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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48화 (348/528)

〈 348화 〉 [347화]이벤트 : 도박... 아니, 응원.

* * *

"도대체 얼마나 돈을 쓴 거요?"

도미닉 경이 엘랑 대위를 빤히 쳐다보자, 엘랑 대위는 멋쩍은 듯 볼을 긁적였다.

"그래도 전 얼마 안 썼어요. 제 친구처럼 한 달 월급을 때려 박는 멍청한 짓은 안 했다구요... 아마도."

도미닉 경은 그 말에 질린 눈으로 엘랑 대위를 바라보았다.

아마도라는 말은, 한 달 월급에 준하는 금액을 썼다는 말이 아닌가.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의 한 달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랐지만, 그의 생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 돈은 아끼는 것이 좋소.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사는데 한 달치를 다 써버리면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시오?"

도미닉 경은 진심을 담아 엘랑 대위에게 조언했다.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도미닉 경의 진심이 닿은 것일까?

"괜찮아요.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돈 쓸데도 없거든요!"

그럴 리가.

엘랑 대위는 해맑은 표정으로 도미닉 경에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 뜻이 아니라... 조금은 아낄 필요가 있다는 뜻이오."

"조언 고마워요. 와 세상에. 나오기도 전부터 혜자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걱정도 해주고 진짜 혜자네."

도미닉 경은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는 엘랑 대위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 가성비가 좋다는 뜻이었어요."

"한 달 월급을 썼는데 말이오?"

"...? 그야, 요즘 게임 하는데 한 달 월급 정도는 당연한 거잖아요?"

도미닉 경은 슬슬 엘랑 대위의 정신 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엘랑 대위의 눈 속에는, 예전에 블랙 그룹 앞에서 시위하던 시위대의 광기와 비슷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당연할 리가 없잖소. 가끔은 저축도 하고 다른 취미 활동도 좀 하고..."

"아, 걱정하지 마세요. 전 가차랜드에 부를 축적하고 있으니까요. 가차랜드가 취미라."

아이고.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의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엘랑 대위는 상상 이상으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와 헤어진 후, 레잇 연습을 위해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아무튼 제 전 재산을 모두 도미닉 경에게 걸었으니까, 부디 1등해주세요.'

'...전 재산을 걸다니, 제정신이오?'

'도미닉 경은 제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이니까요. 분명히 1등할 거예요.'

'저기, 내 말 듣고 있소?'

"하아..."

도미닉 경은 방금 전 엘랑 대위와의 마지막 대화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엘랑 대위는 정말 한 달 월급을 털어 도미닉 경에게 배팅... 아니, 응원을 보냈다.

도미닉 경이 생각하기에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엘랑 대위는 해맑기만 했다.

도대체 엘랑 대위는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저렇게 전 재산을 걸고도 태연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도미닉 경이 철학적인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약속 장소에 먼저 와 있던 히메가 도미닉 경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도미닉 경! 일찍 나오셨네요?"

"아, 히메 공."

도미닉 경은 히메를 보며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 맞다. 레이스 일정이 나왔어요. 이틀 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연습하고 난 뒤엔 내일 하루 쉬고, 모레 시합에 나가면 될 것 같아요."

이미 등록도 다 하고 오는 길이에요. 라고 히메가 말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의 귀에는 그런 정보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히메 공. 혹시 응원 받은 거 보셨소?"

"응원이요? 아직 보지 않았... 뭐야 이거!"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응원 창을 열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

무려 10만이나 되는 토큰이 응원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엘랑 대위라는 지휘관이 나를 믿고 투자... 아니, 응원을 해줬다고 하오. 그것도 전 재산을 다 털어서."

"...세상에."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히메도 명문가의 사람이었기에 제법 씀씀이가 크다고 여겼으나 엘랑 대위라는 사람은 씀씀이의 단위가 달랐던 것이다.

"...이거 반드시 이겨야만 하겠네요."

히메가 말했다.

"그래야 하지 않겠소."

도미닉 경이 그 말을 받아쳤다.

도미닉 경과 히메는 멍하게 10만 토큰을 바라보았다.

이 토큰들을 어디다 쓸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이번엔 포수를 데려왔어요."

히메는 이 엄청난 양의 토큰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졌기에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예전부터 저희 집사 밑에서 일하는 메이드인데, 수리검포를 쓰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아이에요."

"안녕하십니까. 쿠노이치 코우메라고 합니다."

히메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히메의 그림자에서 한 소녀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메이드 복과 닌자 복이 반반씩 섞인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에 퀭한눈을 가진 평범한 체구의 소녀였다.

"이래 봬도 코우메는 3성이에요. 쿠노이치들 중에선 손에 꼽는 강자랍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최초의 100인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도미닉 경은 코우메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그 역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릴 때 그녀의 머리 위를 확인했는데, 확실히 최초의 100인 타이틀이 반짝이고 있었다.

"도미닉 경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히메님께서 연모하시는 분­"

"우으얽!"

"...?"

도미닉 경은 단아한 여성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괴이한 소리에 놀라 히메를 바라보았다.

히메는 코우메의 말에 당황했는지 얼굴이 빨개진 상태였는데, 귀와 꼬리가 맹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버, 벌레가 있어서 그랬어요."

히메는 도미닉 경이 히메를 쳐다보자 변명을 내뱉었다.

"히메님. 도미닉 경을 사랑하신다면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아에에에에에에­!"

도미닉 경은 부두교 의식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에 또 한 번 놀라 히메를 바라보았다.

"벌레! 벌레가 또 나왔어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시선에 어설프게 웃으며 코우메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 코우메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입을 틀어쥐고선 뒤로 돌아 코우메의 귀에다가 무언가를 속삭였다.

"자꾸 그렇게 눈치 없게 나온다면, 저번에 했던 그 실수, 집사에게 다 일러버릴 거야."

"!"

코우메는 비겁하다는 듯 히메를 노려보았으나, 히메의 시선은 올곧고 단호했다.

코우메는 타협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알았다는 의미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오?"

"벼, 별일 아니에요! 그냥 포수로서 당부를 좀 할 게 있다랄까...?"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오늘은 포수도 같이 훈련을 할 거예요. 가는 길에 허수아비들을 세워놨으니, 오늘은 그 허수아비들을 다 쓰러뜨릴 때까지 연습하도록 하죠!"

히메는 있는 힘껏 말을 돌리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노력은 성공이었는지,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휴.

히메는 도미닉 경의 태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도미닉 경에게 고백할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는 아니었다.

적어도 준비가 더 완벽하게 되었을 때 고백하고 싶었다.

이미 준비되었다면서 더 준비할 것이 뭐가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히메는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

이 날,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코우메는 밤늦게까지 레이스를 연습했다.

히메의 번뇌가 사라질 때까지.

...

마지막 연습으로부터 이틀 뒤, 가차랜드 기차역.

도미닉 경은 하루를 푹 쉬고 난 뒤 기차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던 것 같은데."

도미닉 경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마침 근처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히메와 코우메를 찾았다.

"히메 공! 코우메 공!"

"아, 도미닉 경!"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코우메는 기차역의 광장에서 만났다.

"레이스 시각은 언제요?"

"30분 뒤에 시험주행을 할 시간이 있어요. 그때까진 들어가야 해요.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네요."

히메는 해시계 모양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그리 말했다.

그러곤 몸을 돌려 기차역 안으로 들어섰다.

시험 주행을 위해 대기실로 가려는 것이었다.

도미닉 경과 코우메도 히메를 뒤따랐다.

그때, 기차역의 로비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도미닉 경은 그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단상 위에 올라가 서로의 멱살을 잡은 두 남녀가 있었는데, 각각 빵모자를 쓴 토끼 수인과 양복을 입은 햄스터 수인이었다.

"이번엔 우리 레드 애로우가 이길 거다, 비겁한 녀석."

"하, 뭐어라고? 2년 연속 우리에게 진 녀석들의 말이라 저언혀 안 들리는데?"

도미닉 경은 나이도 잊고 다투는 두 중년의 남녀를 바라보며 어째서인지 그 모습이 익숙하다는 생각했다.

"레드 애로우 버니 갱은 반드시 이 굴욕을 잊지 않을 거다, 킹 핀 샤크!"

"하, 감히 아이언 샤크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또 지고 싶은 거냐, 도나 카로타?"

아. 도미닉 경은 마침내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들은 스토리 모드에서 나오던 레드 애로우 버니 갱의 두목 도나 카로타와 아이언 샤크의 보스 킹 핀 샤크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젊었을 적의 모습이 조금 보이긴 했으나, 세월이 지난 탓인지 둘 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비겁한 짓만 골라서 하는 쥐 새끼가!"

"토끼면 토끼답게 겁에 질려 있을 것이지, 같잖게 용감한 척하기는!"

도발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가고,서로의 도발 수위가 강해질 수록 주변의 환호성도 커져만 갔다.

두 팀은 증기 기관차 레이스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자 가장 유명한 팀이었고, 가장 큰 라이벌 팀들이었으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마 다음번 픽업은 저 두 사람이 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해요."

코우메가 도미닉 경의 옆에서 묻지도 않은 정보를 술술 꺼냈다.

"이번 이벤트도 다음번 픽업을 위한 준비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이번 레이스로 도나 카로타와 킹 핀 샤크의 인지도를 올리려는... 뭐 그런 거요."

도미닉 경은 코우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차랜드의 상술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도미닉 경! 빨리 와요! 시험주행 해야 하니까요!"

"아, 알겠소."

저 멀리서 히메가 도미닉 경과 코우메를 불렀다.

도미닉 경은 히메에게 알겠다고 답한 뒤, 몸을 돌려 히메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뛰어가던 도중 도미닉 경은 아주 잠깐 뒤를 힐끗 보았다.

여전히 거기엔, 도나 카로타와 킹 핀 샤크가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치 모두에게 자기들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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