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76화 (376/528)

〈 376화 〉 [375화]C 보급 기지

* * *

도미닉 경은 콜 오브 아너의 튜토리얼 스테이지로 들어섰다.

튜토리얼 스테이지는 격자무늬로 가득한 아무것도 없는 순백의 공간이었다.

[튜토리얼 01 : 에이전트]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이전트 네임 : 도미닉 경.]

[전설적인 요원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도미닉 경은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읽은 뒤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이 공간에는 도미닉 경 혼자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 스테이지에서는 콜 오브 아너의 기믹, 그중에서도 요원 측의 기믹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보조로 쓰는 쪽의 손등을 봐주십시오.]

도미닉 경은 그 말에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평상시에 쓰는 손은 오른손이지만, 전투에 들어섰을 때엔 왼손을 더 자주 쓰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도미닉 경의 손등에는 디지털 숫자로 100이라는 글자가 적혀져 있었다.

[현재 손등에 적힌 수치는 임시로 부여된 당신의 체력입니다.]

[이 수치가 0이 되는 순간, 당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물론, 방식에 따라 부활할 수 있거나, 혹은 팀원이 살릴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이번엔 움직임입니다.]

[그 자리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여보세요. 도약도 좀 해 보시구요.]

그 말을 끝으로 하얗기만 하던 필드에 이런저런 지형이 생겨났다.

도미닉 경은 지시대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거나, 혹은 지형과 지형 사이를 지나쳤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있으려니, 이내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훌륭합니다.]

[이제 조금 더 심화된 움직임을 해볼 수 있겠군요.]

"...혹시 이거 스킵 할 수 있소? 원하는지점까지?"

도미닉 경은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 알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것들은 도미닉 경도 충분히 알 만큼 기초적인 것이었으니까.

[물론입니다, 에이전트 네임 : 도미닉 경.]

시스템 메시지는 도미닉 경의 말에 긍정하며 눈앞에 어떠한 목록을 보여 주었다.

[현재 튜토리얼에서 배울 목록들입니다. 마지막에 있는 [17. 시험]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킵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럼 마지막으로 스킵해주시오."

[확인했습니다, 에이전트 네임 : 도미닉 경.]

[마지막 시험은 바로 인질을 구출하는 것입니다.]

[현재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잡고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신은 건물에 잠입해 인질들을 구출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해야 합니다.]

[조심스러워서 나쁠 것은 없지만, 명심하십시오. 테러리스트들은 폭탄을 가지고 있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가차 없이 폭탄을 터뜨릴 것입니다.]

[폭탄의 기폭을 막기 위해선 모든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한 뒤, 폭탄을 해체해야함을 잊지 마십시오.]

"이제야 뭔가 제대로 되어가는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칼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위에 있던 숫자가 0을 가리켰을 때, 도미닉 경은 하얀 공간에 만들어진 가상의 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도미닉 경은 탱커였고, 기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두 가지 특성을 합치면 혼자서도 충분히 이 미션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머리에 다섯 발의 총알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는.

...

"...헛."

도미닉 경은 다시 튜토리얼 공간에서 깨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도미닉 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주변을 살폈다.

방금 전의 가상 공간은 사라져 있었고, 다시 격자 무늬의 하얀 공간이 도미닉 경을 반겼다.

"이게 도대체 무슨­"

[TIP : FPS에서는 기존의 스탯과 다른 스탯이 부여됩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지요!]

도미닉 경은 눈앞에 떠오른 팁에 손등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275(200+75)라는 의미불명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특성과 특수 기술도 조금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탱커(FPS)] : 당신은 팀의 최전방에 위치한 인물입니다. 당신의 임무는 아군을 보호하고, 적의 공세를 막아 내는 일입니다.]

[[기수(FPS)] : 당신은 최전방에서 깃발을 휘날립니다. 모든 아군에게 2의 피해 감소를 적용시키고, 이동 속도를 10% 증가시키며 재장전 속도를 25% 증가시킵니다.]

[[시네마틱(FPS)] : 미카엘(Michael) 씨는 만(Bay)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도미닉 경은 그제야 왜 튜토리얼이 또 필요했는지를 깨달았다.

이 모드는, 기존의 가차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체계로 돌아가고 있었다.

"참 재밌군."

도미닉 경은 이 엉망진창인 스탯에 피식 웃었다.

그러곤, 방금 전에 스킵했던 튜토리얼 미션들을 다시 불러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배우기 시작했다.

...

도미닉 경은 손등에 적힌 숫자가 체력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뒤에 괄호와 덧셈 기호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괄호 안에 있는 숫자는 체력과 보호막을 뜻하는 거로군. 덧셈은 그 둘을 구분하는 거고."

도미닉 경은 괄호 안에 있는 200이란 숫자가 도미닉 경의 체력을, 75라는 숫자가 도미닉 경의 보호막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마 방어력 수치가 보호막으로 간 모양이었다.

도미닉 경은 은폐와 엄폐의 개념을 배웠다.

방금 전 시험에선 멧돼지처럼 저돌적으로 돌진하기만 했으나, FPS에서는 적의 공격에서 내 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곳에선 포인트를 통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특별한 소모품을 살 수 있으며, 그중 일부는 지형을 무너뜨리거나 새롭게 세울 수 있어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다.

도미닉 경은 마지막으로 폭탄을 해체하는 방법까지 배운 뒤, 다시 한번 마지막 시험을 앞두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군."

도미닉 경은 그리 중얼거리며 줄어드는 카운트 다운을 바라보았다.

카운트 다운이 0이 되고 나서야,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가상의 공간에 진입했다.

처음 진입했을 때엔 5명의 저격수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바로 죽어 버리고 말았지만, 도미닉 경은 노련하게 방패를 앞세우고 엄폐물로 쓸 수 있는 적당한 벽 뒤에 숨었다.

도미닉 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 체력 수치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저격총이 쏜 총알 하나가 도미닉 경의 발목을 스쳤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도미닉 경의 체력은 보호막만 약간 줄어들었을 뿐, 기본 체력은 멀쩡했다.

저격총은 도미닉 경의 특수 기술 [기수(FPS)]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미닉 경의 특수 기술은 현재 돌격 소총이나 권총처럼 자잘한 피해를 여러 번에 걸쳐 입히는 방식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저격총처럼 한 번에 큰 피해를 입히는 방식에는 약했다.

도미닉 경은 이 짜릿한 기분에 고양되어 히죽 웃었다.

도미닉 경은 다시 차오르는 보호막의 수치를 확인한 뒤, 다시 한번 다음 엄폐물을 향해 달렸다.

튜토리얼의 끝을 보기 위해.

...

"후."

도미닉 경은 시체와 총알, 그리고 나무 토막과 콘크리트 조각이 흩뿌려진 장소에서 폭탄을 해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이전엔 테러리스트들이 잡고 있던 인질들을 구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 말인 즉, 도미닉 경은 튜토리얼 스테이지를 깼다는 뜻이었다.

[축하합니다. 에이전트 네임 : 도미닉 경. 예상대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셨습니다.]

[도미닉 경의 실력이 예상보다 뛰어나기에, 저희는 도미닉 경을 위해 한 가지 시험을 더 준비했습니다.]

[바로 테러리스트들 사이에 잠입해, 테러리스트처럼 행동하며 그들의 정보를 빼오는 것이지요.]

[혹시라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당신의 실력을 다시 한 번 더 확인을­]

"이만하면 되었소."

도미닉 경은 시스템 메시지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도미닉 경은 이 모드가 꽤 재밌다고 느꼈으나, 도미닉 경이 해야 할 일은 앨리스 백작 영애를 구출해야 하는 일이었지, 이 모드를 즐기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좋습니다. 에이전트 네임 : 도미닉 경. 어쩌면 요원의 자질은 목표 외에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는 그런 강직함일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도미닉 경.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신다면, 언제든지 이곳을 찾아주십시오.]

[언제라도 저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도미닉 경은 시스템 메시지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본 이후 바로 레미와 팬텀 박사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어?"

레미의 물음에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은 이제서야 왜 레미와 팬텀 박사가 저리 중무장하는지를 깨달았다.

방탄 조끼와 방탄모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도미닉 경의 보호막에 준하는 50 정도의 보호막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도미닉 경이 튜토리얼하면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소?"

"아직. 오빠가 가장 먼저 나왔어."

도미닉 경의 물음에 레미가 답했다.

그리고 그 말 하자마자 바로 도미니카 경과 히메가 밖으로 튕겨 나오듯 나타났다.

"말하자마자 나오네."

레미가 중얼거렸다.

도미닉 경은 문득 도미니카 경과 히메의 옷을 보았다.

그들은 편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는 도미닉 경도 마찬가지였다.

도미닉 경은 방금 전, FPS에서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그렇기에, 도미닉 경은 그 자리에서 바로 스킨을 갈아입었다.

백금과 금과 은으로 반짝이는, 아주 신성해 보이는 갑옷으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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