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04화 (404/528)

〈 404화 〉 [403화]예상치 못한

* * *

도미닉 경과 카게야샤가 싸우고 있을 무렵, 가차랜드 시내에서는...

"와 세상에. 이 시절 물가는 이렇게나 쌌구나..."

흰 머리에 삼색 깃털을 꽃은 여성은 방금 전 사탕 가게에서 산 솜사탕 하나를 뜯어먹으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솜사탕 뿐만이 아니라 자잘한 과자들을 잔뜩 산 상태였는데, 어째서인지 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달고 자극적인 것들로 가득했다.

흰 머리의 여성은 솜사탕을 순식간에 해치운 뒤 과자 몇 개를 더 먹고는 남은 과자를 옆으로 멘 가방에 쓸어 넣었다.

가방 안쪽에는 상당히 미묘하게 생긴 오리너구리 인형 하나가 존재했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데리고 다녔는지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흰 머리의 여성은 과자에 파묻힌 그 오리너구리를 잠시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가방을 닫았다.

"아무래도 남은 건 나중에 먹는 것이 좋겠... 음?"

흰 머리의 여성은 아직 넉넉한 과자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는데, 흰 머리의 여성을 미행하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간 경찰인가?"

흰 머리의 여성은 방금 전에 느낀 기척을 따라 몰래 눈을 슬쩍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보안관 모자를 눌러 쓴 여성이 있었는데, 그 여성은 벽에 기댄 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아마도 미행하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연스러운 행동하는 거겠지.

흰 머리의 여성은 아닌 척하면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보안관 모자의 여성도 같이 흰 머리의 여성을 따라왔다.

'시간 경찰은 아닌가? 하긴. 내가 뭔가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없고...'

흰 머리의 여성은 미행하는 여성이 시간 경찰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간 경찰치고는 너무나도 어수룩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티를 내고 있었다.

보안관 모자의 여성은 헐렁헐렁한 가죽 바지의 주머니에 양손을 꽃고 터벅터벅 흰 머리의 여성을 쫓아오고 있었다.

어딘가 구슬퍼 보이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흰 머리의 여성은 마지막으로 미행하는 사람을 시험해 보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보안관 모자의 여성도 그 골목길로 들어섰다.

보안관 모자의 여성이 골목길로 몸을 틀자,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골목길은 일자로 되어 있어 중간에 빠질 곳이라곤 없었고, 중간중간 쓰레기통과 쓰레기 봉투가 쌓인 곳이 있어 숨을 곳만 몇 군데 있었다.

보안관 모자의 여성은 흰 머리의 여성이 여기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느긋하게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바로 옆의 쓰레기통에서 팔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보안관 모자의 여성의 목을 틀어쥐었다.

흰 머리의 여성이었다.

"넌 누구지?"

보안관 모자의 여성은 목을 쥔 흰 머리의 여성의 손을 떨쳐 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흰 머리의 여성의 악력이 얼마나 센지 그 어떤 짓을 해도 떨쳐 낼 수 없었다.

결국 멱살을 잡힌 채 제압당한 보안관 모자의 여성은 양손을 들고 항복 의사를 밝혔다.

"항복. 그러니까 이거 좀 놔줄래?"

"정체부터 말해."

흰 머리의 여성이 보안관 모자의 여성에게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보안관 모자의 여성은 한숨을 내쉬며 모자를 벗었다.

"나야 나. 미네르바 파크."

"미네르바?"

"그래, 도미니아. 네 친구 미네르바 말이야."

"세상에, 진짜 미네르바야?"

자신을 미네르바라고 밝힌 여성은 검은 머리에 눈매가 굉장히 사나운 미녀였다.

그는 흰 머리의 여성을 도미니아라고 불렀는데, 아무래도 흰 머리의 여성은 조금 더 미래의 도미니아 경인 모양이었다.

"이게 얼마 만이지?"

미래의 도미니아 경이 미네르바의 목을 조르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미네르바를 꼭 안으며 기쁨을 표현했다.

"내가 경찰 대학 간다고 한 이후 처음이지, 아마?"

미네르바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보안관 모자를 눌러 썼다.

"모자를 보니까 드디어 경찰이 된 거야?"

"그래. 내년 3월... 그러니까 ■■■■년 3월 임용이야... 이런. 과거라서 숫자가 이상하게 나오네."

"괜찮아. 난 다 알아들었으니까."

도미니아 경과 미네르바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절친처럼 행동했다.

실제로 둘은 굉장히 친한 사이였다.

"그나저나 내년 3월 임용이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아, 임용 전에 마지막 여행하러 왔거든. 마침 과거 배낭 여행 패키지가 싸게 나왔길래 바로 신청했지."

"아, 너도 그거 신청했구나?"

도미니아 경은 미네르바의 말을 듣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니아 경도 그 걸로 싸게 과거로 오지 않았던가.

"참, 너희 할아버지랑 외할아버지는 잘 계셔? 저번에 양로원에 가신다고 들었는데."

"뭐, 그저 그래."

미네르바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여전히 양로원에서 '도미닉 경은 내 라이벌이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지."

"오."

"두 분 다."

"저런."

도미니아 경은 미네르바의 말에 진심 어린 유감을 표했다.

"그나저나, 너희 할아버지는? 도미닉 경 말이야."

"뭐, 여전하시지.■■■■도 하시고,■■나■■도 겪으셨고,■도 잡으시고... 아."

"과거라서 미래의 일은 말할 수 없나보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미래에 돌아가면 말해 줘."

"그래야겠네."

"그나저나, 이렇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진짜."

도미니아 경은 정말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 이런 곳에서 이야기하긴 좀 그러네. 좀 걸으면서 이야기할래?"

"그래."

도미니아 경의 제안에 미네르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

"여긴 참 레트로하고 재밌는 곳인 것 같아."

"그러니까. 할아버지 세대들은 다 고상하지만 지루한 곳에서 산 줄 알았는데."

도미니아 경과 미네르바는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들에게 있어 이곳은 그야말로 사극에서나 볼 법한 옛 장소였으니까.

가치만 있으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차랜드의 법칙은, 반대로 말하자면 계속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잠깐만. 여기 왠지 낯이 익은데."

"응? 너 여기 와 본 적 있어?"

"아니. 그런데 낯이 익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도미니아 경은 문득 주변의 모습이 낯이 익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미니아 경은 이 주변에 끝내주는 카페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여기로 가면 카페가 하나 있어. 거기 쿠키 앤 크림 쉐이크가 무지막지하게 맛있어."

"...응?"

도미니아 경은 그렇게 말하며 카페가 있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미네르바는 도미니아 경의 돌발 행동에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도미니아 경을 쫓아갔다.

평소 굉장히 친한 사이였다 보니, 이런 상황이 되면 도미니아 경은 그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네르바가 도미니아 경을 따라가자, 그곳에는 정말로 카페 하나가 있었다.

외진 곳에 있어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알고 있는 작은 카페.

도미니아 경은 멍하게 그 카페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어서 오세요."

주인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콧수염을 정돈하며 도미니아 경과 미네르바를 반갑게 맞이했다.

도미니아 경은 홀린 듯이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오리너구리 인형을 꺼내 옆에 앉히고, 자연스럽게 쿠키 앤 크림 쉐이크 2개를 시켰다.

평소에도 이런 주문을 자주 받는지, 주인장은 순식간에 쿠키 앤 크림 쉐이크 2잔을 가져왔다.

"도대체 이런 곳은 어떻게 안 거야? 오기 전에 검색이라도 했어?"

이런 외진 곳에 정말 카페가 있자, 미네르바는 놀란 눈으로 도미니아 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쿠키 앤 크림 쉐이크를 한 입 먹어보았는데, 도미니아 경의 말처럼 그 맛이 끝내줬다.

"모르겠어. 어째서인지 갑자기 기억이..."

그때였다.

도미니아 경은 문득, 이곳이 할아버지와 같이 온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아버지랑 같이 온 적이 있어."

"할아버지? 어느 할아버지? 도미닉 경?"

"응."

"언제?"

도미니아 경은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 어릴 때라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질 않아. 하지만 확실한 건, 그때 내가 할아버지에게 인형을 사달라고 졸랐고, 할아버지는 고생을 해가면서 인형을 구하는 데 성공하셨지. 그게 바로 이 인형이야."

"오리너구리 인형이라. 뭔가 굉장히... 올드한 느낌이네."

"그렇겠지."

도미니아 경은 미네르바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 오리너구리는 도미니아 경이 있어야 할 현재의 물건이 아니었다.

아마 지금 시간선 쯤의 물건이었으니까.

"...잠깐."

지금 시간선?

도미니아 경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갑자기 창백한 얼굴이 되었다.

"맙소사. 잠깐, 뭐지? 어쩌지?"

도미니아 경은 당황스러운 듯 발을 동동구르며 혼란에 빠졌다.

"왜? 왜 그래?"

"이, 이걸 어쩌지, 미네르바?"

도미니아 경은 거의 숨이 넘어갈 듯 창백한 얼굴로 미네르바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지금,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날 것만 같아."

"뭐?"

패닉에 빠진 도미니아 경의 말에 미네르바는 무슨 말인지 되물었다.

그만큼 도미니아 경의 말은 앞뒤 다 생략된 채 나온 말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도미니아 경도 알았는지, 도미니아 경은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20년 전의 내가, 지금, 이 시간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

도미니아 경의 말에 그제야 미네르바도 사건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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