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7화 〉 [306화]동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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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포고를 가장한 칭원의 습격이 일어난 이튿날, 탱커 노조는 칭원 클랜과 적대적인 클랜 몇 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머슬만 의원은 그들에게 탱커를 파견해주는 조건으로 함께 연합해 칭원 클랜을 무찌르자고 제안 했고, 그들은 머슬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몇 번의 대화가 오고 간 끝에, 탱커 노조를 중심으로 한 연합은 오늘 저녁 칭원 클랜을 치기로 서로 약속이 된 상황이었다.
이는 탱커 길드 내부에도 전파된 정보였으나 정확한 시간만큼은 클랜원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정보의 유출을 생각해서였다.
물론 온종일 긴장을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저녁이라는 포괄적인 시간대 정도는 말을 해 둔 상태이기는 했다.
그런 상황에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머슬만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그러니까, 파견을 가달라는 말이오?"
"우리야 나쁠 건 없지만, 어째서 우리를?"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머슬만에게 왜 하필 그들이냐고 되물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탱커 노조에 들어온 지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아 아직 클랜에 대해 알아가던 도중이었고, 머슬만도 웬만하면 둘은 파견을 보내지 않겠다고 말한 상태였다.
습격을 당했던 당일날 했던 말이었으니, 머슬만은 자기 의견을 고작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꿔 버린 셈이다.
그러나 머슬만 의원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머슬만 의원은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에 대해 약간 즐거워하며 둘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동방연합과 연관이 있고, 하나는 두 분과 연관이 있죠."
"동방연합이라."
"우리와 연관이 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각자 관심을 가진 부분이 달랐다.
머슬만 의원은 어디서부터 말을 할까 생각하다가, 동방연합에 대해서 먼저 말하기로 했다.
"도미닉 경은 운류 가문에 대해서 알고 계시겠지요. 저번에 유원지 완공식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도미닉 경은 머슬만의 말에 순간 얼굴이 굳었다.
운류 무사시가 던진 질문이 생각났던 탓이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이내 고개를 털어 상념을 지워냈다.
그것과 이건 다른 영역일 테니까.
"그렇소."
도미닉 경이 괜히 대답을 입 밖으로 꺼냈다.
머슬만은 도미닉 경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어제저녁에 알아냈듯, 동방연합은 칭원 클랜과 적대적인 상태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아니, 적대적인 상태를 넘어 이미 전쟁 중인 상황이었죠."
"그리고 바로 그 동방연합의 중심이 바로... 운류 가문입니다."
"!"
도미닉 경은 머슬만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도미닉 경이 아닌 이상, 운류 가문의 사람들도 클랜에 가입한 상태일 것 아닌가.
다만 도미닉 경이 놀랐던 이유는 운류 가문이 하나의 클랜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클랜의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저희는 원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파견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동방연합 측에서, 더 정확하게는 운류 가문 측에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원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러겠다고 했소?"
"그랬다면 이렇게 가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지는 않겠죠."
가라고 명령을 했을 겁니다. 라고 머슬만 의원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저희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운류 가문에선 좋은 결과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물론, 칭원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는 입장이니 꼭 부탁을 들어 주지 않아도 좋다고는 했습니다만..."
머슬만은 말끝을 흐렸다.
여기까지는 도미닉 경의 온정에 기댈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이 이후부터는 모략과 정치의 영역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부탁을 드려보는 겁니다."
"그럼 두 번째는 뭐요?"
첫 번째 이유에 납득한 도미닉 경이 곧바로 두 번째 이유를 물었다.
"우리와 관련이 있다고 한 것 같은데."
도미니카 경이 도미닉 경의 말을 거들었다.
"뭐, 이건 조금 더 개인의 영달을 위한 제안입니다. 사실, 곧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지 않습니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진 그들도 아는 영역이었다.
"그래서인지 행정부에서 내일 승급 심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아마 알파 테스트 기간 동안 마지막으로 시행하는 승급 심사가 될 것 같습니다."
"과연."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의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도미닉 경은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4성은 될 법 했으나, 아직 3성인 상태였다.
약간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승급 심사에서 변수만 없다면 도미닉 경은 4성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현재 도미닉 경은 승급심사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상황이죠. 확실하게 4성이 되기 위해선, 여기에 쐐기를 박아넣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이 파견이죠."
도미닉 경에게 있어 머슬만의 말은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도미니카 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보다 업적이 조금 적은 상태이니, 이대로라면 아슬아슬하게 탈락하게 되겠죠. 승급을 위해선 이번 파견이 필수입니다."
"음..."
도미니카 경도 머슬만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고 3성에 머무를 순 없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거의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역시, 파견을 받아들이는 게 좋겠네."
도미니카 경이 도미닉 경에게 제안했다.
"모두에게 이득이니 나쁠 것도 없고."
도미니카 경의 말에 도미닉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겠소."
이번엔 도미니카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은 머슬만 의원을 바라보며 도미니카 경과 함께 내린 결론을 말했다.
"들어서 알겠지만, 우린 파견을 받아들이겠소."
"잘 생각하셨습니다."
머슬만 의원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결정에 반색했다.
"여기 동방연합의 군영이 있는 위치를 찍어드리겠습니다. 현재 동방연합은 전쟁 중이기에 전방에 배치된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머슬만 의원이 도미닉 경에게 지도를 건네주었다.
건네받은 지도는 곧 데이터화되더니, 이내 지도 앱에 흡수되었다.
지도 앱에는 1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새로운 지도가 업데이트되었다는 뜻이었다.
"동방연합은 칭원 클랜의 클랜 하우스를 향해 움직일 겁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선봉에 서서 길을 뚫는 선봉장의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동방연합에서는 유능한 딜러들이 많지만, 유리 대포도 많아서 말입니다. 라고 머슬만 의원이 농담하듯 말했다.
"그럼, 작전 시간 때 봅시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머슬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머슬만의 방을 나갔다.
그렇게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동방연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도 앱을 보면서 말이다.
...
동방연합 전진기지.
동방연합의 착호갑사 하나가 담요를 한가득 끌어안고 모닥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봐, 친구들! 여기 담요있어. 좀 덮어."
"가, 감사하오."
"쯧쯧. 거 뉴비인 것 같은데, 어쩌다가 클랜전에 휘말려서는..."
활을 든 착호갑사가 물에 젖은 쥐 꼴을 한 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칭원과 동방연합의 전쟁이 일어나는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발견되었는데, 얼마나 놀랬으면 이들을 발견한 뒤 전진기지로 호송할 때까지 허공에 성호를 그려대고 있었다.
"그, 먹을 건 많으니까 좀 먹어두게. 원래 놀랐을 땐 잘 먹어야 마음이 안정되고 그러는 거야."
착호갑사는 둘에게 과자 몇 봉지와 삼각김밥 몇 개를 건넸다.
둘은 착호갑사가 준 음식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고맙소이다..."
"아니 뭘, 얼마 되지도 않는 걸 가지고."
착호갑사는 이게 감사를 받을 일인가 싶어 멋적은 듯 볼을 긁적였다.
"그럼 좀 쉬게. 푹 쉬었다가 저 후방으로 빠지는 마차를 따라가면 될 거야. 난 이제 경계근무를 가야 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착호갑사는 푹 쉬라는 제스쳐를 취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제 모닥불 근처에는 두 명의 사람만이 담요를 여미며 침묵하고 있었다.
다들 예상했겠지만, 이 둘은 바로 아르쿠스와 오그레손이었다.
둘은 말없이 타오르는 모닥불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전사들의 전당이라서 그런지 다들 전쟁을 즐기는 것 같소."
오그레손이 이 불편한 침묵을 깨었다.
그는 방금 전에 있었던 전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그레손이 겪은 그 어떤 전투보다도 더 격렬하고, 처참했으며, 잔혹했다.
오그레손은 다시 한번 그 전투를 생각하며 몸을 떨었다.
"난 죽으면 전사들의 전당엔 오지 못할 거요."
"그럼 어디에 갈 것 같은가?"
아르쿠스가 오그레손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아마 겁쟁이들의 요양원이지 않겠소."
오그레손은 자그마한 농담을 던졌고, 아르쿠스는 그 말을 듣곤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결국, 도미닉 경은 보지 못하고 갈 모양이오."
오그레손은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줄어드는 시간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않소?"
"글쎄."
아르쿠스는 오그레손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넉넉잡아 하루 하고도 조금 남았으니, 어쩌면, 운이 좋다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나."
아르쿠스는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듯 그렇게 말했다.
아르쿠스의 시야에 보이는 숫자는, 이제 1일 하고 몇 시간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