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285화 (285/528)

〈 285화 〉 [284화]타이쿤 시티

* * *

도미닉 경은 페드로와 몇 가지 추가적인 사안을 논의한 뒤, 그를 전적으로 신임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도미닉 경은 장원의 관리인 같은 느낌으로 페드로를 고용했으나, 도미닉 경이 보기에도 페드로는 굉장히 유능한 인재였다.

문제는, 페드로가 지나치게 유능하다는 점이었다.

페드로는 회계와 인재 활용에 특화된 사람이었다.

특히나 그는 사람을 잘 다뤘는데, 그가 다독인 사원은 이상할 정도로 회사에 충성심이 강해지곤 했다.

도미닉 경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페드로에게 물어보자, 페드로는 난감하다는 듯 멋쩍은 웃음을 지었으나, 비밀이 있으면 신뢰를 할 수 없을 거라면서 그의 과거를 살짝 알려주었다.

"사실 전 섬 마을 출신입니다, Sir. 열대 지방에 있는 작은 섬이었는데, 석유가 많이 나서 돈은 제법 많이 벌 수 있던 곳이었죠. 그곳에서 시장직을 좀 했었습니다."

무려 5번이나 재선에 성공했죠. 6번이나 시장을 해먹은 셈입니다. 라고 멋쩍게 웃은 페드로는 이내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페드로의 유능함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회사 내부에 대해선 아주 빠삭했는데, 회계와 영업, 기술과 판촉, 마케팅은 물론 화장실의 휴지, 정수기의 물통, 스테이플러의 심, 그리고 믹스 커피를 언제 갈아야 하는지 까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사업은 지나치게 순탄하게,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빠른지, 근처의 모든 건물들 중에서 도미닉 경의 건물이 가장 빠르게 증축되고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도미닉 경은 이 놀라운 성장세에 놀라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것이 페드로의 유능함 때문이었다.

물론 페드로가 도미닉 경의 말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페드로가 위의 말에 대해서 들었더라면, 굉장히 억울해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도미닉 경이 말한 대로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여가시간을 주고, 바쁠 것 없이 느긋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도 도미닉 경의 사업이 이렇게나 잘 된 것은, 그만큼 타이쿤 시티의 사람들이 힐링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걸어서 고작 2~3분 거리, 멀어 봤자 30분 거리에 있는 이 농장은 점심시간에 잠깐 들리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소가 되었던 것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성장은 도미닉 경이 이 건물의 용도를 정한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타이쿤 시티에서는 놀라운 성장세의 회사들로 가득한 타이쿤 시티에서도 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도미닉 경의 회사를 주목했고, 비슷한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도미닉 경은 순식간에 타이쿤 시티의 유명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타이쿤 시티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도미닉 경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이토록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의 주인은,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

"...왜 이렇게 된 거지?"

노을이 지고 있는 저녁, 그때가 되어서야 잠에서 깬 도미닉 경은 한숨을 내쉬듯 푸념을 내놓았다.

그 한숨의 이유는 바로 도미닉 경의 농장 때문이었다.

처음엔 힐링을 위해했던 일이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너무 커져 버린 탓이었다.

물론 도미닉 경도 처음엔 꽤 즐겁게 농장을 키워나가긴 했다.

나날이 성장해가는 즐거움과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시스템은, 도미닉 경이 느끼기에도 확실한 재미를 주었으니까.

그러나 도미닉 경은 문득 4일이나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일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다른 타이쿤 시티의 사람들처럼, 도미닉 경도 일 중독이 되어가고 있었다.

도미닉 경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화들짝 놀라 페드로에게 전권을 위임한 뒤, 여관으로 돌아와 내리 3일을 쉬었다.

"이곳은 마치 마약처럼 사람을 일 중독에 빠뜨리는군. 가차랜드의 중독은 그래도 확실히 이상 증후가 보이기라도 하지, 여긴 성실함을 가장해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있었구나."

도미닉 경은 덜덜 떨리는 손을 쥐었다가 펼치며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고작 며칠 일하고 며칠 쉬었다고 중독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처음 일 중독 증상을 알아차리고 쉬었을 때는, 이렇게 쉬어도 되는가 싶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까.

도미닉 경은 잠시 떨리다가 진정한 손을 무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오늘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들고 근처의 탁자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커피를 한 잔 내리고는 탁자 앞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펼치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다른 것들은 어느 정도 떨쳐 냈으나, 신문을 확인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도미닉 경은 가장 먼저 1면에 장식된 헤드 라인들을 보았다.

Agri.컬쳐라는 신문의 이름에 걸맞게 타이쿤 시티의 농림부 장관의 연설 사진으로 시작한 1면엔 놀랍게도 도미닉 경의 농장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도심 속 힐링 스페이스, 이대로 괜찮은가?'

'블록 하나에 속한 회사 100개 시대, 회사 하나의 다른 선택은 1%의 손해?'

'도미닉 경의 농장으로 인해 근처 8개 블록에 대한 기업 효율이 11.75% 증가해.'

기사들은 대개 도미닉 경의 농장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었다.

기업들마다 도미닉 경의 농장에 대한 기사를 하나씩 낸 수준으로 도미닉 경의 농장에 대한 기사가 넘쳐나고 있었는데, 재밌는 사실은 도미닉 경의 농장과 가까운 기업일수록 도미닉 경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도미닉 경의 농장과 먼 기업일수록 도미닉 경에게 박한 평가를 내렸다.

도미닉 경은 '타이쿤 시티 신흥 부자 100인에 도미닉 경이 선정되다.'라는 기사를 끝으로 신문을 덮었다.

그리고 아직 반쯤 남은 커피잔을 들고 창가로 다가가 아직 밝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타이쿤 시티의 불빛들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도미닉 경은 저 사이에서 2층 정도 더 높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자기 농장을 바라보았다.

농장 주변의 건물들은 농장이 주는 효율 시너지로 인해 다른 건물들 보다 더 밝게 빛을 내며 일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도미닉 경의 농장은 가장 어두운 상태였다.

도미닉 경의 경영 철학... 비스무리한 것으로 인해 사원들은 억지로 야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일이 너무 좋다며 야근 수당도 없이 일하는 불순분자들도 있었지만, 그런 불순분자들은 페드로가 알아서 야근 수당을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있었다.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만큼 이 타이쿤 시티의 일 중독 증상은 심각한 것이었다.

도미닉 경은 오랫동안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불이 꺼지지 않는 이 도시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도미닉 경이 다시금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그 순간.

도미닉 경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도미닉 경은 마시려던 커피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보았다.

페드로였다.

"음. 페드로. 무슨 일이오?"

["밤 중에 죄송합니다. 다만 몇몇 사안 들이 심각해 도미닉 경에게 알려야만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

도미닉 경은 페드로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페드로에게 이미 전권을 준 상태였기에 도미닉 경이 필요한 일은 페드로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도미닉 경이 알아야 한다는 말은, 농장에서 정말 중요하거나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말해 보시오."

도미닉 경은 어느 쪽이든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놀라지 마십시오. 저희 사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아."

난 또 뭐라고. 도미닉 경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동조합 이벤트... 아니, 노동조합 결성은 흔한 일 아니던가.

"그런 거라면 그냥 방치해도 좋소.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야."

["그, 문제가 생겼습니다."]

"?"

도미닉 경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썹을 치켜떴다.

도미닉 경은 당장 무슨 문제냐고 묻고 싶었으나, 페드로의 말이 더 빨랐다.

["조합원들이... 그게... 월급 문제를 고쳐줄 것을 촉구하며..."]

페드로는 이런 말을 해야 할지 곤란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도미닉 경에게 외쳤다.

["...야근하고 있습니다."]

"...야근?"

도미닉 경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월급 문제에 대해서 항의를 한다면서, 단체로 야근을 한다는 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저들은 월급 문제로 야근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말해 보시오."

도미닉 경은 이 황당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페드로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페드로는 자기 말에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고 도미닉 경에게 더 자세한 상황을 묘사했다.

["지금 직원들이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 많다며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최저시급 이하로 월급을 지급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생기는 탓에... 현재 법무팀과 상의하고 있습니다."]

"...?"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귀를 의심했다.

법무팀이라고? 언제 그런 부서가 생긴 거지?

도미닉 경은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가차랜드로 돌아가야겠군."

아무래도, 이 타이쿤 시티는 오래 있을 곳이 못 되는 모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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