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8화 〉 [387화]휴식...?
* * *
도미닉 경이 살짝 옆으로 굴러 길을 만들어 주자, 깔려 있던 도적단 두목이 황급히 일어나 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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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re+ 10,000!!!]
도미닉 경은 어째선지 눈앞에 떠오른 이상한 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몸을 데굴데굴 굴려 여기가 어디인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도미닉 경? 도미닉 경 맞죠?"
아임 낫 리틀은 분명 도미닉 경의 기운이 느껴지는 둥글둥글한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비록 도미닉 경과 비슷한 점이라고는 갈색의 머리카락과 거의 보이지 않는 초록색 외안, 그리고 머리에 달린 삼색의 깃털정도뿐이었다.
그러나 아임 낫 리틀은 성좌였기에 외견보다는 그 본질을 볼 수 있었다.
그 동글동글한 무언가는, 확실히 도미닉 경이었다.
"도미닉 경... 어찌하여 이리 살쪄 오셨소..."
아임 낫 리틀은 너무나 큰 충격에 아무 말이나 막 내뱉으며 혼란스러워 했다.
아임 낫 리틀은 도미닉 경의 가장 큰 팬 중 하나였고, 그만큼 도미닉 경의 변화에 심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아임 낫 리틀은 확실히 도미닉 경의 팬이었다.
도미닉 경이 어떻게 되든 도미닉 경은 도미닉 경.
아임 낫 리틀은 그리 생각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 둥글둥글한 도미닉 경도 꽤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가차 팩에서 안 나오려나."
"뭐라고 하셨소?"
"아니, 아니에요."
아임 낫 리틀은 무심코 동글동글 도미닉 경 카드를 얻고 싶다는 무의식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도미닉 경이 그 중얼거림을 듣고 되물었으나, 아임 낫 리틀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렸다.
"그나저나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왜 갑자기 이렇게 동그랗게 변한 거죠?"
아임 낫 리틀은 꽤 날렵하고 근육질이던 도미닉 경이 왜 이렇게 동그랗게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 이틀 전에 뉴스에 뜬 기사, '휴식하는 도미닉 경' 때만 하더라도 도미닉 경은 날렵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제가 대답해 줄 수 있겠네요."
아임 낫 리틀은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여기엔 도미닉 경과 아임 낫 리틀 밖에 없었고, 이 목소리는 도미닉 경의 목소리도, 아임 낫 리틀의 목소리도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예요, 여기."
아임 낫 리틀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도미닉 경의 등 뒤에서 빼꼼히 손을 내밀고 흔드는 누군가가 있었다.
"골목이 좁아서... 도미닉 경, 잠시만요."
"아, 미안하오."
도미니 경이 옆으로 살짝 굴러 길을 만들어 주자, 그 뒤에서 장교복을 입은 누군가가 나타났다.
바로 엘랑 대위였다.
"그러니까, 당신은 도미닉 경이 왜 이렇게 동그랗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는 거예요?"
"네."
엘랑 대위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잠시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 저는 엘랑 대위라고 해요."
"아. 플레이어시네. 전 아임 낫 리틀이라고 해요. 성좌 중 하나죠."
엘랑 대위는 일단 처음 만났으니 통성명부터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며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그러자 아임 낫 리틀도 분위기에 휩쓸려 명함을 받은 뒤 자기도 통성명했다.
"아임 낫 리틀? 혹시 가차튜버 아임 낫 리틀이 맞나요?"
"...? 네. 맞아요."
"버튜버?"
"...버튜버 아니라니까!"
엘랑 대위는 눈앞에 있는 성좌 아임 낫 리틀이 정말 자기가 아는 아임 낫 리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엘랑 대위가 아는 가챠튜버 중 버튜버라는 말에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는 아임 낫 리틀 밖에 없었으니까.
"지, 진짜네요?"
엘랑 대위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임 낫 리틀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떨리는군. 그리 유명한 자요?"
도미닉 경이 엘랑 대위에게 물었다.
"유명하다 마다요! 한 때 유명 가차튜버의 편집자로 일하다가, 가챠튜브를 시작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유명인이라구요!"
엘랑 대위의 말에 아임 낫 리틀은 멋쩍은 듯 부끄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 나 암살하려고 온 암살자지? 내가 부끄러워서 방송 접게 만들려고."
"네?"
엘랑 대위는 아임 낫 리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엘랑 대위는 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했다.
아임 낫 리틀. 방송 중.
고작 다섯 단어.
그러나 엘랑 대위는 왜 아임 낫 리틀이 저렇게 부끄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엌ㅋㅋㅋ 유ㅋㅋㅋ명ㅋㅋㅋ인ㅋㅋㅋ삐슝빠슝! 길 가다가 갑자기 방송 고로시 당하는 유명인이 있다?
채팅창이 난리가 난 상태였다.
"어, 저, 미안해요. 그러려던 건 아닌데."
"괜찮아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엘랑 대위는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아임 낫 리틀에게 사과했으나, 아임 낫 리틀은 어차피 시청자들은 자기 놀리려고 방송 본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아까 했던 말이나 계속해 보죠. 도대체 왜 이렇게 도미닉 경이 살이 찐 거죠?"
"아, 맞다."
엘랑 대위는 아임 낫 리틀의 말에 다시 원래 목적이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꺼냈다.
"그, 하루 정도 도미닉 경을 데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많이 먹었거든요."
"...? 고작 많이 먹은 정도로는"
"하루에 약 40끼 정도요."
"...저렇게 찔 만 하네요."
아임 낫 리틀은 엘랑 대위의 말에 코끼리도 그렇게는 안 먹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방장, 아니야. 코끼리가 더 많이 먹어.아 ㄹㅇㅋㅋ방장! 당장 코끼리vs도미닉 경으로 포인트 도박 열어어어어
아임 낫 리틀의 말에 채팅창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아, 무슨 코끼리 VS 도미닉 경이에요. 당연히 도미닉 경이 이기지. 잘 생각해 봐요. 코끼리는"
아임 낫 리틀은 채팅창을 진정시키려는 듯 이상한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채팅창은 방금 전보다 더 엉망이 된 상태.
하지만 아임 낫 리틀은 노련한 방송인이었고, 코끼리 vs 도미닉 경으로 물고 뜯고 싸우기 시작한 시청자들을 내버려두고 다시 도미닉 경과 엘랑 대위에게 고개를 돌렸다.
방송을 음 소거 시켜 놓은 다음에 말이다.
"자, 이제 채팅창은 당분간 신경 쓸 거 없어요.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저희에겐 신경도 안 쓸 거거든요."
아임 낫 리틀의 말에 엘랑 대위는 감탄했다.
이게 바로 프로 방송인의 여유구나.
"그래서, 도미닉 경은 하루 만에 수십 끼를 먹고 이만큼 살이 쪘다는 말이네요?"
"그렇소."
도미닉 경은 아임 낫 리틀의 말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제대로 된 휴식을 알기 위해선, 꼭 거쳐가야 하는 일이었소."
"...그렇게 보이긴 하네요."
아임 낫 리틀은 도미닉 경을 바라보며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만에 이렇게나 살이 찔 정도라면 오히려 그게 더 힘든 거 아닌가라는 생각은 뒤로한 채.
그때, 아임 낫 리틀의 머릿속에서 한 생각이 지나갔다.
며칠 전 성좌들에게만 연락이 온, 어떤 대회에 대한 것이었다.
성좌들은 가차랜드와 꽤 연관이 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차랜드에만 머물지 않는다.
성좌들은 각자의 성운에서 살아가며, 제각기 다른 차원들을 관찰하거나, 혹은 개입하며 살아간다.
말 그대로 성좌들 만의 차원이 따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선, 가차랜드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와는 다른 또 다른 이벤트들이 열리곤 했다.
이번에 아임 낫 리틀에게 연락이 온 대회도 이런 이벤트의 일환이었다.
"...지금의 도미닉 경이라면..."
아임 낫 리틀은 대회 이벤트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평소의 도미닉 경이라면 참여할 수 없는 이벤트였으나, 지금의 도미닉 경이라면 말이 달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임 낫 리틀은 일단 도미닉 경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 도미닉 경의 허락부터 구하자는 생각이었다.
"도미닉 경!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 도움이라니, 무슨 소리요?"
"그, 며칠 뒤에 대회가 있는데, 지금의 도미닉 경이라면 제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요? 사례는 톡톡히 하죠!"
아임 낫 리틀의 말에 도미닉 경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 드리리다."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아임 낫 리틀을 향해 살짝 몸을 흔들흔들했다.
고개를 끄덕일 수 없어 몸을 흔든 것이다.
"아무튼, 도와주려면 원래의 몸을 되찾을 필요가 있겠군. 이렇게 뚱뚱해서야 도와줄 수도 없지 않소."
"아니! 아니에요! 도와주시려면 지금이 딱 좋아요. 아니, 좀 더 찌시는 것도 좋아요!"
"...?"
"엘랑 대위! 도미닉 경이랑 며칠 더 다니면서 도미닉 경에게 휴식을 더 알려줄 수 있어요? 비싼 곳으로 가도 좋아요. 그동안의 비용은 제가 댈테니까"
아임 낫 리틀은 신난 듯이 엘랑 대위와 도미닉 경을 살찌울 계획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은 아임 낫 리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회에 참여하는 데, 어째서 살이 퉁퉁하게 찐 지금이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사실, 이는 도미닉 경의 오해였다.
도미닉 경이 생각하기에 도미닉 경이 필요한 대회란, 레이드나 대전과 같은 전투 콘텐츠였다.
도미닉 경의 특성과 특수 능력 모두 전투에 특화되어 있었으며, 도미닉 경도 그런 자기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장점을 아주 잘 쓰기 위해선, 날렵하고 튼튼한 몸이 필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아임 낫 리틀은 도미닉 경에게 살이 퉁퉁하게 찐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라고 하는 것인가?
도미닉 경은 아임 낫 리틀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기에 그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 아니, 몸을 기우뚱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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