭찬했다.

도미닉 경이 목을 찔렸는데도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와중에 도미닉 경의 특수 기술 [기수]가 발동되어, 피해 감소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시스템의 인도대로 그대로 도미닉 경의 목을 다시 한번 찔렀다.

도미닉 경은 그 와중에 너무나도 단단한 육체로 인해 여전히 죽지 않고 있었다.

"걱정 하지 마시오. 내가 게임에서 졌다고 앙심을 품을 정도로 소심한 남자는 아니지 않소?"

도미닉 경은 울먹거리기 시작한 히메에게 그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히메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도미닉 경의 목에다 쿠나이를 찔러넣었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가면 무도회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조사하기]로 히메의 정체를 알아내고, 죽음으로서 자기 정체까지 알아내면서.

[그녀는 레이디 스피넬입니다.]

[그녀는 반동분자입니다.]

[당신은 엠버 사략선장이었습니다.]

[당신은 반동분자였습니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저런. 아쉽군요. (3/10)]

도미닉 경은 자신이 엠버 사략선장임을 알았다.

처음부터 얻었던 정보.

그 정보에 있었던 엠버 사략선장이, 바로 자신임을 알았다.

결국, 처음 얻었던 정보가 가장 중요한 정보였다.

도미닉 경은 그 사실을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미니게임 노점 앞으로 돌아왔다.

깨져 버린 목각 인형과 함께.

...

"어떻게, 즐겁게 플레이 하셨습니까?"

노점 입구에 있던 직원이 수정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제법 성적이 좋으시군요. 공동 3등이라. 처음 하시는 분 치고는 재능이 있으십니다."

후드를 눌러쓴 직원은 도미닉 경을 칭찬했다.

"공동 3등이라."

도미닉 경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이미 진 것은 진 것.

도미닉 경은 더 이상 과거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저 경품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소? 분명 한 판 하면 돈으로도 살 수 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 그렇지요."

신비한 분위기의 직원은 선반에서 유리구슬이 가득 든 유리병을 꺼냈다.

"한 판 하셨으니, 이제 크레딧으로 살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298,000크레딧인데, 무이자 12개월까지­"

"싸군. 일시불로 사겠소."

도미닉 경은 그 자리에서 바로 크레딧 주머니 셋을 꺼냈다.

사실 직원은 도미닉 경의 정체를 몰랐기에 이렇게 할부 이야기를 꺼낸 것이지만, 지금도 타이쿤 시티에서 피보나치 수열처럼 분열하는 도미닉 경의 '농장'의 자본력을 생각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었다.

"...큰 손이셨군요."

직원은 도미닉 경의 재력에 놀라며 도미닉 경이 건넨 크레딧 주머니들을 받아들였다.

각각의 주머니는 10만 크레딧의 가치가 있었기에, 직원은 곧바로 2,000크레딧 상당의 거스름 돈을 돌려주었다.

도미닉 경은 문득 도미닉 경의 품속에서 자는 도미니아 경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는 굉장히 작은 상태였지만, 사실 그건 목각 인형에 빙의된 것이었기에 현실의 도미닉 경은 여전히 도미니아 경을 품에 안고 있는 상태였다.

도미닉 경은 품에 안은 도미니아 경이 곤히 자는 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 가져가시기 쉽게 포장을 좀 했습니다. 안 그래도 깨지기 쉬운 물건이다 보니, 완충제를 좀 많이 넣었습니다."

"아, 고맙소."

도미닉 경은 포장된 유리병이 든 쇼핑 백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들 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손에는 도미니아 경, 한 손에는 방금 전 경품으로 받은 유리병.

물론 유리병을 인벤토리에 넣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인벤토리가 지금 엉망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도미닉 경은 인벤토리에 쑤셔 박기만 하고 제대로 정리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도미닉 경의 인벤토리는 거의 엉망진창으로 포화인 상태.

이 상태로 인벤토리를 열었다간 안에 들어 있던 물건들이 우수수 떨어질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러다가 도미니아 경이 깰 지도 모르고.

도미닉 경은 잠시 이 상황에서 고민하다가, 이내 잠깐 집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짐도 두고, 잠이 든 도미니아 경도 잠깐 쉬게 할 겸.

이 때, 도미닉 경의 전화에서는 계속해서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메세지가 쌓이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도미닉 경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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