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46화 (346/528)

〈 346화 〉 [345화]이벤트 : 스토리

* * *

"하! 이제 우리가 먼저 산호프에 도착하면 되겠군."

아이언 샤크의 두목, 킹 핀 샤크가 그 자그마한 몸으로 한껏 으스대며 말했다.

그는 현재 증기 기관차를 탄 상태였는데, 물론 도나 카로타가 탄 기관차와는 다른 기관차였다.

어째서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아이언 샤크가 우유 밀매에 손을 뻗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산호프에는 수많은 조직들이 있었고, 이미 그 조직들이 산호프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굴러들어온 돌인 아이언 샤크는 설 자리가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언 샤크는 산호프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기존의 조직과의 항쟁도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레드 애로우 버니 갱이 우유 밀매를 위해 초원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때가 기회라고 여긴 킹 핀 샤크는 우유 밀매를 위한 통로를 뚫음과 동시에 레드 애로우 버니 갱을 처리해야겠다는 놀라운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은 아주 수상할 정도로 잘 이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전까지는.

"석탄을 더 넣어! 더 빠르게 달리... 음?"

킹 핀 샤크는 불타는 도나 카로타의 기관차를 바라보다가, 문득 반대편 기관차의 짐칸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연기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킹 핀 샤크는 아마 적재된 화물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며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그건 킹 핀 샤크의 완벽한 오판이었다.

쾅!하는 소리가 킹 핀 샤크의 기관차 뒤편에서 울려 퍼졌다.

"큭!"

킹 핀 샤크는 갑자기 마구 흔들리는 기관차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옆에 있던 안전 손잡이를 잡고 버텼다.

하마터면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는 우연히 달리는 기차에 매달려 엄청난 바람을 맞아가며 연기에서 튀어나오는 한 거미 전차를 보았다.

바로 도미닉 경이었다.

"저, 저게 대체 뭐지?"

킹 핀 샤크는 거미 전차를 보며 크게 놀랐다.

거미 전차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무려 기관차의 속력을 따라잡을 정도로 빠른 거미 전차는 처음 본 것이다.

그 거미 전차는 여섯 개의 다리를 마구 교차해가며 달리고 있었는데, 이내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킹 핀 샤크의 기관차에 철썩 달라붙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킹 핀 샤크는 힘겹게 다시 기차 안으로 돌아온 뒤 다급하게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지, 짐칸을 분리 해!"

"네? 하지만 보스, 짐칸에는 우유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짐칸을 분리하면 적자­"

"닥치고 분리 해!"

킹 핀 샤크는 부하 쥐 수인의 멱살을 잡으며 으르렁거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미닉 경이 탄 거미 전차는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미전차가 기관실에 도착한다면, 이 기관차의 운명은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보스."

그 말을 들은 쥐 수인이 재빨리 짐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도미닉 경의 거미전차는, 이미 짐칸을 넘어 3등석 칸을 지나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도미닉 경의 거미전차는 기관차 위에서 엄청난 바람을 이겨 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여기는 초원이었고, 대부분이 평야였으며 도미닉 경을 방해할 만한 장애물이나 터널이 없는 곳이었다.

도미닉 경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기관차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려면 가장 앞쪽, 즉 기관실을 공격해야만 했으니까.

이는 도미닉 경이 히메와 연습하면서 배운 사실이었다.

도미닉 경의 거미전차는 이내 3등석을 지나 2등석으로 움직였다.

그때 마침 짐칸이 분리되었다.

킹 핀 샤크의 명령받은 부하가 이제서야 짐칸을 분리했기 때문이었다.

"...빨리 앞으로 가야겠군."

도미닉 경은 겨우 짐칸이 분리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이내 다른 칸들도 이렇게 분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거미 전차의 발이 빨라졌다.

물론, 그만큼 도미닉 경이 버텨야 할 바람도 강해졌지만 도미닉 경에겐 13.5%의 피해 감소 효과가 있었고, 바람으로 인한 피해도 13.5% 감소되어 들어왔다.

도미닉 경은 이제 1등석 칸으로 진입했다.

그와 동시에, 3등석 칸이 분리되었다.

확실히 아까 전보다는 빠른 속도였다.

기관실에 가까워지는 만큼, 명령을 내리고 수행하는 시간도 단축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미닉 경은 이제 석탄을 가득 실은 화물칸을 지나기만 하면 바로 기관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도미닉 경은 문득, 자기 옆에 있는 철로에서 무언가가 이 기관차를 추월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불타고 있는 기관차였고, 그 불을 매달고 달리는 모습이 마치 불화살처럼 보였다.

도미닉 경은 그것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도나 카로타가 타고 있는 기관차였다.

...

"이거 맞아? 이거 맞는 거야?"

도나 카로타는 기관실에서 미친 듯이 석탄을 집어넣는 부하를 바라보았다.

"몰라요! 일단 많으면 좋은 걸 아닙니까! 하하하!"

온몸에 검댕을 묻힌 토끼 수인 하나가 미친 듯이 웃으며 계속해서 화로에 석탄을 집어넣었다.

무엇이든 과한 건 모자란 것만 못했으나 이 사실을 알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않았던 탓이다.

화로가 터질 듯 석탄이 투입되고, 마치 용이 불을 뿜듯 붉은 불기둥이 화로의 입구에서 솟구쳤다.

아찔할 정도로 뜨거운 공기에 살이 익을 것만 같았지만, 이 미친 토끼는 그런 건 상관이 없는 모양이었다.

"붉은 건 3배 빠르죠! 그러니까 붉게 타오르는 기차는 3배 빨라야만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기관실에 마구 석탄을 집어넣던 토끼는 그제야 화로의 입구를 닫았다.

방금 전까지 화르륵 치솟던 불길은 덮개에 막혀 화로 내부를 순환하기 시작했고, 화로는 터질 것처럼 덜컹커렸다.

화로의 불길이 센 만큼, 기관차의 힘도 강해졌다.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도나 카로타는 방금 전 덜컹임 이후 한 2초 동안 공중에 붕 떠 있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정말로 선로에서 튀어 올라 2초 정도 날았던 건 사실이었다.

"으, 이젠 모르겠다. 달려!"

도나 카로타는 방금 전의 덜컹거림에 몸이 붕 뜨는 기분을 경험하고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그 말만을 기다렸수다!"

그 말에 온몸에 검댕을 묻힌 토끼 수인은 광소를 내뱉으며 석탄가루가 가득 묻은 삽을 어깨에 들쳐메었다.

도나 카로타의 기관차는 그렇게 폭주하기 시작했다.

...

"저, 저게 뭐냐!"

킹 핀 샤크는 불타고 있음에도 날아가듯 달려가는 기관차를 보며 기겁했다.

마치 괴담에나 나올 법한 불타는 기차라니!

그러나 킹 핀 샤크는 이내 저 기관차가 도나 카로타가 탄 기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익! 목숨이 질기기도 하군! 기관사와 기장을 처리했는데도...!"

킹 핀 샤크는 천천히 그의 기관차 옆을 지나가는 도나 카로타의 기관차를 노려보았다.

물론 천천히 지나간다는 것은 킹 핀 샤크의 시선에서였다.

실제로 두 기관차는 맹렬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고, 미세하게 도나 카로타의 기차가 조금 더 빨랐을 뿐이었으니까.

킹 핀 샤크는 이내 도미닉 경의 존재마저 잊은 듯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저 기관차를 공격해!"

"네? 하지만 천장에 거미 전차가­"

"어차피 거미전차를 막을 순 없겠지. 우리만 죽을 순 없는 노릇이다! 저 기관차를 길동무로 데려간다!"

"아, 네!"

킹 핀 샤크는 어차피 거미전차가 석탄 화물칸으로 온 이상, 기관실이 점령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어차피 망한 작전이라면, 적어도 성공은 시켜야 맞지 않겠는가?

킹 핀 샤크는 작전의 성공을 위해선 도나 카로타의 기관차를 폭파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나 카로타의 기관차가 폭발하는 그 순간, 도나 카로타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었으니까.

그녀의 우유든, 그녀의 목숨이든, 그녀의 조직이든.

킹 핀 샤크의 말에 쥐 수인들이 각자 수제 폭탄이나 총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바로 옆에 있는 기관차에 던지거나, 혹은 칸과 칸 사이의 연결고리를 쏘았다.

그럴수록 도나 카로타의 기차는 더욱 흔들거리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두 기관차는 막상막하의 속도로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저 멀리 산호프의 모습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이 레이스는 대체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

산호프의 기차역.

이곳에서는 시장 후보의 선거유세가 한창이었다.

"저희 산호프에서는 올해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현 시장인 알레한드로의 스캔들부터, 스캔들에, 스캔들까지. 그야말로 스캔들로 가득한 한 해였지요. 정작 사람들의 즐거움을 앗아가놓고 말입니다!"

마초적인 모습으로 꽤 인지도가 높은 후보인 머슬란 후보가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계집애처럼 우유를 금지한 것에 대해 큰 반발을 가지고 있었으며, 금유법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현재 시장이 그와는 대척점에 있는 당원이었으니, 머슬란 후보가 시장이 된다면 모든 것을 현 시장의 측근들이 뒤집어쓸 것은 틀림없는 노릇.

그렇기에 현 시장은 머슬란 후보가 당선되지 않게끔 루머를 퍼뜨렸다.

그가 패션 마초라거나, 사실은 계집애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등 그의 마초적인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루머를.

이번 연설은 머슬란 후보에게 아주 뜻 깊은 자리였다.

지금까지의 루머를 일소하고 다시금 자기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자리였으니까.

"저에 대한 루머가 많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현재 산호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강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제가 얼마나 마초적인지 여러분은 아십니다! 그 증거로, 저는­"

그때였다.

머슬란 후보가 선거유세를 하는 동안, 갑자기 두 개의 선로에서 두 개의 기관차가 엄청난 속도로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머슬란 후보는 처음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쌩하고 그의 등 뒤를 지나가고 나서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조금만 더 뒤로 갔어도 사고가 났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러나 머슬란 후보는 아주 노련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임기응변에도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다.

"...기관차 레이스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보십시오! 얼마나 호쾌한 스포츠입니까!"

머슬란 후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말을 내뱉었다.

처음엔 그저 사고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하나둘 머슬란 후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고, 이내 이 우유보다 짜릿한 스포츠의 발족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증기 기관차 레이스의 시작점이 되는 때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