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1화 〉 [430화]5성 심사
* * *
"그러니까, 5성 심사 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머슬만 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그렇소."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의 질문에 답하며 주황색으로 빛나는 백금 편지를 보여 주었다.
"이 빛은... 확실히 5성을 위한 빛이군요."
머슬만 의원은 의원이라는 직책 상 여러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는 이미 5성인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 사람들은 공식 석상에서 주황색으로 빛나는 백금빛을 은은하게 내뿜고 있었다.
그 빛을 기억하는 머슬만 의원이 봤을 때, 이 편지는 진짜였다.
"아무래도 이건 진짜인 것 같습니다."
"진짜면 진짜지, 진짜인 것 같다는 건 무슨 소리요?"
도미닉 경이 머슬만 의원의 말에 반문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저희 탱커 노조의 탱커들은 단 한 번도 5성에 도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탱커 노조에서 가장 강력한 인원 중 하나인 제가 아직 4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실 겁니다."
"음."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머슬만 의원은 도미닉 경의 반응을 잠시 보고는 다시 말을 꺼냈다.
"그래서 저희는 5성 심사에 대해서 거의 모릅니다. 오로지 자격이 되는 이들만 5성이 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말입니다."
자격이라. 도미닉 경은 문득 히메의 아버지 운류 무사시를 생각했다.
운류 무사시는 5성, 혹은 그 이상인 인물이었다.
그는 일 검에 공간을 가를 수 있는 놀라운 검술의 소유자였으며, 대형 클랜인 동방 연합의 간부 중 하나였다.
반대로 말해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5성에 감히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 예가 바로 눈앞에 있는 머슬만 의원.
그는 4성까지는 순식간에 성장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5성에 대한 도전을 멈추고 있었다.
그 말인 즉, 5성은 4성까지와는 다른 기준점이 있다는 뜻이었다.
예를 들면...
"다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무언가라던가 말이죠."
"...음."
머슬만 의원은 도미닉 경의 생각을 읽은 듯 대답했다.
사실 이는 도미닉 경이 너무 깊게 생각한 나머지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서 생긴 일이었지만, 아무튼 참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제가 알기로, 5성이 되려면 5가지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는 도미닉 경도 아시는 확장성이고, 나머지 3개도 4성 심사와 크게 다를 바가... 아."
머슬만 의원은 도미닉 경이 제대로 된 심사로 성급을 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성급 심사에 준하는 업적으로 성급을 올렸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끙. 아무래도 4성까지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해야 할 것 같군요."
머슬만 의원은 5성에 대한 시험 중 4가지에 대해서 말했다.
"첫 번째는 도미닉 경도 아시는 확장성입니다. 보아하니 얼마 전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의 트레일러에 나오셨더군요. 그것도 주연으로. 그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는 GOTY급 게임이니까요."
머슬만 의원은 첫 번째 손가락을 접고, 그다음 두 번째와 세 번째 손가락을 순서대로 접었다.
"두 번째는 캐릭터성, 세 번째는 성능입니다. 이건 둘 다 아실 테니 넘어가도록 하죠."
머슬만 의원은 마지막 네 번째 손가락을 접었다.
"4성을 기준으로, 네 번째는 바로 판매량입니다. 아니, 요즘에는 가치로 바뀐 것 같긴 하지만 판매량도 가치에 속하니 틀린 말은 아니지요. 이는 지금까지 얼마나 당신의 가치를 높여 왔느냐, 그리하여 4성, 5성의 품격에 맞는 가치를 가졌느냐로 판가름됩니다."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방금 전 머슬만 의원이 5성의 기준은 5개라고 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
"그렇습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5번째 기준입니다."
머슬만 의원은 도미닉 경의 말에 동의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현재 가차랜드에서 5성은 전체 적으로 봤을 때 십만 분에 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올해 기준 4성이 전체 인구의 1%인 것을 감안 하면 상당히 적은 비율이지요. 자세한 사항은 행정부 통계청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가차랜드에선 확률과 비율을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 법안이 있어서 말입니다."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의 말에 깜짝 놀랐다.
5성 인구 비율이 낮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저 정도로 낮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인구 몇만 명 당 고작 한 명.
"몇만 명 당 하나라니, 감이 잡히지 않는구려."
"현재 가차랜드에서 공식적으로 프로필이 드러난 5성급 인원은 332명, 아직 프로필이 드러나지 않은 5성급 인원도 수백여 명 정도 됩니다."
머슬만 의원은 아직 프로필이 비공개인 5성들 때문에 정확하게 인구수 대비 5성의 수를 파악할 수 없다고 첨언했다.
그나마 대략 드러난 사람들의 수만큼 있을 거라는 예상 하에 추측한 숫자가 몇만 명 당 하나라는 숫자라고 했다.
"아마 레트로 그라드나 타이쿤 시티같은 곳까지 합치면 더 많겠지요."
머슬만 의원은 농담처럼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이제 도미닉 경이 5성급이 된다고 치면... 333명이겠군요. 의미 깊은 숫자가 될 것 같습니다."
도미닉 경은 예상보다 많은 숫자에 놀라 눈을 깜빡였다.
가차랜드의 시민수도 그렇고, 5성의 수도 그렇고 꽤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는 도미닉 경이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의 영향도 있었다.
도미닉 경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5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도미닉 경이 본 5성이라고 해도, 백수의 거인이 티탄의 지식으로 불러낸 초거대 우주 전함 [우라노스]라던가 공간을 베어낼 정도로 검술이 뛰어난 운류 무사시라던가 정도가 끝이었다.
"지금까지 고작 둘 정도 본 게 전부인 것 같은데, 무려 332명이나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오."
"뭐, 그럴 수밖예요. 5성급 인원들은 보통 한 무리의 지도자로서 활동하거나 해서 대외적으로 잘 보이지 않으니까요."
무사로서 전방에 서는 운류 무사시 같은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은둔해 있거나 합니다. 라고 머슬만 의원이 말했다.
"아무튼, 저희 탱커 노조에서도 이제 5성급 탱커가 나오는군요. 이제 다른 이들의 시기어린 시선을 덜 받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시기 어린 시선이라니?"
"아무래도 탱커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으니까요. 알다시피, 가차랜드에선 탱커에 대한 혜택이 많은 만큼, 탱커에 대한 논란도 많은 편입니다. 특히 그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역시 5성의 부재였지요."
"음."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은 그나마 지금까지 놀라울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었기에 조금 덜했지만, 가끔 인터넷 뉴스를 볼 때마다 탱커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기사를 보곤 했다.
"그래도 이렇게 5성 심사라도 보는 이가 생겼으니 저희 클랜도 이제 면이 서게 생겼습니다. 이제 남은 건..."
머슬만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미닉 경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저희가 어떻게든, 최대한 서포트 해드리는 일만 남았군요."
그렇게 말하는 머슬만 의원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
"그, 삼촌."
"왜."
"그나저나 여긴 왜 오신 거예요?"
미래의 도미니아 경은 근처의 카페에서 쿠키 앤 크림 쉐이크를 먹고 있었다.
미래의 도미니아 경은 가진 돈이 없었기에 돈 카게야샤가 사준 것이었다.
"네 어머니가 너 잡아 오라고 시켰다."
"엄마가요?"
도미니아 경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녀의 무릎이 책상을 치는 바람에 옆에 있던 메리의 커피가 반쯤 쏟아졌을 정도였다.
"내 커피!"
메리는 짜증 난다는 듯 도미니아 경에게 버럭 화를 냈다.
"삼촌! 도미니아 좀 어떻게 해 봐요! 늘 사고만 치고 다니고!"
"내 눈엔 둘 다 똑같아."
돈 카게야샤는 한숨을 내쉬며 화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그, 설마 엄마가 뭔가 다른 말 하지 않았어요?"
미래의 도미니아 경은 돈 카게야샤의 눈치를 보았다.
"돌아오면 그놈의 굿즈 다 찢어 버리겠다고 벼르시던데."
"아, 세상에."
도미니아 경은 절망에 빠졌다.
굿즈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미니아 경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옆에 그것들은 다 뭐예요?"
메리가 오리너구리 인형이 가득한 망태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리 너구리 인형. 어머니가 108개 사 오라고 하셨거든."
"와 세상에. 나도 하나 주시면 안 돼요?"
"이미 가져갔잖아?"
"...? 언제요?"
돈 카게야샤는 도미니아 경이 이미 오리너구리 인형을 가져갔다고 말했지만, 도미니아 경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 인형이 지금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방 속에 있는 낡은 오리너구리라는 것도 말이다.
"모르면 됐다."
돈 카게야샤는 다시 한번 화과자를 먹었다.
"아무튼, 너희 둘 다 돌아가라."
돈 카게야샤가 도미니아 경과 메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뭐, 알아서 하겠지."
"아직 비자 기간이 좀 남아 있거든요."
돈 카게야샤는 말없이 있던 미네르바에게도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돈 카게야샤와 미네르바도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도미니아 경, 그리고 메리... 경. 이제 돌아가. 부모님들이 걱정하신다."
돈 카게야샤는 그렇게 말하며 도미니아 경과 메리를 노려보았다.
"아직 돌아갈 순 없어요."
그러나 도미니아 경은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굿즈들이 전부 박살 날 거예요. 그러니까 뭔가 엄마를 달랠 무언가가 필요해..."
바로, 돌아갔을 때의 후폭풍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삼촌, 나 좀 도와줘요."
도미니아 경이 가방에서 전단지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탁 놓았다.
"나, 여기서 4성 찍고 갈래."
그 전단지는 바로 성급 심사에 대한 전단지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