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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60화 (360/528)

〈 360화 〉 [359화]요한 양치기 원정대

* * *

레이드라는 건 꽤 재미있군.

도미닉 경은 방금 전에 있었던 레이드에 대해서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방금 전에 있었던 레이드에서 도미닉 경은 꽤 짜릿한 즐거움을 느꼈다.

실시간으로 체력이 깎이는 게 눈으로 보이는 즐거움.

도미닉 경이 [탱커] 특성과 특수 기술 [기수], 그리고 [시네마틱]을 얻은 이후 체력이 간당간당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방금 전의 레이드처럼 손발이 잘 맞는 사람들과 만나는 건 드문 일이겠으나, 도미닉 경은 오로지 이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또 한 번 레이드에 가 볼 생각이었다.

"다녀왔소."

이렇게 잡다한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미닉 경은 집에 도착해 있었다.

"아, 왔어?"

도미니카 경은 어째서인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구석에 있는 몇 픽셀짜리 작은 물에 떠 있는 낚시찌.

"뭘 하는 거요?"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행동이었으니까.

"별 건 아냐. 신문을 보니까 생선 가격이 오른다길래."

"그래서 낚시로 물고기를 낚는 거요? 그렇게 해도 몇 푼이나 남겠소?"

"아니. 그게 아니라, 생선이라는 말에 갑자기 낚시가 하고 싶어져서."

"...?"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을 순간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내 무언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어느덧 가차랜드에 거의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예전만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든 상태였다.

호기심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발전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둘 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하는 도미니카 경이었기에, 새로운 경험으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낚시를 시작한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이는 도미닉 경의 생각일 뿐이었지만...

"요즘 신기한 것이 별로 없어서 말이야. 뭐랄까. 매너리즘? 뭐 그런 게 온 것 같아서 새로운 걸 해보려고."

도미닉 경의 생각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다.

도미니카 경은 또 하나의 도미닉 경이었기에, 생각하는 것이 비슷했으니까.

"그나저나 방금 전에 도미닉 경 앞으로 편지가 왔더라?"

도미니카 경은 그렇게 말하며 도미닉 경에게 편지 봉투 하나를 건넸다.

붉은 밀랍으로 봉한 황금 봉투였다.

"내게 말이오?"

도미닉 경은 봉투를 받아들고 겉면을 이리저리 살폈다.

수신자 도미닉 경.

발신자 요한 양치기 원정대...?

도미닉 경은 어째서인지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이었으니까.

그리고 도미닉 경은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한 끝에 그 이름에 대해서 떠올릴 수 있었다.

요한 양치기 원정대.

그건 조제프 준장이 양산박 소속이 되기 전에 있었던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왜 내게 편지를?

도미닉 경은 정말 뜬금없이 보내온 편지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밀랍을 뜯어냈다.

황금 봉투 안에는 아주 새하얀 종이가 있었는데, 도미닉 경이 그 종이를 꺼내자 거기엔 유려한 필기체로 무언가가 쓰여져 있었다.

그래. 무언가가 쓰여져 있었다.

도미닉 경은 편지를 잡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나 날려 쓴 필기체로 인해, 도무지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도미니카 경, 이게 도대체 무슨 글자인지 읽을 수 있겠소?"

하다못해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에게 편지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도미니카 경도 편지를 읽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너무나도 흘려쓴 필기체 탓에 글자는 숫제 그림으로 보일 정도였다.

"모르겠네... 아, 잠시만."

도미니카 경은 갑자기 몇 픽셀의 물 사이에 떠 있던 찌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낚싯대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약간의 힘겨루기 끝에 무언가를 낚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거 참 공교롭네."

도미니카 경이 낚아 올려진 것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저게 뭐길래 그러오?"

도미닉 경이 낚인 무언가를 가리키며 물었다.

도미니카 경이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암호 해독기."

그건 애니그마를 닮은 암호 해독기였다.

...

"그거 여기 한 번 넣어보자."

도미니카 경은 장난으로 도미닉 경이 받은 편지를 이 암호 해독기에 넣어보자고 말했다.

도미닉 경은 어차피 읽지도 못 하는 거, 도미니카 경의 제안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도미니카 경에게 편지를 넘겼다.

편지를 넘겨받은 도미니카 경은 암호 해독기에 편지를 집어넣었는데, 놀랍게도 그 규격이 딱 맞았다.

"이게 맞네."

도미니카 경은 경이로울 정도로 딱 맞는 규격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리고 암호 해독기 옆에 있는 레버를 내렸는데, 그러자 종이가 암호 해독기 안으로 들어가며 끼릭끼릭 와장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쓰는 게 맞는 거요?"

도미닉 경이 무언가 망가지는 듯한 소리에 놀라 도미니카 경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도미니카 경은 암호 해독기를 든 채 어깨를 으쓱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이게 뭐라고 꽤 초조하게 암호가 해독되길 기다렸는데, 잠깐의 시간이 지난 이후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암호 해독기는 다시 종이를 내뱉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편지는 정말 암호였는지 해독이 완료된 상태였다.

약간의 주석과 함께.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친애하는 도미닉 경에게.]

[안녕하십니까, 도미닉 경. 이렇게 도미닉 경에게 갑작스럽게 편지를 보내 놀라셨으리라 사료됩니다.]

[저희는 요한 양치기 원정대. 줄여서 요양원이라는 클랜으로,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희는 도미닉 경에게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AOS 모드가 생긴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이에 저희 요한 양치기 원정대를 지휘관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저희는 동방연합과 연대해 자체적으로 한 가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동서양 대항전입니다.]

[이 대항전에서 각 팀은 조커 픽으로 용병을 한 명 구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그 용병으로 도미닉 경을 초빙하고 싶습니다.]

[거절하셔도 불이익은 없습니다만, 부디 저희의 제안을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주시길 기원합니다.]

[요한 양치기 원정대 클랜장, 에릭 프레이먼]

[P.S 글자 개 같이 못쓰네. ­ 암호 해독가 P]

도미닉 경은 편지를 읽으며 이것이 용병 제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요한 양치기 원정대는 판타지스러운 이들이 모인 곳이었고, 컨셉 상 용병도 판타지스러운 이들만 고용할 수 있었다.

그들의 처지에선 다행스럽게도 도미닉 경은 중세 풍의 기사였고, 이는 판타지라는 컨셉과 아주 잘 맞았다.

도미닉 경에게 용병 제안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과연. 재밌게 되었구려."

도미닉 경이 편지를 접으며 도미니카 경에게 말했다.

"그러게. 새로운 모드라..."

도미니카 경은 부럽다는 눈으로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새로운 모드에 대해선 알고 있었고, 내심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

하늘에서 또 한 장의 편지가 떨어졌다.

하늘하늘거리며 땅에 떨어지던 편지는, 갑자기 화살을 맞고는 도미니카 옆에 있던 기둥에 박혔다.

마치 동양극에서 편지를 전달할 때처럼 말이다.

도미니카 경의 옆에 웬 기둥이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몇 픽셀짜리 물은 도미니카 경의 마당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울타리가 있었고, 그 울타리 기둥에 화살이 박힌 것이다.

아무튼, 도미니카 경은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놀라면서도 자연스럽게 화살을 뽑고 편지를 꺼냈다.

"또 편지구려."

도미닉 경이 말했다.

"이번엔 내게 온 거네?"

도미니카 경이 편지를 살펴보며 말했다.

편지 봉투의 겉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수신자 도미니카 경

발신자 동방연합

도미닉 경은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어째서인지 익숙하오."

"...이것도 설마 용병 고용 제안?"

도미니카 경은 바로 편지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안에는 벚꽃향이 나는 검은 편지지가 있었는데, 검은 편지지에는 하얀색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그렇다.

역시나 읽을 수 없는 꼬부랑 글씨로 적혀져 있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이 알 수 없는 기시감의 연속에 황당해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없이 묵묵히 암호 해독기에 이 편지를 집어넣었다.

[친애하는 도미니카 경에게.]

[안녕하십니까, 도미니카 경. 이렇게 도미니카 경에게 갑작스럽게 편지를 보내 놀라셨으리라 사료됩니다.]

[저희는 동방연합이라는 클랜으로, 동양풍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희는 도미니카 경에게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편지를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편지의 내용이 똑같았던 것이다.

편지는 도미니카 경을 용병으로 모시고 싶다는 뜻을 보냈으며, 도미니카 경이 동양풍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동양풍 스킨 교환권을 보낸다고 적혀 있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이 황당한 상황에 놀라 서로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나는 왜 스킨이 없소?"

아니, 도미닉 경은 덜 당황했던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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