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62화 (362/528)

〈 362화 〉 [361화]막간

* * *

도미닉 경은 그렇게 스킨 하나와 함께 히어로즈 오브 더 시크릿에 참가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 당장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정확한 일정은 모르오. 하지만 아마 다음 주 정도가 될 것 같소."

프란시스코는 도미닉 경에게 스킨 교환권 하나를 건네며 그리 말했다.

"확정이 되면 연락 주시오."

"그러겠소."

도미닉 경은 프란시스코에게 일정이 잡히면 연락하라고 한 뒤 다시 골목으로 나왔다.

방금 전까지 열려 있던 돌벽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닫혔고, 골목은 다시 막다른 길이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 성급했던 걸지도 모르겠군."

도미닉 경은 그리 말하며 손에 든 스킨 교환권을 바라보았다.

스킨 교환권을 잠시 바라보던 도미닉 경은, 교환권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걸음을 옮겼다.

평상시에 티셔츠를 사던 가게를 향해서.

...

도미닉 경은 일상복을 파는 가게에서 꽤 편한 튜닉 하나를 샀다.

일상복 가게에서 왜 튜닉을 파는지는 모르겠으나, 시원한 파란색이 꽤 마음을 청량하게 만드는 튜닉이었다.

"이제야 일상복으로 쓸 수 있겠군."

도미닉 경은 그리 말하며 바로 스킨을 갈아입었다.

등급이 그다지 높지 않은 탓에 조금 수수하긴 했으나, 도미닉 경과 잘 어울리는 스킨이었다.

사실 도미닉 경은 저번에 스킨을 만든 이후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이는 도미닉 경의 신화 급 스킨이 너무나도 잘 나와서 생긴 문제였다.

비유하자면, 일상복으로 정장을 입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격식을 따지는 자리에서도, 평소에도 입을 수는 있지만 조금 과한 느낌.

그렇기에 도미닉 경은 꽤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운동복같은 옷을 원했다.

도미닉 경이 스킨 교환권을 원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이제야 좀 마음이 편하군."

도미닉 경은 살갗을 통해 느껴지는 부드러운 천의 감촉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까지 입었던 스킨들은 전부 힘이 바짝 들어 있는 탓이었던지 상대적으로 허름한 옷에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집에서 목 주변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바닥에 드러누워 선풍기 바람을 쐬는 듯한 편안함!

이렇게 쓸 만한 일상복을 얻은 도미닉 경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 이른 아침에 요한 양치기 원정대 클랜 본부에 찾아갔던 탓에 아직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이었다.

조금 빨리 걸어가면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

오늘 하루는 밖에서 밥을 사 먹어도 좋겠지만, 이런 편안한 기분엔 편안한 집밥을 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

"다녀왔소."

집에 돌아온 도미닉 경이 평소의 습관대로 다녀왔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도미니카 경도 동방연합과 계약하러 간다고 했었던가.

아무래도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챈 도미닉 경은 곧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싱크대에서 손을 씻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이런저런 식재료들을 꺼내 다듬기 시작했다.

역시 편하군. 도미닉 경이 새로운 스킨에 흡족해하며 말했다.

생각해 보라. 신화 급 스킨을 끼고 이렇게 요리하는 모습을.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양파와 마늘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고기가 조금 남아 있으니 한 번에 볶아 고기 볶음을 만들 생각이었다.

도미닉 경은 양파를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볶았다.

도미닉 경은 양파가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익힌 것을 좋아했다.

도미니카 경은 반대로 양파의 씹는 맛이 살아 있는 것을 좋아했다.

이렇게 양파를 볶으면 도미니카 경이 별로 좋아하진 않겠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요리하는 쪽은 도미닉 경이었다.

도미닉 경은 고기 볶음을 접시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기름이 약간 남아 있는 팬에 방금 전에 반으로 잘라놓은 빵을 올려놓았다.

기름이 스며들어 촉촉하면서도 따뜻한, 맛있는 구운 빵이 완성되었다.

도미닉 경은 그 빵 사이에 고기 볶음을 끼워 넣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부드러운 빵과 고기, 그리고 양파와 마늘이 어우러지며 입에서 부드럽게 섞인다.

조금 퍽퍽할 수도 있지만 고기의 기름과 그 기름을 머금은 빵은 퍽퍽하기보다는 술술 넘어가는 쪽에 가까웠다.

양파를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익힌 것이 정답이었다.

만일 양파의 씹는 맛을 살렸더라면, 오히려 빵과 고기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와중에도 입에 남아 맛의 균형을 잃었겠지.

도미닉 경은 마지막 한 입마저 입안에 털어 넣은 뒤 새로운 빵을 굽기 시작했다.

하나만 먹기엔 조금 부족했다.

"다녀왔어."

그때, 마침 도미니카 경이 돌아왔다.

"옷 바뀌었네? 결국 스킨 하나 받은 거야?"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옷이 바뀐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꽤 편해 보이네. 잘 받아온 것 같아."

도미니카 경의 말에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이 옷은 정말 편하고 좋은 옷이었으니까.

내심 푸른 튜닉에 대해 흐뭇해진 도미닉 경.

"그러고 보니 계약은 잘되었소?"

"아, 응. 그나저나 이게 무슨 냄새야? 고기라도 구운 건가?"

도미니카 경은 어째서인지 껄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왠지 자세한 설명을 피하려는 듯,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이 만든 고기 볶음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곧 흐물흐물하게 볶인 양파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내가 평소에 양파를 살짝 볶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야?"

"뭐, 그런 것도 있긴 하오."

도미닉 경은 그리 말하면서 반으로 가른 빵 하나를 추가적으로 팬 위에 올렸다.

요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니 도미니카 경은 배가 고픈 모양이었으니까.

도미닉 경은 다시 빵 사이에 고기 볶음을 끼워 넣어 도미니카 경에게 건넸다.

"하나 드시겠소?"

"이렇게 보면 또 괜찮아 보이네. 잘 먹을게."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에게서 고기 빵을 받아들고는 한 입 베어 물었다.

단순하지만 꽤 마음에 드는 맛이었다.

양파 빼고.

"양파가 좀 더 씹는 맛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는데."

도미니카 경의 평론이었다.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그런 생각을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도미니카 경이 동방 연합과의 계약에 대해서 물었다.

"도미니카 경도 히어로즈 오브 더 시크릿에 참전하는 거요?"

"응. 뭐랄까... 서역에서 동방의 검술을 견식하러 온 기사 컨셉으로 가자고 하더라고."

"컨셉?"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요한 양치기 원정대의 프란시스코는 그런 것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모드잖아? 그래서 컨셉이 좀 자유로운 모양이야. 언챈트 기억나? 언찬트였나? 아무튼 우리가 처음으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나왔던 게임 말이야."

"아."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에 바로 컨셉에 대한 걸 알아차렸다.

그때 도미닉 경은 해적 기사라는 컨셉으로 게임 속 캐릭터가 되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그런 식인 모양이었다.

"과연. 그나저나 스킨은 뭘 받았소?"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도미니카 경은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난 뭐..."

도미니카 경은 은근슬쩍 말을 흐렸다.

왠지 스킨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괜찮다면 한 번 보여 줄 수 있겠소?"

"안 괜찮아."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말에 딱 잘라 말했다.

아무래도 도미니카 경은 정말 스킨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알겠소. 그저 궁금했을 뿐이었으니."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기가 든 빵을 베어 물었다.

조금 식기는 했지만, 여전히 맛은 있었다.

그 모습에 도미니카 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다음 주 정도면 도미닉 경도 스킨의 존재를 알아차릴 것이다.

도미니카 경이 맺은 계약대로라면, 도미니카 경은 반드시 그 스킨을 끼고 참가해야만 했으니까.

이는 도미니카 경을 존경하는 츠키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이었다.

"뭐, 어차피 다음 주면 보여줘야 하는데 미리 보여준다고 달라질 건 없지."

도미니카 경은 그렇게 말하며 스킨을 갈아입었다.

"자."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을 바라고는 하마터면 빵이 목에 걸릴 뻔했다.

그만큼 도미니카 경의 의상은 충격적이었다.

"...동방 연합의 컨셉과 맞기는 한 거요?"

도미닉 경이 의문스럽다는 듯 도미니카 경에게 물었다.

"몰라. 하지만 누군가가 강하게 주장했다고 하긴 하던데..."

도미니카 경이 말을 흐렸다.

"뭐, 어찌 보면 어울릴 것도 같긴 하지만... 하지만... 그..."

도미닉 경은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듯싶었다.

도대체 도미니카 경은 무슨 스킨을 얻었길래 도미닉 경마저 당황시켰단 말인가?

...

"여기가 가차랜드구나."

가차랜드의 기차역.

그곳에서 한 여성이 거대한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꽤 이질적인 하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꽤 늘씬한 미녀였다.

"분명히 보고에선 여기라고 했었지..."

여성은 번영한 가차랜드를 둘러보며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갈색의 머리카락.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외눈.

환한 미소.

여기까지만 말해도 여러분들은 알아차릴 것이다.

그녀가 떠올리는 이는 바로­

"기다리고 있어.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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