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3화 〉 [342화]이벤트 :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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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경이 이벤트 스토리 로비에 들어서자, 그곳에는 네 개의 문이 있었다.
네 개의 문에는 각자 프롤로그, 1화, 2화, 에필로그라는 명패가 걸려 있었으며, 도미닉 경은 익숙하게 프롤로그라고 적힌 문을 열고 들어섰다.
...
1900년대 초 산호프 시.
정부가 우유를 금지하는 금유법을 제정한 이후, 이곳에 있던 수많은 시민들은 이 악법에 반발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사람들은 정부에 반기를 드는 대신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바로, 몰래 우유를 유통하는 일을 말이다...
도미닉 경은 문득 자기 머릿속에 약간의 기반 지식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깨달은 건, 도미닉 경이 난생처음 보는 거리에 있음에도 이 거리가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아차린 다음이었다.
"이 기억이 맞다면, 여기가 바로 산호프 시로군."
도미닉 경은 그 번영이 가차랜드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나 어딘가 촌스러워 보이는 거리를 둘러보았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무엇이 바쁜지 하나같이 걷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이 흥미를 가진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도미닉 경이 거리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바로 이 거리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모두 수인이나 오크, 고블린과 같은 아인종이라는 점이었다.
"이봐! 조심해!"
"아, 미안하오."
도미닉 경은 이 놀라운 인종의 용광로와도 같은 거리에 놀라, 거리 가운데에서 멍하게 서 있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마침 한 손에 신문을 쥔 양복을 입은 오우거의 외침이 아니었더라면, 온종일 그 자리에 서 있었으리라.
도미닉 경은 바로 거리의 가운데에서 나와 인도로 들어섰다.
도미닉 경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닌 사람이 좀 덜 다니는 골목 어귀에 서서 다시 이 거리를 관찰했다.
사람들은 활기찼고, 수많은 건물들이 층수를 높여가고 있었으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바쁘지만 그들의 얼굴엔 밝은 희망이 서려 있었다.
겉으로만 보기엔 정말 희망이 가득한 도시였으나, 도미닉 경은 어째서인지 이들의 얼굴에 미묘한 수심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은 왜 사람들의 얼굴에 수심이 깃들었는지 의문이 들어 지나가던 사람 하나를 붙잡았다.
"뭐, 뭐야?"
"실례하오. 나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라는 사람이오."
"나, 난 잘못 없어! 아직 죄도 짓지 않았다고!"
도미닉 경은 어째서인지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 볼 빵빵한 쥐 수인의 태도가 수상했으나, 도미닉 경이 물어보고 싶은 건 그가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었기에 도미닉 경은 그를 안심시켰다.
"진정하시오. 다른 게 아니라,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그렇소. 답만 해준다면 그냥 보내주리다."
"...뭔데."
볼이 빵빵한 쥐 수인은 불안한 표정으로 도미닉 경을 올려다보았다.
기본적으로 아주 겁이 많은 성격인 듯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여길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다들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더구려."
"그, 그렇지. 산호프는 언제나 희망으로 가득하니까! 세상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라고!"
희망시를 빼고. 쥐 수인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설정상 희망시라는 곳이 가장 번화한 도시요, 여기 산호프가 그다음으로 번화한 도시인 것 같았다.
도미닉 경은 어쩌면 이런 설정도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다시 쥐 수인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수심 한 가닥이 깃들어 있소. 난 그게 궁금한 거요."
"수, 수심? 그게 무슨 단어야?"
"...걱정이 많다는 거요."
"아."
쥐 수인은 왜 이렇게 어려운 단어를 쓰냐는 듯 도미닉 경을 노려보았다.
물론, 쥐 수인의 모습은 작고 약하기 짝이 없어 가소로울 뿐이었지만.
"뭐, 그렇지. 우유가 금지되고 나선 다들 불만이니까."
"우유가 금지 되었다?"
"그래. 우유를 먹고 탈이 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정부 차원에서 금지시켜 버렸어. 형식상으론 소에게서 사람으로 퍼지는 질병이 있어서 그 질병이 가라앉을 때까지 금지라곤 하지만... 산호프의 사람들은 하루라도 우유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쥐 수인은 말하면서도 화가 나는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유가 먹고 싶으면 대신 술을 마시라는데, 도대체 그 맛 없는 술을 왜 마시라고 하는 거야? 우유와 술은 완전히 다른 음료인데 말이야!"
쥐 수인은 그렇게 투덜거리다가, 이내 다시 도미닉 경의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더 이상 도미닉 경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
누가 안 그렇겠는가.
키가 멀대같이 크고, 근육이 매우 발달한 건장한 사람이 고위층이나 입을 법한 예복을 입은 채 하층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대답해 줬으니 이제 가도 되지?"
쥐 수인은 곁눈질로 눈치를 보며 도미닉 경에게 허락을 구했다.
"대답해줬잖아. 약속도 했고. 이제 날 놓아줘. 응?"
쥐 수인은 제멋대로 겁에 질린 채 도미닉 경에게 애원했다.
도미닉 경은 그런 쥐 수인의 태도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 바쁜 일이 있는가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시오."
"고, 고마워! 좋은 하루 되라고!"
쥐 수인은 도미닉 경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거의 넘어질 듯 달려 나가며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더 이상 쥐 수인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는 지금 쥐 수인이 말한 정보를 취합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긴 산호프라는 곳이고, 생필품인 우유가 금지되었지만 그래도 살기엔 좋은 곳이란 건가...?"
도미닉 경은 정보를 정리하면서도 산호프와 증기 기관차 레이스 간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둘의 접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뭐, 이 스토리를 만든 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만들지는 않겠지."
도미닉 경은 꽤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시작 지점에서 정보를 더 찾아보고 싶어도 방금 전 쥐 수인이 준 정보 이상은 얻기 힘들 것이라 여겼기에.
그때, 반대편 골목에서 누군가가 도미닉 경을 불렀다.
"어이. 거기 애꾸."
도미닉 경은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자기를 칭하는 말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외눈이기는 했으나 그렇게 무례하게 다가온 사람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봐! 앞에 가는 애꾸! 어휴, 거 멀대! 애꾸! 흰둥이!"
"...나 말이오?"
도미닉 경은 계속해서 등 뒤에서 들리던 소리를 무시하다가, 마침내 소리친 인원이 도미닉 경의 앞에 서서 삿대질을 하자 겨우 그 말들이 자기를 칭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 너!"
도미닉 경은 그를 불러 세운 이를 쳐다보았다.
그는 도미닉 경의 허리에 겨우 올 법한 키를 가진 작은 소녀였는데, 머리에 커다란 빵모자를 올려 두었으며 그 모자의 틈새 사이로 늘어진 토끼 귀가 보였다.
여러 인종이 섞여서 살아가는 산호프였으니, 아마 눈앞에 있는 이는 토끼 수인일 것이다.
"보아하니 방금 전 그로이스 출신 햄스터와 꽤 유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던데, 너도 그로이스 햄스터 출신이냐?"
"...그게 뭐요?"
도미닉 경은 눈앞에 토끼 수인이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그러니까 갱스터... 아니, 햄스터냐고!"
도미닉 경이 계속해서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토끼 수인은 구두를 신은 발로 바닥을 탁탁 내려치며 화를 냈다.
"어떤 것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니오."
"...그래?"
토끼 수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도미닉 경을 향해 팔을 벌렸다.
"햄스터만 아니면 돼. 미안해. 햄스터들과 우리 버니 갱은 사이가 나빠서 말이야. 오해해서 미안."
도미닉 경은 갑자기 태도를 바꾼 토끼 소녀의 모습에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며 토끼 수인의 말에 답했다.
"뭐, 괜찮소."
"그나저나 여기서 보던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외지인?"
"그렇소."
도미닉 경은 일단 이곳이 처음인 것은 맞았기에 외지인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어쩐지 산호프 스타일은 아니더라고. 어디서 온 거야? 그로이스? 블랑셴? 알비오? 이도 저도 아니면 아리샤?"
도미닉 경은 토끼 소녀가 하는 말에 대해선 잘 몰랐지만, 일단 자신을 소개할 때라고 생각해 입을 열었다.
"페럴란트.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오."
"도미닉 드 페럴란트? 혹시 귀족이야?"
"아니오.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소."
"세상에.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기사 작위를...?"
토끼 소녀는 페럴란트라는 곳의 이름도 처음 들었지만, 아직도 기사 작위가 남은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뭐, 페럴란트는 제법 척박한 곳이니 말이오."
"아, 변방이나 소국이구나. 이해했어."
토끼 수인은 작은 나라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토끼 수인은 꽤 머리가 좋은 편이었지만 그런 자잘한 나라까지 모두 꿰고 있기엔 삶이 너무 바빴으니까.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왜 갑자기 날 불러세웠는지 알려줄 수 있겠소?"
"아, 별 건 아니야. 그냥 당신이 햄스터랑 이야기하고 있길래. 혹시나 햄스터의 새로운 전력인가 하고 의심해 본 거야. 아니라니 다행이네."
토끼 수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도미닉 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 이것도 인연인데 내 이름도 알려 줘야지. 난 돈 카로타야. 너처럼 작은 국가인 버닐리아 출신이지."
도미닉 경은 토끼 소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토끼 수인은 도미닉 경의 손을 두어 번 흔들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레드 애로우 버니 갱의 두목이기도 하지."
그 표정은, 작은 체구에 비하면 너무나도 큰 포부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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