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96화 (396/528)

〈 396화 〉 [395화]꼬맹이들

* * *

"무슨 일이야..?"

"!"

앨리스는 마왕 뚜 르 방과 용사 뽀 르 작에게 다가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다행스럽게도 앨리스는 마왕 뚜 르 방과 용사 뽀 르 작의 고차원적인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

"그러니까, 심부름을 위해서 약도를 그려왔는데, 갑자기 둘의 지도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

"그렇다면 근처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되잖아."

"...!"

마왕 뚜 르 방은 앨리스의 현명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는 용사 뽀 르 작도 마찬가지였는데, 뽀 르 작은 앨리스의 똑똑함을 바로 인정하고는 자기가 들고 있던 약도를 보여 주었다.

지도는 군사적 용도에 의해 1급 보안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뽀 르 작의 행동은 앨리스를 완전히 믿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그런 깊은 생각 없이 그냥 지도를 보여주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앨리스는 잠시 뽀 르 작이 넘겨 준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한 가게를 가리켰다.

"저기 인형 뽑기 가게가 있는 것을 보면 이쪽으로 가는 게 맞아."

앨리스는 그 가게를 기준으로 한 길을 가리켰다.

지도로 따지면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

"...?"

뽀 르 작은 그것보라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뚜 르 방을 바라보았다.

말랑말랑한 볼살이 밀려올라가는 것이, 분명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에 반해 마왕 뚜 르 방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기가 든 지도를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

그리고 자기가 지도를 뒤집어서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왕 뚜 르 방은 이 상황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갑자기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울지 마. 울면 엉덩이에 털 난대!"

"!"

이에 당황한 앨리스가 뚜 르 방이 우는 걸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거리에 마왕 뚜 르 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앨리스는 어떻게든 뚜 르 방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고, 용사 뽀 르 작은 어쩔 줄을 모른 채 당황하고만 있었다.

그러나 앨리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녀를 위해 하늘에서 구원자가 내려왔다.

"앨리스? 도대체 왜 여기에 앨리스가?"

"스승님! ...?"

앨리스는 등 뒤에서 들리는 도미닉 경의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스승님이라면 이런 상황도 잘 해결해 주시리라.

당황한 앨리스는 그런 생각 하며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앨리스는 오히려 두 배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앨리스가 바라본 곳엔, 동글동글하게 살이 찐 도미닉 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님...?"

"도대체 무슨 일이냐?"

도미닉 경은 앨리스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서 물었으나, 앨리스는 너무나도 충격을 받은 나머지 도미닉 경에게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앨리스가 받을 충격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빠아?"

앨리스는 갑자기 들려온 아기 소리에 고개를 돌려 도미닉 경의 소매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어째서인지 도미닉 경과 비슷하게 생긴 어린아이가 매달려 있었다.

갑자기 울기 시작한 마왕. 살이 동글동글 찐 도미닉 경. 그리고 도미닉 경을 닮은 아기.

아직 미성년자였던 앨리스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애, 앨리스?"

"...!"

뇌가 과부하가 되어 쓰러지고 말았다.

...

"그러니까, 아무래도 이 아이가 미래에서 온 도미닉 경의 아이로 추정된다는 거네요?"

"그래."

앨리스의 기절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앨리스는 기사를 목표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아래에서 수련하는 종자.

그 말인 즉, 기본적으로 이런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을 어느 정도 수련했다는 뜻이었다.

앨리스는 도미닉 경의 말에 턱을 괴고 작은 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직 이름도 모를 이 작은 아이는 마왕 뚜 르 방과 용사 뽀 르 작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마왕과 용사는 이 자그마한 생명체가 신기했던지 아직 말랑말랑한 젖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정작 자기들의 볼도 이 아이만큼이나 말랑말랑하긴 했지만, 2등신의 모습의 말랑말랑함과 평범한 아이의 말랑말랑함은 조금 그 느낌이 다른 법이니까.

"빠아..."

"!"

결국 참다못한 아이가 울먹이며 도미닉 경에게 다가와 도미닉 경의 다리 뒤로 숨었다.

그러나 아이는 울먹이기만 할 뿐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는데, 도미닉 경은 어째서인지 그 모습이 누군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미닉 경이 아이를 보며 인상이 굳자, 마왕 뚜 르 방과 용사 뽀 르 작은 도미닉 경이 화났다고 여겼는지 손발을 파닥거리며 무언가 변명같은 걸 하기 시작했다.

"!"

"...!"

"울리려고 그러려던 건 아니래요. 그냥 너무 말랑말랑하고 귀여워서 그랬다고..."

"아."

도미닉 경은 괜히 생각에 잠겼다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아니오. 그저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

"무엇이 그리 생각할 게 많은지 물어보고 있어요."

앨리스는 도미닉 경에게 계속해서 마왕과 용사의 말을 통역해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아이의 이름도 모르고, 인적 관계도 모르니 불안하기 짝이 없어서 그렇소."

도미닉 경이 마왕과 용사에게 말하자, 뚜 르 방과 뽀 르 작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

"!"

"그건 행정부에 가면 다 알 수 있다고 하네요. 거기서 조회해 보면 다 나온다고..."

도미닉 경은 수상할 정도로 가차랜드의 행정 절차를 잘 아는 마왕과 용사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니, 가차랜드에 나타난 이상 이 아이도 가차랜드 시스템의 영향을 받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행정부에 그 인적 사항이 적혀 있겠지.

평행세계의 도미니카 경도 인적 사항이 있는데, 미래의 사람이라고 없을 리가 있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도미닉 경은 바로 몸을 빙글 돌렸다.

"...? 어디 가시려구요?"

"행정부에 갈 생각이란다. 당장 아이의 이름을 알아봐야지. 관계도 말이다."

도미닉 경의 행동에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도미닉 경은 당장 행정부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앨리스는 이상하다는 듯 도미닉 경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행정부 오늘부터 이틀간 휴일이잖아요. 가도 아무도 없을 걸요?"

"...?"

"오늘은 주말이고, 내일은 대체 휴일이라서요."

도미닉 경은 가차랜드에 있으면서 대체 휴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대체 휴일?"

"네. 기존의 공휴일이 주말이랑 겹치면 일하는 사람들 처지에선 하루 덜 쉬게 되는 거니까, 그 하루를 보충해주는 거예요."

앨리스는 이미 알고 있는지식이라는 듯 막힘없이 줄줄이 지식을 내뱉었다.

물론, 이는 마침 어제 학교에서 대체 휴일에 대해서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마워요, 선생님!

그렇게 생각한 앨리스는 도미닉 경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지금 가 봤자 행정부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다들 쉬러 갔을 테니까요."

"흠..."

도미닉 경은 문득 시스템 인더스트리의 코더들이 떠올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앨리스와 뚜 르 방, 뽀 르 작의 등 뒤로 지나가는 퀭한 눈의 코더를 바라보았다.

그 코더는 작게 '쉬는 날이면 좀 쉬게 해 줄 것이지, 왜 또 버그를 만들어서는.'이라는 말을 중얼거리고는 골목길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코더들에게는 대체 휴일이라는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어쩐다..."

도미닉 경은 행정부가 쉰다는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아이의 이름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아이에게 너, 야, 이봐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

도미닉 경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역시나 가차랜드에 정통한 삼인방, 앨리스와 뚜 르 방, 뽀 르 작이 머리를 맞대어 좋은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

"그,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긴 하대요."

"...?"

"하지만 수수료가 좀 든다는 데요?"

"!"

"게다가 본인과 관련된 인적 사항만 확인 가능하다고..."

도미닉 경은 앨리스와 뚜 르 방, 그리고 뽀 르 작의 말을 듣고는 바로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바로 '인적 관계 확인하는 법'을 검색하고는 가장 먼저 나온 검색 결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앱 스토어를 열고­

그때였다.

도미닉 경은 문득 자기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손길을 느꼈다.

도미닉 경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인형 뽑기 기계와 도미닉 경을 번갈아 바라보는 꼬마 아가씨가 있었다.

도미닉 경은 문득 인형 뽑기 기계를 바라보다가, 이내 앨리스에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확인하는 동안, 이 아이와 함께 인형 뽑기라도 하고 있지 않겠니?"

도미닉 경은 인벤토리에서 엄청난 양의 크레딧과 가차석을 꺼내 들어 앨리스에게 넘겨주었다.

"그럴게요, 스승님."

앨리스는 도미닉 경이 건네준 엄청난 양의 돈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정도면 앨리스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초코 과자를 백 여든 개는 살 수 있을 것이었다.

앨리스와 뚜 르 방, 뽀 르 작과 꼬마 아가씨는 인형 뽑기 기계에 착 달라붙어 크레딧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도미닉 경도 앱 스토어를 열어 행정부 앱을 검색해 앱을 다운로드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복잡한 X 활성인자 프로그램들과 보안 프로그램들을 덕지덕지 깐 뒤에야 꼬마 아가씨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저 아가씨는 도미닉 경과 혈연 관계가 맞았는지 인적 관계 증명서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

도미닉 경은 인적 관계 증명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 아가씨의 이름과 관계에 대해서, 아주 유심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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