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55화 (355/528)

〈 355화 〉 [354화]이벤트 : 후일담

* * *

"아슬아슬했소."

도미닉 경은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왕문어빵을 입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직 뜨겁긴 했지만 도미닉 경은 높은 저항력으로 뜨거운 것을 견뎌 내었다.

"그러니까."

도미니카 경도 도미닉 경의 왕문어빵을 하나 가져가며 말했다.

"설마 크라켄의 약점이 증기 기관일 줄 누가 알았겠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그때를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

도미닉 경이 스스로가 포탄이 되어 도약한 이후, 도미닉 경과 기관차는 그대로 크라켄의 본체에 박혔다.

크라켄과 기관차가 충돌하기 직전, 도미닉 경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생각했다.

근처에서 쿠나이로 약점을 마구 찌르는 히메와 눈이 마주칠 정도로.

그리고 크라켄과 기관차가 서로 맞닿은 그 순간­

시각은 다시 빠르게 흘러갔다.

피슉! 하는 소리와 함께 크라켄의 본체에 큰 구멍이 뚫렸다.

[크리티컬!]

[예로부터 문어는 증기 기관으로 잡는 것을 최고로 쳤습니다.]

[글쎄요. 어째서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죽지는 않고, 추방당한다는 것은 압니다.]

[크라켄에게 엄청난 고정 피해를 입힙니다!]

[지금까지 크라켄에게 누적된 피해가 크라켄을 추방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시스템 창과 동시에, 크라켄은 순식간에 땅속으로 끌려가듯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미 대책 위원회가 세워진 상황에서 이미 보상 계획까지 다 짜여져 있었으니까.

도미닉 경은 이번 긴급 레이드에서 MVP를 받았다.

마지막 일격을 성공 시켰다는 것과,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결과, 도미닉 경은 크라켄 모양의 조각상을 네 개 받았다.

플래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 재질로.

...

도미닉 경은 모든 일이 끝나고 박춘배를 찾아가 기관차를 빌린 데에 대한 보상을 내놓았다.

애초에 도미닉 경은 꽤 부자였기에 박춘배는 기존에 투자했던 돈의 네 배 이상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에 꽤 만족한 것 같았다.

"조만간 2성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 돈이면 나를 위한 영상을 하나 만들 수 있겠지."

박춘배는 현재 도미닉 경의 라이벌이라는 기믹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충분한 공적이 쌓였고, 또한 자본이 쌓였기에 2성이 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물론 말레이도 마찬가지였다.

박춘배와 말레이가 이상한 일에 연루되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2성이 될 수 있으리라.

...

"아무래도 가차랜드를 만든 이는 스팀 펑크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소."

도미닉 경이 마지막 2개 남은 왕문어빵 중 하나를 입에 털어 넣었다.

"뜻밖에 첫 이벤트 치고는 엉망이긴 했지."

도미니카 경이 나머지 남은 것을 집어 들었다.

...

이벤트는 꽤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애초에 기간이 정해져 있었을 뿐 아니라, 중간에 갑자기 사건이 터진 탓에 지휘관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엘랑 대위의 말에 따르면, 위키라는 곳에 생긴 가차랜드의 첫 페이지가 사건/사고였다고 하니, 이번 이벤트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뭔가 두근두근하달까요. 뭐랄까, 엉망진창인데 다음엔 어떻게 와장창할까 싶은?"

엘랑 대위는 천성이 엉망진창인 것을 좋아했다.

애초에 멀쩡한 성격이었더라면, 1,000번이나 되는 재시작을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음엔 좀 더 잘하겠죠.베타 테스트니까요."

엘랑 대위는 그렇게 말하며 발갛게 볼을 상기시켰다.

...

도미닉 경은 다 먹은 왕문어빵의 잔해들을 치운 뒤, 신문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이 쓰레기를 버리는 대신 음료수를 가지러 카페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도미닉 경은 신문의 첫 페이지를 보았다.

그곳에는, 발버둥을 치며 연행되어가는 한 지휘관이 있었다.

어쩐지 고블린을 닮은, 금발에 찰랑이는 단발을 한 지휘관이.

헤드라인에는 [가차랜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헤드라인만 봐서는 저 지휘관이 억울해 보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정작 내용은 고블린을 닮은 지휘관을 까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지난 8일, 이벤트 레이스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32)로, 그는 과거 가차랜드에 백도어를 심어 핵과 버그를 유통한 혐의를 가지고 있다.]

[○○은 가차랜드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었으나 그는 블랙리스트는 본인만 지정된 것을 악용, 부모님의 계정을 빌려 가차랜드에 접속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뭘 그렇게 유심히 보고 있어?"

"아, 고맙소."

도미니카 경은 신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도미닉 경에게 카라멜 마끼아또를 건넸다.

도미닉 경은 감사 인사를 건네며 커피를 받은 뒤 한 모금을 홀짝였다.

"별 건 아니오. 저번에 일어났던 사건의 범인이 잡혔다고 하더구려."

"아. 그래?"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대답에 순식간에 흥미를 잃었다.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였으니까.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신문을 펼쳤다.

[가차랜드 행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다음 주부터 재화 2배 이벤트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인더스트리 채용 공고]

[성좌 아임 낫 리틀, 벌칙으로 춘 춤으로 1억 뷰 달성... 가차랜드 성좌들의 자랑.]

신문의 내용은 별 시답잖은 것들이었으나, 이내 도미닉 경은 흥미를 끌만한 기사 하나를 찾았다.

[가차랜드, 다방면으로 즐길 거리를 확산할 것이라고 밝혀.]

[블랙 그룹에서 인수한 게임사 가차비전과 함께 FPS '콜 오브 아너' 제작, 11일 유통 시작.]

[블랙 그룹에서 인수한 게임사 콜드스톰에서 AOS '히어로즈 오브 더 시크릿' 제작. 아오스 빌의 아성을 뛰어넘을 것.]

그것은, 가차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게임 모드들의 등장 기사였다.

...

성좌 아임 낫 리틀은 오늘도 방송을 켰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아니, 어쩌면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은 시청자들의 태도가 눈에 밟혔다.

­와! 1억뷰! 와! 실시간 급상승 동영상 1위!­Hello. I'm Yu­ip. 1st try.­위에 놈 뭐라고 하는 거냐? 가차랜드에 왔으면 가차랜드어로 말해.­멍청아. 유입이라잖아.

아임 낫 리틀을 향한 시청자들의 열렬한 환호!

평소라면 아임 낫 리틀은 방송 분위기가 괜찮다며 넘어갔겠지만, 이번만큼은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열렬한 분위기가 어디서 기인되었는지 알고 있는 탓이었다.

"아니, 삐걱거리는 음침녀 춤 영상을 도대체 왜 1억 번이나 보는 거예요? 다른 캠방이 얼마나 많은데!"

­아니, 그렇게 자기 비하하면 팬인 우리가 뭐가 돼;;;­뭐랄까, 학예회? 재롱잔치?­엌ㅋㅋㅋ 그게 맞는 듯.

"아, 진짜!"

아임 낫 리틀은 시청자들을 향해 마구 짜증을 부렸다.

시청자 수는 역대 최고 수치를 달렸지만, 아임 낫 리틀은 이 숫자가 달갑지 않았다.

여기 모인 시청자들의 대부분은 춤 영상을 보고 놀리러 온 유입들이었으니까.

결국 아임 낫 리틀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아, 모르겠고 일단 1부 게임이나 할게요. 1부 게임은 FTS(Faster Than Sound)입니다."

­아, 방장! 당장 그거 치워!­1부부터 사람들 수면제를 먹이네;;­개미털기 ON!

아임 낫 리틀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FTS는 수면제라고 불릴 만큼 잔잔하고 졸린 게임이었으니까.

오히려 자다가 코를 고는 소리가 더 클 정도로 잔잔하고 은은한 게임이었다.

1부부터 그런 게임을 꺼내 들었다는 건, 아임 낫 리틀이 작정하고 개미처럼 달라붙는 시청자들을 털어내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사실이지만.

­제발 다른 거 해주면 안 될까요? 제가 FTS만 보면 혼절하는 병이 있어서;;­나­락­나­나­락

채팅창은 이미 민심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임 낫 리틀은 그것을 바랐기에, 애써 시청자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묵묵히 FTS를 플레이했다.

시청자가 1/3 토막이 날 때까지 말이다.

...

"아, 맞아요. 거기 크레페가 그렇게 맛있죠. 맛잘알이시네."

마침내 놀리는 인원들이 다 사라진 채팅창.

아임 낫 리틀은 이제서야 마음에 든다는 듯, 잔잔한 토크 방송을 진행했다.

남아 있는 시청자들과 시답잖은 농담과 잡담을 나누던 아임 낫 리틀.

꽤 능숙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아임 낫 리틀은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탄성을 내질렀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조만간 프로젝트 하나 진행할 것 같아요."

­프로젝트?­재밌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진행시켜.­합방인가요?­우결이구ㄴ[삭제된 메시지]

"우결무새는 밴입니다. 별 건 아니구요. 이번에 콜 오브 아너랑 히어로즈 오브 디 시크릿 나오잖아요. 그거랑 관련된 일이에요."

­?­진짜 합방인가?

"아무튼, 크게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냥 그런 게 있나보다, 하고 넘어가시면 될 것 같아요."

­아니,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기대를 안 함;;;­와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기대하지 말라네.­나 이거 알아.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그거지?

아임 낫 리틀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더니 남몰래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기대도 박살 낼 겸, 2부 진행할까요? 2부는 롱 롱 다크입니다!"

­?­아, 좀;;;­1부 수면제에 2부 수면제는 좀 아니지;;­아, 수면제 과다 복용 아.

아임 낫 리틀은 오늘도 시청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아임 낫 리틀이 데미지 교환에서 우위를 차지한 듯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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