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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02화 (402/528)

〈 402화 〉 [401화]일기토

* * *

심판은 대전을 시작하기 전, 몇 가지 설정을 만지기 시작했다.

"자, 아무래도 빠르게 싸우고 싶으신 모양이니 별다른 건 만지지 않겠습니다. 다만, 상태 이상에 대한 건 조금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PVE사양을 그대로 PVP에 적용하면 방금 전처럼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거든."

심판은 그렇게 상태 이상에 대한 설정을 조금만지고는 설정창을 껐다.

"도미닉 경의 주력 상태 이상은 기절이니까, 경직 정도로 바꾸겠습니다. 지속시간도 움찔할 정도로만 했으니까, 일방적인 싸움은 되지 않을 겁니다... 아 참."

그렇게 도미닉 경의 성능을 완전히 너프시킨 심판은 반대로 카게야샤에게도 말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화상 데미지도 너프했으니까, 그렇게 아세요. 대전은 공정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흥."

카게야샤는 심판의 말에 조금 심통이 난 듯했지만, 공정성을 위한다는 말에 더 이상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그도 정정당당한 전투를 숭상하는 전사였으니까.

"판마다 제한 시각은 5분. 이후로는 판정으로 승패를 가리고, 이렇게 5판 3선승제로 치릅니다. 이의 있습니까?"

"없소."

도미닉 경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전의를 다졌다.

"마찬가지."

카게야샤도 할버드를 들어 올리며 도미닉 경을 노려보았다.

당장에라도 둘은 격돌할 것처럼 맹렬한 기세를 내뿜기 시작했다.

"뭐, 좋습니다. 그럼,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아갑니다!]

[GET, SET, GO!]

심판의 말과 함께 도미닉 경과 카게야샤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상태창이 사라지자마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다가가 가볍게 견제부터 넣었다.

도미닉 경은 방패를 든 채로 검을 찔러 넣었고, 카게야샤는 봉의 뒷부분으로 도미닉 경을 후려쳤다.

당연하게도 카게야사의 공격은 도미닉 경의 방패에 막혔다.

그러나 카게야샤는 무시무시한 용력을 가진 무사였다.

그는 가볍게 견제한다고 휘두른 일격이, 도미닉 경을 무려 세 걸음이나 밀려나게 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 되었으니까.

도미닉 경이 밀려나면서 도미닉 경이 내지른 공격도 허사가 되었지만, 어차피 카게야샤의 공격도 무산되었기에 그저 서로 한 수를 주고받은 것밖에 되지 않았다.

"...강하군."

도미닉 경은 카게야샤의 무시무시한 괴력에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방금 전 심판의 말에 따르면, 카게야샤는 저 괴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도미닉 경은 그 무언가를 최대한 경계하며 다시금 카게야샤에게 다가 갔다.

이번에도 방패를 앞세운 채로.

"...단단하다."

상대의 한 수로 상대의 경지를 확인한 건 도미닉 경만이 아니었다.

카게야샤도 방금 전 도미닉 경을 밀쳐 내며 느낀 봉 끝의 감촉으로 도미닉 경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탱커인지 알 수 있었다.

봉의 끝자락이 살짝 휘어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충돌로 인해 도미닉 경이 밀려난 만큼, 카게야샤의 손에 돌아온 충격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도미닉 경의 공격은 아직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저 방어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카게야샤는 얼얼한 손바닥을 쥐었다 펴며 다시금 자세를 취했다.

그는 숨겨진 한 수를 아끼려다간 판정에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카게야샤는 숨겨진 한 수를 꺼내 들었다.

"그리하여 불의 신이 진노하노니."

카게야샤는 소매에 숨겨둔 주머니를 꺼내어 할버드의 도끼날과 창부분에 확 털어내었다.

주머니에 있던 것은 금속 가루들이었는데, 그 금속 가루들은 불타는 연무장의 불길을 받아 붉게 반짝였다.

그리고 그 금속 가루들이 반짝거리며 무기에 닿자마자 무기는 갑자기 화악 불이 붙었는데, 이런저런 금속들이 섞여 있었는지 할버드는 형형색색의 불꽃들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카게야샤는 그 불타는 무기를 들고 허공에서 몇 번을 뱅글뱅글 돌리다가 바닥에 확 창끝을 그었는데, 땅에 떨어진 금속가루들에도 불길이 옮겨 붙으며 형형색색의 화염벽이 생성되었다.

"뺘아!"

"멋지군."

구석에서 보고 있던 도미니아 경과 심판이 그 모습에 감탄했다.

커다란 덩치에서 나오는 호쾌한 움직임과 이를 보조하는 화려한 불길.

그것이 그의 특수 기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보는 도미닉 경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카게야샤는 도미닉 경이 감탄할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이번에는 다른 주머니를 던졌다.

그러자 바닥에 피어오른 화염벽이 더욱 커지더니, 이내 카게야샤의 모습을 감출 정도까지 높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도미닉 경은 잠깐 동안 카게야샤를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화염벽 너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할버드의 일격!

"큭!"

도미닉 경은 그 갑작스러운 일격에 놀라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카게야샤의 공격이 더 빨랐다.

카게야샤의 할버드의 도끼날이 도미닉 경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도미닉 경이 입은 갑옷을 뜯어 버리듯 찢어 버린 도끼날은 갑옷보다 더 깊은 곳을 파고들어 도미닉 경의 오른쪽 팔뚝에 기다란 상흔을 새겼다.

도미닉 경은 급하게 팔을 뒤로 숨기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검은 들어 올리지 못했는데, 어째서인지 도미닉 경의 팔뚝이 나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도미닉 경은 탱커였기에 재생력이 뛰어난 편이었으나, 그 재생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불로 상대의 상처를 지져 재생을 힘들게 하는 것인가?

도미닉 경은 이것이 상대의 특수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게야샤는 이 여세를 몰아 도미닉 경을 더욱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직 도미닉 경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방패를 들어 올리는 일 뿐.

도미닉 경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이대로 판정패를 당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으로 말미암아 도미닉 경의 특수 기술 [시네마틱]이 주인을 돕기 위해 발동되었다.

...

카게야샤는 계속해서 공세를 유지하다가 잠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카게야샤는 빠른 공세를 위해 숨까지 참아가며 할버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인간은 언젠가 숨을 쉬어야만 하는 법.

카게야샤는 숨을 쉬기 위해 잠시 몸을 뺀 것이다.

"이 정도면 판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겠지."

카게야샤는 내심 첫 판은 자기 승리를 점쳤다.

이번 공세로 인해 도미닉 경을 일방적으로 두드림과 동시에, 그의 특수 능력으로 도미닉 경의 재생능력을 봉인까지 시켜 놓았으니까.

[그리하여 불의 신이 진노하노니.]

이는 카게야샤의 특수 기술이었다.

매우 심하게 중2병 냄새가 진동을 하기는 했으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특수 기술은, 정말 그가 중학교 2학년 쯤 되는 나이에 만든 기술이었으니까.

커서 이 기술을 다시 봤을 때 얼마나 쪽팔리던지, 그는 차마 얼굴을 드러내고 기술을 쓸 수 없어 야차 가면을 쓰고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부끄러운 기술 이름과는 별개로, 기술의 위력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가연성 물체와 섞인 금속 조각을 흩뿌린 뒤 무기로 불길을 점화시키면, 무기의 공격력과 방어구 관통력이 증가함과 동시에 상대의 체력 재생을 막고 지속적인 화상 피해를 입히는, 그야말로 탱커를 저격하는 듯한 기술.

카게야샤가 도미닉 경과 싸워 보려고 한 이유도 바로 이 기술 때문이었다.

감히 불가침의 존재인 도미닉 경과, 자기 기술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모순.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의 대결.

카게야샤는 바로 그런 싸움을 원했고, 둘 중 누가 더 대단한지 알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카게야샤의 우세였다.

"첫 판은 무난하게 가져갈 수 있겠군."

첫 판은 카게야샤의 승리.

어쩌면 첫 판의 공세로 인해 다음 판의 상황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갈지도 몰랐다.

카게야샤는 그렇게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너무 이른 행복 회로를.

"음?"

카게야샤는 문득 불길의 일렁거림이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방금 전까지 형형색색으로 빛나던 불길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검은 연기라고?"

카게야샤는 다시금 불타는 무기를 들고 검은 연기가 나는 쪽을 보았다.

"아무래도 마지막 도박 수를 준비하는 모양이군."

카게야샤는 그 연기가 도미닉 경이 마지막 도박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무기를 들고 몸쪽으로 잡아당긴 뒤, 있는 힘껏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쪽을 향해 찔렀다.

푸욱. 하는 느낌이 카게야샤의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확실히 찔렸군.

카게야샤는 그렇게 생각했다.

카게야샤는 도미닉 경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실행한 마지막 도박수까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카게야샤가 도미닉 경을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흐."

불길 너머로 불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

불길 너머로 불타오르는 눈을 가진 불타오르는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흐."

그는 할버드의 봉 부분을 한 손으로 잡은 채, 천천히 불길을 나와 카게야샤에게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뒤편에 있던 불타는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은 안대가 불타고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행복함에 빠져 카게야샤에게로 다가왔다.

그때, 갑자기 옆에 있던 고층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도미닉 경과 불길을 한 번에 깔아뭉개버린 건축물은, 아슬아슬하게 카게야샤의 코 앞을 스쳐 지나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라고 카게야샤가 당황했다.

그러나 카게야샤는 당황할 틈도 없었다.

"흐."

다시금, 끔찍할 정도로 행복에 절은 웃음소리가 카게야샤의 귀에 들렸기 때문이다.

카게야샤는 고개를 들어 떨리는 눈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여전히 불길에 휩싸인 도미닉 경이 저벅저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펑. 하고 도미닉 경의 등 뒤의 건물이 폭발하면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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