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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47화 (347/528)

〈 347화 〉 [346화]이벤트 : 도박... 아니, 응원.

* * *

스토리 모드는 이후에도 뻔한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머슬란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었으며, 이후 증기 기관차 레이스를 정식으로 발족했다.

레드 애로우와 아이언 샤크는 밀거래 혐의로 경찰에게 연행되었으나, 이후 시장과의 사법거래를 통해 건실한 레이싱 크루들로 재탄생했고, 이후 산호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이렇게 정식으로 산호프의 스포츠가 된 증기 기관차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이 2화였고, 에필로그에선 도미닉 경이 속한 레드 애로우가 우승하는 것으로 끝났다.

도미닉 경은 스토리 모드를 통해 더욱 증기 기관차 레이스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꽤 재밌는 이야기였군."

도미닉 경은 이벤트 스토리 로비를 나오며 미소 지었다.

스토리 자체는 진부했으나, 직접 겪어보는 것으로 몰입감이 확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도미닉 경은 두 번 하기엔 그렇지만, 한 번쯤은 해 볼 만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도미닉 경은 문득 거리의 구석에 사람이 몰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지?"

도미닉 경은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에 의문을 가지고 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가차랜드 운송의 중심지였는데, 이번 레이스의 시작 지점이자 결승 지점이기도 했다.

"난 벡터 펑션을 응원할 거야! 그러니까 벡터 펑션의 '응원'을 모두 주시오!"

"아, 그러지 마! 뒤에 있는 사람들도 좀 사자고! 사재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냐!"

도미닉 경이 그곳에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사람들이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웅얼거리듯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였으나, 기차역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말은 더욱 정확하게, 그리고 크게 들렸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도박하는 모양이군."

도미닉 경은 턱을 쓰다듬으며 기차역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직 정규 레이스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아마추어들이 만든 사설 레이스는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그중에서도 꽤 빅 매치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도박이라니. 말 조심 하시오."

그때, 도미닉 경의 등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미닉 경이 누가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퀭한눈에 수염이 대충 난 남자가 있었다.

"도박이라고 하면 사행성으로 인해 19금 판정이 뜬단 말이오. 그러니까, 응원으로 순화하도록 합시다. 알겠소?"

안 그러면 매출이 반 토막난단 말이오. 라고 그 남자는 말했다.

도미닉 경은 그 남자의 알 수 없는 박력에 놀라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모습에 남자는 만족했는지, 다시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양손에 종이 쪼가리를 잔뜩 쥔 채로.

"...응원이라."

도미닉 경은 턱을 쓰다듬으며 방금 전 사라진 남자가 내뱉은 단어를 다시 읊조렸다.

도미닉 경도 이번 이벤트에 응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도미닉 경이 아는 응원은 토큰을 구매해 팀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지, 이렇게 도박성... 아니, 광기가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기차역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응원이라는 명목하에 어떤 종이 쪼가리를 주고받았는데, 대개 100가차석 당 한 장인 듯 대체적으로 그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종이에는 응원하는 팀의 이름과 함께 배수가 적혀 있었는데, 1.07이나 1.33처럼 소숫점으로 표시되었다.

도미닉 경은 이 광란의 현장 속에서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때, 도미닉 경은 문득 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어라? 이건 뭐죠? 마권같은 건가?"

"응? 뭐야. 당신은 처음 보는 듯한데. 뭐 어때. 당신도 하나 살래?"

"응? 살 수 있어요?"

그곳에는 엘랑 대위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니다가 한 남자에게 붙잡혔는데, 그 남자가 살랑살랑 흔드는 종이 쪼가리에 관심이 있는지 시선이 종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럼. 당연하지. 한 장에 100가차석이야.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여기 배수만큼 가차석을 돌려받지. 일확천금을 노려보라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엘랑 대위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려고 했다.

옆에 있는 다른 이가 그 남자를 말리기 전까지는.

"이, 이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응? 왜?"

"저 사람은 지휘관이잖아! 지휘관에게 이걸 파는 건 불법이라고!"

"...!"

방금 전까지 엘랑 대위에게 종이 쪼가리를 팔려고 했던 남자는 충격을 받은 표정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나 곧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종이들을 회수하며 다급하게 말했다.

"안 팔아. 아니, 못 팔아!"

"어라? 방금 전까진 100 가차석이라고..."

"안 팔아!"

엘랑 대위는 정말 그 종이 쪼가리를 사려고 했던 건지 손에 100 가차석이 든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남자는 그 주머니를 보고 기겁하며 인파 사이로 도망쳤다.

도미닉 경은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지휘관에게는 저 종이 쪼가리를 팔지 못한단 말인가?

참 재밌게도, 도미닉 경의 의문은 금방 풀리고 말았다.

주변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와 세상에. 하마터면 우리 사행성 판정받을 뻔했네."

"차라리 옷을 벗고 말지, 도박성이 있는 걸 팔아?"

도미닉 경은 주변의 말을 통해 어느 정도 방금 전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지휘관에게 도박성, 사행성이 있는 물건을 파는 건 불법인 모양이었다.

"...그럼 카드 팩은?"

도미닉 경은 카드 팩은 도박성에 포함이 안 되는가 싶어 잠시 고민을 했으나, 생각은 미궁을 헤맬 뿐,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도미닉 경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엘랑 대위는 우연히 도미닉 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을 다시 만난 것이 너무 반가워 손을 흔들며 도미닉 경에게 다가왔다.

호감도를 올릴 기회였으니까.

"도미닉 경! 여기서 뵙네요?"

"아, 엘랑 대위."

도미닉 경은 가까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엘랑 대위를 반갑게 맞이했다.

방금 전까지 하던 복잡한 생각은 이미 저 멀리 던져 버린 후였다.

"여긴 무슨 일인가요?"

"별 건 아니오. 이벤트 스토리를 보고 나와 보니 사람들이 참 많아서 말이오."

"이벤트 스토리요?"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가차랜드의 사람들도 이벤트 스토리를 볼 수 있단 말인가?

엘랑 대위는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다가 가차랜드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가차랜드를 살아가는 시민들이라는 설정이었고, 이벤트는 가차랜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사건이라는 설정이었으니까.

가차랜드의 시민들이 엘랑 대위의 생각을 알았더라면 당장 들고 일어났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여기엔 엘랑 대위의 생각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흠... 이벤트 스토리라. 저도 꽤 재밌다고 생각은 했죠."

"그렇소?"

"네. 도미닉 경은 무슨 팀이었어요? 전 아이언 샤크였는데."

"레드 애로우였소."

"아. 도미닉 경 답네요."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과 착실히 대화를 이어 나가며 호감도가 잘 쌓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기차역의 계단 위에서 누군가가 확성기를 들고 외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벡터 펑션과 아리스토틀 트라이앵글, 그리고 라스트 페르마 팀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응원하실 분들은 바로 기차역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확성기를 든 자는 비공식 경기가 곧 시작됨을 알렸다.

그 소리를 들은 엘랑 대위는 문득 도미닉 경도 레이스에 참가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도미닉 경은 레이스에 참가하나요?"

"그렇소."

"팀 이름은요?"

"닌자 톨토이스요. 그건 왜 물으시오?"

"아, 별 건 아니에요. 응원이나 조금 할까 해서요."

엘랑 대위는 그렇게 말하며 토큰 하나를 꺼내 손등 위에서 굴리기 시작했다.

엘랑 대위는 이제는 익숙해진 UI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이내 엘랑 대위의 손등에 있던 토큰 하나가 사라졌다.

"됐네요. 응원 완료!"

"어, 음... 고맙소."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의 행동을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도미닉 경이 속한 팀을 응원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감사를 표했다.

"...그게 다예요?"

엘랑 대위는 뜻밖에 도미닉 경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조금 부루퉁한 상태가 되었다.

"뭐, 아직까진 토큰이 어떤 곳에 쓰이는지도 모르니까 말이오."

"아."

그제야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도미닉 경의 미묘한 반응은, 아직 토큰의 효과를 알지 못해서였다.

그 사실을 안 엘랑 대위는 지금까지 알려진 토큰의 효과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토큰으로는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부품을 바꾸거나, 기본적인 기관차의 스펙을 올리거나 할 수 있죠.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 쓸 수 있어요. 시작 부스터를 산다던가, 아니면 밟으면 미끄러지는 바나나나 던질 수 있는 거북이 등껍질을 얻는다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치장용 아이템을 산다던가..."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의 말에 턱을 쓰다듬었다.

과연. 토큰은 그렇게 쓰는 건가.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가 하는 말을 통해 토큰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맙소. 토큰은 잘 쓰겠소."

그리고 다시 한번 엘랑 대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나저나, 얼마나 많은 토큰을 보낸 거요?"

"어라? 직접 확인할 수 있지 않나요?"

도미닉 경의 의문에 엘랑 대위는 직접 볼 수 있지 않으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 우리 팀의 팀장은 내가 아니라 히메 공이라서 말이오."

"히메 공?"

도미닉 경의 말에 엘랑 대위는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다.

"뭐, 그렇다면 모를 수도 있겠네요."

엘랑 대위는 그렇게 말하며 열 손가락을 다 펼쳤다.

"토큰 10개요?"

도미닉 경은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아뇨."

그러나 엘랑 대위가 내뱉은 숫자에 비해선 턱없이 낮은 숫자였다.

"10만 토큰이요."

10만 토큰.

도미닉 경은 토큰의 가치를 정확히는 몰랐으나, 그건 가차석으로 약 24,000가차석의 분량이었다.

도미닉 경은 어째서인지 세상의 진리를 어느 정도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왜 카드 팩 교환소는 사행성으로 분류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지휘관들에게 사행성과 도박성이 있는 것을 쥐여 주면 안 되는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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