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8화 〉 [357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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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의 시너지는 꽤 괜찮았다.
전사, 법사, 궁수, 신관이 하나씩 속한 [정석 파티] 시너지로 인해 이동 속도와 체력회복 속도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딱히 이동기라고 할 것이 없는 도미닉 경 뿐만 아니라 다른 파티원에게도 두 효과는 제법 나쁘지 않았다.
보정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애초에 보정을 빵빵하게 받는 탱커 특성을 가진 도미닉 경은 물론이고, 용병과 마법사, 그리고 신관도 생존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고블린 왕 콩가가 말한 레이드에 입장하기 전에 확인할 두 가지, 시너지와 보정 모두 괜찮은 상태.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오."
"에릭. 에릭 프레이먼."
"세속의 이름은 버렸소이다만, 프란시스코라고 부르시오."
"알다시피 마법사 팀이오."
도미닉 경과 세 사람은 서로 통성명을 끝낸 뒤, 곧바로 레이드를 선택해 입장했다.
상시 4인 레이드였고, 약간의 자잘한 몬스터들과 보스 하나가 있는 작은 규모의 레이드였다.
물론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그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도미닉 경의 파티가 선택한 레이드의 난이도는, 무려 지옥 난이도였으니까.
첫 레이드 도전 치고는 너무 높은 난이도였지만, 도미닉 경의 파티는 모두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 남자들이었다.
레이드의 시작 지점.
도미닉 경은 무너진 도시의 전경을 배경을 쭉 바라보았다.
이번 레이드는 무너진 시가지에서 이루어졌다.
시가지의 곳곳에서는 복면을 쓴 폭탄테러리스트들이 마구 날뛰고 있었으며, 시가지의 너머에서는 폭음과 함께 계속해서 불타는 무언가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이번 레이드의 목표는 테러리스트들을 뚫고 지나가 그들의 비밀 병기를 박살 내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꽤 쉬워 보이는구려."
거인 신관 프란시스코가 시가지를 폭파시키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보며 말했다.
"길이 제법 넓지만, 이 정도면 마법 범위가 딱 맞소."
마법사 팀이 일단 마법을 날려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다가 어그로가 끌리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하나씩 하나씩 끌고 와 제압합시다."
용병 에릭이 신중하게 가자고 말했다.
"일단 첫 싸움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도미닉 경은 파티 원들의 말을 종합해 나름의 답을 도출했다.
현재 도미닉 경은 이들 중 가장 성급이 높았기에 파티 리더의 자리를 맡게 되었다.
"하나를 상대해 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게 좋겠소."
도미닉 경의 제안은 모두를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
"에릭 공이 화살로 하나를 끌어오시오. 적당한 지점에서 내가 막아보겠소."
"좋군요. 그렇게 합시다."
에릭은 그렇게 말하며 쇠뇌를 들어 올렸다.
장전은 이미 끝난 상태였기에, 에릭은 신중하게 조준한 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테러리스트 하나의 머리를 저격했다.
화살은 맹렬하게 날아가 당장에라도 테러리스트의 머리를 박살 낼 것만 같았으나, 괜히 난이도가 지옥이 아니라는 듯 테러리스트는 화살을 맞고서도 멀쩡했다.
그러나 이 화살은 테러리스트에게 피해를 주려는 목적으로 발사된 것이 아니었다.
화살은 테러리스트를 도발해 테러리스트를 에릭 쪽으로 끌고 오려는 의도였으며, 테러리스트는 그 의도대로 에릭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한 위치에 테러리스트가 도착하자, 도미닉 경은 그 테러리스트에게 방패를 휘두르며 공격을 시작했다.
"모두 공격하시오!"
도미닉 경의 신호에 가장 먼저 공격을 시작한 건 프란시스코였다.
그는 허공에서 신성력으로 가득한 망치를 소환해 테러리스트의 머리를 강타했다.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망치여서 군중 제어 효과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군중 제어 효과가 있음에도 테러리스트의 저항력이 높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테러리스트는 그 강력한 일격에도 멀쩡하게 움직였다.
아니, 오히려 화가 난다는 듯 갑자기 폭탄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은 날아오는 폭탄을 방패로 쳐 내기 시작했다.
가끔 도미닉 경의 팔이 닿지 않는 곳에 폭탄이 날아기기도 했지만, 그때에는 에릭의 화살이 폭탄을 저격해 땅에 떨어뜨렸다.
도미닉 경과 에릭의 연계에 테러리스트의 폭탄은 도미닉 경을 기준으로 한 가상의 선을 넘어가지 못했고, 이윽고 테러리스트의 주변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테러리스트는 자기가 던진 폭탄의 폭발에 휘말려 너덜너덜해진 상태가 되었다.
그 상태에서 팀의 마법이 작렬하자, 테러리스트는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제법 할 만 하구려."
도미닉 경이 남은 체력을 확인했다.
엄청난 폭발에 휘말린 것과는 별개로 도미닉 경은 그다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물론 괜히 지옥 난이도가 아닌지 도미닉 경의 체력은 무려 8% 정도가 달아 있었다.
도미닉 경이어서 이 정도였지, 다른 이들이라면 빈사 상태가 되었으리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이들의 시너지 중 하나인 체력 회복 속도 상승 효과로 인해 도미닉 경의 피해는 곧 복구되었다.
"이 정도라면 대략 5~6명 정도는 막아 낼 수 있겠소."
도미닉 경은 테러리스트들의 수를 확인하며 그리 말했다.
이론상 12명 정도도 가능하겠지만, 방금 전 폭탄 몇몇 개를 흘린 것을 생각하면 대여섯 명이 가장 적당했다.
열 몇 명 정도. 정확한 수를 세려면 좀 더 자세히 봐야겠지만 지금은 열 몇 명이라고 알아차린 것으로 충분하다.
대략 3번 정도면 이 지역을 클리어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그렇다면 이제 광역 마법을 써도 되겠소?"
도미닉 경의 말에 마법사 팀이 제안했다.
"쇠뇌는 장전에 시간이 걸리니, 대규모 어그로엔 마법이 더 적당할 거요."
도미닉 경은 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마법사 팀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더니, 이내 허공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통해 엄청난 양의 불길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리고 그 마법은 정확하게 여섯 명의 테러리스트를 도발하는 데 성공했다.
도미닉 경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의 폭탄과 아군의 마법, 그리고 화살과 신성한 망치가 도미닉 경이 있는 곳에 쇄도했다.
...
"흐."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도미닉 경은 다소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웃고 있었다.
레이드의 난이도가 꽤 높았기에 그 대단한 도미닉 경도 꽤 피해를 입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었다.
도미닉 경은 아직도 70%에 달하는 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잡몹들은 다 처리한 듯 하군요."
에릭이 잠시 무너진 건물 잔해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세 번에 걸친 전투로 주변에 있던 테러리스트들은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그렇다는 말은..."
프란시스코가 어느 한 군데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계속 폭음과 함께 하늘로 불덩이를 날리는 무언가가 있는 쪽이었다.
"이제 저기가 마지막이라는 소리겠소이다."
도미닉 경은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정비를 하는 것이 좋겠소."
마법사가 가져온 아이템들을 하나씩 꺼냈다.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과 같은 기본적인 포션류부터, 보스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는 신호탄이나 보스에게도 다양한 상태 이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수류탄들까지.
마법사는 우선 하늘을 향해 신호탄을 발사했다.
그러자 카드에 그려진 미니맵에서 느낌표가 떠올랐다.
그곳에 바로 보스가 있다는 뜻이었다.
마법사 팀은 미니 맵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어째서인지 느낌표가 두 개로 보이오."
"두 개라고?"
마법사 팀의 말에 도미닉 경을 비롯한 파티 원들은 그의 미니맵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정말로 느낌표가 두 개가 있었다.
그 말인 즉, 이곳의 보스는 두 개체라는 소리였다.
"아마 지옥 난이도라서 그런 모양이군요."
에릭이 나름 합리적인 추론했다.
"패턴 파악이 쉽지 않겠소이다."
프란시스코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도미닉 경도 두 개의 느낌표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현재 도미닉 경의 파티는 보스의 패턴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두 개체를 상대해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단 도전은 해 봐야 하지 않겠소?"
도미닉 경이 파티 원들에게 말했다.
"뭐, 그렇긴 하지요."
에릭이 도미닉 경의 말에 동의했다.
"포기할 거였다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외다."
프란시스코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여기 요리가 있소. 요리를 먹으면 다음 한 번의 전투에서 버프가 지속되니, 지금 먹어두는 것이 좋겠소."
팀은 레이드를 위해 사둔 버프용 음식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스전에 도전하게 된 도미닉 경의 파티.
도미닉 경은 체력 회복 속도를 올려주는 빵부터 상태 이상 저항력을 올려주는 푸딩까지 배부르게 섭취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보스를 만나러 가겠소."
도미닉 경은 그리 말하며 방금 전 느낌표들이 떠 있었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그다지 멀지 않아서, 도미닉 경의 파티는 곧 보스들을 만날 수 있었다.
[초노급자주포 짜르]
["그저 세상이 불타는 것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초노급중전차 칸]
["적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라! 내 검으로 저들의 목을 베고 싶다!"]
꽤 위압적인 보스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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