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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45화 (345/528)

〈 345화 〉 [344화]이벤트 : 스토리

* * *

도미닉 경은 그 자리에서 답을 내놓았다.

"나는 레드 애로우를 선택하겠소."

그 말 한마디에 도나 카로타의 표정이 환해졌고, 킹 핀 샤크의 얼굴은 구겨졌다.

사실 도미닉 경은 두 그룹 모두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들은 산호프의 어둠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고, 도미닉 경은 기사도를 숭상하는 기사였으니까.

그러나 이벤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선 일단 한 진영을 선택해야 할 것 같았기에, 도미닉 경은 그나마 정정당당하다는 소리를 듣는 레드 애로우를 선택한 것이다.

"...후회할 텐데."

킹 핀 샤크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손가락 관절을 뚜둑거렸다.

그 모습에 다시금 쥐 수인떼가 모여들었다.

이들은 킹 핀 샤크의 신호 한 번이면 우르르 달려들어 도미닉 경을 때려눕히리라.

그러나 킹 핀 샤크는 의도치 않게 또 한 번의 방해를 받고야 말았다.

사람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들이 출동한 것이다.

"거기! 왜 그렇게 모여 있지? 수상하군!"

"키, 킹! 경찰이야!"

"...쳇."

킹 핀 샤크는 신호를 보내 쥐 떼들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그 자신도 골목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도미닉 경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내 제안을 거절한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킹 핀 샤크는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큭. 다들 어디 갔지? 응? 너흰 누구냐!"

경찰들은 남아 있는 도미닉 경과 도나 카로타를 수상하게 여겼다.

그러나 경찰들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는데, 이는 도미닉 경이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어서였다.

"난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라고 하오. 그리고 이 소녀는­"

"그, 삼촌! 삼촌이 산호프에 온 김에 안내를 하고 있었어요!"

도미닉 경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도나 카로타를 바라보았지만, 도나 카로타는 제발 그렇게 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 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도미닉 경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경찰들에게 말했다.

"그렇소. 안내를 받고 있었지."

"그러다가 갑자기 불량배들이 저희를 둘러싸고 겁을 주지 뭐예요? 아마 삼촌이 돈이 많아 보이니까 돈을 뜯으려는 생각이었을 거예요!"

경찰들은 도나 카로타의 말을 듣고 그럴싸하다고 여겼다.

이는 상황이 맞아떨어져서이기도 했지만, 도나 카로타의 연기가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다면 저희가 도움이 된 셈이로군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경찰은 도미닉 경에게 묵례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현재 다른 경찰들이 아이언 샤크의 조직원들을 쫓아갔으니,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마침내 경찰이 모두 사라지자, 도나 카로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폈다.

"으, 세상에. 귀찮은 일에 휘말릴 뻔했네."

"연기를 잘하더구려."

"뭐, 경찰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은 없잖아. 애초에 우린 불법적인 일로 먹고산다고. 이왕이면 연루되지 않는 게 최고야."

도나 카로타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그나저나 꽤 의리가 있는걸? 사실 난 난감한 상황을 벗어나려고 날 경찰에게 팔아넘길 줄 알았거든."

"그럴 리 있겠소?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으면 우선 킹 핀 샤크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거요."

"그것도 그러네."

도나 카로타는 도미닉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 고민하더니, 이내 호탕하게 웃으며 도미닉 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진짜 마음에 든다! 조만간 있을 '그거'에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그거?"

도미닉 경이 의문스럽게 되묻자, 도나 카로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누구도 들어선 안 된다는 듯이.

"바로, 우유 밀거래지. 어때, 관심 있어?"

도미닉 경은 우유 밀거래라는 말에 잠시 고민했다.

분명 산 호프에서는 우유가 불법이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 말인 즉, 산 호프와 그 인근엔 우유가 없을 것이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어디서 우유를 밀거래한다는 말인가?

그 의문에 답하듯, 도나 카로타는 도미닉 경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었다.

"금유법은 산호프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어. 다른 도시에선 아직 합법이라는 소리지. 우린 초원에서 우유를 떼와서, 기차에 싣고 산호프 인근에서 짐을 내린 뒤 우유 중독자들에게 우유를 팔 거야."

도미닉 경은 기차라는 말에 이것이 아마 레이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도미닉 경은 도나 카로타에게 제안 하나를 했다.

"나도 그 일할 수 있겠소?"

도미닉 경의 말에 도나 카로타가 잠시 침묵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도나 카로타는 이내 고개를 가로젓더니, 도미닉 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아. 꽤 의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게다가 마침 사람 몇 명이 더 필요했던 참이니까."

도나 카로타는 도미닉 경에게 이틀 뒤 2시쯤 보자고 제안했다.

"초원으로 가는 표는 내가 준비하지. 2시에 여기서 보자고."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으나, 마침 눈앞에 뜬 시스템 창으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시스템 창엔 [프롤로그 완료]라고 쓰여져 있었다.

아마 팀을 정하는 데까지가 프롤로그인 모양이었다.

도미닉 경은 바로 다음을 눌러 1화 스토리 속으로 들어갔다.

1화는 프롤로그로부터 2일이 지난 후였으며, 이미 우유를 다 실었는지 산호프로 돌아오는 기차 안이었다.

....

저녁 6시 22분, 산호프로 가는 기차 안.

도나 카로타는 도미닉 경을 향해 히죽히죽 웃었다.

아니, 이번 거래가 가져다줄 이득을 생각하며 웃었다.

"이번에 떼온 우유가 제법 상등품이니, 돈을 아주 많이 받을 수 있겠어."

"그렇구려. 그나저나 이렇게 늦게 돌아갈 줄은 상상도 못 했소."

도미닉 경의 물음에 도나 카로타가 대답했다.

"그야, 밤을 틈타야 들키지 않을 것 아니야. 밀수는 어두우면 어두울 수록 좋은 법이지."

도나 카로타의 말에 도미닉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논리적인 말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너무 평화로운 걸. 저기 봐. 굉장한 노을­"

도나 카로타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대화나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미닉 경에게 말을 걸었으나, 마침 그때 어디선가 쾅!하는 소리가 들렸다.

"폭발음?"

"제법 가까웠소."

도미닉 경과 도나 카로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차의 복도로 나왔다.

그때, 버니 갱의 일원들이 달려와 도나 카로타에게 허겁지겁 보고를 시작했다.

"두, 두목! 지금 큰일 났어!"

"무슨 일이야..? 폭발음이 들리던데."

"그, 그게­"

"아이언 샤크가 습격했어!"

"뭐?"

도나 카로타는 버니 갱들의 말에 당황했다.

어째서 아이언 샤크가 도나 카로타의 레드 애로우 버니 갱을 습격한단 말인가?

무언가 미치지 않고서야...

"아."

도나 카로타는 이틀 전, 도미닉 경이 아이언 샤크의 두목 킹 핀 샤크의 제안을 거절했던 일을 떠올렸다.

킹 핀 샤크는 그 덩치만큼이나 속이 좁은 남자였기에 충분히 이런 짓을 저지를 그릇이 되는 자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폭발은 어디서 난 거야?"

"그, 그게... 기관실이야."

"뭐?"

"기장과 기관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겠어. 폭발음이 들리더니 사라져 버렸어!"

"아, 세상에."

도나 카로타는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래도 지금 버니 갱은 아이언 샤크의 공세를 막아 내면서 기관차를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도나 카로타는 일단 빠르게 필요한 인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기장. 기관사. 짐을 지킬 녀석하고 상대의 견제를 막아 낼 녀석이 필요해."

적어도 4명은 필요한 상황.

도나 카로타는 일단 버니 갱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 중에서 기차 몰 줄 아는 사람 없어?"

"..."

그러나 버니 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차는 탈 줄만 알았지, 조종할 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하아... 어쩔 수 없지. 일단 가서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봐!"

"으, 응!"

버니 갱들은 제각기 흩어져 기관차를 운행할 수 있는 이를 찾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은 지금, 이 상황이 바로 레이스의 시작점이 되는 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군."

"뭐?"

"아니, 아니오. 혼잣말이었소."

도미닉 경은 도나 카로타의 물음에 별것 아니라고 대답했다.

도나 카로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다시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도나 카로타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서 빵모자를 들어 올리고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다시 빵모자를 쓴 도나 카로타는 문득 도미닉 경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도미닉 경에게 무엇을 할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도.

도나 카로타는 그 자리에서 바로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도미닉 경은 뭘 하고 싶어? 조종 가능해?"

"기관차 조종은 못하오. 그렇지만­"

"두목! 짐칸에 거미 전차가 있어! 군용은 아니고 민간용인 것 같아!"

"­거미 전차는 조종할 줄 아오."

"그래?"

도나 카로타는 도미닉 경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도미닉 경의 포지션을 결정했다.

"넌 아이언 샤크를 견제해 줘.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짐칸에 거미 전차가 있다니까, 그거 뺏어다가... 아니, 징발해서 써. 보상은... 나중에 생각하지 뭐."

"그러겠소."

도미닉 경은 공교롭게도 짐칸에 있던 거미 전차를 몰 기회를 얻었다.

그것은 도미닉 경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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