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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34화 (334/528)

〈 334화 〉 [333화]이면세계 3지역 하드

* * *

"...공룡?"

갑자기 붉게 변한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공룡... 아니, 드레이크.

엘랑 대위는 몬스터 위에 있는 이름을 통해 저 공룡이 드레이크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엄청난 위압감의 몬스터를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째서, 어째서 갑자기 드레이크가...?"

엘랑 대위는 갑자기 나타난 변수로 인해 패닉에 빠졌다.

엘랑 대위는 42라운드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지만, 지휘관들이 35라운드도 겨우 넘어가는 시기에 42라운드에 대한 정보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는 없을 거야."

스즈키가 거대한 태도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밀려 딱히 활약하지 못하는 그녀들이었지만, 지휘관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맞습니다. 보통 5라운드 단위로 강해지더군요. 41라운드에서 42라운드로 변한 것뿐이니까, 외관만 무서울 뿐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응."

릴리와 리도 스즈키와 더불어 지휘관을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비록 능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분석 정도는 할 수 있­

그때였다.

드레이크가 갑자기 라인을 따라 돌진하기 시작한 것은.

"■■■■■■­!"

"흡!"

드레이크는 포효를 내뱉으며 도미닉 경의 방패와 맞부딪쳤다.

보통의 몬스터였다면 도미닉 경에게 피해조차 제대로 주지 못할 것이었으나, 어째서인지 도미닉 경은 엄청난 피해와 함께 다섯 발자국을 밀려났다.

드레이크의 압도적인 힘!

"■■■■■■­!"

드레이크는 마치 도미닉 경의 실력을 알았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포효를 다시 한번 내질렀다.

그 포효에는 약자에게 [공포] 디 버프를 거는 효과가 있어, 세 명의 안드로이드 소녀들과 지휘관 엘랑 대위는 바로 공포에 빠지고 말았다.

경지가 비슷하다면 그나마 버틸 수 있었겠지만, 이들은 버틸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그만큼 드레이크와 나머지의 차이가 심했다.

엘랑 대위는 순식간에 겁에 질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직 드레이크를 노려보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거의 울듯이 애원하기 시작했다.

"퇴, 퇴각하죠? 여기까지면 충분하지 않을­"

[경고! 지금 퇴각한다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진행도를 잃게 됩니다.]

엘랑 대위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3지역의 특성상, 이곳에서는 한 라운드를 승리한 후 완료 버튼을 눌러야 보상의 습득이 가능했다.

보상받고 난 이후라면 해당 스테이지까지는 깬 것으로 취급했으나, 지금처럼 처음부터 시작했을 때도망치거나 질 경우, 지금까지 얻었던 모든 보상을 포기해야함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엘랑 대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그저 발만 동동 굴렀다.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지만, 이렇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무료로 도와주는 기회가 그리 쉽게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생각은 다소 다른 모양이었다.

"...이거 또 재밌어 지는구려."

도미닉 경이 히죽 웃었다.

"그러게. 설마 이런 기믹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도미니카 경이 마주 웃었다.

도미닉 경은 방금 전 드레이크의 몸통 박치기를 생각하며 전율했다.

지금까지 도미닉 경이 [탱커] 특성과 [기수], 그리고 [시네마틱]을 얻고 나서 제대로 위기에 빠져 본 적이 언제던가.

도미닉 경은 최근에 지금처럼 짜릿한 위기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노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드레이크는 그야말로 도미닉 경의 호적수라고 할 만했다.

느슨한 일상으로 풀어진 도미닉 경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호적수.

도미닉 경은 그 사실을 깨닫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흐."

너무나 기분이 좋은 나머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은 도미닉 경.

이는 도미니카 경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도미닉 경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도미니카 경이었으니, 도미닉 경의 성격을 닮은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네."

도미니카 경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런 아찔한 기분, 중독될지도 모르겠소."

도미닉 경 역시 방패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

드레이크는 아주 오만한 존재였다.

감히 머리를 조아리고 자비를 구걸해도 모자랄 판에 의욕이 가득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모습을 보며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오만한 존재였다.

드레이크는 무너진 자존심 만큼이나 커다란 포효를 내지르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다시금 고개를 조아릴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어디 그런 잡스러운 포효에 무너질 이들이던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그 포효를 신호로, 땅을 박차고 드레이크를 향해 뛰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신화시대의 한 장면이었다.

...

3지역 스테이지 뒤편의 몬스터 공장.

엄청난 기세로 몬스터를 찍기 시작한 공장의 기계들은 계속해서 자욱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으나, 이를 관리해야 하는 공무원은 여전히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축구? 아니. 축구는 애초에 끝났다.

방금 전에 공무원이 응원하는 팀의 골로 인해 게임이 끝나버렸으니까.

그렇다면 공무원은 무엇을 하기에 이런 다급한 상황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가?

그건 바로, 공무원이 휴대폰으로 게임을 돌리고 있어서였다.

"보자... 여기가 3이면 여기가 1이고..."

가로로 9칸, 세로로 9칸.

3X3의 사각형이 9개로 구성된 수도쿠를 하는 공무원은 너무나도 숫자에 집중한 나머지 이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응?"

그때, 공무원의 뒤에서 무언가 파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무원은 그 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공장의 소음은 인지하지 못하면서 왜 등 뒤의 파지직 소리는 인지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원래 사람은 자기가 위험할 수도 있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다.

그가 있는 관제실이 공장의 소음을 거의 완벽하게 막을 만큼 방음이 뛰어나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공무원은 바로 등 뒤에서 들린 파지직 소리의 원인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파지직.

또 한 번 그 소리가 들렸다.

공무원은 이제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금 소리가 들린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콘센트가 있는 방향이었는데, 그곳엔 문어발 콘센트에 문어발 콘센트를 연결한 뒤, 문어발 콘센트와 문어발 콘센트를 더 이어 버린 아주 무시무시하고 복잡한 배선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당장에 화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무시무시한 배선.

파지직거리는 소리는 바로 그 사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뭐야. 슬슬 한계인가?"

공무원은 그 콘센트들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 엉망인 배선에 심각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 콘센트가 망가진다면 자기 폰은 어디서 충전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거였다.

공무원은 조금 더 이 콘센트들을 보더니, 전선이 한계에 달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 과도한 전선이 모여 고장이 일어나기 직전이라고 말이다.

결국, 공무원은 이 콘센트에서 전선 몇 개를 빼야할지도 모른다고 결론을 지었다.

공무원은 전선에 연결된 기계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뺄 만한 전선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토스트기랑 커피포트랑 전자레인지랑 인덕션은 포기할 수 없어. 텔레비전이랑 노트북 충전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다른 걸 포기하기엔..."

...이 정도면 포기할 만도 하건만, 공무원은 이 모든 걸 집에서 할 경우 나올 누진세를 걱정하며 포기할 생각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걸 빼야하나?"

공무원은 콘센트들 사이에서 그나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전선 하나를 보며 고민했다.

이 전선은 공장의 제조 속도를 조정하는 리미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이었다.

이 전선이 없다면 공장이 폭주할지도 몰랐지만, 고작 그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과 노트북을 포기하기는 싫었다.

"그래. 이걸 뽑자. 뭔 일이라도 있겠어?"

공무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공장의 리미터를 담당하는 전선을 뽑아버렸다.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리미터는 쓸데없이 전력만 소비하는 쓰레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서.

공무원이 공장의 리미터의 전선을 뽑자, 파지직거리던 소리가 멎었다.

아마 문제가 해결된 모양이었다.

"좋아! 이제 다시 수도쿠에 집중할 수 있겠군."

공무원은 그리 말하며 다시 폰을 들어 올렸다.

방금 전에 하던 수도쿠를 이어서 하려고 말이다.

그러나 공무원은 알지 못했다.

오늘 스테이지 점검을 위해 코더 하나가 배전반을 열었고, 그 배전반은 열린 채로 노출되었으며, 이로 인해 배전반에 쌓인 먼지 사이로 산소가 공급되며 화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콘센트가 잘못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으며, 방금 전 공무원이 뽑은 리미터 장치의 전선과 고장 난 배선반으로 인해 증기로 자욱한 공장 내부의 콘베이어 벨트와 기계들이 과부하가 일어날 정도로 빠르게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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