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 [328화]이면세계 3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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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꿈속을 걷는 듯한 표정으로 바론&바로네스를 나왔다.
그들이 입은 의상은 다시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평범한 복장으로 돌아온 지 오래였지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방금 전에 있었던 일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대단하지 않았소?"
"그러게 말이야..."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그렇게 멍하니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와 부딪치기 전까지 말이다.
"앗!"
"아, 미안하오."
도미닉 경은 길을 걷던 도중 누군가와 부딪쳤다.
부딪친 이는 도미닉 경의 스탯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는데, 도미닉 경은 쓰러진 이를 향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려고 했다.
그러나 쓰러진 이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는지, 도미닉 경의 손을 뿌리치며 버럭 화를 냈다.
"눈을 어디다 뜨고 다니는 거야? 똑바로 뜨고 다녀!"
도미닉 경은 갑자기 화를 내는 금발의 고블린같이 생긴 남자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갑자기 이런 대우를 받을 정도로 도미닉 경이 잘못을 저질렀던가?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는 엘랑 대위처럼 군복을 입은 상태였는데, 머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도미닉 경에게 짜증을 부렸다.
"뭘 봐?"
"혹시 당신도 지휘관이오?"
도미닉 경은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그의 정체를 물었다.
"흥. 내 명성이 퍼진 모양이지? 그래. 내가 바로 선두 그룹을 달리는 지휘관 중 하나, 한센 대위다."
도미닉 경은 스스로 한센이라고 말한, 금발의 고블린을 닮은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그는 오만한 표정으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려다보고 있다는 말을 쓰지 않은 이유는 그의 키가 도미닉 경은 물론 도미니카 경보다도 한참 작았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나랑 부딪친 너희들은 누구지? 처음 보는 캐릭터들인데?"
한센 대위는 여전히 오만함을 유지한 채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정체를 물었다.
그 말투가 얼마나 띠꺼운지, 도미닉 경은 하마터면 기사도를 무시하고 한센 대위를 한 대 쥐어박을 뻔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도미닉 경은 꽤 정신력이 강한 기사였고, 이는 도미니카 경도 마찬가지였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한센 대위의 짜증남을 꾹꾹 참으며 자기소개했다.
"나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오."
"페럴란트의 도미니카 경이야."
"도미닉 경? 도미니카 경?"
한센 대위는 처음 들어 본다는 듯 눈을 가늘게 좁혔다.
마치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들에겐 관심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특성은? 특성은 뭐지?"
한센 대위는 거의 취조하듯 무례한 말투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쏘아붙였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한센 대위의 말에 대답했다.
말투가 조금 띠껍기는 하지만 일단은 지휘관이었고, 지휘관을 많이 안다고 나쁠 것은 없었으니까.
"탱커요."
"둘 다?"
"그렇소."
한센 대위는 그제야 환하게 미소 지었다.
물론, 한센 대위 스스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보기엔, 한센 대위의 미소는 거의 욕망과 탐욕에 가득한 졸부의 모습이었다.
"잘되었네. 마침 내 제대에 탱커라고 할 만한 애들이 없었는데."
한센 대위는 잘되었다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방금 전 내게 부딪친 무례는 용서해주지. 대신, 내 제대에서 일해라. 무료로, 평생."
"무료?"
"평생?"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한센 대위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 평생 무료로."
한센 대위는 당연하다는 듯 그리 말했다.
가차랜드의 베타 테스트에서, 제대를 유지하는 방법은 꽤 특이했다.
기존의 개척자들이 쓰는 방식은 카드 팩 교환소에서 카드를 뽑아 안드로이드에 이식, 전장에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면서 지휘관들이 쓰는 방식은 고용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최초의 100명을 고용하는 방식이었다.
카드 팩 교환소에서 재화를 통해 가챠를 돌리면, 지휘관들은 고용 카드라는 것을 받았다.
고용 카드는 최초의 100인에 대한 정보가 기입되어 있었는데, 이를 사용하면 기록된 인물을 1회에 한해 고용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후 인지도와 호감도를 쌓으면 고용 카드 없이도 고용할 수 있지만, 아직 그만큼 시민들의 호감도를 쌓은 지휘관은 없었다.
아무튼, 한센 대위는 정말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평생 무료로 쓸 생각은 없었다.
다만 한센 대위가 탱커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고, 탱커를 구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탱커를 제 값 주고 고용할 생각이 없는 한센 대위는, 일단 가차랜드의 자유도를 살려 있는 힘껏 단가를 후려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는 뜻밖에 가차랜드에서 잘 통하는 방식이었다.
특히나 1성이나 2성은 어정쩡하기 그지없어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적은 고용비로도 감지덕지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더라면, 한센 대위가 이렇게 거만하게, 오만한 태도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헛소리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센 대위는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일단, 한센 대위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잘 몰랐다는 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일 없소."
"우릴 호구로 아는 모양인데, 그럴 수는 없지."
"뭐?"
가차랜드에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성급은 4성. 그리고 인지도는 최상위 권이었다.
다만 지휘관들은 베타 테스트를 통해 처음 가차랜드를 접했고, 아직 정보가 부족한 탓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얼마나 대단한 이들인지 알지 못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고작 한센 대위 따위가 거만하게 굴 정도로 잔챙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고개를 조아리면 조아렸어야 그나마 고용이라도 될까말까 한 판에, 이렇게 오만하게 나온 것은 아주 큰 패착이었다.
두 번째 실수는, 바로 한센 대위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얼마나 강한지' 몰랐다는 점이다.
위의 첫 번째 실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내 제안이 얼마나 관대한지 너희가 모르... 하, 됐어.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얼마나 대단한 지휘관인지 알려주는 수밖에."
한센 대위가 단발로 자른 머리를 손으로 찰랑거리자, 어디선가 세 명의 안드로이드가 나타났다.
세 명의 소녀들은 엘랑 대위의 안드로이드들과 거의 비슷했으나, 어딘가 좀 더 강인하고 사나워 보였다.
"하! 가능한 대로 풀업한 안드로이드들이다. 지금까지 이 세 명을 이긴 자는 존재하지 않았지."
한센 대위가 비열하게 웃었다.
그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자! 덤벼라! 격의 차이란 걸 확실히 보여주마!"
"싫소."
"그러니까. 왜 우리가 싸워야 해?"
"...뭐?"
한센 대위는 있는 힘껏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도발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도발을 건 한센 대위를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아주 애쓴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하! 겁쟁이들! 쫄았구만? 역시 내 안드로이드들에게 쫄아서"
"그게 아니라, 그... 안드로이드들을 복원하려면 수리비용이 들지 않소?"
"최대로 강화한 안드로이드랬지? 힘 조절을 실패하면 바로 수백만 크레딧이 나갈 수도 있어."
한센 대위는 계속해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도발했으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그 도발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대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싸울 경우 일어날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도미닉 경 및 도미니카 경과 안드로이드들의 수준 차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센 대위는 여전히 자기의 전력을 오판하고 있었다.
"...하! 이제 됐어. 말로 어떻게 허세라도 부리려는 모양인데, 나한텐 통하지 않아! 스즈키! 릴리! 리! 공격이다!"
한센 대위는 도발을 그만두었다.
오히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모습을 보며 화만 돋았을 뿐, 도발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대신 한센 대위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는 대신 곧바로 안드로이드들을 시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공격하라고 시켰다.
만일 안드로이드들이 아니라 진짜 성급을 가진 시민들이었더라면 바로 한센을 말렸을지도 모르지만, 안드로이드들은 지휘관의 명령에 충실할 뿐이었다.
"이젠 울고불고 빌어도 소용없어. 그러게 내가 제안했을 때"
한센 대위가 의기양양하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말을 내뱉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모습이 변하기 전까지.
"...뭐라고 했소?"
황금과 백금, 그리고 은으로 된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도미닉 경이 안광을 줄기줄기 뿜으며 말했다.
"모든 책임은 당신 때문이야. 우린 말렸다?"
그리고 역시나 황금과 백금, 그리고 은으로 된 휘황찬란한 드레스 풍 갑옷을 입은 도미니카 경이 금과 백금으로 장식된 머스킷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야말로 인세에 내려온 반신과도 같은 모습.
그제야, 한센 대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아차렸을 땐,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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