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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291화 (291/528)

〈 291화 〉 [290화]City of Disaster

* * *

"...지분을 사달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말 그대로일세. 내가 가진 지부 14%, 얼마에 사가겠나?"

도미닉 경은 마이어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마이어가 왜 갑자기 지분을 팔려고 한단 말인가?

분명히 방금 전까지 유원지에서 얻을 이득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지분을 늘렸다면 늘렸지, 팔 이유는 없었다.

도무지 그 이유를 생각할 수 없었던 도미닉 경은, 결국 정면 돌파로 이 의문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도대체 왜 지분을 팔려고 하는 거요?"

도미닉 경의 말에 마이어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이득일 텐데."

"그건 간단하네. 내겐 적이 많거든."

도미닉 경은 마이어의 말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이 많은 것과 유원지의 지분을 파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도미닉 경의 얼굴이 아주 심하게 구겨졌다.

정치와 경제는 정말 도미닉 경과는 상극이었다.

그러나 마이어는 이미 도미닉 경을 높이 산 상태라, 도미닉 경이 얼굴을 구기는 것도 다르게 보았다.

"과연, 이 말 하나로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한 모양이군. 그래. 자네가 알다시피 내 적들은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상태일세.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지. 틈만 나면 바로 '휴가'를 보내려고 찔러본다는 말일세. 예를 들면... 그래. 유원지라던가."

도미닉 경은 마이어의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

마이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육체파인 도미닉 경에게 있어서, 이런 권모술수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나 마이어는 도미닉 경의 침묵을 이해했다는 신호로 알아듣고는, 다시금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말일세, 내가 내 적들을 유원지에서 쉬라고 휴가를 보냈는데, 그 유원지에 내 지분이 있다면 어떻게 되겠나? 당연하게도 이 모든 일의 뒤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그리고 그건 내가 가장 곤란해지는 상황일세. 난 그들에게 몰래 휴가를 주고 싶을 뿐, 내가 꼬투리를 잡히고 싶은 것이 아니니까."

도미닉 경은 문득 휴가에 대해서 광적으로 싫어하는 타이쿤 시티의 시민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어떻게든 휴가를 가기 싫어서 노동조합 차원에서 불법적인 야근까지 저지르지 않았던가.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만큼 타이쿤 시티의 사람들은 휴가를 광적으로 싫어했다.

다른 회사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었다.

도미닉 경의 농장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휴가를 받았을 때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쉬었다가 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기에 그런 것이다.

시외로 나간다면 꼬박 하루가 걸릴 일을, 도미닉 경의 농장에선 고작 반나절만 있으면 된다.

오고 가는 시간마저 아까운 일 중독자들에게 있어서, 도미닉 경의 농장은 혁신이자 혁명이었다.

도미닉 경은 눈앞에 있는 마이어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방금 전까지 '굉장히 욕심이 많은 수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휴가에 대해서 언급한 것 하나로 마이어는 '수상하긴 하지만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힘쓰려는 개혁가'정도로 인식이 변한 것이다.

분명히 적이니 뭐니 하긴 했지만, 그것도 마이어의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어때.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도미닉 경은 마이어의 말에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도미닉 경에게 있어서 이 제안은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망하려고 한 도미닉 경에게 있어서, 지분이 더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추가적으로 돈이 들어간다는 소리였고,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반대로 마이어는 지분을 팔아 이득을 볼 수 있고, 마이어의 적들의 의심 어린 눈초리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윈­윈이 아닌가.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모두 파는 대신 얼마를 원하시오?"

"하, 말이 잘 통해서 좋군. 그렇다면 돈 대신 다른 것을 받고 싶은데."

마이어는 도미닉 경이 꽤 말이 잘 통하는 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속 성장을 하는 회사의 주인답게 눈치가 매우 빠른 모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마이어는 돈으로 받고 도미닉 경과의 관계를 끊을 생각이었으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도미닉 경은 눈치가 빠른 데다가 한 때 기사였던 만큼 충성을 맹세하면 끝까지 배신따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충성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마이어는 그런 헛된 생각을 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인해, 마이어는 돈 대신 조금 더 이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제안 했다.

"돈 대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사람을 그 유원지로... '휴가'를 보낼걸세. 그를 극진히 대접해주게. 아마도, 영원히."

"...영원히는 힘드오."

"그래. 그렇지. 그럼 보자... 그래. 세 달. 세 달이면 사람이 글러 먹기 딱 좋은 시간이지. 그 정도만 해주게. 내가 보낸 이가 '최고의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도미닉 경은 곧 유원지가 망할 것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지만, 마이어는 도미닉 경이 흥정을 하려고 튕기는 것으로 보았다.

그 모습이 더욱 마음에 든 마이어는 이제 거의 도미닉 경을 포섭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좋소."

도미닉 경은 잠시 마이어의 제안을 고민하더니, 이내 그 제안을 수락했다.

영 힘들다 싶으면, 가차랜드에 있는 가차월드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해도 좋을 것 같았으니까.

"계약 성립이군."

마이어는 순식간에 성사된 계약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가식적으로 보였으나, 이게 마이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미소였다.

"자, 여기 내 지분과 계약서일세. 계약서에 서명하면, 사본을 만들어 자네가 하나, 내가 하나를 가져가면 되네."

마이어는 도미닉 경에게 지분과 계약서를 넘겼다.

두 장 정도로 굉장히 간소한 편인 계약서를 잠시 읽어 본 도미닉 경은, 아래 서명란에 서명했다.

그 위에 마이어도 서명을 끝내고 나자, 지분은 바로 도미닉 경의 지분에 흡수되었고, 종이는 온데간데없이 불타 사라졌다.

"이걸로 계약이 성공적으로 조인되었네. 이렇게 편하게 계약을 한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시간이 남았으니 돌아가서 서류나 좀 더 봐야겠어."

마이어는 계약서를 접어 품속에 넣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그가 들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다 마신 상태였다.

"이제 난 가 봐야겠네. 아. 그 전에, 완공이 내일이었던가? 그럼 모레가 개장이겠군?"

마이어가 유원지의 완공과 개장에 대해서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도미닉 경은 유원지에 직접 투자하는 만큼 유원지 건설의 진척도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도미닉 경은 돈 카르텔로에게서 하루에도 다섯 번 씩 문자를 받았기에 진척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도미닉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공식에 참석하나?"

"그렇소."

도미닉 경이 다시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완공식에 참석해야겠군. 내일 일정을 비워둬야겠어. 라고 마이어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마이어는 이내 도미닉 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악수가 얼마나 절도 있는지, 도미닉 경은 무심코 그 손을 잡고 말았다.

"그럼 완공식 때 보지, 도미닉 경."

마이어는 그렇게 말한 뒤 카페를 나섰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갑자기 일어난 돌발상황만 아니었다면 마이어는 지금쯤 저 문을 나서고 있었을 것이다.

[[!]이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북서쪽 방향에서 허리케인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타이쿤 시티 시청 북쪽 120m 에서 진도 8.7의 지진이 일어날 예정­]

[[!]운석 예보입니다. 하늘에서 운석들이 떨어질 예정입니다. 예상 착지 지점은 타이쿤 시티 남쪽­]

[[!]메카 공룡 주의! 타이쿤 시티 지하에 숨겨져 있던 메카 공룡이 풀려났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시스템 창.

시스템 창은 지금 벌어진 이상 현상을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그 이상 현상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시스템 창을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였다.

도미닉 경은 잠시 흔들리는 땅 위에서 애써 균형을 잡으며 시스템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었다.

"...이게 대체."

도미닉 경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사이, 마이어는 오히려 꼴사납게 땅에 넘어진 채 지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타이쿤 시티는 가차랜드와 달라서, 권모술수(????)가 난무할지언정 권모술수(???手), 주먹과 창과 술법과 손이 나가지는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살아온 마이어에게 있어서, 이런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은 그 자체로 공포인 것이다.

다행히도 도미닉 경은 이런 사건 사고에 익숙한 편이었다.

언제나 그가 가는 길에는 사건과 사고가 넘쳐났으니 말이다.

그 누구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도미닉 경은 검과 방패를 들고는 아직도 땅을 구르고 있는 마이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 도시에 사건이 일어난 모양이오."

도미닉 경은 갑자기 뒤집어지기 시작한 세상을 바라보았다.

지진으로 인해 땅이 쩍쩍 갈라졌고, 갈라진 땅 틈으로 메카 공룡들이 튀어나와 빌딩을 무너뜨렸다.

도시 중심에서도 제대로 보일 정도로 큰허리케인과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고, 붉게 변한 하늘에서는 불타는 운석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야말로 아포칼립스.

도미닉 경은 이 광경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도시는 대격변을 겪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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