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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26화 (326/528)

〈 326화 〉 [325화]신화급 스킨

* * *

도미닉 경은 오랜만에 바론&바로네스를 찾았다.

"어서 오세용... 어머! 도미닉 경 아닌가용!"

"반갑소, 부인. 오랜만이오."

"오랜만이에용. 제 기억이 맞다면, 저번 젤리 폭우 때가 마지막 만남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용?"

"그렇소."

도미닉 경은 바론 부인과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오셨군용. 여기 오셨다는 말은 옷을 재단하려고 온 것 같은데, 맞나용?"

"맞소, 부인."

"뒤의 숙녀 분도용?"

"그렇소."

도미닉 경의 말에 바론 부인은 장난기가 동했는지, 흥.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홱 돌렸다.

물론, 장난스럽게 말이다.

"저번처럼 하나 재단하고 잊어버리시는 건 아니구용?"

"물론 그럴 수도 있소. 하지만 오늘 내가 얼마나 이번 스킨에 진심인지 안다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갈 거요."

도미닉 경은 차마 거짓말은 할 수 없었지만, 바론 부인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짚었다.

"좋아용. 얼마나 진심인지 한 번 보겠어용."

그 말과 함께 바론 부인은 카운터에 달린 문을 통해 뒷방으로 들어갔다.

"여봉! 일어나용!"

"으음... 여보. 내가 손님이 오거나 저녁 먹을 때거나 6시 마당 할 때 깨워달랬잖아..."

"기다리던 손님이에용!"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뒷방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빵모자와 스웨터를 입고 그 위에 휘장을 걸친, 그리고 체크무늬 치마를 입은 굳센 턱의 노인이 파이프 담배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서 오게, 도미닉 경. 오랜만이군."

"오랜만입니다, 남작."

"그래. 오늘은 손님으로 왔다고 들었는데. 그나저나 뒤의 숙녀분은?"

"도미니카 경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도미니카 경은 늙었으나 여전히 강인해 보이는 휘슬 바론 남작을 보고 공손히 자기소개했다.

전사에 대한 예우라고 할 수 있었다.

휘슬 바론 남작도 도미니카 경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나름의 존중을 담아 고개를 살짝 숙였다.

"휘슬 바론 남작이오. 그냥 남작이라고 부르시오. 아무튼, 옷을 지으러 온 건 확실한 것 같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세. 얼마나 알아보고 왔는가?"

휘슬 바론 남작은 도미닉 경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금액을 물었다.

사실 이는 굉장한 실례로 보일 수도 있으나, 도미닉 경이 제법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는 걸 아는 남작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아닌 척하고는 있었지만 남작은 신문을 통해 도미닉 경에 대한 소문을 나름 수집하고 있었다.

"아마 이 정도가 될 것 같소."

도미닉 경은 인벤토리를 열어 가차석 주머니를 꺼냈다.

대용량 주머니였으니, 한 주머니 당 4800가차석, 혹은 6600가차석이라고 친다면 꽤 비싼 옷이 될 것이었...

"아, 잠시 기다리시오. 아직 덜 꺼냈소."

"뭐라고?"

남작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도미닉 경은 계속해서 가차석 주머니를 꺼냈다.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머니가 열 개가 넘어가자,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던 남작은 크게 놀라 침을 꿀꺽 삼켰다.

"자네 어디 은행이라도 털었나?"

"비슷하오. 정확하게는 타이쿤 시티에서 꽤 돈을 긁어모은 적이 있소."

"아."

남작은 그제야 도미닉 경이 가진 돈의 출처를 알아차렸다.

하루에도 엄청난 금액이 오가는 타이쿤 시티의 자본이라면, 이 많은 가차석도 이해가 되었다.

"둘이서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옷이 완성되겠어. 잘만 하면 레전더리­"

"아, 잠시만요. 제 건 따로."

남작은 이 무시무시한 가차석의 산을 질린 듯이 바라보았으나, 아직 가차석의 행렬은 끝이 아니었다.

도미니카 경이 지금까지 아껴두었던 가차석이 도미닉 경이 쏟아 낸 가차석 위로 또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가차석의 언덕.

적어도 작은 언덕은 될 양이었다.

"이 정도는 되겠군. 어떻게 모자라진 않겠소?"

"...자네들 무슨 신화 급 스킨이라도 만들 생각인가?"

남작은 이 반짝이는 가차석의 언덕을 바라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양이면 신화 급 스킨뿐만 아니라, 성이나 마을, 혹은 작은 도시도 살 수 있겠군."

"그렇긴 하오."

도미닉 경은 남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옷 한 벌 사기엔 과소비이긴 하지."

도미니카 경이 인정한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이는 내가 남작, 당신을 믿는 만큼의 액수기도 하오."

"나를 믿는다고?"

남작은 도미닉 경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남작과 남작 부인은 내가 지금까지 본 의복 전문점 중 가장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오."

"...여기 외엔 가보지도 않았잖나."

"들켰소?"

도미닉 경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었다.

"사실, 이번 기회에 좀 더 튼튼하게 옷을 지어 보려고 해서 말이죠."

도미니카 경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닌, 본론을 말했다.

"평생은 입을 수 있을 만큼 질기고 튼튼한 스킨을 원해요."

"그렇게 말해야지. 암."

남작은 그 말에 이제서야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건 너무 과해. 십 분의 일만 되어도 충분한데 말이야."

"남은 건 알아서 잘해주시오."

"모자란 것보단, 넉넉한 것이 좋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사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기는 했으나,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이려는 이유는그들이 4성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도미닉 경은 방금 전, 여기에 오기 직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몇십 분 전.

도미닉 경은 카페에서 나와 길을 걸었다.

목적지는 상업지구에 있는 바론&바로네스였다.

"저번에 대략 1300가차석 내외였던 걸로 기억하오. 이번에는 그보다 좀 더 쓰면 되겠지."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있어. ...확실히 우리가 가차석을 잘 안 쓰고 살았구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주머니에 있는 가차석을 확인하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도미닉 경은 스킨 하나와 집을 산 이후에 더 이상 가차석을 제대로 쓴 곳이 없었기에 수십만 가차석 정도가 남아 있었고,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 보다는 덜해서 몇만 가차석 정도를 가지고 있었다.

도미닉 경이 가진 집의 가치가 대략 7,000 가차석이었으니,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엄청난 부자였다.

그들의 창고와 인벤토리에 있는 자잘한 것들까지 합친다면 가진 재산은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자수성가한 자산가들!

그 사실을 깨달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이내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도 돈을 쓰지 않다 보니, 이 정도까지 모였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새, 생각해 보니 대단하구려."

"그러게. 설마 그 정도나 될 줄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이 엄청난 자산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자기가 가진 자산을 확인한 도미닉 경은 한 메시지를 받았다.

[혹시 지금 전화 가능하겠습니까? ­ 미스터 노바]

"미스터 노바?"

도미닉 경은 미스터 노바가 누구인지 잠시 생각하다가, 그가 성급 심사장의 심사 위원임을 떠올렸다.

노란색 머리를 세 갈래로 세우고, 수염도 두 갈래로 세워 마치 노란 별처럼 보이는 남자.

"그,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누군가에게 전화를 좀 해야 할 것 같소."

"...? 그래."

도미닉 경은 바로 도미니카 경의 양해를 구하고 메시지를 보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노바는 도미닉 경의 연락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전화는 바로 걸렸다.

["아, 도미닉 경. 저 기억하십니까? 심사위원 미스터 노바입니다."]

"기억하오. 그만큼 개성이 뛰어난 사람은 드물기에 잘 기억하고 있소. 그나저나 갑자기 연락이라니. 무슨 일이라도 있소?"

도미닉 경은 그가 성급 심사의 심사위원인 만큼, 심사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던 모양이었다.

["아뇨. 문제는 없습니다만, 저번에 한 가지 공지를 빠뜨려서 말입니다."]

"공지?"

도미닉 경은 미스터 노바에게 되물었다.

"무슨 공지 말이오?"

["별 건 아닙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러고 보니 도미니카 경도 옆에 있습니까?"]

"있소."

["잘되었군요. 사실, 따로 전화하려고 했습니다만 도미닉 경이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겠소."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이번에 4성으로 승급함에 따라, 업적 스킨 몇 개를 지원받으셨을 겁니다."]

도미닉 경은 4성이 되자마자 업적으로 스킨들을 받은 것을 기억했다.

"그렇소."

["기본적으로 스킨 개수는 성급 수에 하나를 더한 것 이상이 나와야합니다. 도미닉 경이 4성이니 스킨은 5개가 되어야겠지요. 물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스킨이 5개를 넘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미스터 노바는 말끝을 흐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아무래도 기본 스킨과 업적 스킨의 차이가 너무 심해서 말입니다. 도미닉 경, 그 의상 2성부터 입고 다니셨었지요?"]

미스터 노바는 도미닉 경의 성급 심사했던 심사위원이었기에 그 당시의 상황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소."

["혹시 기본으로 지정된 스킨을 바꾸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안 그래도 지금 옷을 새로 사러 가는 중이었소."

도미닉 경은 지금, 이 상황이 참 공교롭다고 여겼다.

스킨을 새로 맞추러 가는데 마침 스킨을 바꾸라는 전화라니. 마치 소설이나 영화같은 타이밍이지 않은가.

["잘되었군요. 이번에 법이 개정되어서, 4성이 새로운 스킨을 만들 때 행정부에서 50%를 지원해주는 법안이 생겼습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좋은 스킨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고맙소."

미스터 노바는 도미닉 경의 안심이 되었는지,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다른 이들에게도 공지를 전파해야 하니 바쁠만도 했다.

"뭐래?"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옆에서 도미닉 경이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4성은 스킨이 5개 이상 필요하다고 했소. 다만 우리는 기본 스킨이 업적 스킨보다 별로라서­"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에게 방금 전에 들었던 설명을 그대로 옮겼다.

"잘되었네!"

도미니카 경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어차피 우리 스킨 바꾸러 가는 길이었잖아. 이런 공교로운 타이밍을 봤나."

"그러게 말이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그렇게 바론&바로네스로 오면서 어떤 스킨을 만들지 논의했다.

어차피 행정부에서 스킨 가격의 50%를 지원해 준다고 했으니, 이번만큼은 아낌없이 재화를 쓸 생각하면서.

그게 바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가차석으로 된 언덕을 만든 이유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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