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1화 〉 [330화]이면세계 3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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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3지역을 공략한 지휘관들의 말에 따르면, 이면 세계 3지역은 지휘관의 역량을 시험하는 곳이었다.
3지역은 100개가 넘는 라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라운드 하나하나가 스테이지 취급이었다.
4지역을 열기 위해서는 최소 20라운드를 버터야 했으며, 35라운드, 50라운드를 넘기면 추가적인 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50라운드를 넘어 더 많은 스테이지를 깰수록, 더 많은 보상을 얻는 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 최고 기록이 겨우 12라운드예요."
엘랑 대위가 허공에다가 무언가를 휘적거리며 침울하게 말했다.
아마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배치한 임시 제대를 만드는 중인 모양이었다.
"재화를 다 써버리는 바람에 안드로이드 소녀를 강화시키지 못했거든요."
엘랑 대위는 미안한 듯 안드로이드 소녀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이번엔 잘할 수 있을 거야!"
"맞아요. 이번엔 새로운 인원들도 보충되었으니 충분히 깰 수 있을 거예요."
"응."
안드로이드 소녀들은 엘랑 대위의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엘랑 대위를 위로해주었다.
"위로보다는 스테이지에서 잘 버티기만 해 줘..."
"그, 그건..."
엘랑 대위는 안드로이드 소녀들에게 위로보다는 스테이지 클리어를 해 달라고 말했고, 안드로이드 소녀들은 곤란한 듯 말을 흐렸다.
현재 안드로이드들의 능력치로는 12스테이지 이상은 어렵다는 사실을 자기들도 알고 있었다.
"뭐, 일단 우리가 도와주기로 했으니 걱정 하지마시오."
"그래. 적어도 50라운드 까진 버텨줄 테니 걱정 말라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별로 어려울 것 없다는 듯 엘랑 대위에게 말했다.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으나, 딱히 기대를 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35라운드도 넘기지 못했고, 극히 일부의 지휘관만 35라운드를 겨우 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도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분류 상 탱커였다.
프롤로그에서 도미닉 경이 보여 준 놀라운 방어력은 인정하겠지만, 아직 다른 스탯에 대한 거라면... 글쎄. 아직은 미지수였다.
"으, 됐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연락처로 임시 덱을 만들었어요. 이 덱이라면 충분히 20라운드를 넘길 수 있을 테죠."
엘랑 대위는 마침내 제대 편성을 끝냈다.
안드로이드 소녀 셋과 도미닉 경, 그리고 도미니카 경으로 이루어진 아주 심플한 파티였다.
"그나저나 비싸긴 하네요... 두 분 다 6코스트라니..."
엘랑 대위는 덱에 표시되는 코스트를 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6코스트라는 비용은 꽤 비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도미니카 경은 특수 기술 [충격과 공포]로 인해 추가적인 코스트가 필요하지 않은가.
4성이라는 높은 성급에 잠시 눈이 멀었던 엘랑 대위였으나, 이 정도면 적당한 2성, 3성을 쓰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었다.
적당히 쓰기엔 조금 비싸지 않나? 라는 것이 엘랑 대위의 생각이었다.
물론, 이는 아직 엘랑 대위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진정한 능력을 알지 못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엘랑 대위는 이미 덱을 짰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준비 다 되시면 말씀해주세요. 바로 이면 세계로 이동할게요."
"우린 준비 되었소."
"그래. 언제든지 갈 수 있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엘랑 대위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가 되었노라고 말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된 이들이었으니까.
"좋아요. 그럼 바로 갑시다."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대답에 바로 이면 세계 3지역으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마음속에는 약간의 불안감을 간직한 채.
...
정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제값을 할 수 있을까?
정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만으로 20라운드를 넘길 수 있을까?
라는 엘랑 대위의 마음속 불안감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정확하게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필드에 배치한 그 순간 모든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도미닉 경이 전장에 진입합니다! 모든 아군은 피해를 13.5% 덜 받습니다!]
[도미니카 경이 전장에 진입합니다! 추가적인 코스트 소모로 특수 능력 [충격과 공포]가 발동됩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동시에 전장에 있습니다. [페럴란트의 전설] 시너지를 받습니다!]
[[페럴란트의 전설] 시너지로 인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모든 스탯이 10% 증가합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전장에 투입되어, 종자 앨리스가 전장에 나타납니다!]
"저거 보스인 것 같은데?"
"내가 저지하고 있겠소! 앨리스! 사격 준비!"
"아, 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방금 전 뒤틀린 게이트에서 나타난 보스 몬스터를 순식간에 처리했다.
도미닉 경이 방패에 달린 스턴 효과로 보스 몬스터를 묶어 둔 동안, 도미니카 경과 종자 앨리스가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식으로 벌써 10라운드.
엘랑 대위는 순식간에 넘어간 라운드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10라운드 정도는 엘랑 대위도 몇 번 성공한 라운드였지만, 이렇게나 쉽게 쉽게 깰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이... 4성...?"
엘랑 대위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보며 동경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 눈에는, 방금 전까지의 의구심은 사라지고 오로지 경탄과 경악만이 남은 상태였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높은 스탯과 단순하지만 강력한 특성, 그리고 특수 능력으로 전장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뿐인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모습을 보라. 금과 은, 그리고 백금으로 만들어진 갑옷은 마치...
"...그는 신이야...!"
신과 같지 않은가.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 대로라면, 둘이 합쳐 12코스트의 비용은 따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엘랑 대위는 방금 전까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전투가 지속될수록 그 의구심은 사라지고 확고한 믿음만이 자리 잡았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3지역을 깨고 4지역으로 자기를 인도해 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 믿음은 곧 보답으로 이어졌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스는 순식간에 20라운드를 성공했다.
4지역으로 갈 수 있는 최저선을 넘은 것이다.
엘랑 대위는 그 사실이 너무 기쁜 나머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도미닉 경! 그리고 도미니카 경! 덕분에 4지역으로 갈 수 있게 되었어요!"
엘랑 대위는 정말 기쁜 듯 만세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여기서 그만두고, 4지역으로 갈게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랑 대위는 지금 당장에라도 4지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서일까? 엘랑 대위는 그 자리에서 바로 추가적인 스테이지를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생각은, 엘랑 대위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지금이 딱 좋아질 때인데 조금만 더 해 보는 것이 어떻소?"
"그래. 35라운드는 넘어봐야 하지 않겠어?"
"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엘랑 대위의 생각과는 달리, 꽤 지금 상황이 즐거운 상태였다.
이처럼 마음껏 싸울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그렇기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엘랑 대위가 슬슬 끝내려고 하자, 필사적으로 막기 시작한 것이다.
"잘 생각해 봐. 기껏 우릴 한 번 공짜로 고용했는데, 고작 20라운드로 끝내기엔 좀 아깝지 않아?"
"그렇소. 이왕 이렇게 된 거, 가능한 한 최고의 효율을 뽑아야 할 것 아니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제법 그럴싸한 말로 엘랑 대위를 현혹시켰다.
사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말은 틀린 곳은 없었다.
연락처 교환을 통한 한 번의 기회를 이렇게 날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도 사실이었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같은 고급 인력을 가지고 고작 20라운드만 하는 것도 좀 그랬다.
엘랑 대위는 4지역을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에 성급하게 서둘렀지만, 생각해 보니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말이 맞았다.
무엇보다도 바로 이다음에 이어진 도미니카 경의 말 한마디가 엘랑 대위의 결정에 쐐기를 박았다.
"안드로이드들을 강화시킬 재화도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어? 이참에 최대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서 재화를 모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네요."
엘랑 대위는 도미니카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엘랑 대위는 현재 강화를 위한 재화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그 말에 엘랑 대위는 마음을 바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 그럼 35라운드까지..."
"그 말만을 기다렸소."
도미닉 경은 엘랑 대위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시작 버튼을 눌러 줄래?"
도미니카 경은 이미 자세를 잡은 채 새로운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좀 더 이어 나가고 싶으니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눈에서 빛이 번뜩였다.
행복함으로 가득한 사이한... 아니, 즐거워 보이는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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