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4화 〉 [343화]이벤트 :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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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경은 레드 애로우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이번 이벤트 스토리의 양대 세력 중 하나, 레드 애로우와 아이언 샤크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야. 어디서 우리 이름을 들어 본 듯한 얼굴인데."
도나 카로타는 레드 애로우란 이름에 놀란 도미닉 경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심쩍게 바라보다가,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정도 되는 갱단을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암."
도나 카로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산호프에서 가장 유명한 갱단의 두목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도나 카로타는 손가락으로 코를 슥 문지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이거 이거, 그냥 외지인인 줄 알았는데 우릴 잘 알고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 이봐, 혹시 우리 갱의 보호를 받을 생각 있나? 두목으로서 극진히 대접하겠다고 약속하지."
도미닉 경은 공지 사항에 적혀 있던 말을 기억해냈다.
다혈질이지만 정직하다는 문구를.
그 말대로 도나 카로타는 제멋대로에 다혈질적이긴 하지만 꽤 정직하고 의리 있는 사람인 듯싶었다.
도미닉 경은 도나 카로타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거절해야 하나?
그러나 도미닉 경의 고민은 부질없었다.
갑자기 쥐 수인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응?"
도나 카로타가 가장 먼저 이상을 감지했다.
토끼 수인인 만큼 살기에 민감한 탓이었다.
"...너 설마 햄스터 놈들을 부른 건 아니겠지?"
도나 카로타는 도미닉 경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주변에 몰린 쥐 수인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럴 리가 없소."
도미닉 경은 도나 카로타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자기가 햄스터들에게 둘러 쌓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은 토끼 수인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등 뒤에서 방패를 꺼내 앞세웠다.
아무래도 햄스터 수인들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저, 저놈입니다! 저놈이 절 겁박했다구요! 저 허우대만 큰 놈이!"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방금 전 도미닉 경이 붙잡았던 쥐 수인이 있었다.
쥐 수인의 옆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검은색 줄무니를 가진 노란 털이 인상적인 햄스터 수인이 있었는데, 그는 중절모와 코트를 고쳐 입고는 재잘거리는 쥐 수인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 산호프 앞바다를 모험하고 싶지 않다면."
"네, 넵!"
양복을 입은 햄스터 수인은 세 걸음 앞으로 걸어와 도미닉 경의 앞에 섰다.
물론, 햄스터 수인의 덩치가 작은 만큼 그의 세 걸음은 도미닉 경의 한 걸음과도 같았다.
"자네가 내 클라이언트를 건드렸다던데, 사실인가?"
햄스터 수인이 도미닉 경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그의 눈은 웃고 있었으나, 도미닉 경은 그 안에 숨어 있는 광기를 엿보았다.
어쩌면, 도미닉 경도 광기를 겪어 본 이라서 더욱 잘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글쎄, 난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한 것밖에는 없소."
도미닉 경은 어깨를 으쓱했다.
"거, 거짓말입니다."
쥐 수인이 비열하게도 거짓말을 시작했다.
"절 때리고, 협박하고, 그, 그 뭐냐. 아무튼 그랬다구요! 제가 날쌔게 도망쳐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상어 밥이"
"빌리!"
"...문어 밥이 되었을 겁니다."
햄스터 수인은 쥐 수인의 말 중 상어라는 말에 과민반응했다.
도미닉 경이 왜 햄스터 수인이 저리 과민하게 반응하는지 궁금해하던 찰나, 햄스터 수인도 갑자기 소리를 친 게 머쓱했던지 변명하듯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남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 그랬네. 그러고 보니 내 이름도 말하지 않았군. 킹 핀 샤크라고 하네."
"킹 핀 샤크!"
도미닉 경의 옆에 있던 토끼 수인, 도나 카로타가 놀란 듯 소리쳤다.
"킹 핀 샤크의 영역은 사막일 텐데, 어째서...?"
"그야... 뭐, 말 못 할 사정이 있지. 그나저나 자네는... 꽤 덩치가 크군."
킹 핀 샤크는 도미닉 경의 덩치를 보며 감탄했다.
햄스터 수인이나 토끼 수인의 처지에서 볼 때 도미닉 경은 충분히 거인이긴 했으나, 그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군... 마음에 들어. 흠..."
킹 핀 샤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도미닉 경에게 한 가지 제안 했다.
"자네가 우리 클라이언트를 때리지 않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저리된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곤 할 수 없겠지."
"..."
도미닉 경은 킹 핀 샤크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킹 핀 샤크가 무슨 말을 할지 듣기나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책임에 대한 보상으론 두 가지가 있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혹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
킹 핀 샤크는 그 짧은 팔다리를 펼치며 최대한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전자를 고른다면 오늘 우리 아이언 샤크는 피를 볼 수밖에 없네. 하지만 후자를 선택한다면... 내 클라이언트에 대한 모든 보상을 내가 대신 내주겠노라고 약속하지."
"둘 다 싫소."
"그래. 역시 둘 다 싫... 뭐?"
킹 핀 샤크는 당연히 도미닉 경이 후자를 고를 것으로 생각했던 듯, 환한 웃음을 지었으나 곧 표정이 싸악 굳었다.
설마 도미닉 경이 둘 다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봐, 친구. 이해를 못한 모양인데, 하나만 고르"
"둘 다 싫소."
"...하."
킹 핀 샤크는 고집스러운 도미닉 경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는 말이지..."
킹 핀 샤크는 은근슬쩍 뒤에 있는 조직원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잠깐! 이봐! 남의 영역에서 뭐 하는 거지?"
그때였다.
도나 카로타가 둘의 대화에 끼어든 것은.
"...넌 누구지?"
"도나 카로타. 레드 애로우 버니 갱의 두목이시다!"
"레드 애로우!"
킹 핀 샤크는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
정확하게는 그녀가 속한 조직의 이름을 들고 놀란 것 같았다.
"레드 애로우의 두목이 여긴 무슨 일이지?"
킹 핀 샤크는 도나 카로타를 경계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지금까지 위압적인 태도와는 사뭇 다른 자세였다.
"이봐, 도미닉 경. 아무래도 햄스터와 관련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도나 카로타는 킹 핀 샤크의 말을 무시하며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킹 핀 샤크는 그런 도나 카로타의 태도에 발끈하며 소리쳤다.
"별 건 아니야. 나도 여기 도미닉 경을 포섭하려고 왔거든."
도나 카로타는 뻔뻔하게도 거짓말을 입에 담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도미닉 경과 이야기 좀 하게 꺼져줄래? 볼일이 있으면 우리 일이 끝나고 좀 했으면 좋겠는데."
"하! 오만하군. 아무리 레드 애로우라지만 너무 당당한 것 아니오? 이 많은 머릿수 앞에서?"
킹 핀 샤크가 손짓을 한 번 하자 사방에서 쥐 수인떼가 나타나 둘을 포위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머릿수였다.
"...머릿수가 많아도, 너 하나는데려갈 자신이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도나 카로타가 발을 강하게 굴렀다.
구두굽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흥."
킹 핀 샤크는 도나 카로타의 말에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으나 그의 등 뒤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가 진짜 레드 애로우라면 자기 하나는 길동무로 삼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 친구의 말을 들어 보도록 하지."
킹 핀 샤크는 도미닉 경에게 자기 갱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자네가 우리 갱에 들어온다면, 일단 빌리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처리해주지. 혹시라도 빌리가 거슬린다면, 얼마든지 처리해 줄 수도 있네."
"...킹?"
"또한 우리 갱에 들어온다면 바로 중요한 임무를 줄 수도 있어. 임무 몇 번이면 간부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그럼 자네는 부하들을 부리며 엄청난 돈을 만질 수 있을 거야."
킹 핀 샤크는 많은 돈과 안락한 삶, 그리고 높은 지위를 약속했다.
"자, 적어도 버니 갱이 제안한 것보다는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
도미닉 경은 킹 핀 샤크의 제안에 킹 핀 샤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번엔 도나 카로타를 바라보았다.
"...우린 그다지 줄 것은 없어. 다만 우린 여러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 원한다면 그 지분에 대한 약속해주겠어. 내 이름을 걸지. 버니 갱의 명예를 걸어도 좋고."
도나 카로타는 킹 핀 샤크와는 달리 제안이 좀 부실했다.
물론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포섭 제안은 도미닉 경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였기에 임시 방편으로 내뱉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조건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
도나 카로타의 말에 킹 핀 샤크는 코웃음을 쳤다.
누가 보더라도 이 상황은 명백하게 킹 핀 샤크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결과는 정해진 것 같군."
킹 핀 샤크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자, 이제 결정하게. 우리인가? 아니면 저들인가?"
킹 핀 샤크가 결정을 촉구했다.
도미닉 경은 이것이 스토리 모드에서의 중요한 갈림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하게도 이 선택으로 도미닉 경이 레드 애로우의 일원이 되어 달리느냐, 아니면 아이언 샤크의 일원이 되어 달리느냐로 나뉠 것이다.
도미닉 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결정을 내린 듯 둘을 한 번 씩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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