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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303화 (303/528)

〈 303화 〉 [302화]클랜 워즈

* * *

탱커 노조의 사람들은 도미닉 경의 가입이 공식적으로 승인나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숨기기로 하였다.

그러나 가차랜드엔 수많은 인간 군상이 있었고, 그중에는 입이 싼 사람과 어떻게든 정보를 캐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결국 도미닉 경이 탱커 노조에 가입한다는 소식은 가차랜드 전역에 퍼져나갔다.

"도미닉 경! 탱커 노조에 가입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입니까!"

"탱커 노조에서 어떤 조건을 내밀었습니까?"

"도미니카 경의 쓰리 사이즈는 몇입니까?"

탱커 노조 사무실의 앞엔 이 신선한 재료를 제멋대로 손질하려는 기자들로 가득했다.

기자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들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만으로 세상이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어떻게 알고 이렇게 찾아온 건지 모르겠소."

"그러게. 우리 가입 신청서를 쓴 지 10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1층 창문에 드리워진 두꺼운 천을 살짝 들어 밖을 바라보았다.

이 천은 기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판데모니아가 도미닉 경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친 것이었다.

판데모니아의 행동은 아주 적절한 것이어서, 만일 저 천이 없었더라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남은 눈 하나마저 카메라 플래시로 인해 실명했을지도 몰랐다.

아무튼, 두꺼운 천을 들춰 본 도미니카 경은 기자 하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기자들은 안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건물에 딱 붙어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저 수많은 기자들이 건물에 달라붙어 있음에도 창문이며 문이 멀쩡한 이유는, 아마도 이 건물이 탱커 노조의 건물이기 때문이리라.

도미니카 경은 저 처절한 듯 소름 끼치는 모습에 은근슬쩍 다시 천을 내려놓아 창문을 온전히 가렸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도미니카 경이 질린 듯 말했다.

도미닉 경은 그런 도미니카 경의 한탄을 익숙하다는 듯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도미니카 경은 지금 무려 일곱 번째 똑같은 한탄을 하고 있었으니까.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야?"

"그보다, 우리의 명성이 이렇게나 높을 줄은 몰랐소."

도미닉 경은 창문 너머에서 들리는 아우성을 들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설마 우리가 클랜에 가입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저만큼의 기자들이 모이다니."

"그러게."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말에 동의했다.

"사실, 우리가 한 일들을 생각하면 꽤 명성이 높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어."

도미니카 경은 생각보다 많은 기자들을 보고 질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넓은 포용력이 조금 더 넓어졌다가 돌아올 정도로 큰 한숨을.

"...그래서 도대체 왜 아직도 가입 신청 승인이 나질 않는 거지?"

도미니카 경은 여덟 번째 똑같은 한탄을 내뱉었다.

도미닉 경은 그런 도미니카 경의 한숨에 마주 한숨을 쉬었다.

...

"다들 어디로 간 거야? 이런 중요한 때에!"

판데모니아는 탱커 노조 사무실 안을 뛰어다니며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현재 간부로 지정된 인물들 중 탱커 노조 사무실에 있는 이가 단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적어도 서너 명의 간부가 상주하고 있었으나, 도미닉 경이 온 시간이 하필이면 점심시간이 겹치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간부 두 명이 식사를 위해 교대해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그럼 판데모니아가 이렇게 뛰어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가끔 전날 사무실에 출근했던 간부들 중 일부가 집에 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어딘가에 숨어 잠을 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판데모니아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기에 이들이 어디에 숨어 쉬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혹시 숨은 간부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그런 간부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쓸데없이 성실해서는. 판데모니아는 입술을 짓이기며 투덜거렸다.

그렇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던 판데모니아는 문득 주머니에서 폰이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낸 판데모니아가 발신자를 확인하자, 그곳에는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순식간에 통화 버튼을 누른 판데모니아는, 곧바로 전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삼촌! 지금 어디예요!"

["급하게 돌아가는 중입니다. 기자들을 뚫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군요."]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바로 머슬만 의원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왔던 그는 차마 첫술을 뜨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돌아오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재빠른 발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대략... 5분. 5분이면 입구에 도착할 겁니다."]

"그럼 나도 입구로 갈게! 가서 기다릴 테니까, 바로 서명할 준비해!"

5분. 판데모니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1층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바로 추천인 서명을 받을 생각으로 말이다.

판데모니아는 그렇게 1층으로 달려가던 도중,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1층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덕분이었다.

"삼촌! 내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말해서 입구로 갈 테니까, 기자들 앞에서 서명하는 건 어떨까? 약식이지만 클랜 가입식인 셈이지!"

["...좋은 생각입니다! 당장 실행하죠!"]

머슬만 의원과 판데모니아는 서로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바로, 탱커 노조 사무실의 입구로 말이다.

...

"그러니까, 입구에서 우리가 가입한다는 사실을 발표하자는 거요?"

"그렇지."

"이렇게 뜬금없이?"

"끙. 어쩔 수 없었어. 사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가입할 거라고 누가 예측했겠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판데모니아는 최대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설득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울지도 몰랐으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이런 상황이 익숙했고, 또 남들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좋소. 이참에 차라리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도 좋겠군."

도미닉 경은 탱커 노조가 탱커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탱커 노조의 입지가 커지면 커질수록 탱커들이 받는 혜택도 늘어날 것이기에, 도미닉 경은 기꺼이 탱커 노조의 홍보를 위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

"...화장 안 하고 왔는데."

도미니카 경은 맨얼굴이라며 투덜거리기는 했으나, 도미닉 경과 마찬가지로 판데모니아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런 둘의 동의에 판데모니아는 반색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을까? 조금 있으면 삼촌이 도착할 거라서 말이야."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판데모니아와 함께 탱커 노조 사무실의 입구에 서서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문을 열어제쳤다.

"­!"

"­입니까?"

"도미닉 경! 도미닉 경! 여길 한 번 봐주세요!"

"도미니카 경! 쓰리 사이즈는 얼마입니까!"

도미닉 경은 환한 카메라 플래시의 불빛들과 기자들의 외침으로 인해 잠깐 시각과 청각이 마비되었다.

그러나 곧 눈과 귀가 이 상황에 적응해 점점 더 주변의 상황과 소리를 잘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도미닉 경을 에워싼 수많은 기자들.

그리고 그들이 터뜨리는 플래시.

도미닉 경은 그 밝은 불빛과 추악한 열망들 사이에서 기묘한 고양감을 느꼈다.

"잠시만요! 다들 뒤로 물러나세요! 다시 말합니다! 뒤로 물러나세요!"

판데모니아는 최대한 기자들을 입구에서 밀쳐 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과 너무 가까웠던 탓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행동이었다.

기자들은 그 자리를 지키려고 있는 힘을 다 했으나, 알다시피 가차랜드의 탱커들은 기본적인 스탯이 좋은 편이었다.

마침내 기자들과 도미닉 경 사이에 일정 거리가 유지되자, 판데모니아는 더 이상 넘어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판데모니아의 강력한 힘에 위축된 기자들은 그 말대로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언제 오는 거요?"

"잠시만. 방금 전에 한 말 대로라면... 아. 저기 오시네."

도미닉 경은 귓속말로 판데모니아에게 머슬만 의원이 언제 오는지 물었다.

판데모니아는 도미닉 경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내 저기서 기자들 사이를 가르고 오는 머슬만 의원을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자, 자. 잠시만 비켜 주시죠.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머슬만 의원은 기자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가차랜드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엄청난 근육질의 거구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쉬웠던 것이다.

"휴. 이것 참, 오는 것도 쉽지 않군요. "

마침내 기자들을 뚫고 앞으로 나온 머슬만 의원은 엉망이 된 머리를 쓸어올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머슬만 의원. 오랜만이오."

"아, 오랜만입니다, 도미닉 경. 그래요. 저희 탱커 노조에 가입하려고 오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렇소."

"설마 정말로 저희 클랜에 들어오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네. 저희 처지에선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군요."

머슬만 의원은 판데모니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판데모니아는 미리 손에 든 가입 신청서 두 장을 머슬만 의원에게 건넸고, 머슬만 의원은 익숙하게 가슴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 멋들어진 서명을 두 번 휘갈겼다.

그러자 신청서는 갑자기 불타올라 사라지고, 그 안에서 푸른 기운이 나오더니 이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깃들었다.

"'우리' 탱커 노조 클랜에 가입한 것을 환영합니다, 도미닉 경. 그리고 도미니카 경."

머슬만 의원은 환한 웃음과 함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악수를 제안했다.

그것은 이제 한 식구가 되었다는 약속이자, 새로 온 이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도미닉 경부터 머슬만 의원과 악수를 나눴다.

텅. 하고 하늘에서 페럴란트의 깃발이 떨어져 휘날렸다.

그 깃발은 탱커 노조의 휘장 옆에서 같이 휘날렸는데, 도미닉 경과 머슬만 의원이 바로 그 앞에서 악수를 하는 모습이 이튿날 신문 1면에 실렸다.

특수 능력 시네마틱은 기사에 쓸 사진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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