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95화 (395/528)

〈 395화 〉 [394화]꼬맹이들

* * *

"빠빠!"

도미닉 경은 갑자기 나타나 도미닉 경에게 포옥 안긴 이 작디작은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

하얀색 긴 생머리에 에메랄드빛 눈동자.

머리 위에는 적, 녹, 황의 삼색 깃털이 꽂혀 있었고, 입에는 누가 물려줬는지 멜론 맛 막대 사탕이 물려져 있었다.

편한 옷을 좋아하는지 목이 늘어나 때가 살짝 탄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티셔츠에는 '저는 꼬마가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이런 문구의 티셔츠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자주 입는 옷과 비슷한 것이었다.

"빠아?"

도미닉 경이 유심히 바라보자 이 작은 아이는 불안한 듯 리틀 도미닉 경 인형을 꼬옥 끌어안고 도미닉 경을 올려다보았다.

움츠러든 아이는 등에는 가벼운 장난감 방패를, 허리춤에는 끝이 뭉툭한 스펀지 쿠나이를, 그리고 반대편 허리춤에는 투명한 푸른 고래 모양의 플라스틱 물총이 있었다.

"빠빠라니, 귀여워라."

엘랑 대위가 갑자기 나타난 이 꼬맹이를 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생긴 게 꼭 도미닉 경과 닮은 것 같네요."

아임 낫 리틀이 볼살이 퉁퉁한 도미닉 경과 젖살이 통통한 작은 아이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 말대로, 도미닉 경과 이 아이 사이에는 꽤 닮은 점이 많았다.

머리 위의 삼색 깃털도 그렇고, 오른쪽 눈을 가리는 가르마도 그렇고, 외모적인 유사성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아임 낫 리틀이 말하는 바는, 바로 영혼의 유사성이었다.

성좌로서 인간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아임 낫 리틀은, 이 작은 아이가 도미닉 경과 매우 비슷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 가정의 달 이벤트로 '미래로의 회귀'를 진행한다고 했었죠."

아임 낫 리틀은 그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도미닉 경에게 양해를 구했다.

"미안해요. 아무래도 꼭 필요한 일이 생겨서요. 나중에 또 보도록 해요, 도미닉 경."

그 말과 함께 아임 낫 리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큼성큼 걸어 가게를 나가려는 아임 낫 리틀의 모습에 당황한 엘랑 대위가 물었다.

"뭐하러 가시는 거예요?"

"돈 뽑으러요!"

"...네?"

"아무래도 미래기사 도미닉 경 같은 게 튀어나올 것 같아서 말이에요! 미리 돈을 좀 뽑아두려구요!"

"...아!"

엘랑 대위는 처음엔 아임 낫 리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설명 이후 그녀의 노련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벤트로 인해 추가될 수도 있는 미래를 바라보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엘랑 대위는 혀를 내두르며 아임 낫 리틀을 존경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잠깐. 그렇다면 나도 고용 카드를 추가로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인데."

엘랑 대위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엘랑 대위는 현재 과도한 가차랜드 중독으로 인해 거의 월급의 전체를 가차랜드에 들이부은 상태였고, 다음 월급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사채나 고리대금을 빌릴 생각은 없는 엘랑 대위였기에, 시름은 깊어만 갔다.

"미래기사 도미닉 경... 미래기사 도미닉 경... 명함이라도..."

엘랑 대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마?"

도미닉 경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꼬마 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걱정할 정도로.

결국, 엘랑 대위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 만다.

"...그래! 노가다! 노가다야! 당분간은 노가다를 뛰는 거야!"

"?"

"미안해요, 도미닉 경! 저도 잠시 현생을 살러 가 볼게요! 곧 고용 카드로 봐요!"

엘랑 대위는 스스로 내린 결론에 미친 사람처럼 웃더니, 이내 도미닉 경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게를 뛰쳐나갔다.

도미닉 경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아임 낫 리틀과 엘랑 대위를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빠아?"

도미닉 경은 여전히 자기 옷자락을 잡고 만지작거리며 올려다보는 작은 어린아이를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맑고 순수한 눈으로 도미닉 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맑은 에메랄드빛 눈에, 도미닉 경이 비쳐지고 있었다.

...

"이름이 어떻게 되오?"

"하으?"

"아니, 아니오."

도미닉 경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자기 몸보다 큰 솜사탕을 먹는 꼬마 아가씨를 보았다.

꼬마 아가씨는 굉장히 절제된 모습으로 솜사탕을 먹고 있었는데, 얼마나 절도 있던지 하얀 옷을 입고 있음에도 솜사탕을 전혀 묻히지 않고 있었다.

놀랍게도 꼬마 아가씨는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조금씩 솜사탕을 뜯어내어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크고 푹신푹신해 보이는 모습에 얼굴을 폭 담가 볼 만도 한데도, 꼬마 아가씨는 여전히 스스로가 정한 룰 안에서 움직이는 듯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째서인지 누군가가 생각이 난단 말이지..."

도미닉 경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꼬마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누군가가 끝까지 기억이 나지 않아 고민하면서 말이다.

아마 그리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닌 모양이지. 라고 도미닉 경은 자신을 납득시키고 생각을 그만두었다.

꼬마 아가씨는 절도 있는 움직임과는 달리 꽤 손을 바쁘게 놀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솜사탕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꼬마 아가씨는 눈을 마구 빛내며 눈앞에 있는 솜사탕을 빠르게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다 먹고 나서야, 꼬마 아가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던 건 맞으니까.

그러나 곧 이 작은 꼬맹이는 더 이상 솜사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시무룩해졌다.

"모자라다는 거요?"

도미닉 경은 아무리 작은 꼬맹이어도 예의를 차렸다.

도미닉 경의 말에 이 작은 꼬마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뽀요."

그러다가 문득 뽀요해진 뱃살을 바라보며 또 시무룩해졌다.

뽀요해진다는 표현은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배가 툭 튀어나왔다는 걸 그리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소. 만족하지 못하고 미련이 남는 것보다, 만족스럽게 하고 미련을 털어내는 것이 더 좋지 않겠소?"

도미닉 경은 그리 말하며 꼬마 아가씨에게 손을 뻗었다.

꼬마 아가씨는 도미닉 경의 손을 잡으려고 했으나, 높이가 너무 높았다.

이 작은 꼬맹이는 도미닉 경의 옷 소매라도 잡으려고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옷소매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꼬마 아가씨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도미닉 경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음에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도미닉 경은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살을 빼야겠군."

도미닉 경의 손을 잡기엔 도미닉 경의 키가 매우 큰 것이 그 이유였고, 도미닉 경이 현재 살이 너무 쪄 평소보다 팔의 각도가 올라간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도미닉 경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휴가가 끝날 때까지는 살을 뺼 예정이 없었으나, 이 작은 꼬마 아가씨 덕분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아무튼, 오늘만큼은 꼬마 숙녀도 나도 먹고 즐기도록 하는 것이 좋겠소."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사탕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

"빠아­!"

도미닉 경의 옷 소매에 대롱대롱 매달린 작은 숙녀가 즐거운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 즐거움이 사탕을 더 먹을 수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대롱대롱 매달린 게 즐거워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확실한 건, 이 작은 숙녀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

"여기쯤이었는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종자 앨리스는 오늘 시내에 나와 있었다.

앨리스의 어머니가 앨리스에게 심부름을 시켰기 때문이었다.

앨리스는 못 본 사이 어제보다 더 성장한 오늘을 보내고 있었다.

...키가 못 알아볼 정도로 컸다는 뜻이다.

이제는 도미닉 경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커 보이는 이 꼬마 아가씨... 아니, 이젠 더 이상 꼬마라고 부르지도 못할 아가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미 성숙하기 그지없었으나...

"헤헤. 심부름 끝나고 남은 돈으로 과자 사 먹어야지."

아직 정신 상태는 15살 정도였다!

그녀의 몸에 흐르는 서리 거인의 피와 한창 성장기일 나이가 합쳐져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앨리스는 아직 미성년자였다.

심지어 가차랜드 카드 풀에도 등록되지 못한 어린아이.

앨리스는 심부름이 끝나고 무슨 과자를 사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가 입은 사슬 갑옷이 잘그락 거렸지만, 앨리스는 오히려 그 잘그락거리는 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불렀다.

"산 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응?"

그때였다.

앨리스는 문득,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저거, 뚜 르 방이랑 뽀 르 작 아니야?"

앨리스는 저 멀리서 종이에 그려진 약도를 보며 땀을 뻘뻘 흘리는 2등신의 두 사람을 보았다.

"뚜 르 방이랑 뽀 르 작도 심부름 나온 건가?"

앨리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마왕과 용사를 바라보았다.

마왕과 용사는 각자 짧고 뭉뚝한쪽 팔을 들어 각자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는 두 사람이 들고 있는지도 때문이었다.

마왕이 들고 있는지도는 갈림길에서 왼쪽을 가리키고 있었고, 용사가 든 지도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군가 하나는 지도를 거꾸로 들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으나, 누구의 지도가 거꾸로인지는 모르는 상태.

앨리스는 말랑말랑한 손으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마왕과 용사에게 걸음을 옮겼다.

친구로서 도움을 좀 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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