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0화 〉 [309화]용과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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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정 준비가 끝난 시각,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출정한 3군단의 인원들 사이에 섞여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기입니다. 여기에서 안내를 해 줄 사람을 기다리십시오."
닌자 집사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작게 속삭였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은근슬쩍 자리를 이탈해 숲으로 향했다.
3군단이 모두 지나가고 숲 그늘만이 스산하게 남은 그 순간까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숨을 죽이고 곧 찾아올 안내인을 기다렸다.
그리고 안내를 맡은 이는 그 스산한 숲 그늘 뒤에서 나타났다.
"죄송합니다. 늦었네요. 기다렸죠... 어라? 도미닉 경?"
"히메 공?"
도미닉 경은 안내를 맡은 이가 히메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무사시가 작전을 설명할 때에도 안내인이라고만 했지, 정확한 정체를 밝히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었다.
"...아무래도 무사시 공이 작은 장난을 친 모양이군."
"그러네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잠입을 도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는 건 히메도 마찬가지였다.
무사시는 장소 하나를 말해주며 거기로 가면 조력자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 설마 그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히메는 아무래도 아버지가 억지로 둘을 이어 주려고 수를 썼다고 생각했다.
"뭐, 누가 되었든 간에 일은 일이니까요. 자, 그럼 이 숲을 지나가 보죠."
히메는 프로페셔널한 쿠노이치답게 공과 사를 구분해 말하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도 히메의 말에 그다지 이견이 없었던지 묵묵히 히메를 따라 숲속으로 걸어갔다.
아직 이른 저녁이었으나 숲속의 어둠은 매우 빨리 다가오는 법이다.
어둠 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운 히메는 그다지 상관이 없었으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이 어둠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다.
눈이 하나뿐이었던 데다가, 남은 눈의 시력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대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그저 튼튼한 몸 하나를 믿고 앞으로 걸어나갔는데, 5초 마다 두어 번은 나무와 부딪치기 일쑤였다.
조용히 잠입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아파도 표현도 하지 못한 체 그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히메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불을 피우기엔 너무 눈에 띄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늦추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결국 숲에도 그 끝이 있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히메는 숲의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바로 여기가 목표 지점이예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여기서 왼쪽으로 돌아 입구를 점거해주시면 돼요."
히메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을 전달했다.
쿠노이치와 닌자가 배우는 잡기술 중 하나였다.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득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왼쪽으로 가기 전에, 오른쪽에는 무엇이 있는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른쪽에는 깎아지른 듯 절벽이 위치해 있었는데, 그 높이가 상당히 높았다.
아래에서 기어오르려면 하루는 꼬박 걸릴 정도로 말이다.
그제야 도미닉 경은 무사시가 도미니카 경의 제안에 난색을 표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이쪽으로 침입하는 건 할 짓이 못되었던 것이다.
가파른 절벽 아래에는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호수가 있었는데, 그 호수에는 배들이 떠 있었다.
붉은 돛을 단 정크선들은 제각기 다른 해적 깃발을 꽃고 있었는데, 깃발의 아래에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물 수(?)자가 적혀 있었다.
도미닉 경은 문득 히메가 해적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도미닉 경은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히메를 바라보았지만, 히메는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고 있을 뿐, 그다지 패닉에 빠지거나 한 건 아닌 모습이었다.
"해적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한 거요?"
도미닉 경은 놀란 눈으로 히메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극복한 건 아니예요. 하지만..."
히메는 이마에서 한 줄기 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거리가 있는 데다가 절 해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이제."
그렇다.
도미닉 경이 가차랜드에서 성장을 해왔듯, 히메도 성장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비록 아직 완전히 고쳐지지는 않았으나 히메의 해적 공포증은 심각할 정도에서 그나마 나은 정도로 진전이 있었다.
도미닉 경은 그런 히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저 정크선들은 절벽 아래에 있었고, 이 위로 올라올 방법은 전혀 없어 보였으니 히메의 말도 납득이 갔다.
"아무튼, 빨리 임무를 시작하도록 하죠. 그나마 나아진 거지,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니까요.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아요."
"아, 알겠소."
그 말을 끝으로 히메는 담장 너머로 몸을 날려 사라졌다.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담을 넘을 것을 보면, 아마 그녀도 어떤 지령을 받은 걸지도 몰랐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히메가 사라진 담장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말했다.
"갑시다."
"가자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담장을 옆에 끼고 왼쪽으로 돌며 입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
담장을 따라 제법 먼 거리를 이동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마침내 입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입구는 여의주를 문 용들이 장식된 황금문이었는데,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으로 보아 설마 여기까지 적이 침입하겠냐고 방심한 듯싶었다.
"일이 조금 더 쉬워질 것 같군."
"그러게. 이렇게나 운이 따라주다니."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문을 넘어 담장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하얀 의복을 입고 관모를 쓴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곧 있을 전투에서 죽은 이들이 부활하는 걸 도와주는 이들이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하나에서 갈라졌으니 그 생각이 같았던 것이다.
시작은 도미니카 경이었다.
도미니카 경은 허리춤에 찬 홀스터에서 머스킷을 꺼내 하늘을 향해 한 발 발사했다.
탕! 하는 커다란 화약 폭발 소리에 놀란 사람들의 이목이 도미니카 경에게 집중되었다.
"지금부터 이 황금문은 우리가 접수한다!"
"뭣?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관모를 쓴 이들 중 하나가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그자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도미니카 경의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언성을 높이느냐! 여기가 바로"
관모를 쓴 남자는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손가락질했으나, 그 행동이 심히 경박해 큰 기백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던지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동조해 같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수군대기 시작했고, 더 이상 이 남자가 말하게 두었다가는 분명히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그 귀찮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관모를 쓴 남자의 말이 더 이어지는 일도 없었다.
도미니카 경의 행동을 이어받은 도미닉 경이, 방패로 그 남자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체력이 매우 낮은 편이었던지, 아니면 도미닉 경의 공격이 치명타로 들어간 것인지 모르겠으나, 도미닉 경의 낮은 공격력에도 그는 땅에 널브러지며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도미닉 경의 공격에 특수 능력 [기수]가 반응해 하늘에서 깃발이 떨어졌다.
페럴란트의 문양이 그려진 깃발은 바로 도미닉 경의 옆에 떨어졌는데, 도미닉 경은 손을 뻗은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가 그 깃발을 잡아챘다.
"이견이 있는 자는 나와라! 나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다!"
도미닉 경은 한 손에는 방패, 한 손에는 깃발을 잡은 채 위풍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이글거리는 외 안으로 좌중을 한 번 훑어본 도미닉 경.
그런 도미닉 경의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몸을 움찔하며 감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 가지는 이름값도 있었으나, 조금 전 관모를 쓴 남자가 처참하게 나가떨어진 것을 본 탓이다.
"네 이노옴! 감히 나를 능멸해! 옴 옴바니바니"
어느새 부활을 한 남자는 죽음을 한 번 경험한 것에 분노하며 도미닉 경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그는 마법사나 주술사 계열이었는지 거리를 둔 채 주문을 중얼거렸는데, 도미닉 경은 그 모습을 보며 도미니카 경에게 곁눈질로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가 뜻하는바를 알아차린 도미니카 경은 관모를 쓴 남자를 향해 총을 겨눴다.
천천히 방아쇠가 당겨진 머스킷의 방아쇠를 천천히 당겨 격발시킨 도미니카 경.
도미니카 경의 특수 기술 [충격과 공포]가 시전되며 관모를 쓴 남자는 그 자리에서 기절 상태에 빠졌다.
"이, 이게 무슨!"
남자는 당황하며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군중 제어 기술에 있어서 상위권에 위치한 두 사람의 기술은 그리 쉽게 풀릴 만한 것이 아니었다.
도미닉 경은 그런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 갔다.
한 손에는 깃발을 들고,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는,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남자에게 곧장 다가왔다.
도미닉 경은 남자의 바로 앞에 서더니, 어째서인지 미소를 지었다.
"본보기가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잘되었군."
도미닉 경은 그리 말하며 방패로 남자를 후려쳤다.
남자는 또다시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린 채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치명타가 터지지 않았는지, 빛으로 화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절 상태에 걸린 이상, 이미 죽는 건 시간문제.
도미닉 경은 기절 상태의 남자를 군화로 지그시 짓밟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악감정은 없소. 다만, 해야 할 일할 뿐이오."
그렇게 말한 도미닉 경은 깃발을 위로 들어 올렸다.
정확하게는 깃발의 뾰족한 아랫 부분을 남자의 심장 부근에 위치시켰다.
깃대는 남자의 심장을 꿰뚫고 땅에 박혔다.
그렇게 남자는 쓰러진 상태에서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남자는 다시 부활했으나, 조금 전과는 달리 입을 꾹 닫고 가만히 있었다.
괜히 나서다간 조금 전처럼 험한 꼴을 당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도미닉 경은 땅에 박힌 깃발을 그대로 둔 채 한 발작 앞으로 나와 팔짱을 끼고 말했다.
"다음."
도미닉 경은 당당하게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눈은 하나였으나, 그 눈빛이 산군과도 같았고, 눈빛 속에 이글거리는 투지는 용광로와도 같았다.
사람들은 그런 도미닉 경의 기백에 눌려 감히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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