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8화 〉 [437화]심사
* * *
5성 심사 직후, 다섯 명의 배심원은 도미닉 경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정식 서비스로 풀릴지도 모르겠군요."
둥글둥글한 원형들로 구성된 이가 도미닉 경에게 그렇게 말하며 이 공간에서 사라졌다.
"이거 받아. 새로운 5성을 위해 주는 선물이야."
번져나가나는 색깔이 도미닉 경에게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빛의 덩어리를 건넸다.
도미닉 경이 그것을 잡았으나, 그것은 도미닉 경의 내부에 흡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앞으로의 서사를 기대하지."
빽빽한 글자가 적힌 종이는 도미닉 경에게 덕담을 남기고 사라졌다.
"...가끔은 눈 감아 줄 테니까, 버그나 오류가 보이면 좀 해결해주고 그래줘. 나도 좀 쉬게."
코더는 뒷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뒤 이 장소를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이로써 도미닉 경이 5성이 되었음을 승인합니다."
중앙 시스템이 도미닉 경이 5성이 되었음을 승인했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지금까지 왔던 길을 순식간에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던 검은 방을 지나, 오류와 버그로 점철되어 슬라임이 고쳐준 하얀 방을 거쳐 양피지와 잉크로 된 장소를 넘어...
다시, 별이 빛나는 통로에 도착할 때까지.
"이건...?"
도미닉 경은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 놀라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지금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도미닉 경은 지금 5성 심사를 위해 걸어오던 검고 어두운 통로 내부에 있었다.
여전히 이곳에는 별빛이 빛나고 있었고, 도미닉 경의 움직임에 별빛이 파도치듯 움직였다.
그중 하나의 별.
도미닉 경은 어째서인지, 그 별들 중 하나에 눈길이 닿았다.
그 별은 유독 도미닉 경을 향해 빛나고 있었는데, 도미닉 경은 무의식적으로 그 별이 도미닉 경임을 알아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니,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기 전에, 그 별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별빛은 도미닉 경을 향해 서서히 다가와 도미닉 경의 손끝을 통해 흡수되었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다섯 번째 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그 별은, 도미닉 경의 다섯 번째 별자리였다.
"축하드립니다,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미스터 노바가 있었다.
도미닉 경은 도대체 왜 미스터 노바가 여기에 있는지 혼란스러웠으나, 이내 여기까지 자신을 안내한 것이 미스터 노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스터 노바."
"네. 도미닉 경."
"내가... 아니,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소?"
"글쎄요..."
미스터 노바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미스터 노바의 손목시계엔 발광 기능이 있었기에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략... 30초 정도로군요."
"30초?"
"네. 아쉽게도 신기록은 아닙니다만... 역대 10위 안에는 들어갈 수 있겠군요."
도미닉 경은 저 안에서 그 이상을 머물렀다고 생각했으나, 밖에서의 시각은 고작 30초가 흘렀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생각해 보던 도미닉 경은, 아무래도 여기가 가차랜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차랜드라면 뭐든지 가능하지. 라고 생각한 도미닉 경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30초가 신기록이 아니라니, 역대 1위는 도대체 몇 초 만에 심사가 끝난 거요?"
도미닉 경은 갑자기 그런 호기심이 들었다.
미스터 노바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략적인 수치를 이야기해주었다.
"아마 22초 정도일 겁니다."
"22초?"
도미닉 경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렇게 빨리 나올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사실, 이 수치는 도미닉 경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기록이었다.
도미닉 경이 내부에서 걸린 실제시각은 고작 21초.
그러나 마지막 면접, 약관 동의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무려 9초의 시간을 헛되이 써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렇게 빠르게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구려."
"뭐, 딜러와 탱커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탱커 중에서는 1등이니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5성 탱커라고 해봤자 나 혼자잖소."
"그러니까요."
도미닉 경과 미스터 노바는 자잘한 농담을 하며 통로를 이동했다.
형광 공룡이 가득한 어두운 통로를 지나며 미스터 노바는 도미닉 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미닉 경께선 현재 5성이 되었음을 공개하셨기 때문에, 행정부에 가셔서 5성이 되었다는 형식상의 시험을 한 번 더 보셔야 합니다."
"음?"
"정확히 말하자면... 5성이 되었다고 다른 이들에게 광고하기 위해서니, 굳이 시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스터 노바는 도미닉 경에게 밖에 나가면 5성 시험이 하나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건 진짜 시험은 아니었다.
5성 심사는 이미 끝난 상태였지만, 사람들에게 진짜 5성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일종의 증명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미닉 경은 물론 그 사실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도미닉 경은 명성과 명예를 위해 5성이 되었음을 공개하지 않았던가.
그런 상황에서, 이런 쇼케이스는 도미닉 경의 명성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 거요?"
도미닉 경이 미스터 노바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별 건 아닙니다. 다른 5성급 인원에게 검증을 받거나, 혹은 5성급의 무언가로 시험을 치르는 거죠."
"5성급의 무언가?"
"뭐, 예를 들면 도미닉 경의 [페럴란트의 영광]이나, 백수의 거인의 [우라노스]같은 것으로 말입니다."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으로 시험을 본다면, 확실히 사람들에게 5성의 대단함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아 참."
도미닉 경은 문득 자신이 배심원 중 하나에게서 무언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배심원들 중 하나에게 무언가를 받았는데, 그건 도대체 뭐요?"
"세상에, 배심원에게서 선물을 받았다는 말입니까?"
미스터 노바는 놀랍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배심원들이 5성 심사하면서 선물을 주는 건 손에 꼽을 일이지요. 지금까지 332명... 아니, 도미닉 경까지 333명을 안내하면서도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고작 5명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희귀한 거요?"
"그렇죠. 무엇보다도..."
미스터 노바는 진지한 얼굴로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선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유일한 장비나 특성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유일한 장비나 특성?"
"네. 예를 들면..."
미스터 노바는 어떤 이를 예로 들지를 잠시 고민하더니, 그나마 잘 알려진 이를 말했다.
그리고 그 이름은 도미닉 경도 제법 잘 아는 사람이었다.
"운류 가문의 운류 무사시 씨의 경우, 차원을 갈라 방어력을 무시하는 특성을 얻으셨지요."
과연.
도미닉 경은 운류 무사시의 위압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토록 강력한 특성을 가졌으니, 세상에 무서울 것도, 대적할 것도 없었으리라.
그러니 자연스럽게 강자의 위세가 뿜어져 나올 수밖에.
"그렇다면 나도 그런 일할 수 있다는 거요?"
"글쎄요."
미스터 노바는 도미닉 경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까지 딜러들은 제법 많이 봐 왔습니다만..."
미스터 노바가 도미닉 경을 힐끔 보았다.
"탱커는 도미닉 경이 처음이니까요. 어떤 식으로 그 선물이 발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흠."
도미닉 경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나가자마자 이 배심원의 선물에 대해 조금 알아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류 히메의 아버지, 운류 무사시에게 다시 찾아가보는 것도 좋겠지.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미스터 노바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 보니 잘 따라오고 계시는군요."
"...? 랜턴을 켰지 않소?"
"아뇨. 지금 랜턴을 켜지는 않았습니다만..."
미스터 노바는 여기까지 올 때와는 다르게 잘만 걷는 도미닉 경을 보며 한 마디 말을 건넸다.
도미닉 경은 미스터 노바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미스터 노바는 랜턴을 켜지 않았노라고 말했다.
도미닉 경이 이를 의아하게 여겨 미스터 노바의 손을 바라보자, 정말로 미스터 노바는 랜턴을 켜지 않았다.
그 말인 즉, 이 공간 자체는 아직 한 치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어두운 상황이었고, 도미닉 경은 그런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도미닉 경은 도대체 왜 어둠 속에서도 밝은 것처럼 걸을 수 있는지 당황하다가, 이내 문득 5성 심사의 세 번째 시험을 떠올렸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곳에서 자기 자신을 관조해야만 하는 그 시험.
아무래도 이건 그 시험의 영향일까?
혹은, 배심원 중 하나가 주었던 선물의 영향일까?
도미닉 경은 모든 것에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이내 고민을 멈추었다.
어차피 지금 생각해 봤자 답을 알려줄 이도 없었고, 답을 알 수 있을 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다시 밖이군요."
미스터 노바는 형광 공룡이 가득한 어두운 복도의 끝에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행정부의 성급 심사장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도미닉 경과 미스터 노바가 나타났다.
"이제 바로 행정부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바로 가겠소."
도미닉 경의 말에 미스터 노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어디론가 전화하려고 했다.
"아, 혹시 5성 시험의 상대는 내가 고를 수도 있소?"
"뭐, 말하지 않았더라면 무작위였겠지만... 네. 가능합니다."
"그러면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소."
"무엇입니까?"
도미닉 경은 미스터 노바에게, 자기 상대를 해 줄 역할의 섭외를 부탁했다.
"운류 히메의 아버지, 운류 무사시와 겨루고 싶소."
지금까지 도미닉 경이 봐 왔던 이들 중, 가장 강한 이의 섭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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