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87화 (387/528)

〈 387화 〉 [386화]휴식...?

* * *

하루를 쉬면 이틀을 퇴보한다.

본래의 뜻은 수련을 빼먹지 마라는 뜻이었지만, 도미닉 경은 지금 만큼 그 격언이 어울리는 때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선배가 옳았군."

도미닉 경은 그 격언을 알려 준 선배의 모습을 떠올렸다.

정작 스스로는 매번 수련을 빠졌다가 혼나기 일쑤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하루를 쉬니, 이틀을 퇴보하는군. 아니­"

도미닉 경은 눈앞에 있는 체중계에 떠오른 숫자를 보았다.

평소보다 무려 200파운드, 즉 90kg 정도가 찐 것이다.

하루를 쉬어 2일을 퇴보하는 것이 아닌, 200파운드나 퇴보해 버린 것이었다.

90kg이나 찐 도미닉 경의 모습은 아주 가관이었다.

목은 뒤룩뒤룩 살이 쪄 보이지도 않았으며, 몸은 둥글둥글한 공이나 풍선과도 같았으며, 팔다리는 그 공에 테이프로 붙여놓은 것만 같았다.

도미닉 경은 혹시나 해 검과 방패를 꺼내보았지만, 둥글어진 몸 때문에 제대로 휘두르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거 참 큰일이오."

"그, 그러게요."

도미닉 경이 엘랑 대위에게 말하자, 엘랑 대위는 어째서인지 눈을 피했다.

사실, 도미닉 경이 이렇게 변한 것에는 엘랑 대위의 탓이 90% 이상이었다.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가 휴식에 대해 알려주는 대신, 그 대가로 도미닉 경이 모든 돈을 내기로 했다.

그 사실에 너무 들뜬 나머지 엘랑 대위는 하루에 네 번 뷔페를 들리고, 여덟 번 카페를 갔으며 여섯 번의 디저트를 먹었다.

그뿐이겠는가?

다섯 번의 고급스러운 식사와 아홉 번의 간식, 그리고 일곱 번의 사탕과 솜사탕 섭취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니 도미닉 경이 이렇게나 코끼리처럼 살이 찔 수밖에.

도미닉 경은 매우 곤란한 표정으로 뒤뚱뒤뚱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기사 식당의 입구조차 들어갈 수 없잖소."

도미닉 경은 기사 식당의 문이 지금 도미닉 경의 몸보다 좀 작았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게 문제였어요...?"

엘랑 대위가 황당하다는 듯 도미닉 경을 쳐다보았다.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의 표정을 보았지만,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휴식 기간이잖소."

도미닉 경의 말에는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저 말의 기저엔 휴식 기간이라 더 먹고 놀아도 된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도미닉 경은 평소에도 저만큼의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을 만큼 격렬한 훈련하고 있다는 말도 되었다.

그 말인 즉, 도미닉 경이 마음만 먹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꽤 부러운 몸이네요."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듯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엘랑 대위는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아직 하루밖에 쉬지 못했소."

정확하게는 하루 하고도 반이었지만, 도미닉 경은 적당히 하루라고 칭했다.

"가차랜드에 이렇게 좋은 음식들이 많다는 걸 오늘 깨닫게 되는구려. 덕분에 안목이 넓어졌소. 고맙소, 엘랑 대위."

"아, 아니에요."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의 감사에 멋쩍어하면서도, 갑자기 살이 쪄버린 도미닉 경의 몸이 부담이 되었다.

특히나 저 턱! 두 겹으로 접힌 저 턱이 문제였다.

결국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에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저, 도미닉 경? 일단 다시 먹는 것도 좋지만 살을 좀 빼고 먹는 게 어떨지..."

"흠?"

"아무래도 이렇게 뚱뚱한 것보다는 살을 빼는 쪽이 더 좋지 않을까요? 먹방 가차튜버들을 보면 뚱뚱한 사람들보다는 살짝 마른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많이 먹으려면 그런 체형이 유리하지 않을까요?"

엘랑 대위는 횡설수설 도미닉 경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엘랑 대위의 제안이 그럴싸하다는 생각했다.

도미닉 경도 가차튜브를 자주 보기에, 먹방 가차튜버들이 어떤 몸매를 가졌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말하니 그럴듯 하구려."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으나, 목이 없어 끄덕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살을 좀 빼두는 것이 좋겠소."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근처의 골목길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했다.

"...? 도미닉 경? 골목은 왜들어가는 거예요?"

엘랑 대위가 도미닉 경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다.

"보면 알 거요."

도미닉 경은 땅을 데굴데굴 구르며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은 도미닉 경의 몸이 딱 맞다고 생각될 정도의 넓이였다.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도미닉 경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호감도 작업을 하는 김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도미닉 경과 엘랑 대위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

"아니,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확률이 크지 않다니까요? 저번엔 정말 운이 없어서 그런 거였다구요!"

­응 아니야.­방장만큼 운 없는 성좌 찾기 드물죠?­아 ㄹㅇㅋㅋ만 치라고ㅋㅋㅋ

"아! 쫌! 너희들 나 놀리려고 내 방송 보는 거지!"

성좌 아임 낫 리틀은 오랜만에 가차랜드에 놀라왔다.

이유는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집에 샴푸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아임 낫 리틀은 마침 잘되었다 싶었는지 방송을 켠 채 가차랜드 시내를 걷기 시작했다.

그냥 조용히 다녀오는 수도 있었지만, 아임 낫 리틀은 타고난 방송인이었다.

자기 사생활 하나하나까지 컨텐츠로 써먹는 방송에 미친 방송인.

"으, 생각해 보니까 짜증 나네. 여러분. 여기가 바로 저번에 제가 강도들을 만났던 곳이거든요."

­ㄹㅇ?­ㅇㅇ 맞음. SNS에 올린 사진 보니까 여기랑 똑같음.­그걸 또 찾아보고 있음?­[매니저가 채팅을 삭제했습니다.]

"저분은 또 무슨 말을 하셨길래 밴 당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보세요. 아무 일도 없­"

그때였다.

"으흐헤헤. 거기 소녀야, 가진 걸 다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형님, 여긴 가차랜드입니다. 죽음이란 개념이 없어요."

"멍청하긴! 저 얼빠진 얼굴을 봐라! 아무리 봐도 가치있게 생기진 않았어!"

...굉장히 무례한 도적단이 출몰한 것은.

심지어 모습을 보아하니, 예전에 아임 낫 리틀을 잡고 협박했었던 바로 그 도적단이었다.

"..."

­와! 도적!­도적들 아시는구나! 참고로 겁.나. 사.악.합.니.다.

"아니, 진짜 이게 말이나 돼요? 같은 곳에서 두 번이나 같은 도적을 만나는 게?"

­한 이닝에 같은 사람에게 만루홈런 두 방을 맞는 경우도 있는데, 겨우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 만나는 게 무슨 문제라도?­아 ㄹㅇㅋㅋ만 치라고ㅋㅋㅋ

아임 낫 리틀은 이 우연치고는 심각할 정도로 필연적인 상황에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아니, 난 왜 밖에만 나오면 이래? 진짜 뭐만 하면 사건에 휘말리고. 나만 운 없어! 나만!"

­이게 다 저번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카드 한 번에 뽑은 업보다 생각하십쇼.­좀 많이 업보청산 당하는 것 같긴 하지만 업보는 업보입니다 방장.

아임 낫 리틀의 짜증에도 시청자들은 업보를 돌려받는 것이라며 낄낄거릴 뿐, 아임 낫 리틀을 도와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사실, 시청자들도 아임 낫 리틀에 대해서 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진짜로 화난 것은 아니었다.

화난 척해야 콘텐츠가 살아난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그녀는 성좌였다.

성좌는 필멸자들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법이다.

그저 자기 즐거움만을 쫒을 뿐.

그렇기에 아임 낫 리틀의 시청자들은 아임 낫 리틀을 걱정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걱정이 정치인 걱정과 아임 낫 리틀 걱정이 아니던가.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은 아임 낫 리틀의 패턴을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 하려고 할 때마다 사건에 휘말렸다가, 이후 엄청난 악운으로 사건에서 빠져나오는 일의 연속.

아임 낫 리틀의 시청자들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여겼다.

"으, 샴푸나 하나 사려고 나왔는데. 다음 부턴 천국 택배로 물건을 사야겠어요. 그 아시죠? 천국 택배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쇼핑몰, 천계 E몰 말이에요."

­이름이 좀 이상합니다, 방장.­아, 광고 받았다고 PPL 존나 하네ㅋㅋㅋ­[매니저에 의해 삭제된 채팅입니다.]

"시끄러워요! 아무튼 앞으로는 거기서 사는 걸 고려해야겠­"

"이봐, 꼬마 아가씨."

아임 낫 리틀은 지금 상황이 두렵지 않은지 아주 당당하게 광고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도적들에게 있어서는 도발처럼 느껴졌는지, 도적단 두목이 아임 낫 리틀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지금 우리가 장난으로 보이나? 엉?"

"아니, 생각해 봐요. 이런 일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나올 때마다 도적단이고, 나올 때마다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젠 좀 패턴이 지겹지 않아요?"

"...?"

도적단 두목이 아임 낫 리틀을 협박하듯 으르렁댔으나, 아임 낫 리틀은 적반하장격으로 도적 두목에게 화를 냈다.

"좀 참신하게 나타나란 말입니다, 참신하게! 컨텐츠로 쓸 수 있게!"

아임 낫 리틀은 이제 거의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처럼 도적 두목을 향해 으르렁댔다.

그 모습은 마치, 낯선 사람을 본 치와와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이 꼬맹이가 죽고 싶어서 난리가 났구나."

도적 두목은 아임 낫 리틀의 도발에 땅에 침을 퉤 하고 뱉었다.

"좋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한 번 죽여주도록 하지. 저승에서 나, 도적단 두목을 생각하며 질질 짜기나 해라!"

도적 두목은 삼류 악당이나 할 대사를 치며 아임 낫 리틀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 칼이 아임 낫 리틀의 목에 닿는 일은 없었다.

­?????­저게 뭐임?­공... 같은 건가?

공 같은 무언가가 골목길을 굴러 도적들을 볼링 핀처럼 쓰러뜨리거나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저게 뭐죠?"

­우리라고 알겠음?

­와 근데 되게 동그랗다.

아임 낫 리틀과 시청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 공의 존재에 놀라 눈만 끔벅거렸다.

그때, 공의 윗부분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음? 당신은 그때 봤었던..."

"응?"

아임 낫 리틀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곳엔...

"아임 낫 리틀 아니오?"

"...도미닉 경?"

­뭐?­도미닉 경이라고?­그런데 왜 저렇게 살이 찜?

"...도미닉 경, 맞죠?"

심각하게 살이 찐 도미닉 경이 있었다.

"그, 좀 비켜 줄 수 있을까?"

도적단 두목을 깔고 뭉갠 상태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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